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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한국웹툰 산업 확장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

<지금, 만화> 제22호(2024. 7. 22. 발행) ‘Issue’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5-04-07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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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한국웹툰 산업 확장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

 

글 이현석(레드세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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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 산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몇 년간 전 세계를 덥친 코로나19의 위력이 불러온 수요는 각종 콘텐츠 산업들의 지표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에서조차 이 수요 확장에 수반된 시장 성장은 눈부신 것이었다. 많은 일본 회사들이 속속 웹툰 산업에 참전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웹툰 제작 스튜디오만 일본에 50개 이상이 존재한다. 만화왕국 일본에서 가장 큰 아성을 구축한 소년점프의 슈에이샤도 점프툰이라는 웹툰 앱을 정식으로 론칭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가고 엔데믹이 오자 지표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급격한 확장세로 거칠 것 없던 웹툰 산업이 새로운 과제를 맞이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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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확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당연히 좋은 IP를 개발하고, 각 서비스별로 포화상태를 이룬 작품군들의 세부적인 조닝(Zoning)작업과 독자 욕구의 다양한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것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현재 1조 원을 넘었다고 이야기되는 웹툰 산업을 더 크게 확장시키는 것이다.

 

 

일본 만화시장 추이 일본출판과학연구소


산업의 확장을 논할 때 참고할 만한 것에는 일본 만화시장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만화시장은 2023년 약 6937억 엔이라는 규모를 달성했다. 일본의 문예 관련지 쓰크루에서는 이것을 제3의 만화 황금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디지털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1996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만화 산업은 잡지 판매 부수의 격감으로 심각한 위기론이 번져나갔다. 이를 만회하고 지금의 황금기를 맞이한 것에는 2011년부터 보급된 스마트폰이 있으며, 스마트폰 독서를 기반으로 한 앱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 크다. 여기에 한국에서 수입된 일련의 웹툰들이 큰 역할을 해냈다. 초기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확산된 한국 웹툰은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일본 픽코마 지면에서 연재되면서 폭발적인 수요 확장이 일어난다.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이던 남성독자들이 속속 웹툰으로 영입되었던 것이다. 2016년 서비스 초기,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서비스가 2022년에는 1000억 엔 매출을 달성하고, 일본 내의 디지털 만화 애플리케이션 역사상 처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몇 년간의 일본 국내 웹툰 관련 회사들의 창업 러시와 작품 제작 러시는 이러한 눈부신 성장이 불러일으킨 효과기이도 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엔데믹으로 인해 시장의 가능성은 재고되고 있다. 더욱 큰 시장의 확장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 모두들 공감을 하고 있다. 시장 확장을 이끌어내는 것에는 물론 1IP의 적극적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수순이 있다. 만들어진 1IP의 가치를 더욱 폭발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렇다. 2차 시장을 통한 확장이다. 출판만화나 웹툰과 같은 1IP를 확장시키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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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IP의 애니메이션화는 이미 고전적인 영역에 들어간다. 일본 만화 제3의 황금기를 여는데 막대한 공헌을 한 작품인 <귀멸의 칼날>을 보면, 작품 단행본이 발간된 초기에는 그림체 등의 영향으로 인상적인 판매량은 보이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UFOTABLE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누적 15000만 부라는 대기록을 세운 다. 더 자세히 알아보면 정말 놀라운 기록인데, 단행본 23권 전권이 500만 부를 넘는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지점이 하나 있다. 이 기록은 순수하게 인쇄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디지털 판본으로 판매된 수치가 단행본 권수로 환산되어서 집계된 것이다. 어떤 의미로 2010년부터 시작된 디지털 시장의 확장이 기존 IP의 판매 확장에 공헌을 한 예로 볼 수도 있다.

 

한국 일본 프랑스판 <나 혼자만 레벨업> 단행본 필자 제공

 

한국에서 웹툰은 확고부동한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시장 자체가 더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 시장이 필요하다. 한국 웹툰 체제는 해외에서 체제자체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13년 코미코가 일본에 등장하고 네이버웹툰이 미국에 2016년부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한국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일찍이 내다본 것이다. 외국 시장의 확장에서 필요한 것은 IP의 확장이다. 그중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작품의 애니메이션화라고 하겠다. 전 세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92227억 엔. 이 중에 절반가량은 순수하게 일본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한국의 웹툰 전체 규모를 생각해도 방대한 시장 규모다. 반드시 개척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2차 가공해서 시장에 내보내서 동반 상승 스파이럴 효과를 노리는 전략은 지금까지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다. 원 콘텐츠의 장르가 가지는 한계점(드라마트루기가 빨리 종결되는 로맨스 판타지)이나, 유력한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의 라인을 잡지 못하는 점 등 많은 이유로 뚜렷한 성적을 올리는 작품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러나 2024년 등장한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은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올리면서, 웹툰의 외연 확장에 한 전기를 마련했다. 애니메이션 방영이 가져오는 부스팅 효과도 컸다. 작품이 방영되는 기간 동안은 원작인 웹툰 작품이, 완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픽코마 서비스의 1위 자리를 장기간 고수한다. 매일같이 20화라는 많은 화수를 가지고 시작하는 신연재작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한 것이다. 종이로 된 단행본도 상당한 숫자의 증쇄를 기록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화와 성공은 많은 과제를 남기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기회에 다루어보자. 웹툰이 이제 산업적으로도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시사하는 큰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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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콘텐츠 산업계 전반을 돌아볼 때,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를 월등히 넘어서는 분야가 있다. 게임 업계다. 게임 산업은 한국 국내만 돌아봐도, 202222조 원을 넘어서는 산업이다. 하지만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역시 축소 추세에 들어서고 있다. 게임회사들의 고민도 커지는 중이다. 게임 산업 전체 성장이 멈추면서 대규모의 구조조정 소문이나, 개발 중이던 게임들이 취소되는 사례도 늘어난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국내발 인기 게임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부진의 한 축을 이해할 수 있다. 아직도 상당수가 출시된 지 아주 오래전인 IP들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넷마블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도 20년 이상을 헤아린다. 한 세대가 태어나서 자립해서 돈을 버는 사회계층이 되는, 하나의 세대가 완전히 교체되는 사이클이다. 현재 한국 게임 산업에서는 이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일 매개가 되어주는 신규 IP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비단 한국 게임회사들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기에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등장하였다. 넷마블이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이 게임은 사전 등록 단계에서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1571만에 달하는 사전 등록건수가 기록되었다. 200458, 론칭되자 큰 인기 돌풍을 일으킨다. 첫날 흥행기록은 500만 다운로드, 매출 140억 원을 기록하였다. 넷마블 역대 최대 흥행 성과다. 이후 522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다. 근래보기 힘든 대 기록이다. 애니메이션의 성공에 이은 게임업계에서의 성공은 한국의 웹툰 산업 전체에도 큰 낭보이다. 눈여겨볼 점은 게임이 론칭하기 전, 애니메이션이 등장하여 홍보 효과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게임 론칭 시에도 간접적인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복합적 흥행 스파이럴을 잘 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나 혼자만 레벨업> 게임의 성공적인 시작은 모든 참가 회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혼렙 가샤폰 필자 제공

 

게임 제작 유통사인 넷마블의 경우는 크게 두 가지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 하나는 넷마블이 출시한 게임들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던 시기에, 흥행 부진 고리를 끊어내는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 하나는<일곱 개의 대죄><페이트 : 그랜드 오더>와 같이 타 회사가 이미 개발해둔 외부 라이센스 사업이 아닌, 자체 개발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업구조를 구축한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점이다. 한국의 원천 저작권을 가진 회사와의 소통은 실무 레벨에서도 크나큰 장점을 가진다. 이번에 만들어진 <나 혼자만 레벨업> 게임은, 내부에서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안 웹툰 컷이 자주 등장한다(특히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실재 방영된 애니메인션과도 비견될 정도로 극도로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었다). 외국의 원천저작권 작품의 경우, 이런 오리지널 요소들을 원저작자에게 제시하고 컨펌을 받는 것에도 장시간과 숱한 번역 코스트, 의견 조정을 필수로 한다. 한국 국내의 원천제작사와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점만 해도 절약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물론 이런 절약은 게임 제작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넷마블의 노력도 특필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고 본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게임으로 제작된다고 할 당시부터, 게임에 대한 요금체제에 대해서 많은 걱정이 있었다. 스토리 자체가 완결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전에 많은 요금을 받고 판매하는 세일즈 체제만이 유일한 선택지라 걱정했다. 그러나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잘 마련하여 구입한 유저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게임으로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에 유통되면서 원천저작권자인 D&C미디어와 웹툰 제작사인 레드아이스 스튜디오, 픽코마, 라인망가를 위시한 일본의 웹툰 유통사들 모두 큰 홍보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의 세계에서 지속적인 노출이란 것은 작품의 흥행에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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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에 다시 확인해보자. 한국 웹툰 산업은 출판만화가 위기를 맞이한 20여 년 전에 등장했다. 이후, 숱한 시스템 설계자들의 노력과 작가분들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 제작으로 정착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뤄진 스마트폰 보급과 앱 생태계 붐을 타고 기다무와 같은 BM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었다. 이제 10년째가 다가오려 하고 있고, 현재 가장 절실한 점은 산업 자체가 더욱 확장되는 어떤 특이점이다. 특이점은 역시 메가 히트작품이라는 임계점을 넘은 흥행을 하는 작품으로 또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웹소설로 등장하여, ‘웹툰으로 1차 확장, ‘장편 애니메이션게임으로 2차 확장을 이뤄내는 것을 보았다. 이번의 성공이 부디 다른 임계지점을 넘어서는 히트작들의 연속적인 등장과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왼쪽)나혼렙 피규어

▲▲(가운데, 오른쪽) 한국에서 나온 국가권력급 주먹밥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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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