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아이들은 아이들의 의협(義俠)이 있다.” 중국의 고전 ‘서유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타일리쉬하게 재해석한 “최유기”라는 작품으로, 바다 건너 한국의 수많은 소녀들까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 일본 만화가 미네쿠라 카즈야의 단편집 “브라더”는, 자신의 데뷔작...
2013-05-30
김진수
“아이들은 아이들의 의협(義俠)이 있다.” 중국의 고전 ‘서유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타일리쉬하게 재해석한 “최유기”라는 작품으로, 바다 건너 한국의 수많은 소녀들까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 일본 만화가 미네쿠라 카즈야의 단편집 “브라더”는, 자신의 데뷔작을 포함한 “초(超) 초기 단편집”이다. 책의 맨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단편집은 1996년에 초판이 발행된 단행본의 ‘신장판’으로, 몇 개의 단편들을 더 추가해 2008년에 새롭게 발행한 작품집이라고 한다. 메인으로 수록된 “BROTHER”시리즈 같은 경우, 당시 고교 재학 중에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 10대 시절에 이런 완성도 높은 단편들을 그렸다는 것만 봐도,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이 역시 그냥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콘도 마사히코, 17세, 주먹 세기로는 약간 이름이 알려진 불량 고교생, 그는 자기 집안에 대해 결코 알리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형 콘도 요시오(23)는, ‘보육사’다.” “BROTHER”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단편 연작 시리즈로, 마지막 네 번째 에피소드인 “시즌 트레인”만 ‘단행본 작업할 때 새로 추가해 그린 것’이라고 작가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림체가 다소 바뀌어 캐릭터가 앞의 세 편에 비해 많이 튄다. 이야기 구조는 무척 간단한데, 거리에 이름이 알려진 불량아 콘도 마사히코와 어릴 적부터 부모를 대신해 그를 길러준 형, 유치원 보육사 콘도 요시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 후기에도 밝혔듯이, ‘10대 시절의 치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초기작’으로(미네쿠라 카즈야는 열여섯 살 때 데뷔했다) 당시의 주류 스타일인 ‘훈훈한 코미디’ 형식을 띄고 있다. 미네쿠라 카즈야의 특기인 ‘매력적인 캐릭터 세우기’는 이때부터 그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데, 짧은 페이지 안에서도 주인공 캐릭터는 물론이고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까지도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생생하게 살아있다. “어쩐지 돌아보니 온통 남자투성이인 이야기들이군요. 저는(하하), 남자를 그리는 것은 즐겁지만 어려워요. 대사라거나 행동이라거나...(이성이니까 더 그렇겠지만), 그래도 무척 동경합니다.”라고 후기에 밝힌 것처럼, 미네쿠라 카즈야가 “최유기”를 비롯한 여타의 작품들에서 창조해낸 ‘섹시한 퇴폐미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한 남자들’에 대한 동경은 이미 데뷔 당시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고등학교 친구가 죽고 벌써 4일이 지났다. 사인은 감전사,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었는데...허무하다.” 메인인 “BROTHER” 시리즈 외에도 “고스트~세타가야구의 환상”, “달콤한 여름의 광주곡”, “언밸런스 타르트”, “너는 잠든다”, “DEAR”, “힘내라 화학부” 등 미네쿠라 카즈야의 ‘풋풋함’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재미있는 단편들도 추가로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