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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만화 완전히 망했네요!’라는 말

폭발적 성장이 끝난 한국 웹툰 산업은 투자 위축, 소비 변화, 플랫폼 집중 등의 문제 속에서 이제 질적 성장을 위한 체계 개편과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절실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2025-06-11 이재민

대한민국 만화 완전히 망했네요!’라는 말

 

최근 몇 개월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이다. 지난 수년간 경고해 왔던 바대로, 폭발적이었던 지난 몇 년간의 성장세는 꺾였다. 시장은 옥석을 가려내는 시기로 들어섰고, 우리는 그 시기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사실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은 굉장히 점잖은 표현이다. 202412월을 기점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더 심상치 않다.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편에서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출산율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라고 말하는 모습이 점잖게 느껴지는 현장의 반응이 나온다.

물론, 이건 비단 웹툰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웹툰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20241월과 20251월 카드 사용액을 보면, 대부분 업종에서 카드 사용률이 감소했다. 숙박업과 음식점업은 20241월 대비 20251월 매출액이 2,200억 원 줄었고, 도소매업은 6.8% 줄었다. 또 운수업은 7.6%로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허리띠를 졸라매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육비가 5.5% 감소했다. 유치원, 교육기관, 학원 등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보건,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1.1% 줄었고, 웹툰이 포함된 예술, 스포츠, 여가는 1.7% 감소했다.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했듯 웹툰은 그나마나은 쪽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만화 완전히 망했다는 냉소적인 대화는 사실 문제 파악과 논의에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빠르게 퍼져나가기 좋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한국 만화시장 망했다, IMF보다 어렵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커뮤니티 반응이 실제 사실을 담보하진 않지만, 여기서 나오는 정보가 아닌 정서는 주목해야 한다. 한국 만화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거니와, 지금 어떤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실제로 어떤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성장 둔화, 이제 고속 성장은 없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웹툰 시장은 초고속 성장이라는 말이 전혀 손색없는 성장 일로를 달렸다. 만화산업백서를 기준으로 보면 20196,400억 원가량으로 1조 원 시장 진입이 중기적 목표였던 웹툰 시장은 코로나19를 만나 날개를 달고 2020, 1년 만에 1538억 원을 기록한다. 불과 단 1년 만에 64.65% 성장했다. 이 숫자가 감이 잘 안 온다면, 키가 100cm이었던 옆집 꼬마가 단 1년 만에 164.65cm가 되어 나타난 것과 같다.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까지 이어진다. 2021년 웹툰 산업 규모는 15,66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47.97% 성장하는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144.68%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인다. 불과 2년 사이에 두 배 반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고, 이 시기 역사상 만화 시장에는 생소했던 투자 붐이 일었다.

이 투자 붐의 시기, 웹툰 제작사가 대거 창업했다. 당연히 목표는 히트작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를 받고 팀을 꾸려 첫 작품을 선보일 때가 된 2022, 갑작스럽게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20223월부터 10회 연속 금리가 인상되는가 하면, ‘빅 스텝(Big Step, 0.5% 금리 인상)’이나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0.75% 금리 인상)’ 등의 용어가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며 시사상식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당연히 투자뿐 아니라 작품 제작을 위해 IP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던 금융사들 역시 금고를 걸어 잠갔다.

만화 산업만을 들여다보는 만화산업백서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에서 2022, 성장률은 16.7%였다. 만화시장 망했다라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2023년을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서며 19.68% 성장을 이어갔다. 이제 연 40%를 넘는 초고속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폭발적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한 때부터 제작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에는 피너툰이 문을 닫았고, 연말에는 버프툰이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성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어렵다.

 

만화와 투자

투자의 관점에서 만화는 투자하기 좋은 종목이 아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투자 금액은 많지 않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은 아주 떨어진다. 소위 히트작이 나오면 히트작을 포함해 비슷한 작품들에 관한 관심은 올라가지만, 전체 소비를 끌어올리지는 않는다. 여기에 한 작품이 히트했더라도, 다음 작품까지 히트가 이어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제조업에선 한 브랜드를 만들면 그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다. ‘소비 경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는 매번 새롭게 평가받아야 한다. 투자 성공률은 낮고, 투자를 통해 가치를 올리기는 어렵다.

, 전체 작품 중에서 성공하는 작품의 비율을 생각하면 성공률은 아주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시야를 더 넓혀서 대중이 알만한작품, 나아가 글로벌 대중이 알고 있는작품으로 성공의 범위를 좁히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벤치마킹하고자 노력하는 일본을 보면 매년 1만 종 가까운 만화가 쏟아지지만, 그중에서 대중이 이름을 아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이런 시장인 줄 모르고 들어왔다가 쓴맛을 본 곳들도 많다. 한편으론 작가가 직접 스튜디오를 차렸는데, 직원 월급은 어떻게 줘야 하는지, 사내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몰라서 헤매다가 문 닫은 곳도 있을 정도로, 중구난방으로 창업이 이루어졌다. 정책적으로 창업을 위한 교육을 하기엔 벤치마킹하기 위한 유사 산업 자체가 적고, 알아야 하는 것은 많다. 저작권 관리부터 법인 설립 이후 일련의 과정들까지. 일단 산업이 급격하게 자금 흐름을 타면서 미성숙한 대응을 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다음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투자가 늘 때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성장이 더뎌지니 투자도 줄었다는 이야기만 놓고 보면 투자금이 흘러간 제작사들이 한국 만화 망했다론의 진앙으로 보일 수 있다. 일단 제작사가 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작품이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여기서 사고가 멈춘다. 노블코믹스가 늘었고, 작품들이 대부분 비슷한 내용으로 맞춰지다 보니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떠났다는 비판이다. 언제나 그렇듯 100%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독자: 돈 쓰는 사람들

웹툰은 인터렉션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했던 매체다. 따라서 독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돈 쓰는 사람들인 독자들의 소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고환율로 인한 고물가가 모든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이건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실제로 숫자로 드러나는 것은 다를까? 20256월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을 보면 2014년과 2024년 소비성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쓸 돈 자체가 줄었다. 특히 웹툰의 주요 독자층으로 여겨지는 30대 이하 세대의 경우 가처분소득(총소득에서 세금, 보험료 등을 공제한 돈) 자체는 3468천 원에서 348.2만 원으로 14천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비액은 2567천 원에서 2483천 원으로 오히려 9만 원 줄었고, 소비성향(쓸 수 있는 돈 대비 쓰는 돈)2.1%P 감소했다. 그러니까, 10년 전보다 오히려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었는데 물가는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대에서 오락/문화 소비가 증가했는데, 30대 이하 3.1%P, 402.9%P 늘었다. 여기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구독 중심의 플랫폼이 고정 지출을 가져갔고, 게임 등 한 번에 지출이 큰 즐길 거리가 전 세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4년 기준으로 경험소비, 즉 오프라인 참여가 늘면서 처음으로 1천만 시대를 연 야구, 2023시즌 최초로 300만 관중을 돌파1)K리그, 공연 관람권 판매액 14천억 원 시대2)를 여는 등 다른 즐길 거리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대중매체로 빠르게 전이되면서 웰메이드작품일 뿐 아니라 누구나 보는 대세 콘텐츠를 실은 매체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는 웹툰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성 역시 필요하다. 매체에 관한 진지한 연구, 독자들에 대한 분석 없이 어디에 돈을 쓰는가?’에만 집중해서 확장 전략을 연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소위 팔리는 작품에 쏠리는 현상, 자극적으로 소모되는 작품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현재의 성장 둔화가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연계되는 과도기라면, 바로 지금이 질적인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다. 한마디로 독자의 체질을 연구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참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웹툰은 그런 인터렉션으로 성장해 온 매체다.


객단가와 분배의 문제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객단가 문제다. 웹툰 한 편당 단가는 대여를 기준으로 200원에서 300원이다. 여기서 더 올리기는 어렵다. 북미의 경우 네이버웹툰에서 한편에 7코인, 70센트로 대략 950원가량이다. 웹툰 한 편을 보는데 우리나라보다 세배는 비싼 셈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광고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에 광고 보고 작품 보기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작품에는 ‘7코인 내기 또는 광고 보기가 가능하다. 이건 영어권의 광고 단가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단가가 높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웹툰은 무료라는 케케묵은 인식과 함께 가격저항도 강하고,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매우 강하다.

여기서 300원에 판매하는 작품의 10%~30%가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로 만져보지도 못한돈으로 사라진다. 앱 마켓을 장악하고 통행세를 받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법안, 소위 구글갑질방지법을 발의했지만, 구글과 애플은 보란 듯이 자신들이 허락한 인앱결제 우회 수단만 허용해 수수료를 징수하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작품을 광고하려고 해도 통해야 하는 곳은 구글, 메타(인스타그램 등), 그리고 애플 등이다. 낮은 객단가를 올릴 수도, 수수료 비중을 낮추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이다. 다행히 결제 수단을 전면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어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글로벌 진출과 웹툰 플랫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매출을 내기 어려운 제작사들은 글로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탈출구인 글로벌 시장도 넓지 않다. 출구는 네이버와 카카오, 두 개뿐이다. 두 가지 모두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사실상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에서도 제작사들은 회의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소위 간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 시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제작사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메리트가 적다고 이야기한다.

매출이 아주 크게 늘면 모르겠지만, 번역 비용을 포함한 부대비용과 수수료를 생각하면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진출 국가를 선택하거나 진출 시기를 조율하는 데도 자체적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문을 두드려보기 어렵다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애플과 아마존, 라쿠텐 등 소위 빅테크들의 웹툰 플랫폼이 아직 기대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소위 영업을 통한 경쟁우위를 가져가기 어렵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플랫폼이 애초에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제작사들이 매출 기대치가 낮은 해외 진출을 두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보다 국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는 게 나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 독자, 플랫폼() 해결책은 없을까

일단 가장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은 답이 아니다. 웹툰 업계 종사자로서 작가를 챙겨주라는 당위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시장이 어려워진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물가 등 외부요인을 제외한 내부적 문제의 본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투자가 줄었다. 둘째, 독자들이 변했다. 셋째, 플랫폼의 힘이 너무 크다.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일단 투자부터 살펴보자. 출판만화 시절부터 지금의 웹툰까지, 만화를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웹툰이 그만큼 주목받고 있고, 타 분야에 비해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많이 받는 분야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특별한 이유는, 그게 아주 적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화를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화는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개성 넘치는 매체다. 하지만 투자를 받고 매출이 목표가 되는 순간, 개성은 실패 가능성으로 읽히게 된다. 투자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무엇을 위해 받는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 독자의 변화에 맞춰 플랫폼들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보자. 일단 네이버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알아서 딱과 북미에서 New&Hot을 통해 숏폼 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픽코마에서 지난해부터 독자 홈서비스를 시작해 독자들이 픽코마 서비스 내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독자의 취향을 작품을 홍보하는 요인으로 변경시키고 있는 셈이다. 독자들이 변했다면, 변한 독자들이 찾아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아가도록 글로벌 플랫폼은 변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는 이 움직임이 느리다.

세 번째, 플랫폼의 힘을 어떻게 쪼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일단 하나로 통합된 서비스를 어떻게 취향별, 장르별, 독자별로 나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통합된 서비스로 가져가는 권한을 내려놓는 대신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연구과제들이 필요하다. 웹툰을 플랫폼의 단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매체 특성을 고려한 다채로운 연구와 정책과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이제 고속 성장은 끝났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다. 고속 성장기에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다면, 질적 성장을 위한 독립시장에서 작가들이 성숙할 수 있는 중간층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선 현재 프로 작가들이 데뷔하면서 받는 최저선을 줄이고, 데뷔 허들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검증 기간 없이 바로 데뷔해 주간 연재를 겪는 것보다, 여러 작품을 만들어보면서 작가로서 완성되어 가는 기간을 담보할 수 있는 플랫폼 외부 시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플랫폼은 안정적으로 신인 작가를 발굴할 수 있고, 작가들은 덜컥 주간 마감에 뛰어들어 몸이 상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적으로 성장한 후에 주간 연재를 시작할 수 있다.

한국 만화 완전히 망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시장의 규모나 성장률로만 보아도, ‘망했다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어떻게 분배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힘을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견제받지 않고 폭주하는 힘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플랫폼들도, 제작사들도, 그리고 작가들도 만화라는 표현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이 고민을 멈추는 때가 정말로 망한때다.




1) 케이리그, “2023시즌 K리그1, K리그2 합계 유료 관중 총 3011,509명 기록,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첫 300만 돌파”, 2023. 12. 3

2)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공연 관람권 판매액 14,537억 원, 전년 대비 14.5% 증가”, 2025. 2. 18


필진이미지

이재민

만화평론가
한국만화가협회 만화문화연구소장,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2017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만화평론공모전 기성 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