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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조는 무엇인가, <마흔 즈음에>

마흔즈음에(서쿤스, 네이버 웹툰) 리뷰

2025-06-21 이현재

그 자조는 무엇인가

『마흔 즈음에』, 서쿤스

새로운 웹툰 이용자 그룹, 3050

서쿤스 작가의 <마흔 즈음에>는 결혼하지 못한 40대 직장인 현성민이 일상에서 겪는 애환을 담고 있다. 성민의 가장 큰 고민은 심신을 정착할 환경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젊음을 잃어 원하는 환경을 구축할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성민은 고민은 단순히 남성적 매력을 갖추지 못한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력적인 남성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원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나름대로 애쓴다. 그러나 되찾을 수 없는 젊음으로 인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에서, 성민은 훌륭한 코미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성민이라는 캐릭터에서 알 수 있듯이, <마흔 즈음에>가 갖추고 있는 드라마적 소구점은 자조적인 유머에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목요 웹툰 중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능력을 상실해가는 중년의 자조를 소구점으로 잡은 웹툰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웹툰 소비자의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만화 이용자 실태조사의 최근 5년간 데이터를 추적해보면, 웹툰 이용자 연령 중 30대 이상 이용자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포착할 수 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2020 ~ 2025)

(2020년 자료의 경우 10대와 20대가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어, 각각 가중 평균을 구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더불어 10대와 20대 이용자 비율이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년층이 신흥 독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24년의 웹툰 플랫폼 월간활성이용자(MAU)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이탈의 문제 보다는 지난 20년간 이어진 저출산의 영향으로 유추하는 것이 타당하다. , 웹툰 플랫폼 환경이 청년층 이상의 이용자를 타겟팅한 콘텐츠들이 필요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 그 콘텐츠의 소구점으로 주인공의 자조와 같은 자학적 냉소가 선택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맥락을 거칠게나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추적해보기 위해서는 작년 9월로 거슬러 가봐야 한다.

 

네이버 웹툰은 왜 무리수를 던졌을까?

20249, 네이버 웹툰은 지상 최대 공모전 접수작 중 하나였던 호욤 작가의 <이세계 퐁퐁남>을 베스트도전으로 승급시켰다. 이는 X(구 트위터) 등 커뮤니티를 통해 네이버 웹툰 불매 운동이 전개되는 소비자 행동주의의 트리거가 되었다. 이에 네이버 웹툰은 자사 X계정을 통해 소꿉친구 콤플렉스 불매합니다. 불티나게 매입하기(이하 생략)”라고 언급하며 상식 차원에서도, PR의 전략적 활용의 관점에서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을 보였다. 201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 동안 이어진 젠더 갈등과는 별개로, 네이버 웹툰이 일종의 무리수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량적으로 보면 무리수를 어렴풋하게는 이해할 수 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2020 ~ 2025)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용자 실태조사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0년부터 웹툰 이용자의 성별 추이는 남성 이용자가 여성 이용자보다 약간 더 많으며, 그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웹툰 유료 이용자 부분에서는 두 그룹 모두 횡보 상태에 있다는 점 역시 드러난다. 더불어 모든 연령대의 이용 빈도 역시 2024년에는 모두 유효하게 늘고 있었다. 다만, 2분기와 3분기 모두 MAU가 줄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 기존 이용자 유지와 신규 이용자 모객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효율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시장 내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캠페인을 기획해야 했을 것이고, 그 결과 남성 이용자에 타겟팅 된 메시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다소 거친 유추일 수 있으나, 기존 시장 환경과 네이버 웹툰의 니즈는 <이세계 퐁퐁남>을 베스트도전으로 승격시킨 명분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불매합니다라는 메시지에 담긴 여성 이용자를 자극하면 여성 이용자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남성 이용자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는 납득하기 어렵다. PR 전략에서도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는 타겟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여성 이용자가 싫어하는 메시지를 경유해 남성 이용자를 겨냥하는 것남성 이용자가 기대하는 메시지를 통해 남성 이용자를 겨냥하는 것은 메시지의 선명함에 있어 차이가 크다. <소꿉친구 콤플렉스>는 여성향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메시지가 여성 이용자를 경유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안인가, 체념인가

따라서 불매합니다의 경우, 여성 이용자를 향한 메시지이거나, 여성 이용자를 경유해 남성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메시지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 활용을 납득하기 어렵고, 후자의 경우는 PR에 있어 불필요한 위험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선명도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다. 조금 더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면 네거티브 바이럴을 통한 노출효과를 겨냥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플랫폼의 MAU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프로파간다를 겨냥해 네거티브 바이럴을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밴드웨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의미로 귀결된다.

첫째, 네이버 웹툰의 마케팅팀 등 시장 정보를 파악하는 직책을 가진 팀의 역량이 부족한 상태일 수 있으며, 둘째, 정보를 파악했더라도 이를 광고 등의 전략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부진한 상태일 가능성도 있다. 이 두 가정은 네이버 웹툰의 시장 내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적확한 진단이라고 확언하기는 힘들다. 마지막 가정은 특정한 프로파간다를 실행하는 소비자 행동주의에 직면했을 때, 그 프로파간다의 타겟이 되는 이용자들을 분산시킬 수 있는 타이틀이나 서비스가 부재한 상태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꿉친구 콤플렉스><화산귀환>과 더불어 남성독자와 여성독자 모두에게 호응을 얻은 타이틀이었으나, 이렇게 성별에 있어 고른 지지를 얻은 사례는 많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행동주의에 아예 반응하지 않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문제를 방기하는 것이며, 운영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외부 요인에 문제의 해결을 맡기는 상황이 된다. 결국 남성과 여성 이용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선택된 소구점이 <마흔 즈음에>가 지닌 자학적 냉소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가치 경쟁을 유도하는 프로파간다의 작동원리를 고려하면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 경쟁 자체를 피하면 충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안인가, 아니면 체념인가. 혹은 소비자 행동주의의 공격성에 대한 비웃음인가. <마흔 즈음에>가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두고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