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의 사업 구조 이해를 위한 개요
1. 웹툰 제작사(Content Provider, CP사)의 산업 구조적 역할과 목적
지난 1화에서 우리는 웹툰 산업에서 ‘플랫폼’의 산업 구조적 역할, 목적, 그리고 그 안의 시스템 구조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번 2화에서는 웹툰 산업의 또 다른 구성요소이자, 작가와는 별개로 ‘플랫폼’과 공생 관계인 ‘제작사’의 구조 및 목적에 대하여 이해하고자 한다.
웹툰 ‘제작사’는 작가 집단과 함께 플랫폼에 웹툰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차이점은 작가는 개인, 제작사는 다수의 작가가 소속된 법인이란 것이다. 지난 화수에서 언급하였듯이 모든 법인은 영리적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제작사의 의사 결정 또한 이러한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제작사는 작품을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과는 달리, 주요 BM이 계약 작가 혹은 제작사 공동으로 만든 작품에서 발생하는 유료 결제에 대한 수익 배분액(Revenue Share, 이하 “RS”)이다. 이 때문에 순수하게 제작 매출에 집중하여 의사 결정하며, 이는 곧 플랫폼에서 중시하는 트래픽보다, 독자의 직접 유료 결제와 2차 IP 사업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양질의 웹툰 콘텐츠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트래픽이 높은 플랫폼이 제작사의 주요 거래처가 될 수는 있다)

[그림1] 웹툰 산업의 구조에서의 자본 흐름
또한, 웹툰 제작사 입장에서는 국내외 여러 다양한 플랫폼에 웹툰을 제작 및 제공할 수는 있는 만큼, 작품의 성향에 맞춰 최적화된 플랫폼에 각각 맞춤 제공하거나 투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웹툰의 장르에 따라 플랫폼에 선정되지 못하는 시점에 작품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는 만큼, 제작사는 타깃 독자를 명확히 설정하고 분석하여 웹툰을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사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플랫폼이 설계한 독자 성향을 좇을 수밖에 없기에 일반적으로 플랫폼과 흥망의 결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2. 웹툰 제작사의 역사
■ 웹툰 제작의 분류 및 특성
웹툰 제작 측면에서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원작이 없는 작가 고유 스토리 기반의 오리지널 웹툰, 그리고 웹소설을 기반으로 웹툰화하는 노블코믹스로 분류할 수 있다. 오리지널은 대체로 1인 or 2인의 소수 인력으로 스토리/연출 측면에서 작가 개성을 지닌 채 제작되지만, 노블코믹스는 원작이 있는 만큼 스토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에 작화/연출 중심으로 제작되기 쉽다.
이에 개성적인 오리지널 웹툰은 장르나 2차 IP 사업화 측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노블코믹스는 메가 IP가 아닌 이상 대다수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등 정형화된 장르에 치중된 경향을 띠고 있으며, 2차 IP 확장 측면에서도 오리지널 웹툰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건적인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제작사라는 법인의 목적 측면에서 스토리 및 팬덤 안정성 확보와 함께 작가의 의존성을 낮추고, 자사 수익 배분율을 오리지널 웹툰보다 크게 높일 수 있는 노블코믹스를 선호한다.
여기에 웹툰 시장 또한 비성인과 성인 시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성인 웹툰은 말 그대로 포르노 콘텐츠로서, 비성인 웹툰에 비하여 결제 유도율이 굉장히 높다. 지난 1화에서 살펴보았듯이 포털형 플랫폼을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웹툰 전문 플랫폼은 이러한 성인 작품을 주로 다루며, 독자 성향에 따라 여성향, 남성향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다만, 성인 웹툰은 작품의 유료 결제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으며, 비성인 웹툰처럼 영상, 굿즈 등의 2차 IP로 확장되어 대중에게 소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BL과 같은 팬덤 장르의 굿즈화는 타깃 대상이 대중이 아니기에 논외로 한다)
■ 웹툰 제작사의 세대별 변천사
웹툰 제작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 진화를 해왔다. 최초 1세대는 기존의 출판 만화, 혹은 오리지널 웹툰의 단순 유통만을 담당하는 에이전시였다. 다만, 영리적 목적의 법인이 사업을 펼치기에는 현저히 낮은 약 10%대 RS 요율이었기에, 이 시기의 에이전시는 빠르게 2세대 매니지먼트사로 변환되었다. 이때 매니지먼트사는 MG라는 투자금을 지급하여 법인의 소속 작가를 형성하고 1세대의 단점이었던 수익성을 개선하였다. (RS 약 30~40%)
하지만 오리지널 작가 또한 제작사 수익 배분을 줄이고 개인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플랫폼과 직접 계약과 동시에 제작사를 이탈하는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또한, 유통/기획/투자 중심으로 운영한 2세대 매니지먼트사는 사회적으로 강화되는 저작권법에 따라 매년 높아지는 제작비에 비해 투자만으로는 30~40% 이상의 RS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기 시작하자 작가에게 배분되는 약 60~70%를 회사의 순 매출로 포함하여 인식하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IR 자료(Investor Relations)의 매출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회계 기준에 의해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제작사는 3세대 법인으로 진화하였는데, 이때의 특이점은 ‘노블코믹스 제작’과 ‘스튜디오 방식 채택’이라 할 수 있다. 원작 웹소설 IP를 판권 계약을 통해 수급하고, 스튜디오를 꾸려 파트별 담당 작가를 고용 후, 공동제작 명목으로 RS 요율을 더 높게 진행하면서 회계적으로 회사의 순 매출 인식도 가능한 구조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원작 웹소설이 메가 IP일수록 원작 사용료가 순 매출의 최대 20%까지 높아지는 기형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발생하였고, 스튜디오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고용한 작가들로 발생하는 인건비 증대 문제가 발생하였다.
여기서 3세대는 다시 4세대로 변화한다. 이때 발생한 특이점은, 이전에 편집자나 기자 출신이 설립한 법인과 달리 흥행작(웹툰, 웹소설)을 작성한 작가가 직접 스튜디오 법인을 설립하여 대표로 취임하는 것이었다. 작가 본인이 원작을 보유하였기에 오리지널, 노블코믹스의 원작 사용료에 대한 위험성이 없어지고, 보유한 킬러 IP의 높은 수익으로 인해 법인의 안정적인 현금 확보도 가능해졌다. 또한, 이렇게 확보된 현금 유동성은 작가의 브랜드 가치와 합쳐져 경쟁력 있는 신규 작가 영입에도 강점으로 작용하며, 대표인 작가가 소속 작가진을 직접 프로듀싱함으로써 전체 작품의 퀄리티를 일정 수준 이상 향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4세대 스튜디오 방식은 앞선 세대의 제작사 단점을 효율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분명했음에도, 산업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작가가 대표인 스튜디오는 대부분 대표의 제작 스타일에 맞는 작품을 선호하고, 극한의 수익성을 추구하기에 고질적으로 장르 획일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산업 내 자본 흐름과 제작 권력의 집중화를 초래함으로써, 브랜드 가치가 낮은 신생 작가 및 제작사의 웹툰은 소외되는 구조를 구축하여 양극화를 일으킬 염려도 있다.
3. 제작사 내부 직군 구조 및 역할
■ 웹툰 ‘제작사 PD(Producer)’
‘제작사 PD’는 소속 제작사의 영리적 목적에 맞춰 ‘제작’ 업무를 수행하는 직무이다. 흔히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의 ‘프로듀서(Producer, PD)’란 제작하는 상품과 관련된 인사, 제작, 법무, 재무, 회계 등 전반적인 행정을 관리하고, 기획 및 프로듀싱을 통하여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책임지는 직무이다. 쉽게 말해 콘텐츠가 출시되기 전부터 후까지 제작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콘텐츠 제작 사업의 총괄 책임자이다. 당연히 콘텐츠 업종 및 규모에 따라 PD 업무에도 기획, 행정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세밀한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빈약한 웹툰 산업의 ‘제작사 PD’는 사실상 이 모든 업무를 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2] 잡코리아 "웹툰 PD" 채용 공고문 中 발췌
(출처: 원고 하단 표기)
지난 화수에서 언급한 작품 ‘관리’에 무게를 두는 ‘플랫폼 PD’와 달리 ‘제작사 PD’는 이처럼 제작 업무에 치중되다 보니, 작가와 플랫폼을 상대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한 영업 활동, 작품의 기획 및 프로듀싱을 통한 완성도를 높이는 정성적인 역할과 함께, 소속 법인의 경영진이 요구하는 제작일정, 단가 등의 정량적인 수치를 높이는 업무까지 겸해야 하는 잡식성 직무이다. 또한, 프리랜서인 작가에게 실시간으로 질의응답하고, 작품의 오픈 시간이 정해진 플랫폼 측에서의 특이 사항에 대하여 대응하기 위해서 직장인으로서의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연습도 필요하다. B2C 영업직인 만큼 작가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지속적으로 연마해야 한다. 제작사 PD 중에서도 스튜디오에 속한 PD의 경우, 영업 활동이 아닌 통상 스튜디오 팀별로 배정되어 콘티, 선화, 채색 등 담당 작가들에 대한 인사 관리를 맡아 원활한 제작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역량이 우선시되기도 한다.
엔데믹 선언 이후 웹툰 시장에서 제작 투자 및 독자의 콘텐츠 소비력이 위축되자, 제작사는 비용을 줄이고 작품 개별 매출을 높이고자 PD 1인당 작품 수를 5~7개 정도로 줄이면서 프로듀싱에 집중하는 추세다. 또한, 최근에는 웹툰 PD의 프로듀싱 역량을 장르별, 플랫폼별로 세분화하여 작품을 선별하여 담당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 웹툰 ‘제작사 MD(Merchandiser)’
제작사에서 다양한 플랫폼과 소통하며 작품의 유통 및 프로모션 기획을 담당하는 직무이다. 작품의 단순 유통이라기보다는 플랫폼 MD가 놓칠 수 있는 작품의 강점을 토대로 노출 전략을 기획하고, 이러한 프로모션을 플랫폼 MD와 협의 및 일정 조율하여 효율적으로 노출하는 역할 수행한다. 제작사 PD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작가와 협업하며 독자와의 접점을 고려하는 B2C 영업 활동을 지속한다면, 반면에 제작사 MD는 유통처로서 비즈니스 파트너인 플랫폼을 상대로 계약/노출 협상 등 B2B 영업 활동을 이어간다.
제작사 MD는 여러 플랫폼을 상대해야 하기에 플랫폼별 독자 성향, 프로모션 및 코인 단가 등 정책 변화에 예민하게 추적 반응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작품의 노출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여러 플랫폼의 데이터를 비교하고 분석하며 이를 토대로 전략의 수정과도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내부 경영진과 PD를 포함한 임직원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즉, 작품 유통의 최전선에서 플랫폼과 맞닿은 소통 창구이자, 시장의 외부 데이터를 제작사 내부로 오가게 만드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추가로 제작사 MD의 주요 KPI는 플랫폼 PD와 마찬가지로 매출 규모, 플랫폼별 노출 지면 등 대다수가 정량적인 수치로 평가되기에, 데이터 분석 및 통찰과 더불어 플랫폼과의 관계 형성에 능한 제작사 MD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면을 튼 플랫폼 측으로 스카우트되는 사례가 많다.
■ 2차 IP 사업화(=미디어 믹스, OSMU) 담당자
제작사에서 제작된 웹툰, 웹소설 등의 원작 IP의 잠재력을 사업적 가치로 전환하여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굿즈 등 2차 IP 사업 확장 전략을 기획 및 제안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직무이다.
해당 담당자는 단순히 계약 중개 업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원작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면서 콘텐츠 파트너사의 제작 논리와 결과물을 파악하고 제안하면서, 파급 효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한쪽의 입장만을 고려한다면 원작 IP가 상업적 성공을 하더라도 원작의 본질이 훼손되거나, 파트너사에 과도한 제작비가 전가되면서 산업 전체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웹툰 산업의 어떠한 직무보다도 ‘Win-win’ 전략의 균형감이 필요한 직무이다.
지난 8월에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주가가 하루 만에 80% 넘게 치솟았는데, 이는 월트디즈니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몰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용의 기사가 배포되었다. (정민하, 「나스닥 상장한 네이버웹툰 모회사, 디즈니 손잡자, 주가 81% 상승」, 『조선일보』, 2025.08.14.)
이렇듯 웹툰 플랫폼과 제작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면서 메가 OTT와의 미디어 믹스라는 IP 확장 전략이 기업의 성장 동력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시장이 커질수록 그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이에 필수적으로 외국어 능력, 콘텐츠 매체별 파트너사 발굴하고 특성을 분석하며, 원작의 가치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획안을 제작하는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역량이 중시된다.
4. 웹툰의 기획, 프로듀싱이란?
그렇다면 웹툰 산업에서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프로듀싱(Producing)’이란 과연 무엇인가? 또한, 웹툰 ‘기획’과는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일반인을 포함하여 작가 및 웹툰 산업 종사자들도 잘 모르는 웹툰 프로듀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문답 형식으로 알아보자.
■ Q. 웹툰 제작 시, 기획과 프로듀싱의 차이가 무엇이지?
기획은 창작(Creation)이고, 프로듀싱은 기술(Technique)이다.
물론 실제 업무 진행 과정에서 공통으로 적용하는 영역이 존재하기에 위의 채용 공고와 같이 혼용하고 있으나, 명확하게 구분하자면 작품 기획은 작가가 만드는 작품의 전체적인 방향과 계획을 무(無)에서 유(有)로 만드는 가이드 작업이다. 그리고 프로듀싱은 기획 단계에서 수립된 작품의 설정을 바탕으로 작가가 작품을 실제로 제작할 때 편집, 연출 등을 통해 기술적으로 그 재미와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프로듀싱’의 본원적 용어로서 전반적인 행정 관리까지 포함한 업무를 의미한다면 기획 단계는 프로듀싱 작업 중 하나이나, 이번 기획칼럼 시리즈에서는 구분하여 사용한다)
■ Q. 웹툰 기획 및 프로듀싱하는 방법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작품 제작에 있어 기획은 트렌드(Trend)를 반영하고, 스토리 흐름은 클리셰(Cliché)를 반영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웹툰의 분류, 장르와 더불어 PD의 성향에 따라 웹툰의 기획 및 프로듀싱 방향은 천차만별이지만, 좀 더 쉽게 알아보고자 ‘비성인&오리지널 스토리’ 웹툰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먼저 기획 단계에서 PD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작가와 작품 논의를 시작하는데, 이때 PD는 작가와 편하게 대화하며 작품의 방향성을 구체화한다. 작가의 장단점과 작가가 작품을 통해 던지거나 취하려는 메시지(표현론적 관점), 현재 웹툰 콘텐츠 시장의 흐름(반영론적 관점), 작가의 전작 혹은 비슷한 장르에 대한 독자 반응(효용론적 반응) 등 PD가 복잡한 산업 속에서 경쟁력이 있을 만한 작품의 방향성을 제시하면, 작가는 그러한 시장 상황과 본인이 추구하는 목적의식에 맞춰 작품을 구상한다.
이때 작성되는 문서가 작품의 뼈대가 되는 기획안이다. 기획안에는 작품의 주제, 장르, 소재, 기획 의도, 캐릭터, 기승전결이 포함된 줄거리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다만, 대규모 자본 투자를 받아야 하는 영상화(영화, 드라마 등) 기획안처럼 매우 상세한 양식은 절대 아니며, 작품당 A4 1페이지 정도로 작성한다. (웹툰 제작에 효율적으로 진입하고자 실제 현장에서는 5개 내외 기획안을 동시 작성 & 취사선택한다)
PD는 기획안 구성 전에 이미 외재적 관점에서의 분석이 끝났기에, 이제는 기획안을 포함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절대론적 관점)로 넘어갈 것이다. 최근에는 웹툰을 포함한 스토리 콘텐츠에서 주로 캐릭터 중심으로 작품을 기획하기에, 캐릭터의 신념, 성격, 외모, 능력 등을 상세 설정하여 입체감을 형성해 준다. 이렇게 설정된 캐릭터에게 부여되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통하여 사건까지 설정 후, 주제를 전달하는 스토리를 기획안에 작성함으로써 기획 단계는 마무리된다.
PD와 작가는 기획 단계 이후 프로듀싱 단계에 돌입한다. 이때는 설정된 기획안을 토대로 실제 캐릭터 시트, 원고를 제작한다. 통상 콘티(글/그림), 선화, 채색 3단계에서 프로듀싱 작업이 진행되며, 이때 스토리 흐름, 연출(편집 포함), 작화 측면에서 작품의 밀도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먼저 PD는 스토리 측면에서 작가가 작품의 주제와 캐릭터, 세계관이라는 틀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 역할을 지향한다. 또한, 연출 측면에서 스토리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 컷의 구도, 이미지/텍스트의 가독성을 수정하고, 독자 호흡 조절을 위한 컷 간격 및 배치 재조정, 식자 작업을 통한 몰입감 유도 및 전반적인 작화의 밀도 향상 등 작품의 완결까지 프로듀싱을 꾸준히 진행한다. 이와 동시에 계약, 정산 등 행정이라는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작가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매주 안정적인 원고 제작을 이끄는 것이 프로듀싱의 가장 이상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노블코믹스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의 PD에게 소요되는 업무 자원이 절감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후 작화 및 연출 작업에서 더 세심하면서도 양질의 프로듀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에, 주로 작업별 분업에 능숙하고 작가가 다수 포진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Q. 웹툰 프로듀싱이 재미와 완성도를 극대화한다면 소위 ‘그림 전공자/웹툰 작가’ 출신만이 가능한가?
아니다. 통상 작품 제작 과정에서 PD는 크게 4가지 분야에서 프로듀싱하는데, 이것은 스토리, 캐릭터, 연출, 작화이다. 캐릭터, 연출은 오히려 시장 및 트렌드 중심 측면에서 분석하여 설정하고, 스토리 흐름은 결과적으로 대중문화에서 인증되었던 클리셰를 따라가기에 업계 문외한이라 하여 프로듀싱의 허들은 없다. (그림 전공자/웹툰 작가 출신의 PD가 일반적인 PD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는 작화 영역이겠지만, 이 또한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우위이다.)
물론, 웹툰이라는 한 산업의 종사자로서 직업적 허들이 없다는 점은 웹툰 PD가 완전 경쟁 산업 속의 직장인이란 뜻이며, 그 가치는 개개인별로 천차만별일 것이다. 또한, 역량이 있다고 한들 실제 현장에서 전문성과 성과를 보이기까지 본인만의 강점으로 갈고 닦는 연습 과정은 꼭 필요하다. 앞서 강조한 듯이, 웹툰 PD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속한 법인이 추구하는 영리적 목적하에 좋은(?) 웹툰 콘텐츠 결과물을 만들고, 시기적절하게 출시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콘텐츠 산업으로 입문한 종사자인 이상, 이것이 곧 본인의 KPI로서 인사 고과에 반영되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Q. 웹툰 프로듀싱이 실제 효과가 있나?
정확한 대답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이다. 말장난이 아니며 정말 아무도 모르며, 이는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 그 자체의 속성에 기인한다. 즉, 콘텐츠가 대중에게 보이기까지는 단 하나의 결과만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PD와 작가의 수많은 교류와 기획 & 프로듀싱 과정에서 폐기되는 산출물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순수하게 결과주의에 입각한 콘텐츠 시장에서 과정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다. 긍정/부정 효과에 대해 증명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아니기에 입증할 수 없으며 이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극장판/감독판 별개로 배포하며 대중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분명한 점은, 프로듀싱 목적 및 과정은 분명 작품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그 어떤 PD도 본인의 직무를 활용하여 작품을 망치는 의도는 없으며, 작가 또한 망하는 방향에 대하여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작가는 본인이 만든 작품에 애정이 큰 만큼 주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기에, 대중의 관점에서 자신의 작품을 분석하고 동시에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프로듀싱해 줄 웹툰 PD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공모전 입상, 플랫폼과 직접 계약하는 소수의 출중한 작가를 제외한 작가 준비생은 시장 경쟁력이 낮은 본인 작품에 대하여 제작사와 계약 후, 제작사 PD의 전문 프로듀싱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 Q. 웹툰 기획 및 프로듀싱할 시, 주의할 점은?
첫 번째는 철저히 대중의 관점에서 작품 분석할 것, 두 번째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설득하려는 대상자(작가, 경영진 등)와의 원활한 소통이다. 누구에게도 100% 완벽한 프로듀싱은 없다. 작가마다 만드는 작품이 다른 것처럼 PD 또한 프로듀싱의 방향, 방식 등이 모두 다르다. 이는 웹툰 PD라는 한 명의 캐릭터 서사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인생에서 소비한 콘텐츠 입력값이 다르기에 추구하는 결괏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기획 및 프로듀싱할 때는 철저히 대중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입 웹툰 PD가 가장 착각하는 점이 본인의 성향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들은 웹툰 콘텐츠가 박리다매식 BM을 지닌 대중문화의 산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웹툰 PD는 인생에서 소비한 본인만의 대중문화 빅데이터를 매개로 철저히 대중의 시선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작품을 더 좋게 만드는 개선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누구나 웹툰 PD가 될 수는 있지만, 되도록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 사람을 우대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렇게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웹툰 PD라면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작가든, 경영진이든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반합에 이르는 것이 이상적이다. 명확한 수치로 표현할 만한 근거가 없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쉽사리 자본주의에 의존한 대화가 형성되겠지만, 작품에 대한 제1의 독자인 웹툰 PD가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서 설득하지 못한다면, 만드는 작품에도 부정적인 요소가 드러나기에 해당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믿지 못하겠지만, 부정적인 상황에서 만드는 작품을 보면 작가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총 2화에 걸쳐 플랫폼과 제작사라는 산업 요소로서의 구조적 역할과 의사 결정 기준, 내부 종사자의 상세 업무를 알아보았다. 이러한 기초 이해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웹툰 산업의 구조적 한계에서 연결되는 고질적 문제에 대하여 창작자 담론의 바깥쪽에서 본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온라인 자료 출처 [그림2]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웹툰㈜, 「KR Webtoon 작품 기획/제작 운영 (경력)」, 『잡코리아』, 2025, <https://www.jobkorea.co.kr/Recruit/GI_Read/47032680?Oem_Code=C1>, 2025.09.14.
㈜디앤씨미디어, 「[디앤씨미디어] 디앤씨웹툰 PD 채용(경력)」, 『잡코리아』, 2025, <https://www.jobkorea.co.kr/Recruit/GI_Read/47393873?Oem_Code=C1>, 2025.09.14.
㈜더앤트, 「웹툰제작사 [앤트스튜디오] 웹툰PD 채용」, 『잡코리아』, 2025, <https://www.jobkorea.co.kr/Recruit/GI_Read/47573523?Oem_Code=C1&PageGbn=ST>,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