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py Market이 된 만화·웹툰 산업,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위태로운 시장, Tippy Market1)
2025년 만화·웹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위태로웠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콘텐츠 산업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만화 산업의 종사자 수는 12,811명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3조 2,895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2020년 11,230명에서 2024년 13,581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종사자 수가 처음으로 감소 전환한 것으로, 산업 구조의 변곡점을 시사한다.
2025년은 위아래로 위태로운 가운데 양극화가 심해지는 ‘엎어지기 직전의 시장(Tippy Market)’의 모습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2025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압도적인 1위는 유지되고 있지만, 카카오페이지가 44.0%로 전년 37.6% 대비 크게 성장하며 추격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그럼에도 네이버웹툰은 지난 5년간 사실상 국내 웹툰 시장을 장악한 1강의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 없으며, 올해 2위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의 격차가 대비 축소되었음에도 여전히 81.4%의 웹툰 이용자 선호도를 기록했다.
더구나 1강을 추격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와 경쟁하고 있는 플랫폼은 네이버웹툰의 서비스인 네이버 시리즈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 서비스와 경쟁할 만한 제3의 플랫폼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레진코믹스(10.1%)를 제외하면 중견·중소 플랫폼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더불어 올해 2월 인포컴을 모회사로 두었던 피너툰의 서비스 종료, 10월 NHN의 코미코 서비스 종료는 본격적인 독점 플랫폼 생태계로 진입하는 신호로 보인다.
물론, 모든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자연독점을 궁극적인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기 마련이다. 다소 극단적인 주장일 수 있으나, 네트워크 효과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활성화한다면 독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웹툰 시장이 개척되기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헌은 지대했으며, 웹툰을 한국의 인터넷 문화 이상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이들이다.
그렇다면 응당 네이버웹툰은 국내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통해 후생효과를 창출해야 했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웹툰은 2025년 8월 디즈니와 지분제휴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11월에는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과 글로벌 배급을 목표로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10편을 공동 제작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웹툰 매체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을 보면, IP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68.7%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스튜디오N이 제작한 영화 <좀비딸>은 개봉 한국 영화 중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으며, 스튜디오 리코의 장편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는 일본, 영국 등 166개국에 선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적자 폭이 커졌다. 3분기 영업손실은 206억 원, 순손실은 153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 또한 시장 컨센선스였던 3억 8,5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약 3억 7,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700만 달러가량 하회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웹툰 시장의 독과점 구조 심화와 맞물려, 플랫폼이 제공해야 할 ‘자연독점의 효용’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플랫폼이 과연 그에 걸맞은 시장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는가? 2025년은 지금 시장이 ‘엎어지고 있는 시장’의 한복판에 와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제기된 해였다.


쪼그라든 신작, 줄어드는 종사자, 둔화하는 성장률
국내 웹툰 시장의 독과점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유통 통계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웹툰 등록 작품과 웹툰 신작은 뚜렷한 감소 추이를 보였다. 2023년 상반기 대비 2025년 상반기 등록 작품은 22.4% 감소했고, 신작은 31.5% 급감했다. 특히 신작의 감소 폭이 더 크다는 점은 시장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자연독점이 유효했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신작 추이는 증가하거나 최소한 유지되었어야 한다. 신작이 줄어든 데에는 올해 2월 인포콤을 모회사로 두었던 피너툰의 서비스 종료, 10월 NHN이 운영하던 코미코의 서비스 종료 등 플랫폼 이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둔화하고 있는 성장률과 유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누렸던 비대면 특수의 거품이 꺼지고, 웹툰 산업의 성장기가 마무리되며 성장률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성장률의 둔화는 투자 여건이 보수적인 환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연히 신작에 대한 투자 역시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공급 감소를 곧장 부정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플랫폼이 양산형 웹툰 과잉 생산을 조정하고 플랫폼 경험의 품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네이버웹툰이 런칭한 <부두슬램> <샤MONEY즘> <저궤도인간> <오사카 환상선> 등은 기존 클리셰를 탈피하고, 독창적인 소재와 작가주의적 색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는 무분별한 양산으로 인한 플랫폼 경험의 품질 저하를 막고, 독자들의 피로감을 해소하려는 자정 작용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신작 감소는 필연적으로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 콘진원 콘텐츠 산업 조사에 따르면, 만화 산업 종사자 수는 2024년 13,581명에서 2025년 12,811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웹툰 작가 지망생과 프리랜서 작가군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내 종사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산업 전반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신작 감소’와 ‘종사자 감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시장은 통상 ‘성장률 둔화’가 아니라 ‘디플레이션 위험’을 의심하게 된다. 특히 종사자 감소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었다는 의미를 넘어, 제작 현장의 경험과 숙련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산업을 지탱할 허리가 붕괴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성장의 정체와 고용의 위축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네이션의 초입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대안으로 떠오른 고관여 소비자 시장
녹록지 않은 현황 속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을 뽑아야 한다면, 웹툰 플랫폼들의 글로벌 진출보다도 국내 시장의 불황 신호를 잠재우는 일일 것이다. 더욱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가 독과점 시장을 완성했으며, 만화 산업 종사자가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안적 성격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일은 중요하다. 대안 시장은 종종 주류를 대체하기보다는 주류가 흡수하지 못하는 창작 혹은 소비 형태를 먼저 수용하며 산업의 온도를 유지하는 완충 장치가 된다.
지난 6년간 웹툰 플랫폼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인스타그램이다. 콘진원이 지난 6년간 작성한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웹툰 플랫폼 선호도는 2021년 5.9%에서 2022년 11.5%, 2023년 13.6%, 2024년 20.9%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5년에는 23.9%를 기록하며 카카오웹툰(21.0%)을 제치고 4위권에 진입했다.
인스타그램은 기존 웹툰 플랫폼과 달리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게이트키퍼’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계정만 있으면 연재를 시작할 수 있고, 메타 비즈니스 스위트(Meta Business Suite)를 통해 창작자가 직접 타겟팅 지역과 키워드를 설정하여 게시물의 관심사와 예비 독자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자 친화’에 플랫폼에 가깝다. 이는 플랫폼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수많은 신진 작가와 아마추어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특히 네이버웹툰의 ‘컷툰’ 방식과 유사한 인스타그램의 카드 뉴스형 UI, 그리고 팔로워 기반의 알고리즘은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팬덤을 결집하는 데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했다.
이러한 대안 시장은 ‘고관여 소비자’에 의해 실질적인 가치가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지역 기반의 타겟팅과 맥락 중심의 키워드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은 소규모임에도 자신의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줄 수 있는 팬덤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소규모 창작자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가능성이 크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의 흥행성을 검증한 경우, 연재된 만화를 머천다이즈 출간물의 형태로 출판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스타그램이 대안적 시장으로서 가진 잠재력이다. 이러한 생산 및 소비 형태는 이미 출판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웹툰 유통 통계」를 보면, 출판만화는 웹툰과 달리 △2023년 상반기 2,238권 하반기 2,104권 △2024년 상반기 2,228권 하반기 2,339권 △2025년 상반기 2,256권으로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출판사의 수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따라 증감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만화·웹툰 유통 통계」에 따른 출판만화 출판사 수는 △2023년 상반기 178개 하반기 397개 △2024년 상반기 234개 하반기 357개 △2025년 상반기 232개로, 출판만화 출판사는 하반기에 증가했다가 상반기에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상반기에 작품을 준비하고 하반기에 작품을 출판하는 기획성 만화 작품의 생산 사이클과 겹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플랫폼 연재’ 바깥에서도 기획형 프로젝트가 ‘팝업 사업자’처럼 활동하며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등을 마련하여 좁아진 플랫폼 연재 기회를 잡지 못해 미끄러진 작가나 지망생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좁아진 정식 연재의 문을 통과하지 못한 창작자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크라우드 펀딩 같은 C2C(Customer to Customer) 대안 시장을 창출해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자체가 나서서 C2C 시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생산과정에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공무직에 있는 정부 관계자가 직접 품을 팔아 창작자들의 마케팅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는 데 핵심이 있다.
또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시적인 마케팅 역량 강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비즈니스 문해력을 제고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광고비를 지원하거나 판로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 스스로가 △CPC △도달 △DAU △ARPU 등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만약 지자체가 진지하게 C2C 지원을 고민한다면,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현직 공무원들부터 이러한 시장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창작자들에게 닿는 유효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탄력성(Resilience)'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간 제공이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선주문 후 발주 및 배송 과정 △탈중앙화 실험을 연결할 수 있는 결제 및 정산 인프라 △타겟팅 성과 측정을 이해하는 마케팅 지원 △저작권 및 유통 컨설팅 같은 ‘작은 운영비’를 줄여주는 백오피스다. 이는 달리 말해 공공이 제대로 된 광고 상품을 설계하지 못하면, 지원 플랫폼은 곧 ‘작품을 모아두는 창고’로 전락한다는 말과 같다. 반대로 기초 지표 및 인프라를 이해한 지원 체계가 구축되면, 소규모지만 고관여 팬덤을 가진 작품이 산업의 하방을 받치는 ‘작은 허브’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대안 시장의 목적은 대기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주류와 함께 산업의 다양성과 탄력성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날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교섭력을 가진 주체가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거대 자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면, 정책은 현장을 우회한 채 선언으로만 남을 위험이 크다. 더불어 정치적인 이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대기업이 시장 관행에 따라 형성해 온 하청 형태의 계약을 횡포로 정의하고, 이를 정부가 대기업의 자리를 대신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긴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콘텐츠 산업의 이해관계는 절대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거니와 창작자와 대기업이 직접 계약을 맺는다고 문제가 없어지지도 않는다.
대안 시장을 발굴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건 주류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함이며, 궁극적으로 만화 웹툰 산업을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의 일환으로 삼기 위해서다. 2025년이 보여준 것은 ‘집중’ 그 자체보다 ‘집중이 가져오는 책임’이었다. 2026년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옆길을 넓혀, 시장이 한쪽으로 기울어도 쓰러지지 않는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1) 긍정적인 피드백과 네트워크 효과 합쳐져 "전환점"이 발생해 결국 승자독식 기업이 형성되는 현상을 일컫는 경제 용어. 여기서는 ‘뒤집히기 쉬운, 위태로운(Tippy)’ 시장의 의미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