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꼭 탄생 100주년이었던 한국 만화, 그 가운데에서도 카툰 장르를 말해야 할 때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한국 카툰의 대부’ 사이로다.
사실 올해는 사이로 작가에게도 매우 뜻이 깊다. 1959년 7월 12일자 동아일보 ‘독자만화’ 코너에서 시작된 그의 ‘카툰 인생’이 올해로 반세기를 넘긴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데뷔를 1965년 월간지 「아리랑」에 게재한 「귀로」로써 기억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조금 더 앞선 셈이다. 그리고 올해 그는 최근의 작품 행보를 담은 카툰집 「사이로 카툰, 꿈꾸는 선」을 출간했다.

“대부분 2005년도 이후 최근작들을 실었어요. 물론 아주 멀게는 1970년대의 작품들도 더러 있지만 주로 창작품들을 담은 작품집인 셈이죠. 작품을 제작하면 대개 순서대로 발표하거나 책으로 엮고는 했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 만든 작품들은 한참 후에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독자 여러분들께 최근의 작품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평소 전시에도 발표 못한 작품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이로의 팬들이라면 그가 추구해온 가장 최근의 변화를 충분히 맛볼 수 있을 만한 좋은 기회다. 평소 자연친화적이고 서정성 넘치기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한결 담백해졌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군더더기를 벗어내고, 특유의 ‘여백의 미’는 더욱 살렸다. 작가는 스스로의 작품에 ‘심플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툰에는 여러가지 방향이 있는데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선 몇 개로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런 식의 카툰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때(90년대) 나도 (작품에) ‘화장’을 많이 했었지만. 표현이나 내용에서 조금 더 심플해졌어요. 살이나 화장, 치장을 많이 없애고, 뼈대만 남겼죠.”
이번 카툰집에 실린 작품 수는 300개가 넘는다. 카툰집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빼곡하게 들어찬 그의 최근 작품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쉬지 않고 노력해왔는지 잘 알 수가 있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정통카툰을 발표할 지면도 없고 해서 어떻든 독자들과 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전시를 해왔어요. 그런데 전시는 단기간으로 끝이 나고, 책으로 내는 것도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청강대에서 출간 계획을 제의해왔죠.”
카투니스트로는 드물게 개인전을 6번이나 치렀지만 그려내는 작품들 모두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많은 작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계속하는 것은 작가의 임무”이기에, “매체가 없다는 핑계로 안 그리는 것은 작가가 아닌 것”이기에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
지금도 펜을 쥘 때면 가슴이 설렌다는 사이로 작가. 수년 전부터는 정통 카툰은 물론 폐품이나 목판 등 오브제를 활용한 다양한 카툰 작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반세기 세월에도 식을 줄 모르는, 오히려 해를 거듭해갈수록 더해가는 창작열의 원천은 무엇일까.
“최근의 작업 시간은 옛날에 젊었을 때 작업했던 시간 그 이상입니다. 양에서 뿐 아니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카툰은 무한 상상의 세계이고, 참으로 즐거운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의상이나 식탁처럼 다른 디자인은 뭔가 제품을 위한 아이디어이지만 카툰은 제품이 될 수 없는 그런 상상의 세계죠. 얼마나 즐겁고 넓은 꿈의 세계입니까. 꿈도 보통 꿈이 아닌, 무한한 꿈의 세계입니다. 무슨 작품이 나올까 하는 마음에 지금도 설렙니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카툰집 출간과 더불어 지난 11월 24일부터 이 학교에서 여는 ‘한국만화 100년, 카툰 100년 기획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이로의 새로운 펜화 40여 점을 내년 4월까지 앞으로 5개월에 걸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