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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상반기 웹툰 비평의 현재] 목록화에서 편성화로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

웹툰 큐레이션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추천하는가’보다 ‘무슨 이유로 읽게 할 것인가’일 테다. 웹툰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웹툰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는 누가 어떤 관점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은 작품을 고르는 일에서 멈추지 않고, 웹툰에 접근하는 경로를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2026-07-20 김득원

추천과 큐레이션 : ‘읽어야 할 이유’의 문제


웹툰 추천과 웹툰 큐레이션의 차이를 말하려면, 먼저 추천이라는 행위의 성격부터 확인해야 할 테다. 누군가 “읽을 만한 웹툰을 추천해 달라”고 말할 때, 추천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웹툰 가운데 좋았던 작품을 선별한다. 추천은 경험과 취향에 기대는 행위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인기 웹툰이라도 언제나 모두에게 읽을 만한 웹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웹툰을 보는 기준이 단일화 될 수 있는가.

오늘날의 웹툰 추천은 더 이상 불특정 개인의 경험과 취향에만 기대지 않는다. 플랫폼은 개별 독자가 선택한 웹툰, 관심 등록이나 찜한 작품의 종류, 체류 시간 및 이탈 지점, 선호 장르 등을 바탕으로 추천하고 배열한다. 과거엔 ‘내가 좋게 본 웹툰을 제안’했다면, 오늘날의 추천은 ‘네가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웹툰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모든 웹툰을 챙겨보는 것이 불가능해질 만큼 많은 수의 작품이 연재되는 상황에서 플랫폼의 알고리즘형 제안 방식은 일견 유용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천이 곧 큐레이션으로 정의될 순 없다.


플랫폼은 개별 독자가 선택한 웹툰, 관심 등록이나 찜한 작품의 종류, 체류 시간 및 이탈 지점, 선호 장르 등을 바탕으로 추천하고 배열한다.



개별 독자가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웹툰을 제시하는 것과 해당 웹툰을 봐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추천이 선택지라면, 큐레이션은 선택지를 판단할 기준과 맥락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웹툰이 특정 장르에서 가진 위치, 연출과 서사 구현 형태와 의미, 동시대적 감각과 차별화 지점 등이 명확히 설명될 때에야 비로소 웹툰을 볼 이유가 생길 것이다. 추천과 큐레이션은 이 지점에서 갈린다. 

기존 출판 만화와 비교할 때, 웹툰을 접하는 일은 훨씬 간단하다. 그러나 웹툰 감상은 단순히 몇 번의 클릭으로 마무리되는 행위가 아닌, 한 회차를 읽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시간, 유료 회차를 결제할지 판단하고, 완결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모험이다. 필연적으로 시간과 감정의 투입이 전제된다. 자주 언급되곤 하는 ‘가심비’ 역시 독자의 감상 방식과 연결될 테다. 여기서 가심비는 단순히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해당 웹툰에 ‘모험’을 걸어도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읽을 만하다’는 기준이 단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어떤 웹툰은 장르적 쾌감이 분명하기에 흥미롭고, 어떤 작품은 캐릭터의 감정선(感情線)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기 때문에 몰입되며, 또 어떤 건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변칙적인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동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드러내기에 유의미하다. 큐레이션은 만족 보장의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독자가 자신이 감수할 모험을 예견할 수 있도록 돕는 근거의 언어에 가깝다. 따라서 웹툰 큐레이션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추천하는가’보다 ‘무슨 이유로 읽게 할 것인가’일 테다. 웹툰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웹툰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는 누가 어떤 관점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작가보다는 먼, 독자보다는 가까운 웹툰 비평의 역할은 이러한 의미 생성의 과정과 맞닿아 있다.


웹툰 비평과 독자 사이의 거리감


문제는 현재 웹툰 비평의 장에서 의미 생성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느냐는 데 있다. 웹툰 비평이 부재하는가. 그건 아니다. 웹툰을 다루는 글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신작을 소개하는 글, 인기작이나 특정 회사를 중심으로 한 리뷰, 작가 인터뷰와 작품론, 연구 논문, 플랫폼 내부의 배너, 독자 커뮤니티의 게시물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웹툰을 말하고 있다. 다만 이 글들이 독자의 감상 경로와 만나는 방식은 아직 충분히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웹툰을 다루는 글은 대개 각자의 자리에서 흩어져 있다. 어떤 글은 신작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어떤 글은 작품의 인상과 호감을 전달하며, 어떤 글은 전문적인 분석 언어 안에서 웹툰의 의미를 탐색한다. 각각 필요한 작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이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을 수행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독자는 웹툰을 선택하기 위해 정보를 찾지만, 정작 웹툰 비평은 ‘찾는 이만 찾는 글’로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필요한 건 단순히 글의 양을 늘리는 게 아닌, 웹툰 비평이 독자와 웹툰이 만나는 과정 안으로 들어갈 방안이다.


독자는 웹툰을 선택하기 위해 정보를 찾지만, 정작 웹툰 비평은 ‘찾는 이만 찾는 글’로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록 중심의 큐레이션 역시 비슷한 한계를 갖는다. 플랫폼, 기관, 협회 등의 추천·선정·기획은 독자의 진입을 돕는다는 점에서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제목과 썸네일, 짤막한 소개 글의 나열만으론 큐레이션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에 부족하다. 그 선택지를 따라가야 할 이유와 순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열된 작품의 공통점뿐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가 왜 해당 웹툰을 봐야 할 이유로 연결되는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웹툰 비평의 텍스트가 독자에게 도달하는 방식도 살펴야 한다. 지나치게 전문적이면 독자는 감상의 가이드로 살피기도 전에 외면한다. 반대로 주관적 호감과 인상만을 앞세운다면 단순 홍보성 게시물과 구분하기 어렵다.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은 둘 사이에서 균형감 있게 작동해야 한다. 웹툰 본연의 재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재미를 창출하는 장르적 공식, 욕망의 개연성, 동시대적 감각 등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설명해 내야 한다. 웹툰에 대한 감상을 매끄럽게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웹툰을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근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큐레이션이 독자에게 가닿는 걸 가로막는 요인을 단순히 웹툰 비평의 부족으로만 다룰 순 없다. 문제는 웹툰 비평이라는 이름 아래 흩어진 글,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글, 혹은 대상의 범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글과 기획 방향성에 있다. 큐레이션은 대상을 골라내는 데 멈추는 게 아니라, 대상을 연결하고 감상의 경로를 만드는 작업이어야 한다.


웹툰의 편성화 : 필요와 조건


웹툰은 플랫폼 중심의 주간 연재 시스템, 글과 그림의 결합, 회차 단위의 서사 진행이라는 매체 환경으로 인해 서로 연결 가능한 요소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장르 변주와 완결작의 재호출은 물론이고, AI가 미칠 영향, 독자 반응을 이끌어낸 서사적·연출적 요소, 작품별 감상 방식의 차이 등 웹툰을 둘러싼 고찰 역시 여러 방식으로 가능하다. 웹툰은 장르, 회차, 연재 상태, 독자 반응, 플랫폼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웹툰 큐레이션에는 정교한 구성과 기획이 요구된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목록이 아니다. 목록 안의 웹툰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떤 기준으로 함께 읽힐 수 있는지, 독자가 그 흐름을 따라가며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매체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시하는 일이다. 따라서 웹툰 비평이 독자의 가이드로 자리매김하려면 큐레이션은 목록화에서 편성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때 편성화란 웹툰을 임의로 묶는 일이 아니다. 웹툰의 현황, 읽어야 할 범위, 함께 읽힐 기준, 독자가 감수해야 할 스포일러의 범위를 정리함으로써 독자가 실제로 웹툰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먼저 큐레이션의 대상을 명시해야 한다. 웹툰은 유료 회차를 포함해 적으면 5화, 많으면 15~20화 분량으로 런칭(launching)되곤 한다. 그러나 담고 있는 정보량과 서사 진행 속도는 작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러닝타임이나 완결 회차가 처음부터 명확히 공표되는 매체가 아니기에, 독자는 일정 부분 믿음과 신뢰로 매주 웹툰을 따라간다. 완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시즌1의 끝을 목전에 두고 있는지, 아직도 갈 길이 먼지 독자로선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은 언급하는 웹툰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대상은 30화 이내의 새로운 웹툰, 시즌1을 완결한 웹툰, 시즌2 이상 진행 중인 작품, 완결작 혹은 출판물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시즌제 웹툰의 경우 장기 휴재 여부를 함께 확인할 필요도 있다. 시즌1을 완결했다고 하더라도 수년간 후속 시즌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독자가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은 달라진다. 따라서 웹툰의 현황을 명시하는 일은 단순한 부가 설명이 아니다. 독자의 ‘모험’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최소한의 안내다. 큐레이션 글을 읽고도 해당 웹툰의 연재 상태와 감상 범위를 다시 추적해야 한다면, 독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가이드라고 보기 어려울 테다.


대상의 현황을 밝힌 뒤에는 회차나 페이지를 안내해야 한다. 플랫폼을 살피면 200화를 거뜬히 넘기는 웹툰이 수두룩하다. 이때 독자가 관심을 가지는 건 해당 웹툰 그 자체일 수 있지만, 정확히는 해당 작품의 독특함과 정체성이 선명히 드러나는 지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서사의 방향성과 캐릭터 및 세계관 설정을 이해하기 위해 1화부터 살피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겠지만, 모든 독자에게 장편 웹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요구하는 방식은 큐레이션의 역할과 거리가 있다. 큐레이션은 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을 제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웹툰 비평은 “몇 화부터 몇 화까지 보면 특정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명시할 의무가 있다. 특정 웹툰의 장르 변주를 논한다면 해당 변주가 두드러지는 회차 범위를, 캐릭터 간 관계의 전환을 말한다면 해당 관계의 변곡점이 포함된 구간을, 연출적 특징을 다룬다면 해당 연출이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에피소드를 안내할 수 있겠다. 이는 웹툰을 잘라 소비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장편 웹툰을 무리하게 요약하지 않고, 안정적인 진입을 통해 작품 전체를 살필 수 있도록 견인하는 방식이다. 


다만 큐레이션에서 언급할 에피소드의 적정 분량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웹툰은 개별 회차마다 정보량의 편차가 크고, 작품마다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독자 유입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간이나, 기존 에피소드들을 총망라하는 최종 국면만을 제시하는 데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큐레이션은 독자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적절한 진입점을 제공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정보는 어느 정도 형식화될 수 있다. 이를테면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은 최소한 아래와 같은 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을 위한 기본 표기 항목. [필자 제안]


위 표는 큐레이션의 정답이라기보다 최소한의 기준에 가깝다. 대상의 현황과 회차 안내만 있다면 그것은 단순 정보에 머무를 우려가 있다. 큐레이션이 되기 위해서는 웹툰 선정의 기준과 해석의 근거, 카테고리의 명분, 완독의 의미와 가치가 암시되어야 할 테다. 예컨대 장르 변주를 기준으로 묶었다면 어떤 공식이 반복되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말해야 한다. 회차 설계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독자를 붙드는 후킹 포인트 배치, 에피소드 분절, 감정 축적 방식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 범위의 표기도 빼놓을 수 없다.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는 식의 단순 안내는 웹툰의 독특한 연재 시스템을 고려한다면 다소 낙관적인 접근이다. 장편 웹툰의 경우 특정 회차 이후의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도 초반 감상이 달라질 수 있다. 큐레이션이 독자의 감상 경로를 안내하려 한다면, 어디까지 말할 것인지 역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결말을 포함하는 글인지, 핵심 반전을 다루는 글인지, 특정 회차 이후의 전개를 전제로 하는 글인지 알려주는 일은 과한 친절이 아니다. 독자가 자신의 감상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배려이다.


위 방식의 가이드는 특히 장편 웹툰에서 중요하다. 제목만으로 에피소드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웹툰은 많지 않다. 또한 플랫폼의 회차 목록만으로는 어느 구간에서 어떤 장르적 변주, 캐릭터의 변화, 연출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웹툰 비평은 웹툰을 해석하는 글인 동시에, 독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글이어야 한다. 목록 안의 작품들을 묶는 기준, 읽어야 할 범위, 독자가 감수하게 될 정보의 수준을 함께 제시할 때 큐레이션은 웹툰을 나열하는 목록화에서 벗어나 독자의 감상 경로를 설계하는 편성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 필요와 방향성


물론 웹툰 비평은 큐레이션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웹툰이 플랫폼 안에서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환경에서, 웹툰 비평이 대중적 가이드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큐레이션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추천이 아니라, 어떤 웹툰을 어떤 범위에서 어떤 기준으로 읽을 것인지 제시하는 일이다.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이라고 해서 밀도를 낮추는 방식이어서는 안 될 테다. 오히려 비평의 판단을 독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경로로 조정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웹툰의 현황을 밝히고, 회차와 에피소드를 안내하며, 편성 기준과 스포일러 범위를 명시할 때 독자는 단순 추천 이상의 판단 근거를 얻는다.


결국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은 작품을 고르는 일에서 멈추지 않고, 웹툰에 접근하는 경로를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해당 경로를 통해 낯선 웹툰을 만나게 하며, 이미 읽은 작품의 의미를 갱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평의 판단과 독자의 감상 사이, 서로의 필요와 방향성이 맞아 떨어질 때 ‘큐레이션으로서의 웹툰 비평’이 비로소 ‘가능’하지 않겠는가. 

필진이미지

김득원

만화 평론가
E-mail: dokwon0o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