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현재,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서에 대한 대여권의 인정여부로 한창 논란이 오고 가는 중이다. 그러나 조목조목 뜯어보면 한국의 대여권 인정 여부가 도서대여점이 주요한 논란의 초점 이 되어있는 반면 일본의 그것은 주로 Book Off북오프 체인등의 헌책 전문 체인점(일본에선 거의 새책과 같은 헌책을 판다는 의미에서 新古신고서점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과 자유공간 체인 등의 만화카페가 주요한 초점이 되어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 대여권 인정 여부에 대해선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일단 고우단샤, 슈에이샤 등의 거대 메이저 출판들의 입장은 매우 단호해 2, 3년 안에 대여권이 구체적인 법안으로 제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기도 하여서 “과연 대여권을 이용하여 신고서점에 대한 대규모 규제를 행하는 게 현재의 만화계, 출판전체를 위해 옳은것인가”라는 의견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대여권 논란의 뒷배경에는 일본만화가 직면중인 유통모순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어놓지 못하는 한 대여권을 인정하여 헌책 서점이나 만화 카페를 제재하여도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 최근 일본의 대여권 도입의 촛점이 되어 있는 것은 이런 중고서점>
오늘은 이 유통문제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해결안을 주장하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젊은 인터넷 평론가 스즈키 켄스케씨를 인터뷰 해보았다.
::: 스즈키 켄스케 씨 약력 :::
1976년 후쿠오카 출생 .
현재 동경도립대학 사회학과 박사 과정 재학중. 프로뮤지션, 인터넷 비평가.
저서에 [暴走するインタ?ネット폭주하는 인터넷]이 있으며 다수의 잡지에 인터넷, 서브 컬쳐, 사회학 관련 연재를 싣고 있는 중이다.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스즈키 켄스케 입니다.
- 오늘은 일본만화의 유통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일본만화가 현재 뭐가 가장 문제인지 듣고 싶습니다만... 최근 대여권 인정여부로 일본도 여러 의견이 오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 일단 재판 시스템이란 것부터 설명을 드려야하겠군요... (일본의)출판물 재판시스템이 뭔가 하면 출판사, 메이커가 각 서적의 정가를 정해서 서점 등의 소매점에서 그 정해진 가격대로 정가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뭐 서점 즉, 소매점등이 타 물건과는 다르게 맘대로 가격을 매기지 못하는 건데요, 그리고 독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법률입니다, 이게 왜 그러냐하면 책이라는 상품이 가진 특성 때문에 그러합니다만.. 첫째 개개의 출판물은 각각 고유의 특성을 지닌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 둘째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 셋, 신간의 발행부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 때문이죠. 가장 큰 게 역시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런 재판 시스템이 없어서지면 어떻게 되는가? 독자들이 불리해지지요. 서점이 오로지 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서적을 들여오게 되면서 먼저, 서적의 종류가 적어지며 둘째, 서적의 내용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며, 셋째 책의 가격이 비싸지고, 넷째 도심에서 벗어나 서점이 적고 몇몇 서점이 독점을 하기 쉬운 변두리 지역은 책값이 비싸진다 등입니다. (인터뷰어 주 : 이런 이유로 일본에선 만화를 정가로 팔 수 밖엔 없으며, 싼 만화책 가격과 함께 한국과 같은 도서대여점이 생겨나지 않게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어왔다)
재판시스템에서는 약 6개월간 서점에 비치해두는게 의무가 되어있고요 6개월간 서점에 진열한뒤 안팔리면 출판사에 반품해도 되게 되어있는데요. 이 6개월간은 반품이 안되고 출판사가 정한 가격을 지킨다...라는게 이 재판제도의 골자입니다.
그런데 최근 가장 문제시되는 신고서점은 이 재판제도에 의해 지켜지는 정가체제를 뒤흔드는 도서의 덤핑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어 주 : 일본엔 원래 중고서점이 있었지만 최근의 중고서점은 지극히 영업이 대규모이며 여기서 파생되는 이윤도 600억엔 이를 정도의 대규모인 것이 가장 문제다)
그래서 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사실상 무의미해 지는 게 아니냐? 라는 것이지요.
뭐 사실상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나 만일 이걸 음악 업계의 경우와 비교해 생각해보면 지금의 음악 CD렌탈처럼 방금 발매된 최신 CD를 듣기위해 렌탈을 하는 경우같이 독자들이 최신간을 사기위해 이 신고서점을 이용 하는 게 아니란 거거든요.
뭐 일단 만화신간(보통 390엔에서 500엔 전후, CD의 경우는 앨범이 3000엔, 싱글이 1000엔에 달한다)은 CD보다는 훨씬 싸니까, 음악CD처럼 가격부담 때문에 신고서점을 찾는다는 것은 좀 설득력이 없습니다. 거기서 덤핑이 필요한 의미가 전혀 없지요.
그런데도 이 신고 서점이 왜 의미를 가지고 소비자들이 계속 신고서점을 찾게 되는가 하면
일단 전 몇십권이나 되는 시리즈물을 전부 한꺼번에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명작이나, 지금 인기작가의 이전 작품 등을 보고 싶다든지 하는 어떤 종류의 수요는 존재하고 이러한 니즈(수요)를 신고서점들이 실재로 어떻게든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현재, 인기작가의 과거 작품은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게 가능한데요, 이건 아마존 등의 인터넷 서점이 별도의 대규모 물류 창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길거리의 보통 서점에서지금 연재하고 있지 않은 과거의 만화들, 그것도 보통 전 이십 몇 권에 달하는 만화를 전부 구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가 않거든요.
- 음 물리적으로 무리지요.
네, 그렇게 책 진열한 공간이 전혀 없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껏 이 신고서점들이 확보해놓은 독자수요를 전부 포기해버린 다는 건 저 자신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가? 두 가지 방법이 일단 떠오릅니다.
첫째로, 재판 제도 안에서 과거 작품의 재고수를 확보하고 이걸 어딘가 에서는 손에 넣을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현재의 재판제도는 되지도 않은 안 팔릴 만화, 책까지 동시에 서점에 깔리게 하는 것이고 이런 건 완전히 종이의 낭비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닙니다. 그 만큼 안 팔릴 만화가 공간을 점령해버려서 과거 나온 팔릴만한 만화까지 서점에 깔릴 기회를 박탈해버리거든요. 이걸 어떻게든 하는 것이지요.
둘째로, “과거의 작품이나 중고로 나도는 책들에 대한 수요에 대한 대응은 지금의 신고서점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윤에 대해서는 일정한 비율의 사용료랄까 뭐 그런 돈을 받겠습니다”라는 것이지요. 즉, 신고서점과 새 책을 파는 일반서점을 양립시키는 쪽으로 현재의 재판제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인터뷰어 주 : 현재 일본에서 진행 중인 대여권 제도 등의 법적 장치 도입은 이런 취지에서 거론 중이다)
그러나 문제가 이 신고서점들에게서 돈을 받는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러면 당장 책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고 이러면 과거처럼 중고 책들이 안 팔릴게 뻔하죠. 결국 중고 책 사는 메리트가 소멸하는 결과거든요. 예를 들어 미국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들이 음반회사가 음반이용료를 징수하게 되면서 모조리 망했다는 사례도 있죠.
저 자신은 이런 식으로 신고판매를 쳐부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런 미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최근 6개월 이내에 발행된 신간은 일반서점, 그 이전에 발행된 장편의 만화들은 신고서점 이라는 식으로 담당영역을 확실히 구분하여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유력한 방법 이죠 그러나 일단 이러기 위해서는 이 신고서점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요, 니즈를 잘 파악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단 현재 상태로는 이 신고서점들이 가져가는 이윤이 전혀 만화를 직접 만든 사람들 에세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고 문제이긴 하니까요, 사실 저도 이현석씨도 책을 쓰는 사람이니까 이점은 억울하죠 (웃음)
그러나 이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출판문화의 유지 방법이란 것이 전혀 달라지고 있어서, 책은 엄청난 숫자가 쏟아지고 점점 늘고 있는데 반해 팔리는 책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 아닙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팔리지도 않는데 쏟아지는 책을 팔리는 책과 함께 똑같이 책장에 진열 시키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일본 내에서 학술서의 경우는 약 5000부 정도를 찍고 10000부를 넘기면 베스트셀러입니다. 자아 이런 마이너한 책의 경우라도 [해리포터] 같이 내버려둬도 몇백만이 팔리는 책과 같이 책장에 진열되게 해서 꼭 그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 책이 팔릴 수 있게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재판이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소수수요 라는 게 꼭 서점 시스템이라는 걸로 지켜야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겁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발표한다든지 인터넷으로 어떤 상품을 제조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무 문제없이 되는 시대이지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서 그 주문받은 숫자만큼만 인쇄하는 온라인 주문 인쇄 시스템으로 간다든지 하는 거지요. 지금은 점차로 책이 데이터화 되어 가고 있으니 이 서적의 데이터를 PDF데이터로 남겨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이걸 인쇄하는 거죠. 뭐 이런 발상도 실제로 있긴 합니다.
- 온라인 주문 인쇄라... 그러나 그 경우 단가가 대단히 비싸지지 않습니까?
물론 단가는 지금보다 높아집니다만... 하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1500엔짜리 책을 8000부 찍었습니다. 그렇지만 팔린 건 고작 4000부 팔린다..나머지 4000부는 모조리 폐지신세입니다. 지금의 비효율적인 인쇄, 판매 시스템 상에서 들어가는 관리코스트나 물류 운송비용에 비해 온라인 인쇄는 고작 PDF의 관리 비용밖엔 들지 않거든요. 어느 쪽이 출판시스템 전체에서 볼 때 어느 쪽이 더 이득인가? 하는 점이죠...

<한국의 만화방과 유사한 만화카페도 최근 경기불황으로 성업중>
- 흐음 그렇다면 역시 현재의 일본만화와 같은 대규모 시스템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본만화는 현재 출판사 별로 어느 정도 포맷화가 진행 되서 같은 판형으로 단행본, 잡지를 내어놓고 있는 나름대로 완성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연재를 한 분량을 단행본으로 내어놓을 때는 작가 코멘트를 책날개에 싣는다든지 하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현재의 만화에 대해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요라는 게 신간 쪽보다는 구간, 이전에 나온 만화에 더 수요가 있다고 보거든요. 만화문화 보호라는 관점에서 신간이 점점 안 팔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신간의 판매율을 유지하려고 필사적인 건 이해가 됩니다만 (지금의 ) 역시 구간의 보호라는 부분까지 시야에 넣고 만화를 전부 소비자가 이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화, 라이브러리화 를 한 뒤에 그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독자가 실재로 원하는 수요라는 게 뭔지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수요를 파악하는 작업 내에서 그 안에서 신고서점을 통한 판매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점점 만화가 안 팔리게 된다고 생각하고 실재로 그렇게 되어 가고 있지요. 이건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 잘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로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별 말씀을 참고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 취재 및 정리 :::
이현석 (만화 시나리오 작가/ 동경도립대학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중)
warmania@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