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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이익과 능력으로 돌아간다는 착각 – 웹툰 <상남자>

‘2026 월드웹툰어워즈 본선 진출 작품 다시보기’ - 좋은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이 필요한지 보여 주는 웹툰 <상남자>

2026-10-27 이성호

회사가 이익과 능력으로 돌아간다는 착각 – 웹툰 <상남자>


회사는 경제적인 곳이 아니라 정치적인 곳이다. 

2026년 9월, 삼성전자에서 일부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주거비 지원금을 부당하게 받은 사건이 밝혀졌다. 일정 평수 이하에 사는 1인 거주자에게 70만 원 가량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데, 기준 평수를 넘는 집에 살거나 실거주하지 않고 해당 주택을 임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금을 부정하게 받아낸 것이다. 적발된 직원들이 사유가 명백한데도 법적으로 대응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회사가 하나의 이익을 향해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셈하는 개인들이 모인 곳임을 보여 준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사측이든 노측이든 회사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회사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원숭이라도 채용한다는 말이 있다. 능력만 되면, 돈만 되면 누구든 채용한다는 막연한 통념에서 나온 말이지만, 사실 대체로 틀린 말이다. 물론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빼어난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승진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또한 상대 회사를 접대하는 접대 노래방이 따로 있을 정도라는 점만 보아도, 회사가 이익이 아니라 얼마나 개인의 이익에 따라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애플이나 삼성 같은 대기업조차 기존 사업과 내부의 이해관계에 묶여 최신 기술보다 현재 기술에 머물다가 다른 회사에 뒤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론적으로 회사는 이익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상남자>는 이러한 회사의 정치적인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며, 어떤 기업이든 저마다의 비합리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상남자> 표지.


<상남자>에서는 많은 업무가 비합리적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비합리성’이란 회사 업무와 관계없는 요소들을 말한다. 골프 같은 취미가 맞는다는 이유로 상대의 실수를 눈감아 주거나, 자신의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 다른 부서의 실적을 깎아내리는 식이다. 실제로 주인공 한유현 또한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정적을 비겁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깎아내리고, 내쫓으며 짓밟아 왔다. 그러다 입사 동기 권세중이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자, 한유현은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과거로 회귀한 한유현이 택한 방식은 타인의 성공이다. 타인의 성과를 빼앗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얻고 업무 능력을 키우며 정당한 방식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한다. 

박승우 대리를 의심하던 조영찬 상무는 한유현의 한마디에 박 대리의 행동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여동생을 협박하던 양아치는 한유현의 주먹에 공포에 떤다.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 예전 그대로일 때도 여전히 있다. 그럴 때마다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말을 건다. 너는 여전히 똑같다고. 그러나 회귀한 한유현은 다르다. 그런 자신마저 재료로 삼아, 올바르게 성장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한다. 


(왼쪽부터)22화, 42화, 42화 본문 갈무리. [필자 제공]


이제 한유현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낮은 사람부터 챙긴다. 비서실부터 청소부 아주머니, 친동생까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모두 활용하되, 타인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은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쳐낸다. 박 대리의 PDA폰 개발을 가로채려던 신 과장을 스스로 무너지게 하고 울산 공장의 윤기춘을 협박했듯, 어떤 경우든 한유현은 상대가 스스로 자멸하게 만드는 길을 택한다. 그렇게 하면 상대는 한유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원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유현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화살은 줄이면서도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남겨 둘 수 있도록 경영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실천한다. 

다만 주먹과 협박, 상대를 자멸로 몰아넣는 수법이 과연 그가 다짐한 '정당한 방식'인지는 따져 볼 만하다. 한유현이 바꾼 것은 수단이라기보다 그 수단을 누구를 위해 쓰느냐에 가깝다. 그렇게 보면 이 작품의 회귀는 다른 사람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칼을 다른 곳에 쓰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인 셈이다. 


<상남자> 184화 본문 갈무리. [필자 제공]


같은 회사라 해도 서로를 깎아내리는 일은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성장할 수는 없고, 실적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다르면 회사에 대한 전망도 달라지고, 이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휴대폰에 여러 디지털 기능을 탑재한 PDA폰이 중요할지, 그저 영상 기능을 위해 주사율과 해상도를 높인 휴대폰이 중요할지는 미래에 대해 어떤 예측을 하더라도 함부로 한쪽에만 투자할 수 없는 문제다. 스마트폰에 120Hz 주사율 기능이 나온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당연한 기능이 되었고, 폴더폰의 형식이 스마트폰으로 이어져 두 번 접는 터치식 휴대폰까지 나오리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은 이처럼 예측보다 빠르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한다. 또한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출시 이후의 시장 반응 역시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간다.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쇠락한 데에도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큰 몫을 했다.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만 할 수 없기에 정치는 필수적이다. 사내 환경은 전체 문화를 따르는 부분도 있지만, 개개인 간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관계에서 문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상남자>는 마냥 ‘사이다’만 건네는 작품은 아니다. 미래를 알고 있고 높은 직급까지 올라 보았던 한유현이기에 매번 갈등은 사이다처럼 해결되지만, 부패한 인물들은 지나칠 만큼 곳곳에 퍼져 있다. 곰팡이처럼 한 번에 다 없애지 않으면 계속 피어나고, 신경 쓰지 않으면 계속 생겨나는 악인들의 관계는, 개미사회에서 20~30%만 일하고 나머지는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디에든 적용됨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일하지 않는 개미들은 실제로는 예비 일꾼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효율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사회의 적절한 효율성은 열심히 일하는 20~30%의 인원에 의해 발현된다는 것인데, 회사에는 이만큼의 인원이 일하는 데 오히려 그 일을 방해하는 인원들도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유현이 작품 내내 상대하는 이들도 결국 이렇게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효율성을 위해서는 방해하는 인원을 언제든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회사가 정량적 평가를 채택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성과 지표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아직은 평가할 때 숫자만이 아니라 회사와 사회의 발전을 함께 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유현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한유현이 개발 부서에서 경영직까지 오른 인물이기에 휴대폰 사업의 전문 지식과 A/S 과정까지 잘 알고 있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작품은 PDA폰에서 풀터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에 걸친 스마트폰 발달사에서 무엇이 핵심이었는지를 잘 보여 주면서도, 회사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실적 정치 싸움이 회사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제대로 된 스마트폰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서울 본사에서 울산공장으로 파견을 가고, 급기야 시골 연태리 마을의 A/S 사업부까지 가게 된 한유현은 하드웨어적인 개발을 주도하는 동시에, 한 번의 개발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 아이디어, 그에 대한 경영적 투자까지 모두 계산해 가며 자신의 역할에 임한다. 한성은 삼성을 모티브로 하여 일성이라는 대기업을 경쟁사로 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외부 경쟁사와의 대결부터 내부 부서 간의 알력 다툼까지 제품 하나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유현은 이전과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올라갈 때마다 남들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챙기며 함께 올라간다는 점이다. 회사 안팎은 물론 기자, 해커, 투자꾼, 건달까지 모든 자원을 활용해 한성의 발전에 힘쓰는 한유현의 목표는 ‘그저 사람이 살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좋은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이 필요한지 보여 주는 이 작품은, 회사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지라도, 회사에서 능력만큼이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힘이 될 것이다. 


<상남자> 시즌2 25화 본문 갈무리.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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