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못된 신의 과녁
신의 화살이 언제나 옳은 과녁에 명중하란 법은 없다. 권선징악은 허울 좋은 말일 뿐, 죄를 지은 사람이 반드시 처벌을 받으리란 법은 없으며 때론 선한 사람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재된 고태호 작가의 <당신의 과녁>은 신의 화살이 잘못된 과녁에 맞아버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정한 아버지와 결단력 있는 어머니. 많이 다투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편이 되어주는 여동생. 함께라면 죽음도 무릅쓸 수 있을 것 같던 친구들. 천사 같은 여자친구. 특별한 것은 없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고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가던 주인공, 최엽은 어느 날 갑자기 연쇄살인범이란 누명을 쓰고 수감된다. 곤란한 어르신을 도왔을 뿐인 최엽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연쇄살인범이 되었고, 진범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늙어 죽어간 17년 동안 그는 대신해서 그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진범의 가족들이 뒤늦게 진실을 밝힌 후에야 무죄를 선고받은 그는 더 이상 마냥 착하기만 하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지인들을 모아 복수를 계획한다. 최엽과 친구들은 과연 성공적으로 복수할 수 있을까?
2. 개그와 범죄 스릴러
<당신의 과녁>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최엽이 진범의 가족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 웹툰이다. 최엽은 자신이 받은 고통을 똑같이 되돌려주기 위해 그가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17년 하고 214일 동안 그들의 딸을 감금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인성을 타고난 그들은 납치 대상이 감금되더라도 인간다운 생활을 하길 원했기에 감금 장소에 게임기와 인형, 무드등을 준비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감금 장소의 공사까지 진행한다. 공사를 하다 바비큐를 구워 먹는 등, 범법행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코믹하게 전개를 풀어나가는 이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개그 요소를 가미한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당신의 과녁>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범죄 스릴러란 것이 다시금 분명해진다. 간혹 보여주는 주인공의 살벌한 표정과 치밀한 범죄 계획은 ‘복수’라는 작품의 주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세상에 대한 주인공의 저주를 자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작품의 후반부에 나오는 성범죄자들과 주인공 일행들의 싸움은 급박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가 기적적으로 일어나는 행복한 엔딩을 맞이하면서도 주인공의 섬뜩한 시선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당신의 과녁>은 한여름에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3. 모순에서 오는 인간다움
앞서 <당신의 과녁>을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의 복수’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범죄 스릴러 웹툰이라고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그 어느 웹툰보다 인간답고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작품의 후기를 보면, 고태호 작가는 등장인물을 구상할 때 한 인물에 상반되는 두 개의 키워드를 설정한 것을 알 수 있다. 의리와 겁쟁이. 양심과 비양심. 옹졸함과 책임감. 함께 쓰일 수 없는 모순되는 두 단어를 조합한 인물들은 작품을 더욱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게 만들었다. 죄 없는 사람의 무죄를 증명해줘야 한다는 양심과 살인자의 자식이 되고 싶지 않은 비양심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눈앞의 두려움과 친구와의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어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옳고 그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저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범죄를 계획하고 있음에도 독자들의 반발심을 사지 않고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과 당위성을 부여하게 한다.
<당신의 과녁>은 모순으로 이루어진 웹툰이다. 심각하고 무거운 범죄를 계획하면서도 사소한 웃음거리에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웃기도 하고, 멋있게 폼을 잡다가 공범이란 사실에 무서워 도망가기도 하고, 도망가다가도 의리를 챙기는 입체적인 인물들의 성격은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람은 때론 모순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두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이란 존재가 아닐까. 모순에서 오는 인간다움을 그린 <당신의 과녁>을 범죄 스릴러임과 동시에 가장 사람 냄새나는 작품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