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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인간' 구희 작가 - 1부 환경운동가의 삶

환경을 위해 삶 속에서 작은 실천하기, 환경운동가 구희 작가의 이야기

2023-10-26 남경화


Q. 구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기후위기인간'이라는 만화를 그리고 쓴 구희라고 합니다. 


Q. 꼭 질문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구희'가 실명인지 궁금합니다.

A.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질문이에요. 구씨 성이긴 합니다만 '구희'가 실명은 아닙니다. 


Q. 일반적으로 일상툰의 경우 작가님과 주인공을 일치시켜 보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캐릭터와 작가님은 어느 정도 닮았다고 보시는지요?

A. 한 98% 정도는 일치하는 것 같아요. 물론 과장이 담겨 있긴 합니다만 만화 주인공처럼 허둥지둥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외의 행동들을 보면 98% 정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 그림 2,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 모습들 ]


Q. 작가님을 쏙 닮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기후위기인간'은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

A. 제가 기후위기인간을 연재한 건 2, 3년 정도가 됐는데요. 제가 코로나로 실직하게 되면서 우울한 상황에서 그 해에 장마가 50일 넘게 지속되었어요. 그러면서 이제는 지구가 정상이 아닌 게 확연히 체감이 되었어요.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너무 심각하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많이 공유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기후위기'라는 것 자체가 재미없고 부담스러운 주제잖아요. 제가 그림을 전공했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해당 내용을 만화화해서 일상툰으로 제작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현재 '기후'를 주제로 한 다른 작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기후위기인간' 으로 작품이름을 지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기후위기인간'은 원래 띄어쓰기를 해야 돼요. 하지만 '기후위기'와 '인간'은 때 놓을 수 없다 라는 생각과 함께 합성어처럼 만들고 싶어서 '기후위기인간'이라는 제목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기후위기에 처한 인간'일 수도 있고, '기후위기를 만든 인간'으로 보여지고요. 


Q. 제목과 주제를 보면 무게감 있는 내용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작품의 그림체는 너무 산뜻하고 말랑말랑합니다. 작가남의 원래 스타일이 이런 스타일이신지요?

A. 처음에는 이렇게 2, 3등신의 그림체는 아니었어요. 평범한 일러스트 삽화 작가였거든요. 하지만 만화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뭔가 생동감을 좀 불어넣어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이 환경실천을 하면서 실수도 하고 왈가닥스러워야 사람들이 보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고민 끝에 짤막한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제작할 당시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우울감과 무력감을 느끼셨다고 하셨는데요. 찾아보니 '기후 우울증(1)'이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그런 증상이었을까요?

A. 제가 작품을 제작할 당시가 봄이었어요. 올해도 그렇습니다만 봄은 저에게 가장 괴로운 계절이에요. 이제는 봄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고 너무 더워지고 있어요. 그래서 여름이 너무 걱정이되고요. 이상 기온으로 더워진 날씨에 벌써부터 제 몸이 예민해지고 두려운거에요. 이런 현상을 몸으로 겪으며 기후 우울증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지구가 얼마나 이상해질까',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변할까' 등 내 문제보다 더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기후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아마 생소하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기후 우울증'은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에 대해 자각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어떤 심리적인 문제들을 가르키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제가 느꼈던 것은 '우리가 너무 많이 망쳤고, 앞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과 '이런 환경 속에서도 동시대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밝은 이야기가 없다'보니 더더욱 우울해졌어요. 특히 코로나도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에 의한 재난에 가깝다보니 코로나 당시에 더욱 많은 분들이 겪으셨던 것 같아요.

(1) 기후 우울증: 기후 우울증은 기후위기 상황을 보며 느끼는 불안·스트레스·분노·무력감 등을 포괄하는 말로, 2017년 미국 심리학회에서 정의한 우울장애의 일종이다.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이며 앞서 언급했듯이 WHO가 기후 우울증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 출처 한국건강관리협회 https://www.kahp.or.kr/user/bbs/BD_selectBbs.do?q_bbsCode=1058&q_bbscttSn=20221107134149803


Q. 북토크를 포함하여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A. 제가 이 책을 쓰고 나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에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야기를 하면서도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 저 아이들에게 저는 기성세대입니다. 저는 누릴 거는 다 누린 느낌이 드는 거에요. 강연을 듣는 학생들은 벌써 2, 3년간 마스크를 쓰고, 운동장에서 놀지도 못한, 청춘을 빼앗긴 삶처럼 보이거든요. 냉정하게 보자면 이제 6, 7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교육하면 수습할 시간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고요. 지금이 급하거든요. 어른들이 당장 해 놓아야 하는데,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어른 입장으로 항상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게 돼요. 


Q. 많은 분들이 고민하실 것 같아요. 내가 먹고 살 고민을 하는 것과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말이에요.

A. 네, 맞아요.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환경을 파괴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파괴됨으로 얻어지는 피해가 과연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혜택을 얻는 사람들은 계속 혜택을 많이 얻고, 피해를 얻는 사람들은 계속 피해를 얻어서 혜택을 못 얻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아가는 사례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림 3, 프롤로그 내용 중 일부 ]


Q. 국내를 떠나 해외 사례에서도 이런 불평등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A.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나라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누적량으로 보자면 엄청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경우고요. 잘 사는 나라들은 자본이 많은 만큼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어 못사는 나라에 비해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들도 잘 되어 있고, 그 피해도 적지요. 인간 역사를 보면 차별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그래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는 탄소가격제를 도입해기로 했고, 시행 주를 더 늘려가고 있어요(2)

(2) 미국 펜실베니아주 탄소가격제 도입...미국 내 시행 11개주로 늘어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7

제가 유럽에 방문했을 때 하늘이 너무 맑고 깨끗한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깨끗한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예전에 공기가 굉장히 안좋았는데, 공장을 다 중국으로 옮기면서 다시 깨끗해졌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유머라면 유머일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한국 기업들도 해외에 많은 공장을 짓고 하잖아요. 우리는 그것을 가져다 사용하고 있고요. 그래서 어느 한 곳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 좀 더 균형감있는, 피해를 보는 쪽에 좀 더 신경 쓰는 대책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균형감 관점에서 좀 더 생각 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절약에 관련한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만 만들고 있고 현재 국내 에너지는 지방에서 만들고 그걸 도시해서 소비하는 불평등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석탄 발전소를 없애자 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릴 수 만은 없은 문제이고요.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그걸 설치할 땅이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서 산을 깎거나, 이미 사용 중인 곳을 파헤친다면 사실 그 지역은 다시금 피해를 보는 거잖아요. 결국은 수도권을 포함한 주요 소비 도시들이 절약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낭비를 멈추게하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최근에 들었던 가장 충격받았던 내용이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ChatGPT에서 간단한 질문 하나에 생수 한 병 정도의 냉각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에너지 문제는 환경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맞아요. 에너지 문제는 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고민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 화질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이 다르다는 걸 아시나요? 당연히 고화질일 수록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지겠지요. 제가 과거에 충격 받았던 게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모량입니다. 예전 우리는 USB 같은 저장 장치를 통해 저장을 했다면, 이제는 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잖아요. 생각해 보면 그 클라우드는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고, 사용하는 에너지도 정말 많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장비들의 열을 해소하기 위해 정말 많은 냉각수들이 사용되고 있어요. 어쩌면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같이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보니 쉽게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Q. 주변에 채식을 하시는 분들 보면 보통 커뮤니티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A. 저도 사실 채식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하나씩 도전했어요. 해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채식을 하시는 분들은 주변에 비건인 분이 있다면 그나마 괜찮습니다만 그게 아니라면 일반적인 환경에서 유지하긴 아무래도 힘들어요. 그러다보니 의지를 다질 수 있는 모임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편견일 수 있지만 이런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 수도권이나,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분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A. 맞아요. 현실에서 그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분들 중에 그런 환경인 경우가 많이 있어요. 확실히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건 맞아요.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바쁘다 보면 질문하는 것조차도 너무 버겁게 느껴지니까요. 이런 질문들을 받고 저도 생각을 많이 해 보았는데요. 찾아보면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나, 경제적으로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각 지역 도서관에 관련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지역 채널을 보면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곳도 있어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텃밭 키트를 빌려준다든지 흙과 박스 그리고 씨앗 등 이런 것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구청 사이트나 인스타그램 같은 곳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조금만 여유가 있으시다면 참여해 보실 수 있으실꺼에요. 하지만 내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던지, 아니면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럴 때는 '환경운동연합'이나 '여성환경연대'와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무료 강연들에 우선 참여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Q. 이야기를 들어보면 환경을 생각한다는 건 단편적으로 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A. 네, 맞아요. 예를 들어보자면 모두가 전기자동차를 바꾸면 우리가 모르던 고민해야 할 부분이 드러나게 됩니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일반 차량보다 무게가 더 무겁습니다. 하지만 기존 주차장들은 기존 자량을 기준으로 제작하였기 때문에, 모두 전기자동차가 된 세계에서는 그 하중을 견디기 위해서 주차장 또한 변화가 있어야 된다는 점이에요. 이처럼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파면 팔 수록 계속 나오는 것이 환경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다 보니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과 그것을 넘어서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실천 방향으로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은 결국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니까요.


Q. 작가님 입장에서 가장 난감할 수 있는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이북과 종이책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나요.

A. 환경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저는 종이책을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북도 '탄소발자국'이 있긴 합니다만, 나무를 사용해야 하는 종이책이 더 좋지 않아요. 그래서 최대한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최대한 종이 소비를 덜하는 방향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3) 탄소발자국은 환경성적표지 환경영향 범주 중 하나로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지표이며 라벨형태로 제품에 표시됩니다. https://www.gihoo.or.kr/portal/kr/biz/footprint.do



필진이미지

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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