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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 파수꾼> 대화한다면, 우린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 웹툰이라는 <무지개다리 파수꾼>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리뷰.

2026-09-14 허정우

<무지개다리 파수꾼> 대화한다면, 우린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


동물과 소통하는 남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구 형태의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반려인들은 하나같이 “아플 때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이야기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동물의 기분을, 건강을, 기호를 알고 싶을 때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무지개다리 파수꾼>(2020년 9월~연재 중)은 이러한 반려인들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작품 속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 수의사 ‘이한철’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소원처럼 반려동물의 아픈 곳, 필요한 것 등을 동물과의 대화를 통해 알아낸다. 반려동물들의 요구를 알아주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한 번쯤 그런 판타지를 소망하게 만든다.


[웹툰 표지 사진]


두 소통의 방식


주인공 이한철은 커다란 덩치에, 우락부락한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에게 여러 오해를 받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는 동물을 치료의 대상이자 자본을 창출하는 수단으로만 보는 수의사로 여겨진다. 그러나 작품의 초반부, 아픈 동물을 외면하지 못하는 한철은 약속을 가던 도중 길에서 죽어가던 강아지를 외면한다. 결국 이를 떠올린 한철은 강아지를 구하러 달려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 교통사고는 그에게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초능력을 안겨주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수의사 한철은 이전과 같이 살 수 없게 된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그는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살려달라며 간절히 외치는 구조 신호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다양한 생명들이 찾아오고, 어느새 그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학대당하는 개들을 구조하며 동물 학대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동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후 웹툰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오해와 진솔하게 소통하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대조적으로 조명한다. 우락부락한 그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한철은 주위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겉모습보다 대화를 통해 상대를 파악하고, 끝없이 애정을 주고받는 동물들만은 그를 오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의 다정함을 알아채고 몸과 마음을 편히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화한다면 다 해결될 문제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말이 통할 때 소통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모두 소통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의 원인은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되곤 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작은 다툼부터 뉴스에 나오는 큰 사건들까지, 소통의 문제에서 시작된 감정의 골이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 같은 인간이기에 동물보다 소통과 이해, 공감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말을 건넬 수 있음에도 끊임없이 미워하는 인간의 세계와 말은 하지 못해도 온몸으로 온기를 전하는 동물의 세계가 대비된다. 작품 속 이한철이 얻은 '초능력'은 바로 이 서글픈 아이러니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가 동물의 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되며 깨달은 진실은, 진정한 소통이 화려한 언어나 매끄러운 텍스트가 아니라 상대의 고통에 응답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동물들은 한철의 험상궂은 겉모습이나 서툰 표현 대신, 자신의 아픔을 들어주려는 그의 경청과 진심을 알아보고 마음을 연다. 한철이 동물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순간, 인간이 서로의 말을, 마음을 얼마나 듣지 않는지가 드러났다.

결국 <무지개다리 파수꾼>은 말 못 하는 약자의 숨은 비명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가장 무력한 존재인 동물에게까지 그 다정함이 다다를 수 있다면, 그 온기는 타인을 배척하기 바빴던 우리 사회의 굳어버린 마음도 비로소 녹여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미약한 처벌과 이를 둘러싼 동물권에 대한 논쟁에서 동물의 의사 표현 능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무지개다리 파수꾼>은 바로 이 지점에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서로 말이 통한다면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는 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는 것인가?” 

수의사 한철이 보여주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과 갈등을 통해 우리는 다시 고민해보아야 한다. ‘한철’이 인간과 동물의 소통에서 보인 차이는 무엇일까? 서로에 공감하기 위한 대화의 방법은 무엇일까? 


동물들과의 소통에서 ‘한철’은 의사를 질문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들어준다. 상대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이야기를 모두 듣고 공감해주는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그동안의 대화를 성찰할 기회를 준다.

즉, 한철이 보여준 소통과 공감의 수단은 ‘경청’인 것이다. 다른 존재의 마음을 듣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경청. 이 경청이 동물에게까지 닿을 때, 그는 진정으로 동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둘러싼 오랜 오해들을 풀어가기 시작한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투는 우리는 이러한 소통의 방법을 익혀야 한다. 상대를 단정 짓는 조롱을 멈추고 타자의 아픔을 가만히 청해 들을 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마음에 조금씩 사랑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말 못 하는 생명의 목소리를 지켜내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인간성을 되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으로 이어갈 수 있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고통에 공감하며, 다른 이를 진정 위할 때, 그 마음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전해진다. 언어적 표현을 통하지 않고도 우리는 상대를 향한 진심을 보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동물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런 사랑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구원이 되어 삶을 지키는 순간들이 있다.


[웹툰 121화 인용]


작품 속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현실의 사례에서 가져왔다. 현실의 사례들을 그대로 담아낸 위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가족을 잃은 동물들은 함께 삶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또 동물이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의 곁을 지키며 그 사람의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구원이 되었던 사례도 있다. 또한,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늙은 동물을 입양하여 마지막 생애를 찬란하게 밝혀주는 사람의 모습도 등장한다. 사람이 동물의 구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웹툰에서 이야기하듯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진심으로 아낄 수 있다면,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사랑을, 구원을 나눌 수 있다. 우리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다른 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진이미지

허정우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공부하는 중학교 국어교사. 이야기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다정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웹툰을 통해 약자를 이해하고, 사랑을 전달하는 세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