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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평론 및 큐레이션의 중요성과 활성화 방안

다양한 웹툰 독자들이 증가할수록 웹툰 평론과 큐레이션은 중요합니다. 웹툰 평론과 큐레이션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살펴봅니다.

2023-03-24 손상민

웹툰 평론 및 큐레이션의 중요성과 활성화 방안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웹툰 사업체·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시장은 연간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고, 신규 웹툰 작품 수는 2,617, 신규 독점 작품 수는 1,617건이었다. 이러한 신규 작품의 연간 누적 수치를 근거로, 전체 웹툰 플랫폼의 웹툰 연재 작품 수는 최소 1만 건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처럼 눈부신 전성기를 누리는 웹툰은 산업이자 문화이다. 산업의 양적 팽창은 수익성을 전제로 하지만, 문화의 질적 성장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전제로 한다. 현재 웹툰 시장의 양적 팽창의 주요인으로는 노블 코믹스로 대변되는 웹툰·웹소설의 IP 가치 사슬(Value chain) 형성과 같은 다양한 2차적 저작물 제작의 보편화가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그늘도 짙어가고 있다. 소위 잘 팔리는 작품을 웹툰 제작의 역할모델로 삼게 되면서, 소재 및 장르의 편중성과 산업의 양극화가 가속되는 실정이다. 이에 웹툰의 문화적 다양성·다원성에 대한 산업계 및 학계, 독자의 요구와 우려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술한 통계를 참고하면, 매년 수천 건의 신작 속에서 일상 틈틈이 웹툰을 감상하는 독자들이 다양한 작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란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웹툰 생태계의 구축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웹툰 평론과 큐레이션(맞춤 추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웹툰 평론을 통하여 독자는 웹툰을 보는 시각과 사고의 폭을 확장할 수 있으며, 이로써 연재를 마친 웹툰에도 생명력이 더해져 문화가 새롭고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에 평론과 큐레이션의 활성화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평론의 활성화와 관련, 당면 과제를 평론가 등단 및 양성, 평론 게재 매체, 독자 접근성 제고라는 세 범주로 살핀다. 나아가, 이러한 과제 해결 방안으로서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네트워킹의 세 단계를 제시하고, 동시에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평론가의 등단 및 양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대중문화예술에 속하는 웹툰의 평론에는 엄격한 자격 조건이 요구되지 않는다. 웹툰 평론은 독자가 작품이나 작가에 대하여 내리는 비판적 가치평가이므로, 사실상 누구나 평론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종 시상이나 지금, 만화와 같은 전문 비평 잡지 등을 통한 등단의 기회는 적은 실정이다. 이에 웹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활발히 활동하는 직업적 웹툰 평론가의 수가 많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척박한 평론 환경은 자생적 평론가의 데뷔라는 우연 외에, 장기적·체계적 양성에의 한계를 내포한다.

둘째, 평론 게재 매체의 양적 증대가 필요하다. 상술한 발표 매체의 수적 한계는 곧 평론 게재 창구의 부족을 의미한다. 이로 말미암아, 최근의 전문적 평론은 소수의 전문 서적이나 온라인 웹툰 정보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각종 출판 만화의 부록이나 집필진의 개인 매체를 통하여 간헐적으로 독자들에 닿게 되었다. 이러한 발표 매체의 수적 제약은 곧 경제적 보상의 미비와 맞물리므로, 이는 직업적인 평론 집필 유인의 부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대중의 접근성 제고가 필요하다. 웹툰 평론의 순기능은 독자가 이를 통해 웹툰을 새롭게 돌아보고 감상의 지평을 넓혀, 웹툰 문화를 깊이 있게 활성화하고, 나아가 학문적 대상으로서의 웹툰을 톺아보게 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웹툰 평론은 웹툰만큼이나 독자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며, 대중 접근성을 높일수록 존재 의의가 살아나는 콘텐츠이다. 그러함에도 현재로서는 독자가 다양한 평론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종합 정리하면, 평론가를 양성하고 비평 매체 수를 증대하여 평론의 순기능인 웹툰 작품의 재해석과 재발견을 활성화하고, 독자의 접근성을 높여 평론과 작품의 대중적 담론을 촉발하며, 이로써 웹툰 문화를 다양화하고 애써 쓴 평론이 사장되거나 외면되는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의 해결을 위하여, 단계적으로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네트워킹을 순차적으로 고려하여, 평론의 대중적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콘텐츠로서의 평론의 활성화이다. 즉 평론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어 필진을 양적으로 육성하되, 질적 향상을 위한 우수 평론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둘째, ‘온라인 서비스형태의 비평 전문 매체가 필요하다. 예컨대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전문 웹진 ‘IZM’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비평 전문 웹진을 통하여 필진과 구독자를 모으고 보상과 평가 체계를 마련하여 내용의 전문성을 점증적으로 갖출 필요성이 있다.

이로써 셋째, 네트워킹을 구축하여 평론가와 독자 나아가 작가와의 삼면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작품 검색 기능으로 웹툰 평론의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고, 해당 웹툰을 즉시 감상하도록 링크를 서비스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작가 심층 인터뷰로 창작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깊이 있게 소개하여 애호가를 결집하고 소통을 시도하는 등, 연재 중심의 웹툰 플랫폼 서비스와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평론 전문 온라인 매체의 유지와 존속을 위하여 공적 영역에서의 장기적 정책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론의 특성상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문화 다양성 제고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점, 과거 만화 비평 웹진들이 경영난으로 폐간한 선례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리움처럼 공적 영역에서 구축하여 민간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의 성공적 운용 사례를 참고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웹툰 연재 플랫폼에 배너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어, 큐레이션(맞춤 추천)의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웹툰 큐레이션은 다양한 웹툰 콘텐츠를 특정한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편집하여, 소비자의 선호를 고려하여 추천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매년 수천 편의 신규 웹툰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각 플랫폼의 큐레이션은 조회순, 인기순, 또는 소비자 기호를 분석한 맞춤형 추천 등의 다양한 형태로 웹툰 독자의 감상을 필수적으로 보조하고 있다.

기술 발달과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힘입어, 웹툰 큐레이션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독자 집단의 누적 선호도 등의 특정 기준을 통한 작품 목록의 단순 재배열이 주를 이루었다. 뒤이어 등장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추천 등, 플랫폼의 마케팅을 위한 일련의 서비스도 협의의 웹툰 큐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맞춤 추천이라는 본질을 고려할 때, 현재는 영상 플랫폼이나 SNS의 각종 숏폼 등을 통한 개별 감상자들의 웹툰 콘텐츠 추천도 광의의 큐레이션의 범주로 편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웹툰의 물리적 수량의 증가로 인하여 웹툰 큐레이션이 활성화되고 그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상술한 웹툰 평론의 기능도 독자의 관점에서는 비평 전문가를 통한 큐레이션의 요소를 갖췄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전술한 웹툰 평론의 세 가지 활성화 방안-콘텐츠·온라인 서비스·네트워킹-은 곧 새로운 큐레이션의 활성화 방안과 맥을 같이 하며, 독자의 개성적이고 다양한 니즈에 응대함으로써 문화 다양성을 제고하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웹툰 평론이 기존의 지면을 넘어, SNS와 유튜브 채널 등의 매체를 통해 새로운 외피를 갖추고 진화하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단순 편집에 의한 작품 소개를 넘어, 소비자의 니즈에 조응하여 작품의 심층적 재해석과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기술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특히 연재 플랫폼의 큐레이션이 플랫폼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의 일환에 머무는 반면, 웹툰 평론과 최신 기술 형태의 큐레이션의 만남은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우선 다양해지는 독자의 기호에 맞춰 전문적 선택을 도울 수 있다. 이로써 웹툰 작품 수량의 증가에 따라 양적으로 감소하게 되는 독자의 감상 시간을 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평론 분야에 부족했던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독자가 직접 경제적 보상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생적 평론의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 나아가 문화이자 학문으로서의 평론이 고립과 단절에서 벗어나 대중 및 신생 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영상 등의 새로운 형태의 큐레이션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유튜브 채널에 도입된 영화·드라마·음악저작권자 등에의 경제적 보상 방안처럼, 웹툰 저작권자에 적절히 보상하면서도 소위 큐레이터로서의 평론가에게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합법적 수익 모델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웹툰 산업의 양적 팽창이 웹툰 문화의 질적 성장과 조화를 이룰 때, 안정적인 웹툰 생태계의 구축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해 독자들이 만나는 웹툰이 증가할수록, 웹툰 평론과 큐레이션의 중요성 또한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간과하지 않아야 할 점은, 웹툰 평론과 큐레이션은 결국 다수의 독자보다는 다양한 독자를 고려할수록 그 본질에 가까운 생명력을 유지하리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적 영역의 장기적 관점의 지원이 절실함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웹툰 평론과 큐레이션의 활성화를 통하여, 플랫폼의 각종 프로모션과 장르 획일화 너머 어딘가에서 여전히 싹트고 있는 새로운 다양성의 미래가, 마음에 쏙 드는 웹툰을 찾고 있는 독자와 반갑게 만나기를 고대한다.

필진이미지

손상민

작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이사
주요작품 『아직 꿈을 꿀 수 있나요?』, 『눈을 감으면』, 「성단력 3216년」, 『프랑스 영화와 법」
대원씨아이 제3회 슈퍼만화대상 만화소설부문 수상(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