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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한 세계가 그릇을 넘어설 때, <덴큐>

양영순 작가가 자신이 창작한 세계를 추적하듯 작품으로 그려넣은 것처럼 백감독 역시 작품을 넘어선 세계를 추적하듯 작품을 담아낸

2023-10-09 이현재


알려진 바와 같이 <덴큐>(백감독, 네이버웹툰)는 본래 <덴마>(양영순, 네이버웹툰)의 실망스러운 결말을 대체하고자 만들어진 팬메이드 스토리였다. 팬픽이었으며, 정확하게는 2차 창작물이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을 통해 연재되던 <덴큐>는 2020년 10월 정식 연재 공지를 올린다. 많은 독자들이 저작권 및 원작자 문제를 짚으며 의문을 제기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원작자의 허가를 얻었으며 "향후에도 양질의 2차창작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라면 2차적 창작물에 대한 제공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네이버웹툰 측의 공식 입장(1)이 붙으며 <덴큐>는 공식적인 창작물로서 인준을 받는다. 


<덴큐> 연재 초창기, <덴큐> 연재에 대한 <덴마> 팬들의 입장은 극렬히 나뉘었다. 갈등의 중핵은 <덴큐>를 <덴마>의 정사로 받아드릴 것인가에 있었다. <덴큐>는 2차 창작창작물이었지만 <덴마>보다 월등히 높은 세계관 이해를 가진 것처럼 보였고, <덴마>가 미쳐 수습하지 못한 복선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었다. 다시 말해, 백감독이 양영순 작가보다 원작에 대해 뛰어난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가 <덴큐>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이었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덴마>는 복잡하지만 방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인물들, 독특하나 선명한 갈등 관계들을 쌓아나가며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작품이었다.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바탕으로 <덴마>는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며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물로서 입지를 다졌고,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과 순간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양영순 작가의 작품이 의레 그렇듯, 빈약하고 조악한 결말과 마무리로 인해 팬들에게 수많은 질타를 받게 되었고, 팬들의 입장에서는 양영순 작가가 내놓은 결말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덴큐>는 팬들에 필요에 명확하게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양쪽으로 극렬히 나뉜 팬들의 입장은 콘텐츠를 수용하는 방법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덴마>의 팬들은 <덴마>가 연재된 10년의 시간동안 수많은 대안 역사를 창작해왔다. 특히 양영순 작가가 긴호흡의 서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뿌려놓은 복선들은 <덴마>의 팬덤들에게 '저 떡밥은 어떻게 회수될 것인가'를 맞추는 일종의 놀이를 통해 <덴마>의 서사가 가진 수많은 가능성들을 시험했고, 그 과정은 일종의 대안 역사를 쌓아나가는 일과 같았다. 물론, <덴마>에 올라온 사건과 사태들이 <덴마>의 정사로 기록되어 '덴마 연표'(2)와 같은 연구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덴큐> 역시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2차 창작물은 콘텐츠에 대한 덕질이 아닌 콘텐츠에 관한 역사를 다루기도 한다. 가령, <Fate/stay night>의 외전 <Fate/Zero>가 그렇듯 콘텐츠의 어떤 팬덤은 역사가의 자세로 콘텐츠를 대하기도 한다. 작가가 창작한 세계가 작가의 영역을 벗어날 때, 어떤 팬덤은 그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한다. 따지고 보면 <덴마>의 시작도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1998년 영챔프에서 연재되던 <철견무적>이 <라미레코드>로, 2008년 야후!에서 연재된 <라미레코드>가 2010년 <덴마>로 옮겨 왔으며, <덴마>가 쌓아올린 10년의 시간은 다시 <덴큐>로 옮겨갔다. 


양영순 작가가 자신이 창작한 세계를 추적하듯 작품으로 그려넣은 것처럼 백감독 역시 작품을 넘어선 세계를 추적하듯 <덴큐>를 그렸을 것이다. 작가 혹은 작작품이라는 그릇을 넘어서는 창작 세계를 추적하는 이들의 작업은 마치 크라카우어의 관점과도 닮았다. "(역사가에게는) 모든 흥미로운 데이터를 손에 넣으려는 리얼리즘 선향과 수중의 자료를 앞뒤가 맞게 만들려는 조형 성향이 있다"



필진이미지

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연구원. 「한류 스토리콘텐츠의 캐릭터 유형 및 동기화 이론 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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