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게스트를 넘어 가족 같은 동료로 – 오타콘 2026

북미 3대 규모의 동아시아 문화 컨벤션인 ‘오타콘’ 2026의 현장과 지난 5년간의 변화와 성장에 관한 르포

2026-08-31 박슬기

게스트를 넘어 가족 같은 동료로 – 오타콘 2026 



2025년 가을, 오타콘 운영위원회와 스태프들이 2026년 여름에 열릴 오타콘 2026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열흘 남짓한 방한 기간 동안 이들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의 미팅, 만화의 날 행사 방문, 작가·K-POP 아티스트·프로듀서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전 오타콘 게스트들과의 재회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오타콘에서 빛나는 한국 문화 콘텐츠 


오타콘은 1994년 동아시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4명의 주최자와 몇 백 명의 관람객으로 시작해, 32주년을 맞은 2026년에는 관람객 4만 7천 명을 돌파한 북미 3대 규모의 동아시아 문화 컨벤션으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주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팬들이 찾는 행사였지만, 세계를 강타한 한류의 영향으로 2021년 한국 부서가 신설되었고, 오타콘 2022에는 한국 밴드 롤링쿼츠가 K-POP 게스트로 초대되어 큰 환영을 받았다. 


관람객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한 오타콘은 2022년 처음으로 한국 만화·웹툰 관련 게스트를 찾아 나섰고, 이때 운 좋게, 그리고 운명적으로 오타콘과 처음 연결된 사람이 필자였다. 첫 만남 이후 (주)독고탁컴퍼니는 오타콘 2023에 한국 만화 첫 게스트로 공식 초청되었다. 웹툰 작가 박경란, 독립만화 작가 최인선도 함께 초청되어 각각 개인·공동 패널을 진행했고, 독고탁컴퍼니 이름의 작지만 알찬 한국 만화 부스도 함께 운영했다. 이 경험은 오타콘 운영위원회가 관람객들의 관심이 K-POP을 넘어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타콘은 공식적으로 같은 게스트를 같은 콘텐츠로 2년 연속 초청하지 않는다. 2023년 가을, 다시 방한한 오타콘 운영위원들이 한국 스태프들을 만났을 때, 필자는 오타콘이 한국 언어·문화 교육 전문가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침 필자에게는 미국 대학원 시절 한국어와 한국 문화, 영어를 가르친 공식 경력과 자격증이 있었고, 이를 알게 된 오타콘은 필자를 독고탁컴퍼니의 대표가 아닌 ‘한국 문화 대사 박슬기’로 2024년 컨벤션에 다시 초청했다. 

오타콘 2024에서 필자는 3개의 한국어 패널(한글·초급·중급)과 한국 관광 꿀팁 패널을 진행하게 되었고, 함께 초청된 문인호 만화가와 한국의 교육 만화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공동 패널도 열었다. 


오타콘은 시작도, 타이틀도 일본색이 짙은 컨벤션이다. 공식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4년 첫 컨벤션 때 일본 애니메이션 팬을 대표하는 여성 캐릭터 ‘히로코’가 고안되었고, 1999년에는 그녀의 남동생이자 팬 코믹을 즐겨 그리는 ‘히로시’가 합류했다. 2009년에는 블루 크랩으로 유명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컨벤션이 18년간 열린 것을 기념해 블루 크랩 캐릭터 ‘크래비’가 더해졌다. 참고로 크래비가 빨간 것은 삶아져서가 아니라 코스프레 바디 페인팅 때문이다. 2017년 오타콘이 워싱턴 D.C.로 옮겨온 뒤에도 크래비는 오타콘의 역사를 함께한 볼티모어를 기리며 명실상부한 대표 캐릭터로 남아 있다. 


2024년은 오타콘 한국 부서에 매우 뜻 깊은 해였다. 오타콘 2024 게스트인 문인호 작가가 히로코·히로시 남매가 코스플레이로 한복을 입은 그림을 오타콘 측에 제공한 것이다. 이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던 운영위원회는 한복 입은 남매의 등신대를 행사장 곳곳에 전시했고,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여기에 K-POP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까지 더해지며 한국 문화 콘텐츠의 다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문인호 작가가 그린 한복을 입은 히로코와 히로시 남매, 그리고 크래비.


운영위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인호 작가에게 한국을 대표할 오타콘 캐릭터 제작을 제안했고, 문 작가가 고안한 백호 ‘바다’가 2025년 오타콘의 공식 캐릭터에 합류했다. ‘바다’는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무늬의 백호 캐릭터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문인호 작가는 오타콘 2025에서 ‘바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피’ 등 한국의 다양한 호랑이 캐릭터들에 대한 패널을 진행했고, 툰토이 대표 임덕영 작가도 게스트로 초청되어 툰토이를 활용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처럼 오타콘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입지는 지난 5년간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문인호 작가가 그린 ‘바다’. 2025년 공식적으로 오타콘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오타콘 2026: 한국 공식 기관들과 오타콘 협업의 첫걸음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와 컨벤션 내 입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타콘의 한국 관련 패널 진행에는 큰 한계가 있었다. 일본의 경우 주미일본대사관 산하 홍보문화원인 일본홍보문화센터(JICC)가 직접 컨벤션에 참여해 전용 부스와 문화 패널, 워크숍을 운영하고, 코스프레 경연대회에서는 대사관이 직접 ‘대사 상’을 선정해 축하한다. 반면 오타콘은 이름부터 참여자들까지 일본 문화 컨벤션이라는 이미지와 편견이 강해, 최근까지도 그 규모와 명성에 비해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비교적 낮았다. 

하지만 최근 오타콘 내 한국 작가·아티스트들의 활동과 SNS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 사이에서도 오타콘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오타콘 관람은 이들의 위시리스트가 되고 있다. 오타콘 내부에서도 게스트의 다양화, 한국 마스코트 영입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내부와 개별 아티스트들의 노력만으로 한국 문화의 비중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오타콘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오타콘은 비영리 교육 NGO인 오타코프사가 주관하며, 대중문화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를 미국 대중에게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운영위원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는 자원봉사자로, 매년 내부 투표로 운영위원진을 꾸린다.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표로 운영위원회가 확정되어야 컨벤션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과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더 성장하려면 일본의 경우처럼 구성원이 안정되어 있으며, 행사가 열리는 D.C.에 주재하는 한국문화원·대사관 등과 긴 호흡의 협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2021년 한국 부서 신설 이후 오타콘은 주워싱턴한국문화원, 주미한국대사관 등과의 협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름부터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협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4년간 오타콘이 보여준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지켜본 필자는, 이를 장기적인 협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 또는 산하 기관과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5년 가을 필자는 오타콘 운영위원회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소개했고, 그 결과 오타콘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26년 공식 MOU를 체결했다. 김선미 실장의 주도로 오타콘 2026 기간 중 주워싱턴한국문화원과 오타콘 운영위원회의 미팅도 성사되었다. 오타콘의 열정과 한국 정부 산하 기관과의 협업 사실을 알게 된 한국문화원은 오타콘과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해 한국 문화 콘텐츠의 다각화와 홍보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MOU를 맺고 있는 한복진흥원도 만화영상진흥원의 소개로 오타콘 2026에 게스트로 초청되어, 한복 전시와 체험존을 열고 많은 관람객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자체 패널에서 한국 만화 발전을 위해 진행 중인 다양한 사업과 한국의 만화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자국 만화를 위한 국가 산하 기관이 있다는 점, 그리고 나라가 문화유산을 지정·관리하며 만화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미국 관객들에게 신선했던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주 D.C. 한국문화원을 찾은 한국만화영상 진흥원팀과 오타콘 운영위원회 및 박슬기 대표.  오타콘 행사장을 찾은 한국문화원 박종택 원장.


필자는 올해도 한국 만화 전문가 겸 한국 문화 대사로 초청받아 한글 교육 패널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조지앙새의 문>으로 데뷔한 뒤 공연·패션·전시·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으로 예술관을 넓혀가고 있는 문태연 작가, 그리고 한글 캘리그램과 웜벨부흐(wimmelbuch, ‘찾아보는 그림책’) 그림으로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고군 작가를 오타콘 측에 소개하고 초청 기획을 도왔다. 

문태연 작가는 웹툰 컷의 스케치부터 채색 완료까지의 과정을 직접 녹화한 영상을 보여주며, 스토리 고안과 세계관 형성부터 세세한 디테일 작업까지 웹툰 제작의 전 과정을 소개하는 패널을 진행했다. 한국 웹툰에 열광하는 관람객들은 숨죽여 제작 과정을 지켜본 뒤, 웹툰 작가이자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 문 작가와 토론을 이어갔다. 또한 문 작가는 행사 이튿날 캐리커처 패널도 진행했는데, 60분 동안 무려 8명의 캐리커처를 그려주었다. 300여 명의 관객은 제비뽑기로 선정된 주인공들이 그려지는 라이브 화면을 감상하며 작가와 대담을 나누는 귀한 자리를 즐겼다. 


문태연 작가의 웹툰 제작 방식 패널과 캐리커쳐 패널.


고군 작가는 2025년 말 오타콘 참석 계약 직후 오타콘 2026 공식 포스터 작업에 착수해 4개월에 걸쳐 웜벨부흐 형태의 작품을 완성했고, 이 포스터를 관객들과 함께 감상하며 소개하는 패널을 진행했다. 이 포스터는 행사장 내외부는 물론 관람객에게 배부되는 행사장 지도 뒷면에도 인쇄되어 4만 7천 명 이상의 관객이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장기인 한글 캘리그램 작품들을 소개하는 패널도 진행했는데, 글씨가 그림으로 변신하는 장면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타콘2026의 공식 포스터와 관련 패널을 하는 고군 작가.


필자는 한글 캘리그램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람객들에게 한글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60분 만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구성한 한글 교육 패널도 마련했다. 관람객들은 이 패널을 통해 한글을 읽고 쓰는 법과 글자 조합의 원리를 배웠다. 또한 ‘한국 만화의 다양한 얼굴들(Many Faces of Korean Manhwa)’이라는 주제의 전시형 패널을 기획·디자인해 문태연·고군 작가와 함께 진행했다. 이는 100년이 넘는 한국 만화사에서 시대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장르가 꾸준히 변해왔음을 보여주는 패널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걸으며 다양한 한국 만화 장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발표 후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질문과 토론이 끊이지 않았고, 패널 후 쏟아진 박수갈채와 감사 인사는 큰 보람으로 남았다. 


독고탁 컴퍼니 박슬기 대표의 한글 패널과 한국 만화의 다양한 얼굴들 패널.


오타콘 2027, 그리고 그 후를 향한 여정의 시작


오타콘 2026이 끝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스태프들과 운영위원회, 그리고 게스트들은 앞으로 오타콘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자신의 자리에서 미래의 오타콘 행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오타콘 2027의 주제는 여름에 이뤄지는 핼러윈이라는 뜻의 ‘썸머윈(Summerween)’이다. 오타콘은 적어도 2년 전에 컨벤션의 테마를 정하고, 한 해의 컨벤션이 끝나자마자 다음 해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 관람객들 역시 컨벤션이 끝나고 1주일이 지나면 다음 해 행사 동안 머물 호텔을 예약하기 시작한다. 필자는 이런 시스템과 열정이야말로 전원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오타콘이 북미 3대 규모의 동아시아 문화 컨벤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오타콘 2023을 마치고 쓴 기획기사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3일간의 오타콘 행사(실제로는 워싱턴 D.C. 도착부터 떠날 때까지 총 5박 6일의 여정이었다)를 되돌아보면, 모두가 기이할 정도로 행복한 곳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마치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한 오타쿠들과 그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들, 그리고 이 행사가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많은 오타쿠 스태프들로 가득 찬 행복한 이세계(異世界)에 다녀온 느낌이다…. 오타콘이 어떤 행사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서슴없이 이렇게 소개할 것이다. ‘서로를 사랑해주고 새로운 것들을 보고 즐기며 끊임없이 서로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시공간’이라고.”


세 번의 오타콘 행사를 경험한 지금, 나에게 오타콘이 어떤 행사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 몇 가지를 더할 것 같다. 오타콘에 게스트로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오타콘이 계속 발전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한 시공간에서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오타콘을 찾아 더욱 행복한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오타콘 스태프 및 운영위원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며 기꺼이 힘을 보태고 싶어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내년에도 오타콘의 게스트로 초청받는다면 기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필자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과 이후의 오타콘에서 한국 문화 게스트들이 많은 관람객 및 오타콘 스태프들과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알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선 필자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D.C.에 주재하는 한국 관련 기관들과 오타콘 한국팀의 협업을 도울 것이다. 또한 한국의 다양한 만화·애니메이션 기업들이 오타콘에 부스를 열고 많은 관람객을 만나 소통하기를 바란다. 쉽게 해외 컨벤션에 참여하기 힘든 작가들과 문화예술인들 역시 오타콘에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관람객들을 만나고, 한 가족처럼 지내며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필자는 이미 오타콘의 오타쿠가 되었다. 그리고 단언할 수 있다. 오타콘에서 수많은 스태프 및 관람객들과 빛나는 소통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오타콘의 미래에 기꺼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될 것이라고.  



[별첨] 관련 기사 

https://kmas.or.kr/webzine/cover/2023090005
기획기사 〈북미 독자들과의 즐거운 첫 만남 ‘오타콘 2023’〉 




필진이미지

박슬기

* 독고탁 컴퍼니 대표, 
* 교육학자, 문화사회복지사, 배우, 공연/행사기획자, 만화/영화 통.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