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쓰고, 찾는 사람들을 위한 만화
인스타 채널 ‘문과너드’ 운영진이 ‘책’을 소재로 한 만화를 추천합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_ 작가: 이창현(글), 유희(그림) / 출판사: 사계절 / 장르: 개그, 교양
은은한 광기가 감도는 문화센터 독서클럽. 이곳에는 저녁마다 스몰토크는 못하면서 트집 잡기에는 정통한 인문학 덕후들이 모인다.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라는 첫머리 인용구 말마따나, 독서중독 사회부적응자라면 누구나 읽는 내내 공감성 수치가 치밀 것. 그러나 그 끝에서는 세상과 불화하는 인간들만이 만드는 ‘다정한 연대’가 기다린다. 모든 책덕후를 위한 본격 B급교양개그감동만화.

<혜성을 닮은 방>
_ 작가: 김한민(글, 그림) / 출판사: 세미콜론 / 장르: 드라마, 그래픽노블
뉴런 하나가 번쩍이고, 그 신호를 다른 뉴런이 이어받는다. 이제 한 인간이 책을 쓰고, 그것이 다른 인간이 집어 든다. ‘생각’은 물리적·사회적 ‘연결’을 통해 탄생한다. 이 경이는 <혜성을 닮은 방>에서 뇌과학적 비유와 만화적 상상력으로 표현됐다. 주인공 ‘무이’는 자기 세계에 갇혀 산다. 그런 무이는 왜 하필 도서관으로 향할까? ‘생각하는 동물’로 태어난 한 우리는 모두 ‘연결’을, 진정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지.

<책섬>
_ 작가: 김한민(글, 그림) /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 장르: 드라마, 그래픽노블
글쓰기는 직선이 아니다. 낱말퍼즐 풀 듯 일단 되는 데부터 듬성듬성 채우는 어설픈 작업에 가깝다. 그 끝에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다 쓰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이 막막한 ‘과정’을 견디고 있는 창작자들이여, <책섬>을 펼쳐라. 그리고 이 만화 속 “쓰는 법”을 기억하라: 바위를 세운다, 돌의 바깥부터 안쪽으로 일단 깎는다, 매일 반복한다, 형태가 보일 때까지….

<뫼비우스 콜렉션>
_ 작가: 란탄(글, 그림) / 독립출판 / 장르: 일상
만화가 ‘소심’은 가상의 북페어 ‘뫼비우스 콜렉션’에 참가한 뒤 외로움을 느낀다. 이후 소심은 동료를 찾아 네 인물을 만나지만, 그중 누구와도 진정한 동료가 되지 못했다. 창작은 동료를 바라게 될 만큼 고독한 과정이다. 동시에 소심은 동료가 없더라도 계속 그려야만 한다. 읽고 쓰는 그리는 사람이란 으레 그렇듯. 그리고 지금 여기, 전례 없는 ‘도서전 흥행’의 시대가 왔다. 책 주위에 모여든 우리는 서로의 동료로 남을 수 있을까?

<책이라면 팔 만큼>
_ 작가: 코지마 아오(글, 그림) / 출판사: 미우 / 장르: 휴먼, 드라마
영업직이었던 주인공은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퇴사 후 오래된 헌책방의 사장이 된다. 이미 헐어가는 책이라는 매체, 그것을 파는 낡은 가게. 그러나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은 오랜만에 다시 펼쳐본 책만큼이나 새롭고, 뜨겁다. “다양한 모험, 멋진 실패”라는 낡은 꿈을 믿는 만화. 요즘 만화 같지 않기에 요즘 있어 고마운 작품.

<배를 엮다>
_ 작가: 미우라 시온(원작), 쿠모타 하루코(그림) / 출판사: 미우 / 장르: 휴먼, 드라마
사전 <대도해>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편집부 사람들 이야기. ‘아무리 그래도 요즘 종이사전을 누가 봐….’라며 냉소하는 독자(=나)에게 이 만화는 주먹을 날리며 묻는다. “자네는 오른쪽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모든 것이 있는 시대에 백지 위로 돌아가는 만화. 예술과 언어란 타자와 만나려는 인간의 의지, 오직 그것으로 있어 왔음을 상기시키는 만화.

<도서관의 대마법사>
_ 작가: 이즈미 미츠(글, 그림) / 출판사: 소미미디어 / 장르: 판타지
앞의 여섯 만화가 ‘유약하지만 고집 있는’ 책덕후의 표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책’의 가치를 힘껏 믿어보는 작품은 어떨지? ‘책’이 세계를 좌우하는 세계, 평범한 소년 ‘시오’는 ‘책’을 지키는 ‘사서’가 되기 위해 모험 길에 나선다. 이 만화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책에 힘이 있다니, 완전 판타지잖아.’ 그러나 상상하고 믿어버리는 것이 바로 판타지 그리고 만화의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