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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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과연 글로벌인가? 웹툰의 글로벌 현지화를 위한 조건으로서의 웹툰 교육 표준화

콘텐츠의 글로벌화 다음에는 공통의 핵심교육과 지역별 현지화 교육을 구분하는 방식의 교육과 제작 시스템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2026-08-26 안소라

웹툰은 과연 글로벌인가? 

웹툰의 글로벌 현지화를 위한 조건으로서의 웹툰 교육 표준화 




웹툰의 글로벌화와 지금까지의 웹툰 교육


현재 웹툰 산업의 규모와 해외 진출만 놓고 본다면 이제 웹툰의 글로벌화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웹툰 산업 매출은 2조 2,856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수출의 권역별 비중역시 일본 49.5%, 북미 21.0%, 중화권 13.0%, 동남아시아 9.5%, 유럽 6,2%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를 볼때 웹툰이 더 이상 한국 안에서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도자료 中일부 캡처

그림 1-1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 중 웹툰 산업 규모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한국의 웹툰 작품과 플랫폼이 세계로 진출한 것과 ‘웹툰’이라는 창작 형식 자체가 세계화된 것은 같은 의미일까? 지금까지 웹툰의 글로벌화는 상당 부분 작품의 번역과 유통, 플랫폼의 해외 진출, IP의 수출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웹툰 산업관련 실태조사 및 해외 진출 동향 보고서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해외 시장 성과와 확장 전략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화의 초점이 주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웹툰을 어떻게 해외 시장에 확장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웹툰을 해외시장에 확장하는 방식은 현지의 문화와 산업 구조의 차이로 인해 이 또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웹툰의 글로벌화는 단순한 수출이나 확장이 아니라, ‘웹툰’이라는 형식 자체가 하나의 보편적인 창작 언어로서 세계 각지에서 재현되고 학습될 수 있는 공통된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림 1-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 중 웹툰 산업 수출 현황


웹툰 교육도 산업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일찍부터 웹툰 제작과 관련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2016년 한국콘텐츠아카데미 신규 교육 과정에는 스케치업을 활용한 웹툰 배경 제작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후 2021년 제작된 웹툰 스토리와 콘티 구성 과정의 경우 웹툰 시장과 기획, 인물과 사건의 구성, 콘티 연출 요소, 칸 연결법, 콘티 실습을 하나의 과정으로 구성하고 있다. 한편 전문대학을 비롯한 직업 교육에는 국가직무표준(NCS)을 활용해 교육 과정을 체계화하는 방식이 도입되어 왔다. NCS가 제시하는 전문대학 교육 과정 설계 절차는 산업과 교육 현장의 요구 분석에서 시작해 인재 양성 유형과 교육 목표 설정, 직무 정의, 직무 모형 검증, 교과목 도출, 교과목 프로파일 작성, 교육 과정 로드맵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직무를 교육 내용과 연결하고, 무엇을 어떤 단계에서 가르칠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기본적으로 국내 웹툰 산업에서 활동할 창작자와 실무자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발전해 왔다. 


2024년 7월 일본에서 <한국의 인기 웹툰 작가가 쓴 세로 스크롤 만화 제작의 기초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다음 화가 궁금해지는 웹툰 연출(I'M CURIOUS ABOUT THE WEBTOON DIRECTING FOR THE NEXT EPISODE>


하지만 현재 웹툰이 세계의 콘텐츠가 된 만큼 웹툰 교육에도 다른 관점의 질문이 필요하다. 한국의 웹툰을 외국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 다른 나라의 창작자가 웹툰의 제작 방식과 매체적 문법을 배우고 자신의 문화와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는 지난 20여년간 웹툰 산업과 그와 더불어 축적되어온 웹툰 교육의 경험 가운데 무엇을 세계 어디에서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교육기준으로 삼고, 무엇을 각 국가와 문화의 환경에 맞게 달리 가르칠 것인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글로벌화 다음에는 교육과 제작 시스템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로벌화를 위한 새로운 웹툰 교육 표준



그렇다면 웹툰 교육의 글로벌화에서 무엇을 표준화해야 할까. 글로벌 교육 표준화는 한국의 웹툰 제작 방식을 다른 국가에 그대로 이식하거나, 세계의 창작자들에게 동일한 방식의 창작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웹툰이라는 매체를 창작하기 위해 필요한 공통의 원리와 역량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국가와 지역의 문화·산업 환경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야 한다. 

웹툰에는 국가가 달라지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매체적 특성이 있다. 모바일 화면을 기반으로 한 세로 스크롤, 칸과 칸 사이의 간격을 활용한 시간의 조절, 장소의 변경, 스크롤에 따른 정보의 순차적 노출, 회차 단위의 서사 구성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 콘티와 연출, 작화와 색채, 기획에서 연재까지 이어지는 제작 과정이 포함된다. 또한 현재의 웹툰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통되고 다양한 2차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독자, 저작권과 계약, IP활용 등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역시 공통 교육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국내 웹툰 전문인력 교육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2025 웹툰 엑스퍼트 프로그램>은 웹툰의 기획과 제작 뿐 아니라 사업화와 글로벌 비즈니스를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으며, 현직 웹툰PD를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 분석, 국가별 현지 특강, 해외 바이어와의 비즈니스 미팅 및 컨설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웹툰  전문인력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작품을 제작하는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시장과 독자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년 <웹툰 엑스퍼트 프로그램> 2기 교육생 모집 공고 中


해외에서도 웹툰을 단순히 수입하고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현지 창작자를 직접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위클리글로벌>은 2024년 프랑스 앙굴렘에서 웹툰 전문 아카데미가 설립되어 12명의 프랑스어권 작가들이 웹툰 창작 교육에 참여하였음을 전하였다. 2025년에는 유럽의 웹툰 아카데미 현황과 이를 독일 시장에 적용한 가능성을 다룬 보고서도 발간되었다. 2026년 여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청년을 위한 글로벌 웹툰 창작 교류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웹툰이 해외에서 하나의 소비 콘텐츠를 넘어 교육과 창작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2025년 <웹툰 엑스퍼트 프로그램> 2기 교육생 모집 공고 및 에듀 코카 교육 강좌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국가의 교육내용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핵심교육과 지역별 현지화 교육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공통의 핵심교육에서는 웹툰의 매체적 문법과 스토리, 캐릭터, 연출, 제작과정, 플랫폼과 IP, 저작권 등 웹툰을 창작하고 산업 안에서 활동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다루고, 지역별 현지화 교육에서는 각 국가의 문화와 서사, 독자의 취향, 장르 관습, 플랫폼 환경, 관련 법과 계약 제도 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스크롤이라는 매체적 특성과 컷의 연결, 디지털 연재를 위한 서사 구성방법은 공유할 수 있지만, 어떤 인물을 만들고 무엇을 이야기 하며, 그것을 어떤 가치와 정서로 표현할 것인지는 각 국가와 지역의 창작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해온 국제사회의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훈련·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산업의 창작과 생산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따라서 웹툰 교육의 글로벌 표준화는 한국 웹툰을 잘 만드는 방법을 세계에 보급하는 방향이 아니라 웹툰이라는 매체의 공통된 창작 원리를 공유하고 각 지역의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2026 청년 K-컬처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중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웹툰 교육 현장 모습.  



AI 시대, 웹툰 교육의 글로벌 표준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웹툰교육의 글로벌 표준을 논의할 때 생성형AI는 더 이상 제외하기 어려운 요소가 되었다. AI는 스토리와 이미지 생성, 배경과 채색, 번역과 영상화 등 웹툰 제작 전반에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글로벌 교육의 핵심은 AI프로그램의 사용법을 표준화 하는데 있지 않다. 생성형 AI의 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고, 국가와 교육기관마다 접근 가능한 도구와 비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유료 AI서비스의 구독료와 사용량 제한은 교육 기회의 격차로 직결될 수 있다. 이는 AI활용 교육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가 일정 수준의 기술 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문제와 함께 설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AI 시대의 제작 방식이 아닌 교육 목표이다. AI시대의 교육 목표는 AI를 얼마나 잘 생성하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로 생성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창작 의도에 맞게 선택·수정·재구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웹툰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창작물에는 현실적 정확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판타지와 장르적 관습, 만화적 허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가 일관되는지, 연출이 의도한 감정을 전달하는지, 선택한 표현이 작품의 맥락 안에서 설득력을 갖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인문학적 소양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가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낼수록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창작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AI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판단의 기반이 된다. 한편으로 이에 따라 평가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완성된 결과물만으로 역량을 판단하거나 AI 사용 여부를 단순히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제시한 스토리, 콘티, 이미지 등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 수정하는 과정 자체를 평가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결국 웹툰의 글로벌화는 작품과 플랫폼의 해외 진출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지의 창작자가 웹툰이라는 형식을 배우고 자신의 문화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웹툰은 하나의 글로벌 창작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 환경을 반영하면서도 각 국가와 지역의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의 표준이 필요하다. 이제 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해 작품뿐 아니라 웹툰을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의 글로벌화를 함께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필진이미지

안소라

만화평론가.
공주대학교 만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영상대학교, 배재대학교, 공주대학교 등 만화 웹툰 관련 학과에 출강했다.
현재 대덕대 웹툰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