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웹툰 산업 불황의 징후와 미래 전략


[차트1] & [표1] 웹툰 상장사 IR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2019년~2024년 매출추이
①웹툰 상장사 자료는 △SEC와 △DART를 기준으로 △FnGuide △IR을 통해 보완 및 교차 검증했다 ②2019년~2023년 웹툰 시장 규모는 콘진원에서 25년 1월 발간된 「2024 만화산업백서」에서 옮겨왔다 ③위 언급된 자료 내 콘진원 통계는 2023년 자료까지만 제공되어, 2024년 웹툰 시장 규모는 △각사의 5년간 연평균성장률(Compounded Annual Growth Rate, CAGR) △각사의 연도별 CAGR 변화 △웹툰 시장 규모의 4년간 CAGR △웹툰 시장 규모의 연도별 CAGR 변화를 교차하여 추산하였으며, 기관 추정치가 아닌 위 표와 차트에 사용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예상치이므로 주의를 요구한다. ④카카오웹툰의 경우, 중요 플랫폼 플레이어이나 ‘스토리 사업’ 부문의 복합 통계를 산출하기 때문에 통계 정제가 어려워 자료에서 제외했다.
2024년, 천장 혹은 불황 징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해 발간한 「만화산업백서 2024」에서 2023년을 “(2022년에 이어) 성장률이 둔화하며 조정을 맞는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웹툰 산업 자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주석을 덧붙였는데, 이는 올해 초 발간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서 검토한 자료들에 대한 평가도 맞닿는 부분이다. 콘진원의 전반적인 시장 평가 및 컨센서스를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콘텐츠 수혜 이후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로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이보다 훨씬 절망적인데, 단순히 PD와 작가와 같은 콘텐츠 생산 및 관리 직종의 이야기가 아닌, 웹툰 스튜디오 및 플랫폼 CEO 등 사업운영자들로부터 불황에 대한 증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정도의 평가 이상의 우려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K-만화웹툰분과 정책 간담회’에서 남성향 웹툰 플랫폼 ‘무툰’의 기획을 담당하는 핑거스토리의 박지현 상무이사는 “경기가 안 좋아서 코로나 이후에 좀 많이 꺾였다”라고 증언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코로나 이후로 많이 꺾였다’라는 부분이 아니라 ‘경기가 안 좋다’는 지점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 증언은 ‘최근 한국의 거시경제지표로 확인되는 불황을 웹툰 산업계도 대면 중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업운영자의 위치에서 진술하는 ‘경기가 안 좋다’는 대게 두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하나는 투자가 경색되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출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 경색과 매출 부진은 인과적이지 않은 대신 상호 연관되어 있어, 시장을 해석하는 분석 참여자들은 이를 종종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시키곤 한다. 그러나 이는 두 요소를 하나의 원인으로 묶어 사업운영자의 의사 결정 단순화를 돕기 위한 해석이지,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웹툰 산업을 둘러싼 ‘경기가 안 좋다’는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투자 경색과 매출 부진을 따로 진단해야 한다. 투자 경색의 경우는 꽤 명확하게 코로나로 인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코로나로 인한 복합적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선택한 현금 지원 정책의 여파로, 달러 가치 하락 및 금리 인상 등 투자자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마주해 투자 심리가 냉각된 결과였다.
첫 번째 천장, 보수적 환경으로 이동한 투자 여건
미국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현금 지원책을 꺼냈었다. 이는 유동성 사용자에게 현금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2008년 리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꺼냈던 양적 완화 전략과 상당 부분 유사했다. 양적 완화는 현금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요소이기 때문에 국가는 떨어진 현금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통화 긴축을 시행하는 부담을 짊어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 또한 2022년부터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 긴축을 시행했으며, 이는 기축통화의 긴축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은행들에도 큰 영향을 줬다. 이렇게 기관 간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경제 상황은 시장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가중하여 궁극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빠른 유동성 공급을 방해한다.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투자자는 투자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냐?’ 혹은 ‘투자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냐?’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를 판단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지표는 ‘영업이익’이나 ‘자유현금흐름’ 등과 같이, 기업활동으로 창출한 잉여를 재무적으로 계량하는 지표다. 이는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를 요청했을 때 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계측하는 것으로, ‘영업이익’ 등은 궁극적으로는 총매출과 해당 지표들을 비교하는 등 수익 창출 시점까지 남은 기간을 예측하고 위험도를 계량하여 익시트 시점을 결정하는 데 활용된다. 따라서 투자가 지향하는 방향 자체가 돈을 빼는 방향으로 몰리게 된다. 이에 대응해 사업운영자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불어넣거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총매출 촉진(Top Line Drive)이나 영업이익 보강(Bottom Line Improve)을 사업 전략 전반을 재고하게 된다. 사업 전략은 투자자와 기업의 관계와 같은 사업의 정성적 요인에 의해 수정되나, 투자가 있건 없건 안정적으로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위험을 가중하는 모양이 된다.
두 번째 천장, 정보비용 인플레와 콘텐츠 양극화
매출 부진의 경우, 대중의 소비 혹은 콘텐츠 수용 패턴 변화와 인과적인 관계를 맺는 만큼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이나 위험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대신 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대중의 소비 결정 과정이 길어지게 만든다. 이는 콘텐츠 소비에 있어 소비 평가를 오랜 기간에 걸쳐 내린다는 뜻이다. 더불어 정교하게 발전된 소비자의 제품 평가는 제품에 대한 유효 수요(Effective Demand)를 떨어뜨리고, 제품의 진입 시장을 초점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은 단순히 대중의 콘텐츠 수용 폭이 줄어들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소비 선택의 폭을 늘리는 것과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 모두에는 비용이 드는데, 소비자로서 대중은 자신이 소비 선택을 줄인 이유를 정량적으로만 마련하지 않고, 정성적으로도 마련한다. 이는 소비자가 변화하는 거시적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막대한 정보비용(Information Cost)을 치르게 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정보비용은 이해비용(Comprehension Costs)과 탐색비용(Search Costs) 등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수용의 페르소나를 설정할 때 가정하는 시나리오 설정 중 하나인 ‘콘텐츠 수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웹툰을 찾기까지 걸리는 모든 비용’을 가리키는 탐색비용보다 넓은 개념이다. 즉, 경영적 입장에서는 외부적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소비자로서도 길어진 평가 과정이 길어졌다는 뜻은 콘텐츠 수용 방식에 있어 지출을 경유하는 선택지가 사라졌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에 연역적인 가정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며, 나아가 지출 행위가 까다로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적당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콘텐츠 수용자는 불황 속에서 넓은 소비 범주를 겨냥하여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는 전략을 선호하는 스낵컬처 콘텐츠를 언제든 끊을 수 있다. 이때 ‘적당한 계기’란 공과 사를 가리지 않으며, 〈이세계 퐁퐁남〉의 사례와 같이 플랫폼 내에서 합의된 과정을 거쳐 토너먼트 경쟁에서 승리했더라도 특정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네이버웹툰에 대한 전반적 소비를 끊는 ‘캔슬 컬쳐’와 같은 소비자 행동주의의 트리거1)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은 콘텐츠 수용을 양극화시키는 중핵 요인이 된다. 제품이 겨냥하고 있는 모든 콘텐츠 수용자가 불황에 의해 비대해진 이해비용 등의 정보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는데, 이는 결정적으로 양면시장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피드백에 기능 부진을 일으킨다. 이 과정은 스낵 컬처와 같이 10년대생부터 70년대생까지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지향하는 통합적 소비 시장에서 심해진다. 그 이유는 연역적 가정이 많아지면 의사소통 구조에 있어 ‘조합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을 일으키고, 정보 간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게 된다. 이는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로 이어진다. 차원의 저주는 소비자가 해석할 수 있는 행동 의미의 폭을 극단적으로 줄임으로써, 작품에 대한 참여 환경 또한 극단적으로 조성되는 조건이 된다. 플랫폼은 양산형 상품으로 인해 소비자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양산형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표2] 웹툰 상장사 IR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1Q25 매출과 영업이익 및 YoY
웹툰 상장사 자료는 △SEC와 △DART를 기준으로, △FnGuide △IR을 통해 교차 검증했다.
웹툰 시장의 1Q25와 피처 선택/확산 전략
차원의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피처 선택(Feature Selection)’으로 데이터의 중요 특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단순화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처 추출(Feature Extraction)’로 기존 데이터의 특징을 활용하여 데이터의 새로운 조합을 생성(피처 추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업은 단연 네이버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플랫폼 유통의 소비자지향 특성을 강화해 유저가 접근했던 콘텐츠를 UI의 상단에 노출해 주는 개인화 서비스 ‘알아서 딱’을 플랫폼에 적용해 피처 선택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유효한 성과 역시 도출되고 있는데, 고려대학교 이건웅 교수팀은 ‘알아서 딱!’ 서비스를 통해 시장집중도를 측정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2)가 완화되는 현상이 발견되었으며 “신작이 발견되기 어려운 구조를 기술적으로 해소해 더 많은 작품에 성장 기회를 고르게 제공”했다고 보고했다. 더불어 [네이버웹툰 → 스튜디오N → 영화제작사]로 이어지는 약한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광장> 등의 미디어믹스를 발굴해 피처 추출 역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는 전략은 피처 추출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준 디앤씨미디어의 〈나 혼자만 레벨업〉은 한미일 합작 제작 및 일본 A1 픽쳐스와 협력을 통해 미디어믹스를 실행했을 뿐만 아니라, 넷마블과 미디어믹스를 통해 적극적인 피처 추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웹툰 산업 플레이어가 고전하고 있을 때 극적인 효과를 보이며 디앤씨미디어의 2024년 매출을 견인했다. 와이랩 역시 타이틀 간 하이라키를 잡지 못하고 부진하든 면치 못하고 있든 ‘수퍼스트링’ 스토리 유니버스 전략의 실패를, CIC인 와이랩 플렉스를 활용한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 계약 등의 피처 추출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할 점은 다우키움그룹의 투자를 통해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는 키다리스튜디오인데, 플랫폼을 미니멀하게 구성한 UI 특성상 피처 선택 전략보다는 미디어믹스에 뛰어들어 피처 추출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주의할 것은 웹툰 시장뿐만 아니라 영상부터 게임까지 콘텐츠 산업 전반이 부진한 기조를 떨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IP로 성장시킨 콘텐츠 타이틀을 가교 삼아 글로벌로 플랫폼을 펼쳐야 하는 만큼, 투자에 의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결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노동강도와 수급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며, 게임산업과 영상산업 모두 초기 펀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애로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택스프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핑거스토리 △다우키움그룹이 인수한 키다리스튜디오 △네이버웹툰 정도가 아니라면 전략 자체를 펼칠 가능성이 부족할 수 있다. 또한, 피처 추출 전략 자체가 미디어 역학을 활용한 전략이기 때문에 운영에 있어 IP 버전의 ‘통합의 지옥’을 통과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미디어 간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산업관계자의 이해가 절실하다. <광장> 역시 빠르게 넷플릭스 플랫폼을 점유하긴 하였으나, 콘텐츠의 정성적 성취가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2025년은 웹툰 시장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해이다. 웹툰 산업관계자라면 보다 큰 방향을 위해 낮은 자세로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산업 간 관계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1) X 등을 기반으로 확산한 네이버 웹툰 불매 운동의 타임라인 상 트리거는 <이세계 퐁퐁남>이 맞으며, 네이버웹툰 홍보 X 계정에서 등장한 “불매(불티나게 매입)” 포스트는 소비자 행동주의에 대한 네이버 측의 대응이었으므로 트리거가 아닌 소비자 행동주의의 촉매로 볼 수 있다.
2) HHI는 매출 등의 실적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실적에서 낮은 실적 순으로 참여자를 배열한 뒤, 참여자 각각의 시장점유율을 구하고, 이들 점유율의 제곱을 모두 합산하는 방식으로 측정된다. 이는 과점 시장에서 점유율 격차가 참여자에게 집중도를 높게 측정하는 장점이 있어 기업 간 합병 등이 반독점법에 저촉되는지 계량하는 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