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튼은 보험 조사원이지만 맥가이버와 007의 합성형 인간이기도 하다. 작가의 전작 [파인애플 아미]에서 키튼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 나오더니 그 정점에 [마스터 키튼]이 있다. 무표정한 얼굴의 이면에 감춰진 키튼의 과거를 밝히는 추리적 요소도 만만치 않다. 혹시 사막에서 물을 구하는 법을 알고 싶다면 이 만화에 답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 만화에서 구하게 될 것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를 둔 히라가 키튼.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고고학을 가르치는 강사이며 또 프리랜서 보험조사원 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전직 SAS(영국 특수 부대)에서 서바이벌 분야의 최고의 교관이기도 했다는 것이 그의 특이한 이력의 정점. 그러나 키튼은 그 무엇보다 고고학에 대한 열정으로 아직까지 소년과 같은 순수함을 지닌 남자이다.
어느 날 은퇴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파파스가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이상한 것은 1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그의 보험금이 전처도 또 현재의 애인도 아닌 제 3의 인물 옥크스 베이어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보험 조사원 키튼은 이 배후의 비밀을 파헤치러 그리스로 향한다. 정확한 상황분석과 전광석화 같은 두뇌 회전, 그리고 뛰어난 생존 능력으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온갖 미궁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키튼의 활약상이 멋지게 그려진다.
▷ 사실 이 작품엔 화끈한 액션도, 볼거리도 없어 보인다. 그저 그렇고 지루할 것만 같지만 한장 한장 빠져들면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흡인력을 내재하고 있다. 그 근원은 '숨은 실력'이다. 현실에선 평범하다 못해 무능한 주인공.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조숙한 딸이 앞날을 걱정해줄 정도로 안쓰러운, 그리고 밥벌이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하지만 유창한 외국어와 폭넓은 지적 능력, 누구보다 우수한 운동신경과 실전으로 다져진 침착함. 이것들이 독자가 만나는 키튼의 모습인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슈퍼맨』류의 영웅담은 또 아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와 「맥가이버」를 합친 듯하지만 말초적인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 내면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담백한 감동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작품엔 아닌 게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삶의 허무함 등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들어 있다. 언뜻 보면 잔인한 면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따스함을 깔고 있다.
"용기를 갖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마" 완결편인 18권의 한 장면. 숨겨진 재산을 둘러싼 암투 속에서 자신뿐 아니라 마을주민 전체가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 키튼의 대사 한마디. 작가의 메시지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다른 만화처럼 선정적인 대사나 자극적인 화면이 없어도 걸작으로 꼽을 수 있는 요인이 바로 그것이다. 어찌 보면 이 만화는 모험담말고도 가족애나 교육. 인종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잔잔하지만 진지하게. 그래서 그냥 살인사건이나 실종사건을 쫓는 추리만화로 치부하기 어렵다. 가족 사랑에서부터 인류애까지, 역사에서부터 군사까지. 모든 부분을 망라하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명작임이 분명하다. -차준철<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