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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한 현지화 번역의 현황과 과제

해외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재미있게 웹툰을 전달하기 위해 번역과 편집이 중요합니다. 웹툰 현지화 과정에서의 한계와 방향에 대해 알아봅시다.

2022-07-25 윤동섭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한 현지화 번역의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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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웹툰 작품을 하나 론칭한다고 하면 한국 시장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전 세계에 론칭하는 것이 흔하면서도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전 세계 독자들이 웹툰을 감상하려면 현지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이 필요한데, 이러한 작업을 현지화라고 한다.

현지화라고 하면 번역의 중요성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수많은 작품을 일정한 품질로 현지화하려면 번역 외에도 여러 작업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만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번역과 편집이기 때문에, 두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사실이다. 웹툰 작품을 해외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번역과 편집에서 어떤 점들을 신경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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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시대극이나 무협 장르의 경우 한국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설정들은 마땅히 대응되는 외국어 표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한국어의 맥락과 최대한 유사하게 활용되는 용어나 표현을 찾아서 활용한다. 다만 대응되는 것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경우에는 한국어 발음대로 표기를 한 뒤 주석을 추가하기도 한다.

현지 독자들이 봤을 때 정치 혹은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요소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중국어 현지화를 할 때 신경 쓸 것이 가장 많다. 예를 들어 서울이나 부산처럼 유명한 한국의 지명, 홍콩이나 대만 관련 내용,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등은 다른 명사로 대체하거나 해당 내용을 아예 삭제한다.

독자가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물명과 고유명사, 어투 등 설정의 일관성도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현지화하여 해외 독자들한테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설정을 머리로 기억하며 번역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설정집이라는 별도 문서를 만들어서 주요 용어에 대한 번역 결과를 정리해 두고, 번역할 때 늘 참고를 한다.

웹툰에서 가장 번역하기 까다로운 것 중 하나는 언어유희다. 한글의 언어 형식 자체를 뒤틀어서 웃음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어로 변환하는 순간 그 맛이 사라져 버린다. 만약에 앞뒤 맥락까지 연계한 언어유희라면, 형식을 뒤틀고 맥락도 지키면서 웃음을 줘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그래도 적용할 수 있는 문장을 어떻게든 도착어에서 찾아 내야 한다. 맥락 없이 문장 자체로 언어유희를 하는 경우에는 이미 알고 있거나 찾기가 용이한 것을 적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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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편집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는 텍스트를 볼 때 시각적으로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각 나라에서 현재 서비스 중인 디지털 콘텐츠를 보면 보편적으로 쓰는 폰트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말풍선 속 텍스트에 KoPub돋움, 중국에서는 Songti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폰트의 크기, 자간, 줄간 등도 정확한 수치로 정해지진 않았더라도 현지 독자들이 보기에 편한 수준을 파악하여 적용해야 한다.

효과음의 배치도 언어의 특성과 현지 관습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어는 경우에 따라 자음과 모음을 분리해서 배치하는 등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영어는 어절 하나를 반드시 붙여 써야 하고, 중국어는 구조적으로 글자 자체를 해체할 수가 없다.

국가마다 디지털 콘텐츠에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하고 있고, 수입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어나 중국어로 현지화할 때는 태극기, 경찰 마크, 종교 관련 이미지 등은 수정하거나 삭제를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도착어 특성에 따라 말풍선 방향이나 크기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세로쓰기가 원칙이기 때문에, 말풍선의 모양 자체를 바꾸고 그에 맞춰 컷 간격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태국어는 한국어보다 문장이 훨씬 길어지기 때문에 말풍선 크기를 확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은 일부만 예로 든 것이다. 이 외에도 시대에 따른 상황, 연재 플랫폼, 정치·문화적 이슈, 사회 변화 등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계속 추가되거나 변화될 수 있다. 따라서 현지화를 하고자 하는 해당 국가 상황에 늘 관심을 갖고 현지화 방향을 정립 및 개선해 나가야 불필요한 이슈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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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마음의 소리/조석

 

현지화와 작품 흥행의 상관 관계, 그리고 한계점

지금은 완결된 <마음의 소리>라는 작품은 웃음 포인트를 언어유희로 만들어 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감상해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현지화를 거쳐 세계 각국에서 연재를 시작하고 보니, 한국인에게 특화되었다고 생각한 그 개그 코드가 해외 독자들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대작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다만 작품의 핵심인 개그 코드를 언어와 문화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전달한 현지화의 역할도 굉장히 컸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현지화는 원작의 내용과 느낌을 해외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현지화가 작품의 해외 매출에 정확하게 얼마큼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는 아직 없다. 그렇다 보니 작품 수출에서 현지화의 영향력이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업 단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더 낮아지는 추세다. 또한 RS 등 작품 흥행의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웹툰 업계에서 현지화가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아직은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웹툰 현지화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할까?

현재 한국만 해도 웹툰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현지화를 해야 할 분량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지화는 모든 작품을 일정한 품질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작품의 연재 주기, 운영 방안에 맞춰 납품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비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웹툰 현지화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또한 언어 기술을 접목하여 번역과 검수 효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

현지화 프로세스는 각 업체나 팀마다 다르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원고 수급 번역 식자 언어 및 편집 검수 최종 검토의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 또한 각 단계에서 번역사, 편집자, 검수자, 매니저 등 주체도 다양하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려면 업무를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서로 공유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통합·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업무 주체의 행정적인 부담을 최대한 덜고 현지화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다면, 품질 유지와 효율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언어 기술도 웹툰 현지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웹툰은 원문이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번역 데이터를 쌓거나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현재는 OCR 기술이나 머신러닝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시도해 볼 수 있다. 웹툽 등의 콘텐츠는 아직까지 기계 번역이 대체하기엔 제약사항이 많다. 그러나 번역 데이터를 활용하면 회상신을 바로 검색하여 적용할 수 있고, 번역 중에 설정집을 일일이 검색하지 않고 자동인식 및 적용하게 만들어서 번역 일관성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웹툰 번역의 한계와 제언

웹툰 현지화 프로세스를 아무리 개선한다고 해도, 결국 번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할 것이다. , 번역사의 자질이 웹툰 번역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웹툰 현지화 시장은 우수한 번역 인력이 들어오기엔 아직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번역사가 웹툰 번역에만 의지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우수한 인력이 요구하는 임금 수준은 더더욱 맞추기가 어렵다. 업계가 발전을 하려면 해당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베테랑이 있어야 하고, 우수한 인력이 계속 유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웹툰 현지화 업계는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작품의 현지화 비용 인상이 어렵다면, 중요 작품에 대해서만 현지화에 좀 더 힘을 실어 주면 어떨까 한다. 해외 시장에서 실적이 좋을 거라 확신하고 기대하는 작품은 합당한 비용을 책정하여, 우수한 번역사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이다. 혹은 작은 비율이라도 RS를 책정한다면 번역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번역사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표현과 번역 기법을 연구하며 번역한다면, 작품을 해외 독자들에게 더욱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을 제작, 연재, 수출하는 데에 수많은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앞선 제언처럼 현지화에 힘을 싣기가 어려운 업계 사정도 있다. 그럼에도 웹툰 현지화 종사자로서, 번역사로서 위와 같이 제언해 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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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섭

와이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