할머니가 어렸을 땐 임금님이 계시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할머닌 빙그레 웃으시며, "하모- 내 쪼맨했을 때 임금님이 돌아가셨다꼬 어린 계집아들이 모두 까만 댕기를 매고 댕겼다 아이가, 다들 울고불고 그랬데이." 하고 말끔하셨다.
아마도 순종황제의 국상을 말씀하시는 듯 했는데, 나는 왠지 기분이 아련해져버렸다.
권력도 세도 없었던 마지막 황제의 쓸쓸한 상여를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는 왕실 가족들의 행차로, 장례행렬을 지켜보던 암담한 표정의 사람들 대신
왕실 가족의 행차를 보며 환호하는 밝은 표정의 사람들로 바꾸오 놓아도,
과거란 사라지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번쯤,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풍경을 그리는 건 적어도 나에겐 위안이 되고 꿈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 또한 행복해지시기를― 작가로서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