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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웹툰시장, 한국 웹툰 진출 현황과 전망

웹툰 시장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 한국 웹툰이 처음 진출한 것은 언제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할지 함께 알아봅시다.

2022-07-25 강미란

웹툰의 허브, 프랑스. 한국 웹툰 진출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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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디지털 만화 역사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웹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 전부터 이미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영어 혹은 프랑스어 번역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정식적으로는 델리툰(Delitoon)’이라는 플랫폼이 2011년에 생기며 프랑스 시장에도 디지털 만화가 소개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프랑스에서는 한국 만화 열풍이 불어 그야말로 한국 만화가 대량 쏟아져 나왔다. 일본 망가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 한국 작품을 알리게 된 것이다. 이때 프랑스의 주요 만화출판사 중 하나인 카스테르만 (Casterman)’ 역시 만화 붐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 만화는 물론 한국식 디지털 만화의 가능성을 알게 된 카스테르만의 디디에 보르그(Didier Borg)델리툰을 만들며 프랑스에서의 디지털 만화 시대를 연 것이다. 그러나 델리툰을 이끈 이들은 한국 주주들과 한국 만화 관계자였던 점이 흥미롭다. 처음에 델리툰은 한국 만화, 일본의 망가, 프랑스 및 벨기에 작가들의 작품을 디지털화하여 공개하였고, 2016년 본격적으로 한국의 웹툰을 알리기 시작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의 프랑스

그러던 2019, ‘Webtoon’ (이하 네이버웹툰 혹은 Webtoon)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웹툰이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 종이책을 스캔해서 제공하는 프랑스의 일반 플랫폼과는 달리 PC는 물론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스크롤링 시스템, 그것도 컬러로 만화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장르가 프랑스 대중들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네이버웹툰이 프랑스에 한국식 웹툰을 처음으로 소개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델리툰에서부터 그 역사는 시작된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이 프랑스 시장에 등장함으로써 대량의 웹툰이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웹툰 인기에 발맞춰 프랑스 시장에도 웹툰팩토리(Webtoon factory)’, ‘이즈네오(Izneo)’ 등의 플랫폼이 등장했다. 그리고 20223, 카카오의 픽코마 유럽(Piccoma Europe)‘이 프랑스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 소개되었다. 일본 망가에 익숙한 프랑스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픽코마 유럽측은 '일본 웹툰 플랫폼 1위의 프랑스 상륙'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프랑스 시장에 등장했고, 프랑스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망가와 한국의 웹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다양한 작품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복지를 중요시한다는 강점을 내세우며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 웹툰과 일본 망가를 중점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실을 예정이라고 픽코마 유럽측은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론칭 당시 프랑스의 1,2위 출판 그룹인 '에디티스(Editis)''아셰트(Hachette)'와의 계약을 마쳤고, 앞으로는 프랑스 내의 만화 관련 에디터들과의 파트너십을 넓혀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는 픽코마 유럽이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장르의 폭 역시 웹툰 혹은 스마트툰, 망가, 유럽식 만화인 방드-데시네(Bande-dessinée) 등으로 다양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픽코마 유럽은 한국 웹툰의 프랑스 진출은 물론 유럽과의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허브 플랫폼으로 커져갈 가능성이 역력하다.

 

한국 웹툰이 등장한 프랑스 시장 배경

현재 프랑스는 베스트셀러 10위 작품 중 2~3개가 망가일 정도로 일본 망가가 대유행 중이다. 일본 망가 1세대가 40~50대라면, 그들의 자녀 세대인 10~20대 젊은 독자들이 제2의 망가 전성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세대가 읽었던 망가 고전이 다시 유행하고 있고, 젊은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많은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몇 년 전부터 방드-데시네라는 유럽식 만화는 물론, 미국의 코믹스나 일본의 망가 등의 디지털 출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프랑스 독자들의 독서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디지털 출판이니 데스크탑, 랩탑,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 종이책의 포맷을 그대로 따 왔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웹툰의 형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렇게 망가라는 장르가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하면 디지털 만화 시장이 점점 발달해 가고 있는 프랑스 시장에 PC나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또 다른 포맷의 한국 웹툰이 등장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Webtoon’에 이어 이제 카카오의 픽코마까지 가세했으니 프랑스 독자들은 물론 한국 웹툰 관계자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웹툰, 새로운 독서와 경제 모델 제시

새로운 독서 모델

프랑스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한 한국의 웹툰은 여느 전자책 플랫폼이 주로 사용하는 구독제와는 다른 독서 모델을 선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구독을 해 놓고 책을 읽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는 반면, 한국 웹툰은 독자가 원하는 챕터와 원하는 작품을 원하는 시간에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져 있으나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만화를 읽는 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프랑스 독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새로운 경제 모델

프랑스는 1981년 이후 도서정가제를 시행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도서시장 경제 모델이 안정적이었던 나라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상에서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의 형태도 바뀌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자책 플랫폼의 구독제는 물론 대형 서점 플랫폼의 멤버십 제도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또한 전자책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기 시작하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고, 소위 안티 아마존법이라 불리는 도서덤핑 금지를 위한 법제도 만들었다. 이렇게 프랑스 도서 시장은 새로운 경제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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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도서 시장이 조금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Webtoon’과 카톡의 픽코마 유럽이 또 다른 경제모델을 제시해 문제가 되고 있다. 바로 코인제가 그것이다. ‘Freemium 제도를 처음부터 도입한 네이버 ‘Webtoon’은 말할 것도 없고, ‘픽코마 유럽의 경우 일반 구독제를 비판하며 읽고 싶은 것만 골라서 돈을 내고 소비한다는 모델을 내세우는데 이는 프랑스 도서시장에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경제 모델이다. Freemium제란 몇 화는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후의 내용을 읽으려면 디지털 코인 혹은 토큰 (플랫폼에 따라 그 명칭이 다름)을 사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프랑스 도서중재위원회와 도서협회 등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내고 코인을 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일정 작품 혹은 플랫폼의 링크를 공유함으로써 코인을 무료로 얻거나, 독자 자신의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 대신 코인을 받는 제도,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제도, 일정 앱을 다운받거나 광고를 보고 코인을 받는 제도는 프랑스에서 익숙하지 않은 경제모델이다. 그러나 이미 2011델리툰에서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작했고, 디지털 코인이 프랑스에 선을 보인 것은 이미 2016년의 일이기도 하다. 이제 와서 도서중재위원회가 한국 웹툰의 경제모델을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일종의 텃세는 아닌지, 아니면 정당한 문제제기인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웹툰의 새로운 경제모델에 대해 앞으로 어떤 토론이 진행될지, 이미 존재하는 프랑스 도서정가제 관련법과의 절충 지점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법안을 고려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인기 절정의 일본 종이책 망가 시장과 메이드 인 코리아웹툰 시장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프랑스 독자는 물론 도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확실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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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세계적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랑스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한국의 웹툰 플랫폼은 비단 한국 작품들, 혹은 이미 프랑스에서 유명한 일본의 망가만을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웹툰의 유럽 로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네이버의 ‘Webtoon’‘DC 코믹스와의 파트너십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ebtoon’ 측에서는 미국 코믹스 팬들을 웹툰 플랫폼으로 데려옴으로써 더 많은 독자들을 확보해서 좋고, ‘DC 코믹스측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웹툰 플랫폼을 통해 고전 캐릭터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또 다른 팬덤을 형성할 수 있으니 좋은 셈이다. 서로가 윈-(win-win)인 파트너십이다. 이들의 협업 작품들은 우선 영어로 소개되고 점점 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여 ‘Webtoon’ 플랫폼에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웹툰의 영향과 전망

이제 웹툰은 일본의 망가, 한국의 만화, 미국의 코믹스, 유럽식 방드 데시네 (bande-dessinée)와 같이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의 여러 망가 사이트나 전자책 사이트에서도 이제는 한국식 웹툰을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 작가의 작품도 물론 있지만 프랑스 작가들의 웹툰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즈네오대표가 도서전문잡지 <악튜알리테>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즈네오 사이트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장르가 웹툰이라고 한다. 이제 프랑스에서 만화를 전공하는 학교에서도 웹툰 형식을 가르치고 있고, 웹툰 세계에 뛰어드는 젊은 작가와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즈네오에서는 프랑스 웹툰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콩쿠르를 매년 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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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Webtoon’과 카카오 픽코마등을 통해 프랑스에서 상륙한 웹툰 시장은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올 6월 만화영상진흥원과 프랑스의 3대 만화축제 중 하나인 리옹만화축제 주최 측이 MOU를 맺어 양국 간의 프로그램 교류, 만화산업 진흥을 위한 파트너십 등을 약속했다. 10여 년 전 한국 만화가 프랑스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이제는 웹툰의 시대가 온 듯하다. 한국 작가들의 웹툰 뿐만 아니라 이제 프랑스에서도 한국식 웹툰을 배우고 생산해 내는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더 다양한 내용과 포맷의 웹툰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도 될 듯하다. 프랑스는 어떻게 보면 유럽 웹툰 시장의 허브라고 할 수도 있겠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웹툰 바람이 유럽 곳곳으로 전해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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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란

만화번역가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무엇이 여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 『내 아버지의 집』,  『주름(Arrugas) - 지워진 기억』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