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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무대 위, 퇴마의 전설이 시작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아이돌 문화와 한국적 오컬트를 결합해 글로벌 팬들에게 신선한 감성과 흥미로운 서사를 선보이고 있다.

2025-08-20 김광회

제목아이돌의 무대 위, 퇴마의 전설이 시작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방영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의 유행이 아닌 케이팝 아이돌 문화와 한국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결합하여 2025년 최고의 메가 히트 콘텐츠가 되고 있다. 본 작품은 헌트릭스(HUNTRIX)’라는 3인조 걸그룹 아이돌이 주인공인 3D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슈퍼스타이자, 대대로 이어져 온 악령 퇴치자 후손이다. , 이중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이자 한국적 오컬트 아이돌 그룹인 히로인으로 등장한다. 일상에서는 음악과 율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외 시간에는 은밀하게 악령을 퇴치하는 전통의 수호자 역할을 유쾌하게 수행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활약하는 이들은 패배를 모르는 완벽함을 보여준다. 이에 그동안 늘 밀리기만 했던 악령 세력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악령 중 한 인물인 진우헌트릭스(HUNTRIX)’의 힘이 팬들에게서 나온다며, 자신들도 5인조 아이돌 악령 그룹인 사자보이즈를 만들어 이들에게 대항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가 된다. 이들은 신비스러움, 아기 같은 귀여움, 잘생긴 외모, 남성적인 매력, 로맨틱함을 갖춘 꽃미남 그룹으로 사람들을 홀리기 시작한다. 점차 사자보이즈의 인기가 급속하게 올라가며, 결국 헌트릭스(HUNTRIX)’사자보이즈는 현실 무대와 SNS 그리고 음악을 통해 영혼의 세계를 넘나들며 맞붙게 된다. 본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히어로물이지만, 이 안에는 케이팝 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정서와 연민, 한국적 오컬트 상상력이 곳곳에 배치되었는데,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다. 악령, 부적, 전승된 영력, 정령과의 연결 등 전통 무속적 요소들이 현대의 아이돌이라는 소재와 자연스럽게 결합하였다.

 

오컬트란 무엇일까?

오컬트(Occult)’는 라틴어로 숨겨진 것을 뜻하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세계나 힘을 말한다. 여기에 접근하거나 연결되는 의식, 기술, 믿음도 모두 포함된다. 한국의 오컬트는 단순한 공포나 괴기함이 아니라, 억울함, 연민,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래동화 속 장화·홍련, 구미호부터 학생 시절 친구들과 해봤던 분신사바, 그리고 영화 여고괴담까지 한국의 오컬트는 늘 사람의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무속 신앙, 굿, 부적, 접신, 제물 등은 오컬트적 장치이자 시각적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며, 주로 여성 무당이 퇴마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많다. 특히 북소리와 색채 대비, 굿판의 리듬은 시청각적으로 강렬한 의례의 체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외국인에게는 매우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몇 년 전에 개봉하여 큰 인기를 얻은 파묘에서 김고은은 MZ세대를 대표하는 세련되고 신선하게 재현된 무당 그 자체라고 생각될 정도의 연기를 보여 주면서 한국적 오컬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도 했다.

 

헌트릭스(HUNTRIX)’는 아이돌이자 현대의 무당인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히어로 장르의 형식을 따르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주인공들은 단순히 악을 물리치는 영웅만이 아니라, 무대를 통해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하고 위로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화려한 이들의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그 모습은 마치 제의를 집전하는 무당과도 같다. 무대와 SNS를 통해 벌어지는 퍼포먼스는 마치 굿판과 닮았다. 노래는 주문처럼 반복되며, 그 안에는 자신과 팬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주문처럼 쏟아내고 있다. 아이돌이 입는 화려한 의상은 현대의 제복이자 주술적 도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무당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굿을 할 때 입고 있는 화려한 무복이다. 광대처럼 화려한 색깔을 갖고 있는 무복을 입고 혼신의 힘으로 자신의 신을 부르고 그에게 이루고자 하는 것을 주문하는 모습에서 유사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렇게 무대에서 열정을 쏟아내는 헌트릭스(HUNTRIX)’가 부르는 음악은 팬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며, 악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존 히어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는 무당이라는 한국적 오컬트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를 충실하게 사용했고, 본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돌과의 싱크로율도 흥미롭게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종교에서 언급되는 것이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한다. 악의 유혹에 대한 두려움이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일 때 이들은 무당의 주술과 같은 아이돌의 노래로 팬들을 지켜주고 있는 현대판 무당일 수도 있을 듯하다. 악령의 우두머리인 귀마 캐릭터의 대사 중에 너희의 목소리로 나를 이길 수는 없어라고 말하며, 음악의 힘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역설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언급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대중의 마음을 정화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케이팝 아이돌 음악의 힘에 대한 은유로 작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역할의 주체는 아이돌이고, 이들은 무당의 퍼포먼스처럼 때로는 흥을 주고, 희망을 통해 세상과 맞설 용기를 주기도 한다.

 

한국 오컬트, 귀여움과 위엄 사이

이 작품에서는 한국적인 오컬트 요소들이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었지만, 그 내면에는 분명한 무게감도 있다. 그러기에 재현하는 과정에서 그 완성도는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랑이와 까치는 민화 속 상징에서 벗어나 귀여운 캐릭터로 디자인되었고, 그들의 움직임을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저승사자 또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코믹하면서도 멋진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재탄생했다. 단체 군무를 추지만, 코믹한 포즈로 웃음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본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친근함이 앞서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로서도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헌트릭스(HUNTRIX)’는 대대로 자신들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던 역대 선조 캐릭터인 무당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잘 이어지고 있다. 또 그들의 무대의상이 제복 형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대의상이 되었다. 또한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전통 방식의 은 이국적 패션 아이템처럼 등장한다. 이 모든 요소가 오컬트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미 케이팝 아이돌 팬이자 그렇지 않은 모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완성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적 아이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과 오컬트 상상력을 결합해 흥미롭고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또한 기존 디즈니식 뮤지컬이 아닌, K팝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리듬과 연출로 차별화되었다. 칼군무, 응원봉, 팬덤 문화 등 K팝 특유의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주요 장편에 등장하는 핵심적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현실 세계에서 기존 케이팝 아이돌의 열정적인 팬들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기에 작품 속 팬들과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돌이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 또한 신기하고 때로는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여성 아이돌 헌트릭스(HUNTRIX)’와 남성 아이돌 사자보이즈가 벌이는 각종 음악 퍼포먼스를 통해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적 오컬트 요소 또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덕분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다양한 소재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헌트릭스(HUNTRIX)’를 무너뜨리기 위해 등장하는 사자보이즈를 저승사자로 설정한 부분도 매력적이다.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 간다는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기본으로 설정하고, 꽃미남이라는 설정을 추가하고 때론 코믹한 포즈를 통해 이들 캐릭터를 사랑하게 만든 것 자체가 본 작품에서 추구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게 한다. 그리고 기존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한 사극 좀비 시리즈물인 킹덤에서 확인된, 갓의 인기를 이 작품에서도 이어가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그 안에 포함되었을 한국적 정서를 오컬트 장르에 잘 녹여내었다. 그중에 사자보이즈의 리더인 진우 곁에 있는 호랑이와 까치는 한국 민화의 디자인을 잘 표현하여 특히 인기를 얻기도 했다. 본 작품이 진지하고 무거운 오컬트 장르가 아닌 때론 가벼울 수 있지만, 무게감 있게 접근한 부분을 어필하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한국적인 소재를 빌렸지만, 철저하게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기 위한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본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선택한 모든 장치들을 통해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수는 있지만,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이 모든 이야기를 담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제작 능력으로 완성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선보였던 그 스타일을 연상시키며, 코믹함과 진지함이 적절히 섞인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케이팝과 한국적 오컬트 문화가 적절하게 들어갔기에 이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숙제

케이팝의 시작은 열정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세계 시장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 결과가 아쉬웠던 걸그룹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도전은 지속되었고,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그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소재들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타 국가에서 흥미를 갖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본 작품에서는 그것이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음악이고, 한국적 오컬트를 통해 드러나는 연민, 한국인의 정서, 한국과 같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인 듯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컬트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잘 표현되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잘 사용하여 공감과 성공을 이루었다. 이제까지 주로 영상 콘텐츠를 통해서 주로 표현되었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웹툰을 통해서도 많은 작품이 등장하고 있기에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제작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메기강 감독, 악령의 우두머리 귀마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이병헌, 음악에 참여한 트와이스, 그리고 주요 캐릭터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한국계 배우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더욱 성공할 수 있었듯 하다. 그렇기에 본 작품의 다음을 기대하며 우리가 직접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날 또한 기다려본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수혜자 중의 하나가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판매였듯이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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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