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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계열사 ‘밀리의 서재’ 상장, 웹소설 플랫폼 런칭 발표, '블라이스’와 ‘케이툰’은?

'밀리의 서재' 상장이 가지는 의미와 KT의 다른 서비스 '블라이스'와 '케이툰'과의 미래를 살펴보자

2024-03-11 김민태


|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을 표방하는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의 상장

‘밀리의 서재’가 23년 9월 27일 증시에 상장했다. 작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국내외 경제 요인들이 기업 가치를 원하는 수준으로 평가하지 않아 자진 철회 한 뒤 재수 끝에 거둔 성과이다. 지난 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내실을 다진 결과가 올해 상장으로 이어졌고 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06억 원, 영업이익 75억 원으로 전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재무구조였으며, 외부 자금 약 200억 원을 통해 경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상장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언론에서는 밀리의 서재의 성장 요인에 대해  “코스닥 상장 후 꾸준한 이익 창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양질의 콘텐츠, 전자책 구독 서비스 가입자의 지속적인 증가”를 꼽았다. 필자는 밀리의 서재의 상장시점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이용자로서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우선 밀리의 서재라는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과거에는 독자와 출판사 모두가 원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모두가 조금은 익숙해져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 수용 된 것으로 읽힌다. 다음으로 사람들의 ‘가성비와 가심비’ 그리고 ‘실패하기 싫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함께 작용했다고 본다. 


| 그 때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버린 서비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종이책보다 전자책 구매를 선호했다. 전자책은 구매 즉시 바로 읽을 수 있고, 책을 PC와 연동해 볼 수 있으면서, 자리를 차지 않으며, 종이책보다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데 전자책의 단점은 책을 서점에서처럼 미리 볼 수 없고, 직접 만질 수 없고, 책의 편집미를 온전히 느낄 수 없고, 무엇보다 환불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몇 번의 잘못 된 선택은 전자책 구매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이 경험은 구매에 큰 장벽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밀리의 서재라는 전자책 구독형 서비스는 월 1만 원으로 모든 책을 자유롭게 언제든지 무제한 이용 가능한 경험을 제공한다. 구독형 독서의 경험을 전자책과 비교해 평가한다면 전자책이 가진 장점을 모두 가지면서 단점은 소거 된 서비스이다. 전자책이나 밀리의 서재나 최신간과 베스트셀러를 보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이 동일하므로 구독형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책을 구독하는 의미 속에 담긴 새로운 방향성

약 650만 구독자를 보유한 밀리의 서재가 영위하는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는 첫째, 보유한 도서의 양, 둘째 서비스의 편의성, 셋째 신간과 베스트셀러 수급이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세 가지 포인트는 모두 ‘해당 출판사의 의지’에 달린 문제로 밀리의 서재가 이들과 어떤 협력관계를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느냐가 비즈니스의 핵심요체이다. 현재는 1,900여개의 출판사와 직계약으로 약 15만 권의 도서를 서비스 하고 있으며 후발 기업대비 양과 질 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라는 콘텐츠의 속성 중 중요한 것은 ‘독점 판매처’가 없다는 점이다. 즉, 밀리의 서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하는 기업이 여럿 늘어나고 동일한 서비스의 질이 담보된다면 이용자는 더 저렴한 곳으로 향할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구독형 서비스에 진입한 도서를 한 곳에만 독점으로 주지 않고 여러 곳에 유통 하게 된다. 그러면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두 곳이나 이용하는 구독자는 없을 것이므로 독자 이탈에 대한 리스크 역시 매우 큰 불안요인이다. 


|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한 밀리로드 체험

밀리의 서재는 기존 출판사의 도서를 구독하는 사업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두 가지 신사업을 통해 신규 구독자를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안을 밝혔다. 

첫째 창작·출간 사업 즉, ‘밀리로드’이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플랫폼 내에 공유하고, 독자들이‘좋아요’와 같은 방식의 ‘밀어주리’를 통해 해당 작품을 추천하고 응원할 수 있다. 밀어주리를 1,000개 이상 받은 작품은 ‘밀리 오리지널’도서로 출간되는 특전을 얻고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힐 기회를 얻는다. 현재는 약 1,000개의 작품으로 확대됐다. 

밀리로드는 작품의 흥행추이를 독자들의 반응으로 조기에 파악하여 흥행 콘텐츠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매우 전략적이다. 밀리의 서재만의 독점 작품을 보유한다는 점과 2차 사업의 확장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신규 사업이다. 추가로 밀리로드로 시작한 작가와 작품을 강연콘텐츠로 결합해 사업화 한 ‘밀리 익스프레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 결국에 가야 할 길을 가는 밀리의 서재의 웹툰/ 웹소설 신사업

두 번째로 웹소설/웹툰 장르 사업을 시작 할 예정이다. 해당 시장은 규모와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글로벌까지 검증되었고, 전자책 이용자에게 바로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교보문고, 예스24 등의 전자책 선발주자들도 이미 영위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콘텐츠의 기본적인 속성은 실력 있는 작가, 재미있는 작품을 따라 독자들이 이동한다. 글로벌 OTT 이용 경험을 통해 매우 익숙한 현상이다. 즉, 우수한 작가진의 보유는 서비스의 근간이므로 유명 기성 작가를 모셔오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밀리의 서재 자체의 작가 발굴 프로그램도 동작되어야 할 것이다. 

로맨스 분야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밀리 오리지널 로맨스’라는 브랜드로 2년 간 160여 종의 작품이 발표됐다. 이렇게 생산 된 콘텐츠는 경쟁사인 ‘리디’에서도 인기를 끌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 제공 비즈니스는 인기와 비례해 수익이 발생한다. 밀리의 서재에서 작품 당 평균 2~3만 뷰 이상의 조회는 매출액 1억 원 수준으로 연결되어 창작자 수입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연재처로 성장 중이다. 

로맨스 분야가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 타 장르 웹소설과 웹툰 분야는 새롭게 개척해야 할 진짜 신사업이다. 이미 강고하게 뿌리내린 기업들이 있어 밀리의 서재가 끼어 들 여지가 있을지, 그리고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되어야 하는 여건에 막대한 비용투자도 예정되어야 한다. 또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서비스 하는 일, 작가와 작품 발굴, 이를 뒷받침 할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관련한 전문 인력도 지속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 밀리의 서재와 공존해야 하는 ‘블라이스’와 ‘케이툰’ 



밀리의 서재는 KT지니뮤직이 21년 인수해 KT의 계열사가 되었다. 지니뮤직과 밀리의 서재는 구독형 월정액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동질성이 있다. 밀리의 서재는 지니뮤직과 KT의 지원으로 회원 수를 늘리고 마케팅 비용은 절감해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했다. 즉, 지니뮤직과 KT는 밀리의 서재의 성장과 상장에 이르는 과정 속 든든한 후원자인 셈이다. 

KT그룹은 21년 이전부터 ‘스토리위즈’라는 원천 콘텐츠 계열사에서 웹툰과 웹소설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미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 웹툰 플랫폼 ‘케이툰’이 있다. 엄연히 독립 계열사로 전문화된 사업 영역 확보한 여건에서 밀리의 서재의 웹툰/웹소설 사업 확장 발표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선 경쟁관계에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첫째, 블라이스는 메이저 마켓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영역이 공고한 웹소설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KT 통신요금제 서비스와 제휴한‘블라이스 셀렉트’와 연동되어 성장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 활동하는 작가 풀과 블라이스의 작가풀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상호간 이동 수요로 인한 출혈 경쟁도 예상된다. 더불어 원고료 상승 요인도 발생할 것이므로 전반적인 제작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렇듯 초기에는 견제와 경쟁 관계가 되겠지만 결국 KT그룹이라는 큰 우산 아래 블라이스와 밀리의 서재는 협력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케이툰은 <냄새를 보는 소녀>, <당신의 하우스 헬퍼> 등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한 플랫폼이었으나 현재는 독자들에게 많이 잊혀진 상태이다. 몇  년 전 KT에서 직접 운영하던 케이툰을 스토리위즈에서 이관 받았다. 최근에는 우아한 형제들의 웹툰플랫폼 ‘만화경’의 작가들과 협력하려는 노력들에서 케이툰 역시 자생적 발전 방안을 강구중이다. 블라이스와 케이툰 간에는 마케팅을 공유하는 정책으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밀리의 서재, 스토리위즈(블라이스,케이툰) 모두 KT 그룹사 제휴를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적극 활용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KT는 스토리위즈에 요금제 제휴 상품으로 한 해 30억 원 상당의 거래하고 있기도 하다.


| 킬러 콘텐츠가 당기는 행복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

밀리의 서재는 퇴로가 없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점진적 하향추세이며 여기에 더해 전자책을 구독해 볼 청년 세대도 감소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밀리의 서재는 콘텐츠로서 위기를 타계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하는 세 곳 밀리의 서재, 블라이스, 케이툰 모두 웹툰/웹소설 작가 입장에서 본다면 첫 번째 목표 마켓이 아니라는 점이 큰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라는 양광모 시인의 시구처럼 콘텐츠 플랫폼이 가야 할 방향은 첫째도 콘텐츠요 둘째도 콘텐츠이다. 가장 최우선 과제는 스타작가와 콘텐츠를 얼마나 빨리 배출하느냐이다. 결국 좋은 작가와 작품이 신규 유저를 끌어오면서 스스로를 구원 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모든 콘텐츠 유통 비즈니스가 겪어 온 길이고 겪어야 할 과정이다. 

성장에는 고통이 있고, 아픔에는 배움이 있다. 밀리의 서재, 블라이스, 케이툰이 맞닥뜨릴 인고의 과정이 독자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때 진정 행복한 비즈니스의 세계가 열릴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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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태

만화평론가 및 기획자, 씨엔씨레볼루션 이사
前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