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웹툰으로 슈퍼 IP를 향한 목마름을 해결한다
2023년 만화 웹툰 공모전을 통한 올해의 전망
지난 2015년에 발간된 〈한국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웹툰 시장의 규모는 약 1,700억 원, 약 4,500여 명의 웹툰 작가들의 평균 원고료는 536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9년 후 2024년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3,799억 원에서 2023년에는 1조 8,290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야말로 상전벽해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표작의 수도 장기간의 확장에 맞춰 비약적으로 광폭성장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발표한 〈2023년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9개의 등록작 중 신작이 17,455개였다. 이를 통해서 실제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웹툰 작가를 계산한다면 어림잡아 약 15,000여 명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9년 전보다 절반이 훨씬 넘는 숫자의 작가들이 어떻게 웹툰 작가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웹툰 작가의 등용문이 있지만 그 중에서 공모전 입상은 작가 지망생들이 꿈꾸는 최고의 데뷔 무대일 것이다.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수상경력과 거액의 상금, 그리고 안정적인 연재처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 작가들의 트렌디한 웹툰을 수급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툰을 제작하고 서비스하려는 콘텐츠 제작처 입장에서도 공모전은 매력적임이 분명하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과 같은 대형 웹툰 플랫폼뿐만 아니라 관공서와 지방 공공기관처럼 정부 관계처에서도 웹툰 공모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지역 홍보와 캠페인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웹툰 공모전은 신규 웹툰을 매개로 한 문화콘텐츠 사업을 확산시키는 전통적이며 동시에 효과적인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 웹툰 플랫폼의 공모전의 특징
국내 웹툰 플랫폼을 양분하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은 역사도 오랜 만큼 작가 지망생들에게 인기 있는 웹툰 공모전이다.
‘지상최대공모전’과 ‘최강자전’은 네이버웹툰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공모전으로, 그 중 ‘최강자전’이 ‘지상최대공모전’과 달리 연 1회에 열리는 일반적인 공모전 형식에 가장 가까운 대회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대학만화 최강자전’으로 대학생 대상의 공모전이었지만 현재는 연재경력이 없는 아마추어 작가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지난해 ‘최강자전’의 대상은 〈낭만죽이기〉, 최우수상은 〈24시간 미남〉, 우수상은 〈데드포인트〉가 수상하며 총 8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장르도 학원 공포, 로맨스 코미디, 스포츠 클라이밍 등 다양하다. 대상 수상작인 〈낭만죽이기〉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를 피해 모여든 학교 안 생존자들의 서바이벌을 그렸다. 학과 톱을 달리는 퀸카 초월에만 미남으로 보이는 동글이와의 로맨스 코미디인 〈24시간 미남〉, 스포츠 클라이밍을 소재로 시원한 구도와 연출, 화려한 컬러로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데드포인트〉 등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2023년에 2회에 걸쳐 진행된 ‘지상최대공모전’ 웹툰부문은 네이버웹툰 내 도전만화에 업로드한 작품에서 1차 심사 후 베스트도전에 승격되고 2차 심사에서 수상작을 결정한 뒤 상금과 정식 연재의 기회를 얻는다. 이처럼 1, 2기로 나눠 진행된 공모전의 1기 수상작은 대상으로 〈망겜으로 기사회생〉, 독자인기상은 〈사운즈 라이크〉, 최우수상은 〈불 빌려드릴까요?〉, 우수상은 총 8편으로 모두 11개의 작품이 수상했다. 2기는 대상의 〈주희의 주의〉, 최우수상은 〈킬로드〉, 독자인기상은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수상했다.
과거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전’은 다양한 이름과 협업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슈퍼챌린지 웹툰 공모전’이란 이름으로 총 상금 2,000만 원을 내걸고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을 전공한 재학생과 휴학생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전’은 2020년 ‘다음웹툰 천하제일 공모전’, 2021년에는 ‘카카오페이지×스토리잼 웹툰창조 공모전’, ‘파일럿웹툰프로젝트 공모전’, 2022년에는 ‘어른로맨스 공모전’, ‘글로벌레이드 카카오웹툰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미스터블루는 로맨스, BL 장르, 레진코믹스는 장르, 지원자격 등의 제한을 모두 없앤 ‘언리미티드 공모전’과 성인만화만 대상으로 한 ‘19컷 공모전’을 개최했다.
국내의 중요 웹툰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의 특징을 꼽자면 현재 웹툰 독자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작품의 선점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게임 세계관 기반의 판타지 안에서 남녀의 로맨스, 시공간을 넘나드는 액션, 세기말을 상징하는 좀비와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성과 스토리로 짜여진 스토리와 당장 연재가 가능한 작화 퀄리티를 가진 작품을 선점하여 독자들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각 플랫폼의 홍보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신규 웹툰 콘텐츠를 인기 IP로 개발하여 다양한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하는 OSMU 사업으로 실현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서 수익을 노려봄 직할 만한 것이다.
공공기관 공모전 과 다양성 만화 제작지원 사업
2023년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하는 만화공모전으로 국내 공공기관에서 개최하는 만화공모전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공모전 중 하나이다. 올해로 22회를 맞는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은 오랜 역사만큼 재능있는 수상자를 다수 배출했고 만화 웹툰 작가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2023년 대상은 〈개다리스윙〉, 최우수상은 〈입무〉, 〈저승사자 vs 뱀파이어〉, 우수상은 〈너의 처음 나의 마지막〉, 〈SS급 퇴마사의 회고록〉, 〈앵콜요청금지〉, 장려상은 〈블루 플레이어스〉, 〈우연과 상상〉, 〈러브·좀비·익스프레스〉, 〈무공과 주술의 다문화교실〉이 각각 수상했다. 판타지 장르 속에 액션과 로맨스가 가미된 작품이 대다수이지만 현대 사회 속 인간에 대한 고찰과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개성있는 작품도 고루 입상했다.
서울시에서 직접 웹툰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2020년과 2021년에 열린 ‘서울 웹툰 공모전’은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공모전으로 수상자에게 작품 연재와 영상화 기회까지 마련했다. 부천시도 웹툰 제작 스튜디오 레드아이스와 함께 ‘모든 웹툰 공모전’을 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한 이 공모전은 자유 작품과 지정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작품으로 진행했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신작 웹툰은 심사해서 창작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만화 지원사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다양성 만화 지원사업’이 있다. 비주류만화와 웹툰을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독창성과 작품성이 담긴 작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24년에 만화창작 지원사업 접수율이 전년 대비 28.6% 증가했고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사업’은 전년 대비 37% 증가, 2024년 만화창작 지원사업의 접수율이 2023년과 대비해서 28.6%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창작자들과 독자들 모두 좀 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에 목말라했다는 해석이다.
작년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사업’의 선정평가에 따르면 웹툰 174개, 출판 180개로 총 354개의 과제 중에서 기획안과 샘플 원고만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여준 작품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출판부문에서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도 진지한 진정성을 고집하고 개성이 강하면서도 예술적 감각을 추구하려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린이만화의 출품작이 적었고 웹툰 부문에서 기존 상업성이 짙은 웹툰과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점에서 아쉬웠고 작품 소재의 빈곤함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다양성과 창의성이 풍부한 만화웹툰의 창작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HIT IP 확보를 위한 공모전 인기
드라마와 영화 등 각종 콘텐츠의 원천 소스로도 좋은 재료가 되는 웹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웹툰의 형태가 아닌 소설과 스토리 자체만으로 공모전을 여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주최측도 공공기관, 웹툰 플랫폼, 방송 및 프로그램 제작사 등의 합작으로 공모전을 열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은 문화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콘텐츠용 스토리 공모전이다. 이 공모전의 수상작중 하나가 인기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로 알려진 만큼 인기가 많다. 그런 점 때문인지 지원자 중 방송작가나 드라마 PD 등 방송 콘텐츠 관계자들이 많다는 평가다.
2022년에는 ‘선넘는 공모전’이란 이름으로 총 상금 2억 원을 걸고 엔씨소프트, MBC 방송국, 서울산업진흥원에 공동주관해서 열었다. 웹툰, 웹소설, 영상 콘텐츠로 나눠서 개최했다. 2023년도 웹툰&숏콘텐츠 공모전이란 이름으로 방송국 대신 영화제작사와 함께 진행했다.
네이버웹툰의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웹소설 부문은 웹툰 부문과 함께 꾸준히 열리고 있고 카카오웹툰도 다양한 주제의 공모전을 통해서 장르적 특성과 독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하려고 있다. 최근 웹툰 제작에서 노블코믹스 작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고 판타지 로맨스 구성의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웹툰 독자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를 즐기는 시청자층에게 이미 검증된 콘텐츠로서 웹툰, 웹소설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미디어믹스하는 경우는 일련의 공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웹툰, 웹소설 제작사뿐만 아니라 방송국, 영화제작사까지도 스토리텔링 원천 IP를 열광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자체 개발 콘텐츠뿐만 아니라 신인 작가들의 신선하면서도 독창적인 스토리를 선점하는 것이 최근 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웹툰 공모전은 창작자들뿐만 아니라 웹툰업계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중요한 자리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더 트렌디한 스타일의 만화와 웹툰, 독자들에게 지금 당장 서비스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창작자들은 웹툰, 웹소설의 형태뿐만 아니라 원천 스토리 구성에 노력을 들일 것이고 콘텐츠 제작 유통사는 구매자들의 입맛에 맞는 IP를 선보일 것이다. 결국 공모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 확보란 문제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돌고 돌아도 다시 다양성과 개성을 갖춘 웹툰을 볼 수 있는 공모전을 이번 2024년에도 여전히 희구한다는 것에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