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하우스 (FULL HOUSE)
원수연은 『풀 하우스』의 성공으로 초특급 인기작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연재되면서 국경을 초월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풀 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단정할 순 없겠지만, 전형적인 로맨스의 구도 속에 원수연 특유의 색채가 살아 있다는 ...
2002-02-14
노수인
원수연은 『풀 하우스』의 성공으로 초특급 인기작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연재되면서 국경을 초월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풀 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단정할 순 없겠지만, 전형적인 로맨스의 구도 속에 원수연 특유의 색채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인기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계 영국인 ‘엘리 지’는 아버지의 유산 ‘풀하우스’를 목숨처럼 사랑한다. 하지만, 풀 하우스는 인기 배우 ‘라이더 베이’에게 팔려 버리고, 엘리는 우연히 라이더가 모는 차에 치인다. 풀 하우스를 되찾고자 하는 엘리의 열망과 동성애 구설수에 오른 라이더의 필요에 의해 두 사람은 위장약혼을 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장장 16권에 걸친 ‘사랑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엘리와 라이더처럼 끊임없이 싸우는 커플을 본 적이 없다. 엘리의 독설과 라이더의 냉소가 뿜어내는 살벌함 때문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잡지에 연재될 때는 몰랐는데, 16권을 한꺼번에 읽다 보니 귓가에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정말 한 권도 조용하게 넘어가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맺어지는 게 예정된 결론이었겠지만, 둘의 위태위태한 설전(舌戰)에서 오는 긴장감은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다. 평범한 여주인공이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순정만화에서 종종 다뤄졌고,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일이다. 특히 엘리가 한국계(동양계)라는 사실은 스타와의 사랑을 동경하는 독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며, 라이더가 명문가 출신이라는 설정은 여성 팬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한다. 이들은 독자들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에 살면서,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낭만적인 로맨스를 극한으로 보여준다. 『풀하우스』가 여타 로맨스와 구분되는 지점은 사랑에 대한 원수연식 해법이 아닐까 싶다. 엘리와 라이더는 8권에서 결혼한다. 그래서 ‘아, 이제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로맨스는 ‘그들은 결혼했다. 그리고 행복했다’로 완결되니까. 하지만 『풀 하우스』에서는 결혼이 그저 반환점일 뿐이었다. 작가는 이들이 서로를 온전히 믿고 진정한 부부로 맺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다소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연애시절보다 더욱 공들여서 그려냈다. 이들의 사랑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 덕분에 더욱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원수연은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실제 인체에 가까운 수려한 인물들과 패션쇼에 나올 법한 멋진 옷들, 영화 속에서 빠져 나온 듯한 사실적인 정경 묘사에 이르기까지 『풀 하우스』는 시각적인 쾌락을 한껏 자극한다. 게다가 영국과 미국의 영화계가 중심무대이기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가 수시로 제공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