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21세기 초현대식 학원물에 갑자기 국왕전하니 즉위 10주년이니 왕실 가족이라니?
물론 이건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영국과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는 아직도 왕실이 존속하는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왕족들은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아름다운 궁전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궁궐들은 주인을 잃은 채 쓸쓸하게 비어 있지요. 일제와 열강의 탄압으로 왕가의 맥이 끊어지고 말았던 겁니다.
하지만 역사를 잠시 거꾸로 돌려서 우리 왕실이 일본이나 영국 왕실처럼 지금까지 건재하고 있다면 - ? 하고 상상해 보는 겁니다. 왕실 정원사나 국내청관리, 정식 시험을 치르고 입궁한 종 5품에서 9품까지의 상궁들이 전각 사이를 오가고, 궁궐에선 해마다 왕실 공식 행사들이 열릴 테고 방송국들은 TV 중계를 하느라 바쁘겠지요.
자, 이제 상상을 해봅시다.
낡고 쓸쓸한 고궁 대신에, 늘 왕족들의 바쁜 일상사로 가득 찬 활기찬 궁의 모습을 -
작가의 말
할머니가 어렸을 땐 임금님이 계시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할머닌 빙그레 웃으시며, "하모- 내 쪼맨했을 때 임금님이 돌아가셨다꼬 어린 계집아들이 모두 까만 댕기를 매고 댕겼다 아이가, 다들 울고불고 그랬데이." 하고 말끔하셨다.
아마도 순종황제의 국상을 말씀하시는 듯 했는데, 나는 왠지 기분이 아련해져버렸다.
권력도 세도 없었던 마지막 황제의 쓸쓸한 상여를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는 왕실 가족들의 행차로, 장례행렬을 지켜보던 암담한 표정의 사람들 대신
왕실 가족의 행차를 보며 환호하는 밝은 표정의 사람들로 바꾸오 놓아도,
과거란 사라지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번쯤,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풍경을 그리는 건 적어도 나에겐 위안이 되고 꿈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 또한 행복해지시기를― 작가로서 작은 바람이다.
<궁>을 처음시작했을 땐
"무조건 가볍게, 진지한 건 NO-, 무조건 즐기면서-!"라는게 모토였는데 어느새 이야기가 조금 진지하고 무거워져 버렸다.
뭐 전체적인 스토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지만, 이제 다시 첨 시작했을 때 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가볍게, 가볍게 에헤라디야~"를 외치며 종이와 펜을 붙들어야겠다.
책 나오는데 늘 애써주시는 편집부 식구분들, 늘 내여V에 있어주는 친구들, 대인기피 히키코모리를 그나마 세상과 연결해주는 닻같은 분들이 미모의 스승 동연 언니와 탄 감자님, 귀염둥이 어시들 윤주씨, 영란씨 모두 땡큐∼!!!
<궁>이란 만화를 그린 건, 저에게는 긴 등반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11권 작업을 할 때의 저는 하루 종일 아무 생각 않고 고지만 보며 산을 오르다가,
하루쯤 좋은 터를 잡아 텐트를 치고 누워서 별을 보며 내가 올라온 길과 올라가야 할 길을 가늠하고 누운 등산가가 된 것 같았습니다.
내 손을 잡아준 모든 분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