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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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바루다를 만나고 시작된 나의 성공시대: 웹툰

한국의 의료 현실을 담지만 언제나 추리에 성공하며 환자들을 치료하는 수혁과 의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이야기.

2026-11-06 구자준

A.I. 바루다를 만나고 시작된 나의 성공시대: 웹툰 <A.I. 닥터>


웹툰 <A.I. 닥터> 대표 이미지.


웹툰 <A.I. 닥터>(글: ZAINO, 작화: 쿠큐)는 한산이가 작가가 쓴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의학 웹툰이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끈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가 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과 달리, <A.I. 닥터>는 내과 의사인 이수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기에 당연히 주인공이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 역시 달라진다. 이수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병명이 무엇인지 밝히고 치료법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마치 안락의자 탐정처럼, 이수혁은 눈을 감고 자신에게 들어온 정보들을 갈무리하며 환자의 병명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만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수혁은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태화의료원의 레지던트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화의료원 안에서 특별히 에 띄는 수련의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발 중인 의료용 진단 A.I. 바루다를 참관하던 중 그만 폭발 사고에 휘말리면서 이수혁의 삶도 급변하기 시작한다. 

바루다와 관련된 설비가 폭발한 순간 수혁은 현장을 제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는 한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영구적인 후유증을 앓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수혁에게는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생겨난다. 바루다의 칩이 머리 안에 박혀 의료용 진단 A.I.가 그의 정신과 동기화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신을 차린 후 수혁은 자신에게 놀라운 동반자가 생겨난 것을 알게 된다. 이수혁은 자신을 보조하는 바루다의 기억과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점점 천재 의사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천재적인 두뇌의 힘으로 미궁에 빠진 케이스를 끊임없이 추리한다는 점에서 이수혁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닥터 하우스를 연상하게 한다. 혹은 어디를 향하든 증상이 난해한 환자들을 무서울 정도로 몰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추리의 과정을 통해 난제를 해결하고 만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이수혁은 코난과도 닮았다. 다만 하우스 박사나 코난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수혁의 모든 추리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바루다’라는 사실이다. 바루다는 이수혁이 오감으로 접한 모든 기억들을 저장하여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그렇기에 이수혁은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논문을 공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아주 사소한 징후까지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게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수혁이 과감할 추리를 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이후 이수혁은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들로 인해 끊임없이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손쉽게 극복한다. 그는 레지던트 과정 동안 여러 과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점차 교수들의 신임과 원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다. 이로 인해 이수혁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작게는 진료과별로, 크게는 대학별로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미국 연수와 두바이와 싱가포르 출장 중에도 중요한 환자들을 연이어 치료하면서, 수혁의 명성은 마침내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으로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수련의 과정을 마치자마자 바로 새로 건립된 태화의료원 통합진료센터의 부센터장으로 임명된다. 


 마치 수혁에게만 보이는 증강현실처럼 그려지는 바루다. 수혁은 바루다와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며 병명을 추리하는 데 성공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바루다의 도움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바루다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루다와 공존하는 수혁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 그리고 바루다와 수혁은 단순히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혹은 단순한 도구로 종속되는 대신, 서로를 존중하는 별개의 인격으로 존재하면서 협력하여 환자를 치료해 나간다. 바루다의 능력만으로는 밝힐 수 없는 증상의 원인을 수혁은 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을 통해 찾아내기도 한다. 수혁이 놓치기 쉬운 환자의 다양한 증상과 모습, 기존 병력과 각종 지표는 바루다가 꼼꼼하게 짚어나가며 질병을 추적한다. 둘은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며 문제의 범위를 좁히고 사건의 해결로 나아간다. 


즉 <A.I. 닥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생각하는 기계와 인간이 슬기롭게 공존하는 데 성공한 어떤 미래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사실상 바루다는 초인공지능으로서 수혁의 의식 안에 공존하지만,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원래의 목적만큼은 확고하게 유지한다. 아울러 수혁 역시 자신이 가지게 된 초월적인 능력을 남용하는 대신,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바루다와 보조를 맞춘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슬기롭게 공존하는 데 성공했기에, 수혁은 이름 모를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환자들을 구하면서 사회적 성공까지 함께 이룰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사회적 성공의 과정에서, 고아였던 수혁이 자신을 정서적으로 돌보고 지지하는 유사-가족까지 얻게 된다는 점이다. 수혁을 아끼는 원장 이현종은 수혁에게 자신을 아빠로, 내과 과장 신현태는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 옆에서 혈액종양내과 교수 조태진은 형이라도 시켜달라며 수혁에게 매달린다. 어느덧 이들은 정말로 수혁을 자신의 아들이자 조카, 혹은 동생처럼 생각하며 수혁의 성공에 걸림돌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한 주인공에게 그 이상의 애정과 지지를 보내며 아껴주는 ‘어른들’이야말로, 어쩌면 우리가 삶에서 항상 꿈꾸지만 좀처럼 만나기는 어려운 진정한 기연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품이 한국의 의료 현실과 여러 질병의 증상을 무척이나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추리에 성공하며 환자들을 치료하는 수혁의 삶이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설령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빼어난 능력만 있다면 손쉽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만큼 강렬한 판타지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A.I. 닥터>의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수혁의 성공담을 지켜보게 되는 것 역시, 어쩌면 늘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지금의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삶의 방식과 미래상이 이 이야기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진이미지

구자준

캣츠랩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강사. 박사논문으로 「웹툰과 웹소설의 플랫폼 문예 장치 연구」를 썼다. 웹툰과 웹소설, TV 드라마를 보고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