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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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만화소개] 여름날 산들 바람에 실려온 기억, '썸머 브리즈'

한경찰 작가의 웹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에도 악역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악역이나 갈등이 없으면 무미건조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품을 새도 없이 독자들은 포근하고 나른한 기분에 중독된다. 톡톡 튀는 색감과 대사가 전작의 매력이었다면, <썸머 브리즈>는 여름을 품은 시골의 초록과 파스텔 톤 바람을 싣고 천천히 전개된다. <썸머 브리즈>를 읽으며 때로는 과거로 여행하는 것처럼, 때로는 미래를 새로 쓰는 것처럼 붕붕 뜨는 기분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

2019-09-10 임하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주 일요일을 설레게 했던 남자를 기억하는가? 바로 한경찰 작가를 얼굴 장인으로 인정받게 한 <스피릿 핑거스>의 남기정 되시겠다. 이 집 얼굴 잘한다고 소문난 그 작품은 고구마 먹을 짓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최고의 남자 주인공 기정이가 등장했는데, 그런 그를 아무도 넘보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여자주인공 우연이가 너무나도 바른 성품을 가진 아이였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3년 동안 우연이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응원을 건네기도 하며 같이 성장했다.


그때쯤 스피릿 핑거스를 즐겨보던 중고등학생들이 우연이와 함께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 같이 스피릿 핑거스를 졸업했다. 그리고 어언 1년 후, <스피릿 핑거스>의 한경찰 작가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익숙한 그림체지만 어딘가 더 성숙하고 차분해진 분위기의 <썸머 브리즈>를 소개한다.



썸머 브리즈의 주인공은 어딘가 처연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한다.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며 무언가를 건네받는 걸 보니 모범생으로 보인다. <썸머 브리즈는> 제목 그대로 여름의 산들바람 같은 톤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윤호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방문하러 시골집에 머무는 동안 진행되는 이야기다. 회차 제목이 1,2회가 아닌 첫째날, 둘째날 식으로 이어지는 걸 보니 방문이 꽤나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는 사실 어렸을 때도 이 집에 지낸 적이 있다. 정작 윤호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온 동네가 윤호를 반기는데, 유독 윤호와의 기억이 각별한 한 소년이 나타난다. 등장하자마자 문과와 이과의 칭찬 총공세를 받았는데, ‘예쁘고 멋지고 잘생기고 완벽하다’는 뜻으로 ‘동희하다’라는 동사가 등장했고, ‘동희는 베릴륨(Be), 금(Au), 티타늄(Ti)으로 가득 차(Full)있어, Beautiful하니까’ 라는 댓글이 뒤를 이었다.


동희는 백발이라 어릴 적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윤호가 의도치 않게 동희에게 큰 힘이 되어줬다. 그 이후로 동희의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한 윤호가 세월이 흘러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자전거도 잘 고치고, 어른들에게도 예의 바르고, 외모도 준수한데 과묵한 성격까지. 어딘가 기정이와는 반전된 매력을 가진 동희가 앞으로 보여줄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분명 커다란 이야기 보따리를 숨겨두었을 것 같은 할머니와 윤호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나, 할머니와의 기억이 수두룩 적혀 있을 일기장과 한 짝만 남은 머리핀은 분명 따뜻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경찰 작가의 웹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에도 악역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악역이나 갈등이 없으면 무미건조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품을 새도 없이 독자들은 포근하고 나른한 기분에 중독된다. 톡톡 튀는 색감과 대사가 전작의 매력이었다면, <썸머 브리즈>는 여름을 품은 시골의 초록과 파스텔 톤 바람을 싣고 천천히 전개된다. <썸머 브리즈>를 읽으며 때로는 과거로 여행하는 것처럼, 때로는 미래를 새로 쓰는 것처럼 붕붕 뜨는 기분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