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비평 23호에서는 만화작가인 동시에 각계의 만화관련 종사자들인 인디만화잡지편집장, 기획자, 강사, 출판사대표를 패널로 구성하여 좌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만화계 전반을 1차 이해당사자인 작가의 시점에서부터 풀어보려는 기획의도입니다. 작가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경험과 사례를 통한 입장이므로 단초를 잡아가는 순서로써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며 이후 보다 총체적인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만화비평 편집자
2004년, 작가들이 느끼는 만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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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만화가 / 인디잡지 ‘바카스’편집장 | 변병준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 만화기획자 | 김병수 만화가 / 만화강사 / 만화컬럼니스트 | 김대중 만화가 / 만화출판사 ‘새만화책’대표 |
차례
[1] 좌담회를 시작하며
[2] 출판환경
[3] 교육환경
[4] 작가의 역할
[5] 생존하기와 발전하기
[6] 출판기획
[7] 현 만화계 에서의 긍정적인 부분
[8] 좌담회를 마치면서..
[1] 좌담회를 시작하며
편집장: 좌담회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전제할 사항이 있을까요?
변병준: 먼저, 어떻게 보면 오늘의 모임은 만화계 전반을 다루는 공적인 자리인데, 만화판을 한사람이 규정하는 것 보단 개개인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화판을 바라보는 쪽으로 갔으면 합니다.
편집장: 저희가 만화판 자체를 평가하거나 현재의 상황을 다루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으로 전제하죠.
변병준: 김성희씨가 편집장으로 있는 박카스라던가 김대중씨가 있는 새만화책 등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면 개별 사례로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장: 다들 동의 하십니까?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 출판환경
편집장: 먼저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만화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우선 현재의 상황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요.
변병준: 저부터 이야기하죠, 저는 일단 상업만화에서 출발을 했는데 현재 상업만화지가 많이 없어진 상태입니다. 남자만화의 경우 소년지와 청소년지가 많이 없어졌고 성인지는 전멸한 상태입니다. 상업지에서 출발한 저의 경우 활동할 지면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타격입니다. 인터넷을 어떻게든 상업지의 대안으로 활용하고 싶지만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아직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태라, 아직 거리가 있는것 같구요 또 인터넷은 현재 돈이 안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생계를 생각하면 더욱 고민이 됩니다. 생계를 위한 그림을 어디에서 그려야 할지가 큰 고민입니다.
편집장: 상업적인 지면이 없어 돈 벌기가 힘들다는 건가요?
변병준: 예, 그래서 제 경우는 지금 외도를 하고 있어요. 일러스트로 생활을 하면서 그 돈으로 만화그릴 자금을 마련하고 있죠.
김대중: 그런데 어떻게 보면 돈 벌 기회는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변병준: 만화를 이용해서요?
김대중: 대다수의 출판사들이 만화를 하려고 하고, 다른 매체들에서도 만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죠. 작가의 입장에서 문제는 그게 짧은 단발성의 일들이고 보통 경제적인 해결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만화는 하나의 언어이고, 또 예술이라고 생각할 경우 여러 가지 종류의 만화가들이 있을 거라고 보는데, 만화로 경제적인 문제와 작가로서 이야기하는 일이 동시에 되기 힘든 상황이 문제가 되는 거 같아요.
변병준: 저는 ‘예술’보다는 ‘작가로써 자기 이야기를 한다’로 의미를 확장하고 싶습니다만..
김대중: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은 안 되는데 돈 벌수 있는 상황은 그런대로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부분이 예전보단 나아진 것 같습니다.
편집장: 물리적으로만 놓고 보면 김대중씨가 얘기 한것처럼 생계문제를 해결할 부분이 넓어졌구요, 만화에 상업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 그 두 가지가 있다 라는걸 생각했을 때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아직 해결되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네요..
만화 외의 다른 문화들을 보면, 이를테면 영화의 경우에서 예술영화라든지 독립영화를 보면 상황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체의 근간이 되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상영해 줄 극장이 부재했다던지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론들을 모색해봐야 할 것 같구요. 근래에 들어서 만화관련 기관들이 많이 생기고 여러 지원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토양이 더 황폐한 만화계에 어떤 선결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진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변병준씨의 경우 그나마 관련기관의 수혜를 잘 활용해오신 것 같지만 근본적인 방안이 안된것 같은데요..
변병준: 저 같은 경우에는 만화로 기본적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쉽지가 않다라는거죠..
편집장: 문화 전반에서 기본적인 접점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속성인것 같습니다.
인디음악쪽의 경우에도 개인이나 팀이 큰 성공을 하면 좋겠지만, 자체적으로 재생산 할 만큼의 현상유지만으로도 1차적인 충족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를 보면 인디쪽 어려운 아티스트들이 본업외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우리와 같지만, 시스템의 환경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또 그렇게 공연을 하다가 그게 메이저랑 연결이 돼서 또 다른 쪽으로 나아가는 시스템이 있죠, 이런 부분은 근래에 와서 국내의 경우에도 좀 좋아지긴 했지만, 그 동안 열악했던 부분이었죠. 상대적으로 만화쪽은 더 어려웠구요, 국내 만화계의 중소 출판사나 언더 혹은 인디씬인 ‘화끈’, ‘코믹스’, ‘악진’, ‘오즈’ 등의 1차적인 목적 역시 자유로운 창작과 자체적인 재생산 같습니다. 우선 그정도만 되어도 만족이고 혹은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있게도 되는것이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 정도까지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부분에 활기를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부분을 고민하면서 전반적으로 뭐가 필요한지를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만.
변병준: 영화쪽과 만화쪽을 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봤을 때, 만화를 선택한 사람보다 영화를 선택한 사람이 훨씬 척박한 현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의 경우 영화보다 접근하기가 용이하잖아요. 인터넷만 해도 그렇죠, 그리고 종이로 된 매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가 필름으로 돌아가야 되는 한계에 비해 더 확장성이 크죠, 인터넷 안에서도 영상에 대한 접근보다는 만화에 대한 접근이 훨씬 더 쉽구요. 그런 면에서는 창작하기에는, 혹은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기에는 만화라는 장르가 훨씬 더 용이하고, 이런 점이 다른 매체와 비교해서 장점인 것 같아요.
김병수: 제가 볼때, 지금 만화계는 격변기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강의할 때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다들 동의하시겠지만 대여점 시스템이 붕괴되고 메이저 만화잡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져가잖아요, 과거형의 대본소, 대여점 시스템으로 유지 돼오던 한국의 만화시장이 완전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대본소나 대여점이 새로 어떤 힘을 받아가지고 만화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그 시대도 끝난 거 같습니다.
한편으론 온라인 만화, 서점용 만화, 학습만화, 교양만화... 또는 전 매체에서 만화의 수요가 더 많이 늘어나므로 해서 전반적인 상황이 굉장히 바뀌어가구요, 저는 작가들이 가져야 할 태도 중에서 이를테면 이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일본식의 만화시스템, 다시 말해 잡지에 연재하고 단행본내던 시스템에 의존했던 작가들이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시스템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만 있을 것이냐, 아니면 격변하고 있는 시기에 온라인이건 아니면 서점용 단행본등 새로운 시스템에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가진다거나, 스스로 담금질을 할 것인가, 이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온라인 만화가들 경우는 과거 시스템이었다면 거의 인기를 끌 수 없고, 각광받을 수 조차 없었던 아마추어적인 그런 작가들이죠. 그런데 오늘날에는 인기작가 대열에 섰습니다. 대세가 그렇다면 작가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어떻게 적응해야 될 것인가, 만화가로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생존해 나가야 하는가. 이런 것이 현재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변병준: 일전에 대중씨가 잠깐 얘기했던 것인데, 온라인 쪽의 스타일이 약간 아마추어적인 느낌도 있지만 훨씬 더 접근하기 쉽고, 호흡이 짧은 분량의 만화들이 많죠, 점점 인기도 얻구요, 하지만 지금 긴 호흡의 만화를 젊은 작가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병수: 그렇죠.
김대중: 현재 정기적인 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기반이 되어 작가가 만화예술의 복합적인 총체로서 긴 서사물이 나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기반이 없으니까요.
변병준: 보통 저희가 긴 호흡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만화를 한국만화에서 보다는 일본만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에 비해 온라인 만화가 잘 구축되어있고 그게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 너무 고무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씨가 얘기했던 길고 큰 호흡을 가지고 가는 만화가 지금 많이 죽은 것은 잡지가 점차 소멸되면서부터 이구요, 아까 김병수씨께서 예전 만화에 대한 환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지금의 젊은 작가들이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이 문제인 거 같아요.
편집장: 수요의 문제라든지 전반적인 여러 가지 문제로, 지금 잡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현재로써는 긴 호흡의 작품을 할 수 없어지는 걸까요?
김대중: 우선은 작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국외의 경우에도 꼭 잡지가 있어서 작가가 긴 작품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니까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작가가 자기 나름의 지조를 가지고 대처를 해야 되는 거 같아요. 매체가 없다면 작가가 스스로 버텨야 되고, 그런 샘플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출판사 등과 결합을 해서 작가에게 지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죠.
김병수 : 저 역시, 온라인이 만화의 새로운 대안이라기 보단 만화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매체가 생긴 것 같아요.
변병준: 각광받는 매체죠.
김병수: 그렇죠, 각광받는 하나의 매체가 생긴 것 같습니다. 표현하기 적합한, 만화랑은 아주 궁합이 잘 맞구요. 하지만 잡지의 경우는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해 있고, 특히 일본이라고 하는 거대한 시스템하고 싸워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럽죠, 그래서 작가들이 기존의 만화 잡지들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편을 목적으로 하시는 작가분들의 경우, 일간신문의 경우를 상정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그것도 하루에 네 다섯 페이지씩 해야 되는 그런 불합리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건너 뛰어가면서 할 수 도 있죠. 그 다음에 최근 무료 신문들도 많이 나와서 좋은 기획을 갖고 있다면 방법이 될 수 있구요, 또 지금은 교양쪽으로 치우쳐있지만 출판사에서의 경우도 순수 창작물이 가능할 수 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길찾기 에서 나온 ‘십자군 이야기’ 같은 경우는 하나의 사례로서 생각해 볼 수도 있죠, 그렇게 보면 잡지가 줄어들었지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나 매체는 많아진 것이죠. 단지 이런 환경들이 작가에게 수익을 바로 가져다주지 않으니까 굉장히 곤란한 지경에 와버린 거라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해결방안들이 정부나 관련기관 같은 곳에서 지원을 하고 투자를 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맞춰주는 쪽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독자를 통해서 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우리작가들이 놀아야 된다는 거죠. 어차피 지원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거기에만 의지하다 보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인프라적인 부분을 나서줘야 될 것 같습니다. 영화의 경우 스크린 쿼터가 최소한의 장치로 존재하는 것처럼요.

변병준: 이희재 선생님이 우만연 회장 되신 후 뵐 기회가 있었는데, 쿼터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잡지사에서 단행본을 출판할 때에 일본만화 비율이 굉장히 센데, 현재 일본만화를 90정도로 보면 70정도로 제한하고 나머지 30가 한국만화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쿼터제를 요구하려고 준비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병수: 저는 쿼터제의 경우도 기대가 크지 않습니다. 만화는 영화랑 달라서 이미 단행본으로 거의 다 들어올 수 있는 구조죠, 잡지에서의 비율이 조금 높아지고 낮아진다고 해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이냐는 말이죠, 그리고 현재의 만화 잡지 자체가 3천부, 5천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 입니다. 이미 만화시장에서 영향력을 상실해버려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메이저 만화잡지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구요, 대신에 그 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출판사들이 메이저로 등장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서점용 단행본 형식의 만화가 계속해서 일정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혹은 그런 잡지를 만들어내는 출판사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획력을 갖고 있는 주간만화잡지도 나오고 월간지도 나오고 말입니다. 그런 기획들은 기존의 메이저 출판사보단 정말 새로운 마인드를 갖고 있는 오너들에 의해서 시도되었으면 좋겠구요.
편집장: 대중만화의 산업적인 부분 다시 말해 만화를 문화상품으로 봤을 때, 구매심리를 자극 할 만한 매리트가 있어야 되죠, 그리고 지금의 주 만화소비층, 특히 젊은층들을 보면 대체로 모든 미디어에 열려있습니다. 음악이나 영화나 공연 같은 기타 여러 가지 문화들에 열려있지요. 그래서 만화도 만화 안에서만 경쟁해서 될 것이 아니라 만화 외의 미디어들과도 경쟁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만화에 그런 메리트가 있는지? 없다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존의 잡지나 출판사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성희: 아까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말 하고 싶던 것이기도 한데요, 전 기본적으로 잡지들의 영향력이 약해진 이유가 잡지 스스로 시스템의 변화에 적응하거나 혹은 선별해야 될 입장인데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이 자연스런 결과로 보여요, 선도를 못했다는 의미죠. 기존에, 그러니까 예전 느낌의 작품들을 할 수 있는 신인만을 관성적으로 뽑으니까 새롭고 대안적인 작가는 없는거죠.
변병준: 작가를 키우기 보다는 작가를 기다렸죠.
편집장: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획을 한다든지 혹은 작가를 다양하게 활용할 생각을 못했던 거같네요.
변병준: 출판사에서 하나의 잡지 혹은 단행본을 만들 때, 작가선택을 생각하면 사실 작가가 적지 않나요?
김대중: 제가 볼 땐 굉장히 많은 작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병준: 많다구요?
김대중: 실제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전국 대학교만 해도 한 해에 몇 백 명씩 배출이 됩니다. 뭐 학교 교육의 한계니, 맹점이니 해도 재능 있는 사람들도 있고, 대학 내 동아리도 있고 학교 외에도 만화 관련 동아리가 많죠, 작가는 찾지 못한다는 것이 한계일 뿐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작가는 없다’라고 하는 생각은 기존의 정의와 양식에 시각을 맞추고 있다는 거죠. 만화는 그냥 하나의 언어일 뿐입니다. 그런데 작가들 스스로도 이것을 인식 못합니다. 자기가 뛰어난 작품성을 갖고 있고,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은 사람임에도 기존의 양식과 맞지 않기 때문에 출판도 못하고 그 스타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편집장: 저도 비슷한 생각이 했었던게 우리나라에 레제르 같은 작가가 나왔으면은 빛을 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특히 예전 같은 경우라면 더...
김대중: 그런 면에서 변화의 시기라고 봐요, 그런 작가들이 요즘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에 인터넷만화 붐이 일면서 갑자기 책들이 많아진 영향도 있구요···.
편집장: 예비작가는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대중: 그건 출판사에서 역할을 해줘야죠. 그 출판사의 출판 방향과 맞는 작가들을 컨택을 하고, 없어도 찾아내고 안되면 길러내고, 그런 유도를 해줘야죠.
김병수: 좋은 잡지를 만드는데 있어서 출판사 데스크가 해줘야 하는 역할은 좋은 작가들을 자꾸 길러내는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관성적으로 오는 사람만 있었고, 그 수많은 숨어있는 인재들을 직접 발로 뛰어서 찾아내보려는 노력을 안 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격월간지 하나, 격주간지 하나를 불과 서너명이 붙어서 했거든요, 원고 마감만 해줘도 고마운 상황이죠. 과거의 호황이었을 때 발전된 시스템을 갖췄어야하는데(일본식의 시스템처럼 작가대 기자의 수를 늘린다던지 하는)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스스로 기획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의 대안으로 대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기존의 출판사가 이래왔기 때문에 극도의 메이저 혐오증에 빠져 있습니다.

[5] 생존하기와 발전하기
변병준: 김성희 작가 경우 만화가이자 바카스 편집장으로 여기 참석했고 바카스가 동인지를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동인지에 대한 저의 불만을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요, 아닌 작품을 확실히 아니라고 지적할 수 있는 맺고 끊음이 부족한 것 같구요, 인맥으로 맺어진 집단에서의 유연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성희: 저도 그 점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이었어요, 모두가 즐거워야만 하나? 모두 다 같이 가야만 즐거운 것인가? 이 부분에 많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바카스의 경우는 다행히 인터넷이라는 부분도 있어서 작품집과 별개의 작품은 웹에서 먼저 하고, 출판에 있어서는 강력한 편집권을 행사하자. 그 강력한 편집권이라는 것은 작가 본인에게 의미있는 결과물이라는 것과 최선의 컬리티라는 기준을 두고 하기로 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편집권을 본다는 것은 상업적 성과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잡지시스템의 의미이지, 동우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역동성에서는 다를 것 같아요. 결국 이것 또한 모호한 편집권이지만, 우리에겐 의미있는 규제예요. 이것의 결과는 아주 느리지만, 바카스의 존속 자체가 동호회의 침체와 한계라는 문제자체를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카스 자체가 정체성을 정해두고,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에 대한 숙제를 풀면서 가는 것에 그 모호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결과물로서의 동우회지를 보자면, 재미있게 담아내지 못해서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떻게 담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재료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요리를 내놓을 땐 어떻게 담느냐가 마지막을 결정하죠. 그 동안은 그런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필요에 의한 고민과 접근을 통해 다양한 포맷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희: 저는 그전에 대안이란 측면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기존 잡지를 기반으로 했던 많고 견고했던 작가층이 자신들의 포맷을 잘 다듬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매체를 잃고 밖으로 소외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궁금한게 그 분들이 했던 여러 활동과 힘들을 왜 응집하지 않았는가입니다. 스스로 잡지를 만든다거나하는 행동, 또는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발언을 하는것, 이런게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만화판에서 좀 답답해 보이는것이 새로운 작가는 예술적인 측면이나 혹은 대안적인 측면에서의 만화을 새롭게 모색해보고, 고민하지만, 만화 본연의 스토리 텔링을 잘 담지 못하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그렇다면 오랜 경험과 역량이 담보되는 분들이 지금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왜 그런 행위들을 안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억제된 호흡을 기면에 실으면서 답답해 했지만, 지금은 억제할 필요는 없는데, 수용되는 곳이 없다는 것만을 보시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자유로운 호흡을 위해 설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편집장: 젊은작가들은 그 시대를 체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한게가 있다고 봅니다. 알려진 역사 외에 지금 자각하기 힘든 또 다른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구요. 그리고 새로운 작가도 마찬가지지만 기존의 작가분들도 급변하는 트랜드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성희: 그분들의 트렌드가 분명히 있어요. 왜냐면 상품이라는 것은 한 사람만 사는게 아니거든요, 상품의 층은 다양하고 깊어야 그 저변 자체가 오래가죠.
편집장: 기본적으로는 그렇지만 상품이 좋아도 안팔리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상품보다는 기획이나 마케팅에 의존해서 성과를 보이느 경우도 있죠..
변병준: 어느 정도 세대의 작가분을 말씀하시는거죠?
김성희: 이를테면 여러 잡지매체 중에서 한번 이상 인기를 얻었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셨던 분들을 말하는건데, 그런 분들이 점차 자기 매체들을 잃어가고 있죠, 또는 못한다는 말을 하고 다른 일을 하시기도 하구요. 저는 자기 모색을 안하는것은 스스로 자기 자리를 버리는 것 같거든요. 그것이 강요되거나 책임을 물을 성격은 아니지만 세대를 이어갈 작가의 입장에서 충분히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화판에서 어른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 스스로의 그것들을 안한다는 것에 대해서요.
김병수: 그런데 저는 작가 개인이 뭉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작가들을 탓하지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볼 필요도 없구요. 왜냐하면 당대에 인기가 있었던 작가가 후대에도 인기가 있어야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후대에서 발언의 기회를 잃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상황을 바꿔야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지금 우리가 그때의 작가분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포장하거나 그분들 스스로에게 자신들을 포장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작가 개인의 역량이 끝났기 때문에 순수한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반면 이두호선생이나 허영만선생처럼 활발한 경우도 있구요. 또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현재 인기있는 작가들도 못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 굳이 과거 작가들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죠.
그리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아까 김대중씨가 얘기한 작가는 많다는 것과 변병준씨가 얘기한 작가가 없다는 것, 저는 이것이 작가는 많은데 작품이 없다라고 느껴지거든요.
변병준: 저는 작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병수: 그런데 제 주변만 둘러봐도 분명히 능력있고 실력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 전혀 작업을 못하고 있거든요. 물론 작가 스스로 포기한 측면도 있겠지만...
편집장: 변병준씨가 말씀하신 작가가 없다는 것이 작가 후보군도 없다는 건가요?
변병준: 예.. 후보군도 없다고 봐야죠, 그리고 경력이 있는 작가 분들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저 같은 경우 발표지면을 생각할 때 인터넷의 등장으로 헛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성 작가 분들은 더욱 그럴 것 같구요. 그 분들 중에서 인터넷을 통한 작품발표를 시도했다가 결국 유야무야 된 경우도 있죠, ‘바람의 나라’같이 길게 갔던 작품을 인터넷 속에서 다시 이어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의 인터넷의 특성은 그런 길게 가는 흐름이 아직 무리인 것 같습니다. 잡지라는 예전 매체에 적합한 작품에는 인터넷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거죠, 적어도 현재까지는요..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대안적인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굳이 작품 스타일을 바꾸지 않더라도 한창때의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해 가거든요. 이를테면 고르고13은 계속 발표할 지면이 있죠, 설령 화면이 좀 줄더라도 문화적인 측면으로서 계속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되있는 데 저는 그런 토대가 굉장히 부럽습니다.
지금 기성 작가분들이 발표할 지면이 없는 것은 당시의 작가들의 문제라기 보단 지금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김대중: 지금 그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미 끝이 난 것 아닐까요?
변병준: 최근에 고우영 선생님의 삼국지를 필두로 해서 복간 만화붐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수요를 만들었거나 의미를 찾았다는 것에서 그런 시스템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김대중: 예전엔 출판이라는 역할의 중요성이나 문화계 점유율은 굉장히 컸지만 요즘의 출판은 영상매체나 인터넷 같은 다른 매체에 비해서 영향력을 갖기 힘들죠.
변병준: 상품으로서 접근하면 그렇지만 문화적인 측면을 봐야죠,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합니다. 만화계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 적극적이고, 더 논리적이고, 왕성할 때 문화관련 정부기관에서도 그 만큼의 지원을 더 하게 되는거구요, 영화인들이 삭발을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쿼터제를 유지했고 지금의 영화계가 있습니다. 만화계에서도 그런 강력한 요구들을 더 해내고 좀 더 많은 지원도 확보해야죠.
편집장: 그런데 외국의 ‘고르고13’이나 지금도 계속 팔리는 ‘땡땡’, ‘아스테릭스’는 국내의 ‘고우영 삼국지’나 스테디셀러인 ‘윤승운의 조선 왕조 오백년’ 같은 만화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윤승운선생의 만화는 학습만화붐을 업은 측면이 있고, 고우영선생의 삼국지는 재미를 담보했지만 문화계 전반에 분 복고 붐의 영향을 업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우리는 예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기본적으로 소홀한 것 같습니다.
김병수: 저는 영화쪽처럼 지금 만화계에 필요한 것들을 통합해서 조성할 수 있는 정부가 후원만 하는 만화진흥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업에 있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모든 정책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작가들의 경우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진화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과 일본식이 절충되면 좋겠구요. 우리가 일본 만화 잡지 시스템 안에 있고 또 일본작품의 영향력 안에 있죠, 똑같은 조건으로의 경쟁은 힘들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부분은 가져와죠..
변병준: 일본을 이긴 적은 있어요.
김병수: 물론 몇 개 작품들이 개별적으로 이길 순 있죠, 하지만 한 잡지에 50명이라는 기자가 붙고, 1억 2천~ 3천이라는 독서시장에서 살아나와 국내에 들어온 만화랑 국내에서 세 명의 기자가 모여 만든 인기있는 만화들의 경쟁이 가능하냐는 거죠, 몇 개의 작품에서 성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변병준: 그 논리는 헐리우드 시스템에 우리가 도전하지 못 한다는 거랑 비슷할 수 있어요, 처우 면에서, 자금 면에서 아니면 보수면에서 헐리우드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김병수: 오히려 저는 메이저 만화 잡지 시스템에 회의적인 부분을 딴 방향에서 극복하자는거죠.
변병준: 저는 메이저 시스템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아요. 물론 메이저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만, 메이저 시스템만의 장점도 있거든요..
김대중: 어찌 되었든 다양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만화판의 문제가 다양성 부재였습니다, 메이저가 다였죠. 지금은 좀 변해가지만요···.
제 생각엔 메이저 대 비주류의 구도도 괜찮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합당한 구조는 메이저와 비주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문학을 모델로 삼을 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문학 쪽을 보면 사실 작가로서 승부를 하죠.
변병준: 저는 오히려 문학판이 더 심하다고 들었는데..
김대중: 그건 개별적인 작가차원의 수준이죠, 이를테면 이문열이란 작가 있으면 이문열이란 작가가 있는것 이지 파가 있거나, 장르가 있거나, 이 사람이 팔리는 방식에 다른 차이가 있거나 그런게 없다는거죠.
김성희: 장르나 파는 있죠..
변병준: 만화쪽에도 그런 작가분이 있지않나요? 허영만 선생같은..
김병수: 김대중씨 얘기는 예를 들어 민음사나 김영사 같은 문학계의 거대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 한권이든, 진짜 무명의 개인 이름으로 내는 책 한 권이든, 실제로 책이 서점 안에 들어가는 무게감이나 느낌은 거의 똑같다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만화쪽에서는 서울문화사에서 나오는 아무개 만화와 새만화책에서 나오는 김수박 만화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만화 시장에서 그것이 지금은 바뀌어 가고 있고,
김대중: 이를테면 김성희는 바카스나 언더그라운드 만화가가 아닌 작가 ‘김성희’로서 이해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김병수: 저는 일본 같은 경우 지금 만화 대국이 된 이유가 독자들과 함께 자라왔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초창기의 데츠카 오사무 시절부터 계속적으로 만화를 보는 세대라는 거죠, 우리나라는 일정 수준이 되면 단절 되버려요.
어린이는 만화를 엄청나게 많이 봅니다. 학습만화가 우리 만화시장에서 제일 크죠. 그래서 아동 도서시장에 학습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구요,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딱지만 떼고 고학년 올라가 버리면 만화에서 손을 놓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만화에 있어서 제일 없는 층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입니다. 그 층이 볼 수 있는 건 대여점의 일본 만화나 그런 만화 잡지에 국한돼있어요. 그런데 지금 그것이 안 팔리니까 만화시장 전체가 불황인 것처럼 느껴지고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가는 그 층이 죽어버리니까 연령층의 흐름이 단절 되는거죠.
그리고 그 흐름이 성인으로 넘어갑니다. 물론 성인만화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스포츠 신문이나 성적인 코드가 두드러지는 온라인 만화의 형식으로 존재하긴 하죠.
아동 만화 시장은 엄청나게 크고 있고, 성인만화 시장은 스포츠 신문정도를 보는 것엔 익숙하지만 사보지는 않는 상황이죠.
김대중: 만화판을 가까이 들여다 보면, 작가 개인의 문제가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변병준: 좋은 작품을 그려내지 않는 것요?
김대중: 그렇죠. 시스템의 얘기도 많이 하고, 변화도 있고 하지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가 자기 스스로를.. 어떤 변화가 있어야합니다. 다른 판에서 작가들이 갖고 있는 예술에 대한, 예술과 생활에 대한 관점을 만화 작가들이 가져야 된다고 봅니다.
김병수: 아까 얘기 하다 말았는데 이제 우리나라가 유럽과 일본의 절충된 모델이 됐음 좋겠어요, 전업으로 만화를 해서 생활하는 작가 층이 있고, 그 다음 단계에서 만화와 딴 일이 접목돼있는 사람이 있고, 그 다음 밑 단계는 딴 일을 하면서 만화를 계속 그리는 지망생군이 있고, 이런 피라미드 식이죠. 우리나라 경우도 그렇구요.
그리고 나는 불황이지만 양영순이나 이두호 선생같은 인기작가는 불황이 아니죠. 허영만 선생은 더 그렇죠. 내 개인의 불황과 전체 시장의 불황을 우리가 혼돈할 필요도 없어요, 특히 학습만화 쪽은 대호황 입니다. 인터넷 쪽 온라인 작가들도 인터넷 자체로는 수익이 안되지만 이제 다른 매체로의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한 작가들은 거기서 받는 원고료가 꽤 되죠. 예전에 박수동, 신문수로 길창덕으로 대표되던 사보도 이제 젊은 온라인 만화가들로 계속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고, 홍보만화 역시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져서 작가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요소가 많죠.
저는 맨 위에 있는 사람을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맨 밑도 마찬가지이죠. 그쪽도 스스로 뚫고 올라온 다음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이거든요. 문제는 가운데 층이에요, 결국 우리는 가운데 층에서 완전히 만화로만 먹고 사는 층이 더 넓어지기를 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구조상으로 보면 이미 그런 부분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의 역할분담하고도 연계되는 문젠데 그래서 작가들도 하나의 만화로만 자기 자신을 100퍼센 넣지 말고 유럽처럼 아티스트로, 좀더 종합적인, 그러니까 만화가가 만화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도 그리고, 강의도 하고, 페스티벌 기획도 해보고, 전시도 한번 나가보고, 뭐 이런식으로 복합적으로 자기 자신을 하나의 만화인으로서 길러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봅니다. 물론 완전히 만화에만 들어가서 오로지 작업에만 해야 될 사람도 있어야 되겠지만, 그런 부분을 좀 오픈 시키고. 그 맥락에서 이렇게 출판도 하고 자기 자신이 책을 만들어내고, 내 작품도 한번 만들어보고, 동인도 모아보고 그런 분들도 많아져서 종국에는 허리층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일러스트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만화가가 하는 일러스트의 경우도 아르바이트나 외도로만 생각할게 아니라 하나의 작업, 영역의 확장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우일작가의 경우는 만화가이지만 노빈손 시리즈 등 일러스트레이터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잖아요.
김병수: 이번에 고우영선생이 만화인생 처음으로 김왕석씨 사냥소설 ‘맹수와 사냥꾼’에 삽화를 담당하셨다는데 보니까 엄청나게 잘 그리셨더라구요.
변병준: 어느 신문이죠?
김병수: 신문이 아니고 단행본으로 내는 건데 그게 만화에서의 감흥과 또 틀리더라구요, 그리고 신동우 화백 같은 경우도 삽화가로서도 굉장히 유명하셨죠. 그래서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지금 만화작가들이 전반적으로 순수하게 만화에만 집중하기 힘드니까 그래서 포기해버리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나니까, 일러스트도 하고 홍보나 캐릭터도 하고 캐리커쳐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중심만 잃지 않고 계속 만화를 했음 좋겠어요. 그리고 사실 만화가가 문화 전반에서의 쓰임새가 참 많은 장르기도 하잖아요.
변병준: 만화에 대한 개념을 너무 넓게 보시는 것 아닌가요?
김병수: 그런 것 자체를 만화로 보는 건 아니구요. 변병준씨는 순수한 만화가 아닌 그림으로서의 외도를 회의적으로 보세요?
변병준: 예. 이를테면 예전에 고우영 선생이 영화를 찍은 것을 만화계의 발전으로 볼 것이냐,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찍다가 문화부장관이 된 것을 영화계의 발전으로 볼 것이냐. 라는 건데요, 이창동 감독의 경우 영화계에서는 오히려 손해로 보는 측면이 있거든요, 이 사람이 여러 가지 문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 것 보다 한 편의 또 다른 멋진 영화를 만드는 것이 영화발전을 위해서 좋다고 이렇게 얘기를 한다는 거죠.
편집장: 순수한 영화쪽 입장에서 겠네요.
김병수: 그런데 문화계 전반으로 봤을 때, 어떤면에서 보면 이창동감독이 문화부 장관이 됨으로 해서 많은 개혁적인 조치들이 있을 수 있고...
변병준: 문화계 전반적으로써가 아니라 영화판 안에서 이창동 감독을 봤을 때의 말이죠. 물론 영화계쪽에서도 이창동감독이 문화부장관 된 것을 발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만화판 안에서 만화가가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가 되거나 아니면 영화감독이 되는 것을 만화의 발전으로 보고 싶은가 라는 거예요, 제가 볼 때 그건 아니거든요.
김병수: 저는 그것도 만화의 발전으로 보고 싶은 게 우리 사회가 그렇죠, 어느 날 의사가 만화를 그린다 그러면 이게 화제가 되요. 만화계 입장에서 보면 잉여 부분이 되는 거죠. 그리고 만화가가 영화를 찍었다. 이것도 전체로 봤을 땐 만화가의 역할과 영향력이 증대된다고 보거든요. 만화가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전방위적으로 활동을 할 필요가 있고 그러면서 다른 매체도 넘나들 수 있는 역량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탄핵정국이 일어나면 이문열작가나 황석영작가 같은 소설가한테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만화계도 역량이 확보되었으면 합니다. 일본에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으면 만화가한테 가서도 의견을 물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경우는 아니거든요.
변병준: 그건 소설가로서의 현실 시국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궁금한거잖아요. 만화가로서 발언하는 것이 아니고..
김대중: 문학계 인사들한테 사회적인 것을 물을때는 그 사람들이 문학가이기 때문에 그걸 묻는 건 아니죠.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당연히 보는 사람들도 신뢰를 하고요. 여태까지 사람들이 만화를 쉽게 보는 측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만화가가 지식인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김병수: 아니라고 생각을 하죠.
김대중: 그렇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만화가가 지식인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걸 원하고 필요로 하면 그렇게 되어야죠.
김병수: 그리고 그런 것이 만화계의 성과로 남아줘야 하죠.
김대중: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고, 만화계 내부에서 그런 인자들이 유입이 되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의 의식 자체가 향상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만화의 시스템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걸러졌던(생각은 있지만) 많은 것들이 이제 인터넷을 통해 그냥 자연스럽게 표출 되는 상황이 되었죠, 때문에 만화가 사회적인 반영들을 하는 중요한 위치가 있다고 보는데, 문학가들처럼 사회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는 건 만화에서 그만한 폭을 담아내는 작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6] 출판기획
편집장: 작가나 출판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할 때 어떤 문제가 나올 수 있을까요?
변병준: 출판사의 경우 상업적이지는 않더라도 작품이 좋으면 책을 내기도 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상업적으로 가능성있다고 판단되는 작품만 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김대중: 제가 볼 땐 독자수준의 눈에 맞춘 상업성만을 지향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상업성을 확보하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변병준: 보통 출판사에서 상업성을 얘기 할때, 지금 독자들이 뭘 요구하느냐를 생각하고 기획하는 만화, 요즘의 경우 파페포포 시리즈 같은 그런류의 만화를 봇물처럼 쏟아냈어요. 원래 그런류의 그림을 하던 작가분들의 작품도 있지만 출판사에서 만든 작품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 작가는 서점에가서 요즘 뭐가 팔리느냐 연구하기 전에, 차라리 방 안에서라도 여지껏 뭘 해왔고 앞으로 자신이 그려야될 그림이 어떤것인가를 고민을 하는게 훨씬 더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병수: 물론 작가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보구요, 출판사들이 가져야 될 것 중에 하나는 기획력인 것 같습니다. 새로이 만화 쪽에 뛰어드는 출판사들 경운엔 더욱 그렇구요, 보통은 검증받은 작가 개인의 작품이나 이미 발굴된 형식에 의존 하는데, 이런 수동적인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 하나는 출판사가 우선 어떻게든 상업적으로 성공하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겁니다. 황매의 경우 [귀여니] 작가의 작품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했습니다. 반면 박흥용 작품을 또 내죠. 이것도 하나의 사례입니다.
김병수: 황매의 노진수씨 같은 경우 만화 스토리 작가 출신인데다가 만화에 대한 열정이 큰데, 돈은 없고 그러다 귀여니 시리즈를 통해 정체성을 가지고 밀어붙여 볼 만한 자금력을 확보했죠.
귀여니 소설 자체에 대해, 문학적의미가 없다 혹은 요즘 새로운 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뭐 이런 것들은 논외로 하고, 요지는 그렇게 출판사가 자리를 잡고 정체성을 부각시켰다라는 거죠, 문제는 이 CEO 즉 오너의 의식 속에 항상 좋은 만화나 잡지를 내야겠다 라는 인식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새만화책이나 행복한 만화가게나 황매, 길찾기 같은 이런 종류의 출판사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게 우리 만화시장이 바뀔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지금은 김병수씨 말씀대로 급변하는 시기이고, 만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만화판 자체에 사람들의 변동이 많이 있는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편집장: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츠게 요시하루나 아트 슈피겔만 같은 국외 작가들 경우, 한 작가의 성공 이후 어떤 파장이 있었습니다. 츠게 요시하루는 일본 문화계 전반에 영향을 끼쳤고 슈피겔만은 자신의 영향력 증대 외에도 출판사를 만들어 크리스웨어같은 작가를 밀어주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작가가 성공이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적으로 어떤 흐름이나 사조를 만든다던지 판 자체를 개선 시키는 시도가 있었다든지 하는 사례가 없었죠, 물론 작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작가가 아직까지 없었던 것 일수도 있지만요..
김병수: 역사책을 뒤져보면 60년대엔 임창의 땡이문고라든지 하는 만화출판사들이 있었죠, 만화가들이 직접 만화출판사를 차리고 합동하고 치고받았어요.
김대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 자체에 의식이 성숙하지 않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만화가 대중적인 코드에만 항상 맞추려고 한 것 같고···. 어려운 작품도 편하게 인식하고 책을 사서 보는, 문학에 대해 일반 독자들이 대하는 통념 같은 것이 만화 쪽에서도 형성되어야 합니다.
편집장: 가치부여가 필요하죠.
변병준: 만화판이 많이 좁다고도 이야기하고, 만화판 안에서만 놀지 말고 다른판과 연계하거나 섞이자 라고 이야기합니다. 혹은 만화계에서 사회적인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것 에 대한 고민도 있죠. 저도 김광석프로젝트 같은 기획을 할 때 음악쪽과 놀아보자 라는 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판이 재밌지않으면 그 판으로 들어가거나 섞이고 싶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만화가 발전하려면 만화판이 재미있어죠. 다른 판을 염두해 두지 말고 만화판 안에서 만화판만 고민을 하는것도 필요 하다고 생각 합니다.
베니스 영화제나 깐느 영화제는 단지 영화만의 축제라기 보다는 어떤 문화적인 축제의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시카프같은 행사를 보면 만화판 안에서의 축제로 보이거든요, 저는 이것을 문화축제로 만들기 전에 먼저 정말 만화판 안에서 만화인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것으로 만드는 성격교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만화판이 좁다고만 얘기하는데 제가 볼때 만화판이 결코 좁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다른 판과 비교를 해봐도 꽤 큰 틀이라고 보구요. 그 틀 안에서만 재미있게 놀아도 다른 일반인들이나 아니면 다른 문화판에서 만화판 재미있다, 만화판 굉장하다. 이럴 수 있죠. 만화를 앨범 자켓으로 쓴다던가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요번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박산하씨가 그런 것 처럼 만화에 대한 영향력 증대는 우리판 안에서 재미있게 노는것에서 더 효과적으로 출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성희: 저도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화를 즐겁게 만들지 않고, 또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구요. 다른 곳으로의 활동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일단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자체를 다듬고 즐겁게 만들어 놓는것도 정말 중요한 일인거같습니다.
변병준: 동아리를 예로 들면 중앙동아리랑 과동아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경험에 비춰보면 중앙동아리가 반드시 더 활성화되진 않았어요, 저희는 과동아리가 더 전문적이었거든요. 심리학과였고 심리극 하는 집단이 이었는데 다른 중앙의 연극동아리에 비해서 굉장히 활동적이고 의미도 있었어요. 심리극이란 특징이 있어서 그렇기도 했구요. 이런 것을 만화판에 견주어보면 만화판안에서 만화외의 다른 여러 가지를 얘기하기 보다, 만화만 얘기하는게 훨씬 더 집중력도 생기고, 집중력이 생기면 거기서 논의되거나 싸움의 요지가 훨씬 더 정교해지고, 많아지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변병준: 그리고 김병수씨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만화판이 세력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다른판에 비해 영향력이 더 확대된다든지 하는...
김병수: 세력화라고 할 수는 없구요, 만화가 문화계에서 지금보다는 더 파워가 있어야 한다는거죠.
변병준: 약하다고 보시는 거예요?
김병수: 약하죠, 이를테면 아직도 하위문화로 취급받고 있죠, 다른 나라도 그런 측면이 있지만..
편집장: 하위문화도 중요하죠.
김병수: 물론 모든 문화가 똑같이 중요하긴 하지만 만화가 지금 문화 단계에서 좀더, 우리 문화의 전체에서 중요하게끔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만화가 단순히 하나의 오락물로만 취급 받지 않는 것요. 물론 상업성을 버리자는 얘기는 아니구요.
예를들면은 강도영작가의 경우가 현재 우리 만화계에 힘이나 지평을 넓혀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여중생 장갑차사건이나 탄핵 같은 일이 있을 때마다 백만명, 이백만명에게 영향을 끼치거든요. 만화가 파워를 추동하는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 같은 경우 어떤 문학가 누구누구의, 아니면 언론인 누구누구의 사설 이런 것 하나가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면 만화는 그런 형식(강도영의 인터넷 만화 같은)을 통해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키워드로 작용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런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어떤 사안이 생기면 당연히 강도영 만화가 나오겠구나 혹은 어떤 사안이 생기면 이두호선생이 무슨 말을 하겠구나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우리 사회전체에서 만화의 역할이 좀 증대됐으면 합니다.
김대중: 하지만 한계가 있죠, 탄핵 만화는 긍정적인 것이지만 아까 말씀하신 이문열작가나 황석영작가의 말 같은 그런 영향력을 갖고 있진 못하죠. 사실 그런 영향력은 예술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작업이 나와서 그 작가 발언에 힘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만화가 하위문화로만 있는 것은 그런 작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론 작가 개인이 고민해야 합니다. 작가의식 자체가 굉장히 높고, 능력과 소양을 갖추고 있고, 작가 자신이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보단 예술적인 지향이, 그런 욕심이 강한 사람이 작업을 해서 작품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화가 사회에서 더 의미를 가지기위해서는 그럴만한 작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현실적으로도 여건이 되어있습니다. 그만한 작업에 대해서 지금은 관심 없는 출판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변화를 이끌어가는 건 결국 작품이고 그것은 대중을 이끄는 거죠.
편집장: 그럼 역으로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다른 문화계에는 없고 만화쪽에만 있는 문제인가요?
변병준: 아뇨, 문학판 안에서도 예전의 조정래작가나, 황석영작가같이 큰 흐름을 가질만한 젊은 작가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 하구요..
김병수: 기본적으로 문학이든 음악이든 또는 방송이나 영화.. 이런 부분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단계가 어느 정도 이루어있죠, 하지만 만화는 그 부분이 약해요..
박재동선생의 경우 시사만화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결국 작품이 오늘날의 박재동이라는 네임을 만들어냈죠.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구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허영만선생이나 이현세선생이나 이두호선생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사회 문화적으로 파워를 갖고 있어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가 못해요. 저는 신문 부고란이 그 문화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모두 웃음> 문학가든 영화인이든 음악인이든 이름이 있는 사람이면 항상 부고에 어느 정도를 차지하죠, 하지만 만화계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요번 송채성작가의 사망기사도 스포츠지에 작게 났을 뿐이었죠.
김대중: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한국 시 전체가 세계적인 작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건 작가들이 그만큼 깊이가 없었단 얘기일 수 있죠. 우리가 이렇게 만화에 대해 긍정을 해도 사실 자기 자신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만화가 굉장히 중요한 매체가 되려면 의미가 있는 작업이 나와 줘야 되는 거죠.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상황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아까도 계속 얘기한 것처럼 여건은 다 돼있어요. 작가 수준이 높아져야 되는데 지금 온라인도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굉장히 가볍고 상업성이 떨어지는 그런 작업을 하려는 작가도 별로 나오지도 않는다는 거죠.
편집장: 그런 작가가 만화계에만 아예 없는 것이 아닐텐데,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요?
변병준: 여건이 돼있다고 하지만 그 여건이라는 것도 약간 포장돼있어요, 정말로 서사를 다루던 작가들이 설 자리는 없는 상태이니까요.
김대중: 작가가 그렇게 생각 해 버리면 답은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작업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좋지만 작가가 작품을 해서 그 시스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다른 쪽에 요구할 순 없어요. 작가가 아닌 편에서 그런 의식 자체를 기본적으로 갖기 힘들어요. 정부든 출판사든 어디서도 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해야죠.
변병준: 제가 알고있기로는 출판사에서 유명한 작가에게 지원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김병수: 아까 김성희씨가 얘기와도 같은 맥락인데요, 과거의 작가들이 스스로 뭘 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출판계를 보면 김대중씨 말에 동의를 합니다. 출판계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지금 준비가 다 돼있죠.. 과거에는 내가 무슨 작품을 기획해서 들고 갈수 있는 곳이 서울문화사나 대원 혹은 대본소 계열 출판사 정도로 딱 한정되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열려있습니다. 이제는 출판사 쪽이 작가가 없어서 고민인데, 문제는 지금 작가가 응답을 해줘야 하는 시기라는 겁니다. 출판사에서도 만화를 제대로 아는 제대로 된 편집자들이 작가를 발굴해 내야되고,..
출판사는 당연히 이것이 서점에서 팔릴 것이냐 안팔릴 것 이냐를 가장 우선 가치에 놓고 판단 할 것이고 작가입장에서는 자기의 작품 자체에 비중을 두겠죠, 서로 합일되는 작품이 지금 지금 빨리 나와야 합니다.
편집장: 작가가 좋은 작품을 뽑아내야한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 그리고 작가가 출판사와 잘 연계되려면 작가에게도 기획력이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양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지금의 시기가 그런 부분을 요구하기도 하구요. 변병준씨의 경우도 기본적으론 작품자체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서 그런 부분이 드러지만 기획이란 부분을 늘 염두해서 활용하시잖아요. 작가의 성향이란 것이 각기 다양해서 어떤 경우에는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할 때도 있죠, 하지만 작가들은 그런 부분을 등한시 해온 것 같습니다. 근래 히트했던 ‘살아남기 시리즈’같은 경우도 작가의 고민을 통해서 충분히 나올 수 있었던 사례거든요.
김대중: 박건웅 작가의 첫 작업 경우 혼자 1150쪽을 했어요. 그것도 컬러로요. 그 외에 지금의 작업양도 굉장히 많습니다. 애니메이션 작업같이 다른 작업들도 있었구요, 이렇게 10년 정도 흐르면 한 명의 작가 앞에 주류와 비주류의 시스템이라는 게 다 무의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변병준: 제가 기획했던 김광석 프로젝트 스무살의 경우 출판사의 기획에 만화가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 만화가 중심인 프로젝트에 출판사가 협조를 하고 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을 한 형태라는 것에 대해 외부의 평가가 좋았습니다.
만화가 개인의 스타일이라던가 정체성을 출판기획자가 제대로 체크하고 동작을 끌어내는게 잘 되면 좋겠는데, 아직은 그런 출판 기획자가 부족한 것 같구요, 그래서 그런 출판기획자를 만나지 못한 서로 친분이 있거나 오랫동안 서로의 만화를 읽어왔던 작가들이 작가들 개인의 스타일을 생각하고 어떤 12명의 작가를 모았다는 것에 대해, 만화가가 그런 아이템을 준비했다는 것에 대해 좋은 반응이 있었던 거에요. 꼭 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런 시도는 좋은 것 같습니다.
박카스의 경우도 박카스에 어떤 정체성이 있다면, 그 정체성에 맞는 작가들이 지금 그 박카스를 만들고, 박카스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에 선별을 하고, 그런 작업이 필요한 것이잖아요? 작가가 쭉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될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서로 작업을 하는 만화가들이고 서로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아니까요. 그 만화가들이 여러 가지 책의 형태라던가 동인의 형태, 혹은 웹진의 형태로 뭉치고 서로 그 위치에서 같은 고민을 하구요...
자기가 속해 있는 그 집단 안에서도 여러 가지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나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작가자신의 고민과 나아갈 바를 풀어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면에서는 대중씨가 얘기했던 만화가의 소양이 필요한거 같구요, 그런데 정말 많은걸 포기하면서 만화만을 그려라, 너 스스로의 문제다. 이런 것은 작가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싶구요, 현실적으로 생활을 하면서 만화를 그려야 되는 많은 만화 작가들에게 그 말만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김성희: 동감합니다, 그리고 작가마다 자기 스타일과 자기가 추구하는바가 틀리기 때문에 어떤 시스템의 지원과 그 공조속에서 같이 발전해 나가는 작가들도 있고 그런것이 없이 스스로 파고들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작가들이 주변 환경을 적절하게 이용하는것도, 그렇지 않은것도 작가의 선택인데 우선 그 두가지 중 스스로에게 맞는 진정성을 찾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변병준: 저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 만화작가인데 부끄럽게도 반년 넘게 만화를 못그리고 있습니다. 내 만화를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없다는 점을 제기하기전에 저에게 찾아오는 일거리가 만화가 아닌 경우가 많았구요, 대부분 일러스트였어요. 그런 작업을 할때, 동화일러스트까지는 만화작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국어 참고서의 일러스트작업을 하면서 지금 내가 만화작가가 아닌, 고민없이 그리는 그림기술자가 돼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 컷의 일러스트를 그리기 위해서도 고민을 하지만 그건 만화와 다른 형태의 고민이었고, 만화작가로써 이 부분이 반성되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의 이런 내가 너무 싫어서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구요... 아까 이야기에서 만화라는 개념이 좀 넓게 다가왔는데 저의 경우 일단 스토리 만화를 만화로 한정하구요, 없어진 잡지들이 남아있어서 여전히 많은 작가들을 필요로 한다면 제가 굳이 일러스트를 해서 생활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만화를 잡고 가겠다는 자기 열의도 필요로 하긴 하지만 판 자체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7] 현 만화계 에서의 긍정적인 부분
김성희: 저는 작가의 외도에대해서 좀더 이야기 하고싶은데요, 만화가가 일러스트나 캐릭터일을 했을 때 그일이 득이 되는지 아닌지는 작가가 어떤 자세로, 어떤 정체성으로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변병준: 그건 갖다붙이기 나름일 수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작가는 이종격투기 매니지먼트로 1년을 보냈어요. 그리고 그 작가는 ‘그 경험이 나중에 자신의 작품에 반영이 될거다’ 또는 ‘자신의 창작을 위한 경험이었다’ 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관점에서는 창작자로써 그 1년은 그리 의미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장: 그런 것은 개인적인 부분들이라서 딱잘라 규정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변병준: 그렇죠. 그래서 갖다붙이기 나름일 수 있어요. 저는 만화가가 생활을 위해서 막일을 하고, 아침에 신문배달을 하는 이런 모든 경험들이 만화를 위해 필요한 작업들이다. 이렇게 말하는게 가능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시간에 만화로 돈을 벌어두고 그 시간을 만화창작에 전념하는것이, 개인창작의 발전으로 가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실제로 드러나는 시간이죠, 결국 일러스트나 게임캐릭터 디자인이도 막일이나 신문배달과 같은 개념으로봐요.
김성희: 어떤 장인이 이를테면 도자기만드는 장인이 도자기를 만들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것이, 어떤 기술적인 향상에서는 외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그 개인의 성숙도나 다양한 경험의 축적, 혹은 지적 수련의 형태로 적용될 수도 있어요. 마이너스든 플러스든 모든 경험은 그 작품에 반영되는 것이라 그걸 단순히 외도 라고만 말하기는...
변병준: 자기가 중심을 잡고 다른 일을 한다, 또 그 경험을 통해서 작품을 버전 업 시킨다. 그런 작가가 많이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의 상황은 예전에 알고 있던 많은 만화작가들이 게임 캐릭터디자인을 합니다. 또는 순수 창작 만화를 그리던 분들이 학습만화를 그려요, 학습만화가 꼭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그분들 정체성의 문제에 있어서 좀 다르다는 겁니다. 그 분들이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 시간도 부족한데 생업 때문에 학습만화를 그린다는 거죠. 그 분들의 색깔이 없어지는 학습만화를 그리는것도 안타깝구요. 게임캐릭터를 만드는 분들도 마찬가지이구요.
편집장: 아까 김대중씨가 얘기했던 ‘메이저랑 마이너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변병준: 제가 경험했던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차이가 훨씬 더 심합니다. 또 한편으론 메이저 만화가 자유롭게 패러디 되죠. ‘슬램덩크 등장인물로 야오이를 만들자.’이런게 가능해요, 국내에선 이런걸 잘 용납을 못하지만..
중요한건 간극이 굉장히 크지만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확실히 구분짓는겁니다. 마이너면 마이너 작가의 리듬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는거죠.
김대중: 예술을 추구하는 작가가 양식을 갖고 작업을 하는 것은 개별적인 성격의 문제지만 만화 혹은 문화판 전체가 그렇게 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요.
변병준: 만화가 어떤 상업적인 요구에 의해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걸 대세라고 단정하는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어느 작가가 어느 군에 속해 있는지를 확실히 구분짓기 힘든 면이 있어요, 전선이 명확하지 않죠. 저는 전선이 명확할수록 사회가 더 활발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화판에서 본인이 서있는 위치, 그러니까 본인이 30대 작가면 50대 작가에게 싸움을 걸고 본인이 메인스트림에 있으면 언더쪽에 싸움을 걸구요, 메인스트림에 문제도 있지만 언더에도 문제는 있죠.
그리고 하나 더, 창작자가 가장 열심히 했다 이전에 그 창작자가 열심히 활동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를 말하고 싶은데요, 이건 영화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만화를 경험한분들이 이와 관련한 어떤 역할을 해 주면 좋을 것 같구요.
편집장: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가 발전을 했던 시기를 간섭이 없어지면서부터 라고 생각합니다. 검열등이 느슨해지면서 역기능도 있었지만 상당부분 스스로 정화되었고 표현의 폭은 굉장히 넓어졌죠, 비무장지대는 따로 조경사업을 하지않아도 이상적인 생태계를 만드는데, 그냥 내버려 두기만해도 스스로 자신을 가꾸는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변병준: 많이 심기도 해야죠.
편집장: 어느 정도의 조절은 필요하지만 간섭이 지나치면 문제죠..
김병수: 지금, 물론 만화 같은 경우도 많이 좋아졌어요, 참견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시점에서는 진흥위원회 같은 역할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민간이 중심이면 더 바람직할 거 같구요, 그래서 일정부분은 좀 통합, 조정해 내는 역할을했음 좋겠어요. 그리고, 만화계의 10년, 20년후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건 어느 정도 지분을 행사 하던, 만화권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고 가급적 만화계를 순수한 눈으로 바라봐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2년전 쯤 그러니까 2001년 쯤 김수정 선생님과 잠깐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참 공감했던 부분인데 “만화판 지금보다 더 무너져야된다. 완전히 무너지고 다시 서자. 왜냐면 지금 이 상태에서 개보수 해갖고 될 거면 진작에 됐을 것이다. 차라리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다시 쓰면 뭔가 첨부터 설계를 다시 할 게 아니냐‘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우리 만화계가 과거 만화가게 시절부터 대여점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이미 근본적으로 큰 잘못이 내제돼있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나는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편집장: 현실적으로 완전히 새판 짜기는 힘들지 않나요?
김대중: 그렇죠, 하지만 지금을 보면, 한 3~5년전까지의 상황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아주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변병준: 예전보다 나쁘진 않죠.
김병수: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거죠.
김대중: 제가 출판 일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문학처럼 개별적인 작가로서의 다양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각 나라마다의 경우도 만화를 산업이라고 주류적인 만화가 다 있지만 다양한 형식이 있거든요..
김병수: 우리나라와 일본의 만화시장 자체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이미 각 영역에서 어느 정도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서점용 만화시장이 이제 막 새롭게 짜여지고, 이를테면 기존의 코믹스 만화잡지 시장은 구조조정을 하는 단계죠.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것이고, 일정부분 자기 역할들을 하는 거죠. 대여점도 완전히 없어 질 수 없는 것처럼 일정부분 자기 역할들을 하는 거구요, 서점용 역시 파페포포나 그리스로마신화, 살아남기 시리즈 같은 것들이 탄력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시장을 확인한 것이구요.
그런 부분에서 기존의 단행본 출판사들이 만화책 내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 이것이 최근에 있어서의 가장 큰 성과 같습니다.
김대중: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출판사들이 만화를 하겠죠..
김병수: 만화기획자의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죠.
김대중: 한편으로 지금 현재 작가와 출판사에서의 한계 때문에 문학 쪽처럼 더 좋은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문학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깊이가 있잖아요? 만화랑은 다른 더 깊은 깊이가 있다고 봅니다. 만화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만화는 그렇게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아직까지 안됐기 때문에요.
김병수: 그래서 신춘문예 같은 경우, 오히려 만화쪽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변병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기점으로 만화계에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8] 좌담회를 마치면서..
편집장: 마지막으로 각 패널 여러분께 정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김성희: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그 길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솔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제기된 질문이든, 환경이 밀어붙이는 질문이든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그것에 솔직하게 답을 푸는 과정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몫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이 작가로서 주어지는 최대의 기쁨이고, 고뇌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봐요.
아직 어떤 결과물도 내보지 않은 예비작가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제가 만화에 갖는 태도는 이런 것 같습니다. 비록 게으르지만 그리는 것 자체가 즐겁고, 제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만화이기에, 저의 최선을 담고 싶습니다.
김대중: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처럼 만화 또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변화에 발을 맞추는 것에 우선하는 것은 작가적인 지조라고 보고, 작가로서 출판인으로서 그런 작업에 꾸준히 주목하려고 합니다.
김병수: 지금은 학교에 얽매여 있는 시기(대학원 재학 중)라 작품을 많이 못하고 있지만 좀더 자유로워지면, 지금까지 제가 언급해왔던 부분을 스스로 실천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결국은 좋은 작품이 시대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
변병준: 개인적으로는 이제껏 그려왔던 만화스타일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고민의 시기에 만화를 고민하는 동세대의 분들을 만나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에게 있어 만화 그리기는 언제나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의 저의 외형과 내면을 만든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많이 게으를 뿐인 한사람의 만화창작자이지만 모쪼록 지치지 않고 꾸준히 제가 원하는 만화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편집장: 모두 바쁜신중에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