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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넘어 ‘글로벌 사우스’로…웹툰, ‘디지털 실크로드’를 열다

K-웹툰이 한국형 플랫폼 이식과 정부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 전략에 힘입어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장악하며 K-콘텐츠 확산의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축하고 있다.

2025-12-17 박연조

亞 넘어 ‘글로벌 사우스’로…웹툰, ‘디지털 실크로드’를 열다


스마트폰 스크롤이 만든 신()한류의 최전선
태국 등 아세안 시장의 폭발적 성장, K-콘텐츠의 허브되다
비서구권·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정부의 외교 전략과 맞물린 웹툰 수출의 구조적 대전환 시대

 

대한민국의 한류(Hallyu) 지형은 과거 특정 장르(드라마, 가요)와 특정한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었던 단계를 지나, ‘장르의 무한 확장플랫폼의 글로벌 표준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한류 4.0(Hallyu 4.0)으로 변화되고 있다. BTS·블랙핑크의 빌보드/코첼라 장악, <오징어 게임>·<기생충>의 에미상·오스카 수상 등 북미와 유럽에서 '서브 컬처'가 아닌 '메인 스트림'으로 진입했다. 또한 중동(사우디, UAE), 인도, 남미(멕시코, 브라질) 등 인구 구조가 젊고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들이 새로운 '한류 소비 거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외교 방향과 맞물려 이들 국가와의 문화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K-팝이 문을 열고 K-드라마가 길을 닦았다면, 이제 그 위를 달리는 것은 웹툰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위아래로 쓸어내리며 감상하는 한국식 세로 스크롤만화 방식은 이제 글로벌 만화 시장의 표준(Standard)’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 웹툰의 행보는 기존의 북미·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넘어, 태국을 위시한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남미 등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정부의 외교 전략과 플랫폼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된 구조적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웹툰 하나를 드라마, 게임, 굿즈로 확장하는 계단형 구조의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 글로벌 단위로 작동하면서, 방사형 구조의 트랜스미디어도 활발하다. 이런 변화는 웹툰이 '글로벌 사우스'를 공략할 때 단순 번역 수출이 아니라, "한국형 웹툰 생태계를 현지에 심는 방식" 으로 접근해야 한다.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의 '원천 소스' 역할을 하며 한류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거대 플랫폼에 우리 콘텐츠를 태워 보내는 콘텐츠 수출에서 네이버웹툰, 카카오픽코마 등 한국 기업이 만든 플랫폼이 글로벌 웹툰 시장의 표준이 되는 플랫폼 이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 저격

동남아시아의 태국은 현재 웹툰의 가장 빠르게 급부상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관련 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태국 만화 시장은 오랫동안 출판 만화 중심의 견고한 성벽을 쌓아온 일본의 망가(Manga)’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에 따라 태국은 인구 7,100만 명 중 모바일 인터넷 사용 비중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Z세대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된 젊은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하고,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컬처(Snack Culture)’에 익숙하며, 하나의 콘텐츠를 TV, PC, 스마트폰, 패블릿,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N스크린의 특징을 지닌다. 이것은 에이에스엠디(ASMD, AdaptiveSource Multi Device) 기술로 하나의 소스를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 맞춰 적절하게 변환하거나 적용하게 되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흑백의 출판 만화보다 화려한 풀컬러(Full-color)로 서비스되는 웹툰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한다.

태국 독자들은 한국 특유의 로맨스 판타지장르와 빠른 서사 전개에 열광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한국 작품을 번역해 보는 것을 넘어, 태국 작가들이 한국 웹툰 스타일을 배우고, 창작하는 글로벌 현지화(Glocalization)로 자연스럽게 파고들고 있다.

태국 시장의 중요성은 동남아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허브(Hub)’ 국가로, 태국에서의 성공은 곧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근 아세안 국가로의 확산을 의미한다. 웹툰이 태국을 동남아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775c000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556pixel, 세로 960pixel
태국 WECOMICS 웹툰플랫폼

 

서구의 히어로물은 '세계 평화'를 다루지만, 웹툰은 '나의 성공', '계급 역전', '불공정 타파'를 다루며,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빈부격차와 계층 사다리의 붕괴를 겪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 청년들의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웹툰은 그들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카타르시스'이자 '희망의 서사'를 준다. 웹툰의 수출은 상품 수출을 넘어 '정서적 공감대'의 수출이다. 이 문화적 유대감은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외교적 파트너십을 맺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소프트파워 자산이 될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외교와 민관 협력의 선순환 구조

최근 웹툰의 확산세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신흥 개발도상국을 일컫는 글로벌 사우스외교 전략과 맞물려 구조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이를 두 가지의 구조적인 부분으로 알아본다면, 첫째, ‘디지털 인프라콘텐츠의 결합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통신 인프라가 빠르게 깔리고 있지만, 자국화된 콘텐츠는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단순한 콘텐츠 IP를 수출하는 콘텐츠 판매를 넘어, 한국형 웹툰 플랫폼 모델 자체를 이식하는 전략이다.

둘째, 저작권 보호 공조의 강화다. 웹툰 수출의 최대 적은 불법 유통이다. 정부는 정상 외교나 고위급 회담 의제에 지식재산권(IP) 보호 협력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과의 저작권 보호 협약 체결은 우리 기업들이 안심하고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판을 통해 외교가 길을 뚫고, 기업이 플랫폼을 깔며, 그 위를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달리는 민관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웹툰의 슈퍼 IP(지식재산권)을 통한 영토 확장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의 시너지는 웹툰 확산의 기폭제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원작을 찾아 웹툰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글로벌 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웹툰은 단순한 만화 콘텐츠를 넘어 영화, 드라마, 게임, 굿즈 등 다양한 2차 창작물로 발전하며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슈퍼 IP(지식재산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기반으로 팬덤을 확장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블루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웹툰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일본을 예로 들자면, 일본은 전 세계 만화 시장의 압도적 1위이자, ‘망가(Manga)’라는 고유명사를 가진 만화 종주국이다. 이 거대한 성벽을 허물고 있는 것도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한국의 디지털 문법적 스토리텔링이었다.

일본 독자들은 오랫동안 종이책을 넘기는 가로 읽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한국식 세로 읽기웹툰은 일본의 젊은 세대를 파고들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775c5bf7.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57pixel, 세로 205pixel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image1.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17pixel, 세로 540pixel
(좌) 가로 읽기 / (우) 세로 읽기
일본의 종이책 가로 읽기’, 한국의 웹툰 세로 읽기

 

현재 카카오의 픽코마와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일본 앱 마켓 매출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한국 작품이 인기를 끄는 것을 넘어, 만화를 소비하는 표준을 한국이 점차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본도 종이출판의 대명사인 히토 츠바시 그룹의 슈에이샤, 코단샤, 카도카와 등 일본의 전통적인 출판 공룡들이 자체 앱을 내놓으며 맹추격하고 있다. 이제 일본 시장은 누가 더 강력한 디지털 만화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치열한 플랫폼 전쟁터로 변모 중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db5478ac.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16pixel, 세로 285pixel
라인망가 & 카카오픽코마

 

'불법 복제 사이트의 근절'과 '현지화(Localization)의 고도화'의 골든 타임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원하는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는 웹툰의 형식과 정확히 부합하며, 웹툰은 글로벌 표준으로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하며, 전망은 밝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불법 복제 사이트의 근절이다. 웹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해외 불법 번역 사이트들이 독버섯처럼 번지며, 창작자의 의욕을 꺾고 플랫폼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국제 공조와 기술적 차단 조치가 필수적이며, 정부의 순방 외교 성과가 실질적인 '저작권 단속 공조'로 이어져야 한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미국 법원을 통한 소환장 발부, 글로벌 저작권 보호 전문 조직 ‘ACE’ 가입 등을 통해 웹툰 불법 유통 대응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775c5bfd.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40pixel, 세로 448pixel  사진 찍은 날짜: 2025년 11월 04일 오후 1:58
이버웹툰 웹툰 불법 유통 대응 범위 확장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한국 웹툰만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작가가, 태국의 작가가 한국 플랫폼에서 연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곧 현지화(Localization)의 고도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언어만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국가의 문화, 정치, 종교, 역사적 금기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여 문화적 번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종교적 색채가 강한 중동이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사소한 설정 하나가 큰 반감을 살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현지 창작 생태계와의 상생은 한국 웹툰만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방식은 문화 제국주의라는 반발을 살 수 있다. 현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웹툰의 문법적 스토리텔링으로 담아내는 현지화된 플랫폼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웹툰을 번역해 뿌리는 단계를 넘어, 태국 작가가 태국 정서로 그린 웹툰을 한국 플랫폼에 태우는 '현지 창작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775c0001.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pixel, 세로 338pixel
태국 방콕 TKpark center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센터 웹툰 아카데미

 

'빨리빨리' 성장한 웹툰, 이제는 '오래오래' 가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 스탠다드는 매출 1위가 아니라, 함께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웹툰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태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가 1위를 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다. 현지인의 여가 시간과 데이터를 점유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폭발적 성장세와 글로벌 사우스 외교라는 순풍을 탄 웹툰호(). 이것은 최근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들려오는 승전보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현지 만화 앱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은, 한국 기업이 동남아인들의 스마트폰 속에 '디지털 고속도로'를 깔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자원 외교나 제조업 협력도 중요하지만, 문화 플랫폼의 안착을 돕는 것은 향후 쇼핑, 게임, 금융 등 다른 K-비즈니스가 진출할 수 있는 넓은 고속도로를 깐 셈이다.

정부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는 이 고속도로가 끊기지 않도록 외교적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단순 콘텐츠 지원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현지 안착을 돕는 '디지털 영토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웹툰으로 닦은 길 위로 K-게임, K-커머스, K-뷰티가 함께 달려야 한다. 웹툰은 이제 단순한 킬링 타임용 만화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와 소통하는 언어이자, 미래 세대의 정서를 잇는 가교이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사우스로 뻗어나가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쇄빙선'이다. 이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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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조

만화출판, 웹툰, 애니메이션 창작자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교육원 만화예술전공 주임교수
광운대학교 스마트융합대학원 메타융합콘텐츠학과 교수
공공기관 웹툰 관련 교육자
<웹툰연출기법>, <다음 화가 궁금해지는 웹툰연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