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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MAD(오오토리 유스케, AK커뮤니케이션즈) 리뷰

2025-12-16 문종필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MAD』, 오오토리 유스케  

 

1. <MAD>의 세계관

SF는 현실을 겨냥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현실이 아니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현실은 이곳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SF 서사에 귀 기울이는 것은 평소에 느낄 수 없는 낯선 감각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SF 형식으로 비유된 인간의 삶과 보편적 감정에 대해서도 탐닉할 수 있으니, 텍스트를 즐기고자 하는 독자로서는 이 장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창작자들은 디스토피아나 과학적인 세계관을 끌고 와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특정한 인물이 이 세계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최근에 출간된 오오토리 유스케의 MAD(문학동네, 2025)도 그런 작품이다.

오오토리 유스케는 우리에게 낯선 작가다. 낯선 작가라는 것은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털 검색 사이트 ‘NAVER’구글등에서도 정보가 검색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상적인 것밖에 없다. 교보문고에 전시된 익살스러운 작가 정보가 전부다. 인용하자면, “저는 아저씨랑 괴물을 그리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에, MAD에서는 잔뜩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청춘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소개가 다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1.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46pixel, 세로 599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833pixel, 세로 591pixel
MAD의 표지들

 

현재 오오토리 유스케의 MAD1권과 2권만을 읽고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교보문고에 검색해본 결과 3권이 예약판매 되고 있으니, 3권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나무위키에는 6권까지 표지와 함께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전시하고 있으니, 번역을 담당한 번역자들의 노고에 따라 순리대로 출판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몇 권이 완결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오오토리 유스케의 MAD는 흥미로운 텍스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재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dystopia) 세계관에서 시작한다. 종말의 끝에선 인간의 삶을 논한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진 그것은, 경이적인 번식력과 흉포함을 지닌 탓에, 우리들의 별은 지배 당했다. 여기서 그것은 수많은 감독에 의해서 연출된 에일리언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들은 인간의 삶을 무참히 파괴해 인류를 절멸시킨다. 지구에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만이 삶을 유지할 뿐이다. 이것이 MAD의 이야기 골자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으면, ‘에일리언을 다루는 다른 작품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오오토리 유스케만이 가지고 있는 차이를 논하는 과정에서 그만의 개성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머드 주요 인물.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888pixel, 세로 2787pixel  색 대표 : sRGB
MAD1~2권의 주요 인물

 

현재 2권까지만 MAD가 번역되어 있어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과거 농부 일을 했던, ‘’, 존의 동생이자 그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엘마’, 과거에 직업이 선생이었던 에단’, 제리코라는 안전지대(?)를 관리하는 레온노먼이 주요 인물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인간 에일리언 모습.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939pixel, 세로 3084pixel  색 대표 : sRGB
에일리언 고기를 먹고 인간 에일리언으로 변신한 레온그는 에일리언과 맞서 싸운다.

 

에단무리는 제리코에서 보낸 신호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이동하다가 야생 에일리언에게 습격당한다. 그때 동료 모두를 잃게 된다. 그러던 중 가까스로 레온노먼의 도움으로 목숨을 지킨다. 그런데, 레온과 노먼의 무리가 수상하다. 이들이 존과 에단 무리에게 의도적으로 신호를 보낸 것은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은 에일리언 고기를 강제로 먹여 에일리언과 대적할 수 있는 인간 에일리언 병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악마(에일리언)들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유일했다. 그래서 레온과 노먼은 이들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에일리언 고기를 먹었을 때, 소수의 인원만이 인간 에일리언 병사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일리언 고기를 먹은 다수는 죽는다. 이 실험에서 존과 에단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존과 에단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독자들은 이런 호기심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인류가 에일리언으로부터 생존하는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만화가는 이런 궁금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끌고 간다.

 

2. <MAD>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

수많은 SF 작가 중, 오오토리 유스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은 무엇일까. 다른 작품들과 구분되는 차이중 하나는 유머의 형식이다. 존과 에단은 레온 무리에 의해 에일리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게 되고, 레온과 노먼 무리는 이들을 실험하기 위해 에일리언 고기를 먹인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두 인물은 고기를 보고 식탐이 상대적으로 치솟는다. 오랜 시간 식욕이 없었던 은 그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에단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고기를 달라고 위트 있게 조른다. 이런 장면은 괴물인 에일리언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서사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만화가는 작품에서 위트(wit)’를 내려놓지 않는다. ‘에일리언 병사에일리언과 싸우기 위해 변신하는 장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변신하게 되면 옷이 찢어진다고 말하면서 병사들이 조신하게 옷을 벗기 때문이다. 전시(戰時)에서 이런 상황이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창작자는 위트를 작품에 덧칠한다. 이처럼 오오토리 유스케 MAD는 작품에서 유머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변신하는 장면 인간 에일리언으로.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759pixel, 세로 2803pixel  색 대표 : sRGB
MAD에서 위트 있게 등장하는 변신, 이들은 에일리언과 싸우기 위해 인간 에일리언으로 변신해야 한다.
웃긴 것은 변신할 때, 옷이 상할까 봐 한 캐릭터가 조신 있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위트로 재현된다.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일리언 고기를 먹여 살아남은 에일리언 인간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논리를 펴는 레온에게 대항에, 그런 식으로 대사를 치지 말라고 존이 말함으로써 독자에게 작품과의 거리를 강제로 유지하게 한다. 이런 효과은 독자에게 몰입을 방해하게 함으로써 창작자 자체를 회상하게 만든다. 레온이 기괴한 성격으로 그려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낯선 감각을 창작자는 연출함으로써 기존 작품과는 차별화된 SF를 만든다. 액션 또한 화려할 뿐만 아니라 그림체도 기존에 볼 수 있는 적화와는 구분된다. 이를 두고 투박한 터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위에서 서술된 이런 특징으로 인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MA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라는 단어이다. 멸망한 인류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기대이다. 주인공인 의 직업이 농부라는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농부는 땅에 씨앗을 뿌리고 곡물을 거두는 사람이다. 땅에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정착해 다시 인간을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의 꿈은 과거처럼 다시 농부가 되는 것이다. 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이들은 유랑을 멈추고 한곳에 정착해 농사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에일리언에게 죽은 의 동생 엘마가 에게 죽어버리면 추억하는 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아름다웠던 것들까지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 것은 이 작품이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선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런 희망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서 빨리 번역되기를, 일본어로 읽기 전에,

필진이미지

문종필

글쓴이 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을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