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도록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고단함과 함께 괜한 공복감이 밀려온다. 실제로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식욕이 오는 건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슬슬 고파오는 배를 붙잡고 근처 포장마차나 식당에 들어서면 문득 삼시 세끼를 모두 밖에서 때우는 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곤데 싶어도 변변한 찬거리 없는 냉장고가 떠올라 한숨도 나오고. 그럴 때 이런 식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료가 있으면 있는대로, 메뉴는 손님이 먹고 싶은대로 만들어주는 식당. 주방장이 온갖 솜씨를 발휘한 고급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엄마가 대충뚝딱 척척 만들어주는 음식처럼 말이다. 심지어 갓 구운 바삭한 김이나 어제 만들어서 차갑게 식은 카레도 손님이 원하기만 하면 슥 꺼내주는 식당. 그런 곳이 있다면 퇴근길에 들러 뚝배기에서 보글거리는 계란찜에 밥 한 공기, 김치 한 그릇을 주문하겠다고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이 작품, 심야식당은 그렇게 깊은 밤과 새벽 사이에 문을 열고는 손님이 원하는 걸 만들어준다. 한번 발을 들인 손님은 오붓하고 스스럼 없는 분위기에 빠져 단골이 되고는 날마다 원하는, 생각나는 음식을 청해서 맛있게 먹고 간다. 그렇다고 "제비집 수프!" 이런 걸 말했다간 주인이자 주방장이 조용히 칼을 들어올리는 걸 보게 되니 조심조심.
읽다보면 엄마가 대충 만들어준 반찬에 갓 지은 따끈한 밥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작품이라, 과연 일본 아마존에서 평점 만점을 받을만하다 싶다. 만점 뿐이랴, 이렇게 마음 흐뭇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에게 한 잔의 술도 전하고 싶어진다. [리브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