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CUT)
“저는 머리카락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일본 만화의 강점은 역시 다양한 소재다. 연령별로 취향별로 다양한 종류의 만화잡지들이 발간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전문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화들이 많이 발굴되어 왔다. 전문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화의 최...
2009-06-29
유호연
“저는 머리카락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일본 만화의 강점은 역시 다양한 소재다. 연령별로 취향별로 다양한 종류의 만화잡지들이 발간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전문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화들이 많이 발굴되어 왔다. 전문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화의 최고봉은 역시 법률과 의학일 것이고, 요즘은 읽는 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아주 다양한 직업군으로까지 주인공들의 영역을 넓히면서 만화의 소재를 확장해가고 있다. “도쿄 오모테산도, 수많은 헤어살롱이 난립하는 이 장소에서 톱이라고 소문난 미용사가 있다. 이 사람은 틀림없는 톱 스타일리스트!! 확실한 기술과 세심한 배려…그리고 이 열기” “커트”의 주인공은 오모테산도의 헤어샾 딥블루에 근무하는 헤어디자이너 미카미 카츠토다. 카츠토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미용실들이 난립하는 오모테산도에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 그 능력이란 손님의 머리결을 만져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다. “머리카락은 손톱과 마찬가지로 건강상태가 잘 나타나요. 몸과 마음은 앞면과 뒷면…마음 상태도 훤히 알 수 있지요. 이것은 오랜 세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확신입니다.” “커트”의 구성은 아주 전형적인 일본 만화다. 카츠토가 근무하는 헤어살롱 딥블루에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오면 카츠토는 그들의 머릿결을 만져보고 그날 컷트를 할 것인지 아닌지를 정한다. “오늘은 안되겠는데요”라고 카츠토로부터 거절을 당한 손님은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만 그 후 카츠토의 어드바이스와 세심한 배려에 몸도 마음도 건강과 안정을 되찾고 아주 좋은 기분이 된다. 애인에게 실연당한 여자, 거식증에 걸린 모델,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 등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카츠토가 치유해주는 것이다. “도박장에 자주 가십니까? 술도 매일… ‘생활의 무절제’가 머리카락에 나타나고 있어요.” 헤어 디자이너라는 희귀한 소재를 내세워 차별화한 전략을 가져간 만화 “커트”는 주인공에게 신비한 능력까지 부여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헤어샾이라는 공간에서 잔잔하게 풀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작가의 공력부족일까? 소재도 좋고 캐릭터도 괜찮지만 어딘지 모르게 작품의 흡입력이 떨어진다. 작품을 통해서 무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약하고 이야기도 그리 크게 재미가 없다. 전문적인 소재의 만화치고는 전해주는 정보의 양도 극히 미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