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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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는 왜 꾸준히 저평가되어 왔는가?

<지금, 만화> 제26호(2025.8.5 발행) '커버스토리'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6-08-04 이현재

한국 SF는 왜 꾸준히 저평가되어 왔는가? 

생각보다 깊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하여 


한국 SF는 왜 꾸준히 저평가되어 왔는가?


역량보다 저평가된 장르의 대명사, SF


깔끔하게 정돈하기 쉽지 않은 한국 만화 장르의 역사 중에서도, SF는 나름대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에 속하는 장르다. 더불어 SF 장르는 꾸준히 코어 독자를 다져가며 장르의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바탕을 통해 꾸준히 눈에 띄

는 성과를 거둬왔다. 굳이 만화 전반의 역사를 훑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굵직한 작품 중 SF 장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지난 10년간 연재되었던 웹툰 작품만 떠올려봐도 오늘날에도 중요하게 언급되는 웹툰 중 그 장르가 SF인 작품들은 상당수 있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1부를 마무리하고 휴재 중인 뱁새, 왈패의 〈물 위의 우리〉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만화 연출을 논할 때 반드시 한 번 즈음은 언급되는 이경탁, 노미영의 〈심해수〉, 지금은 ‘망한 엔딩’

의 악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나 한때 공고한 팬덤을 형성하며 10년 가까이 연재되었던 양영순의 〈덴마〉까지, SF는 만화 매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장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지금 만화> 26호 커버스토리 본문 이미지.


그러나 만화 매체 내에서의 장르적 중요성과 무관하게 SF는 여전히 한국에서 비주류 장르 중 하나로 인식되곤 한다. 물론, 최근 10년 사이에 시스템화된 생산 체계를 갖추면서 급격히 성장한 노블코믹스를 바탕으로 웹툰 시장 내에서 장르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간 무협 장르 혹은 현대 판타지나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SF 장르와 비교해본다면, 장르로서 SF가 주류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은 맞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SF는 탄탄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형성한 틈새시장

으로 만화 시장 내에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SF가 장르적 성과는 유의미하다. 그러나 이러한 의의들이 만화 시장 너머의 대중들 사이에서 공유된 사례는 많지 않은데, 이는 장르 생산 역량의 문제라기보단 만화 시장의 수용자 특성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이 관점은 소비와 수용의 형태가 벌어져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쉽게 말해 한국의 만화 소비자들은 SF를 소비하면서 그것을 SF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수용자들이 SF라고 생각하는 범주가 합의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한 것이다. 혹은 수용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SF를 SF라고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가정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경우를 확인하고 따져보기 위해서는 조금 먼 길을 돌아봐야 한다. 수용의 형태가 벌어져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결국 한국에서 만화가 어떻게 수용되어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SF가 어떻게 위치 지어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화 수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언급이 있다면, 유통 채널과 콘텐츠 산업의 관계다. 예나 지금이나 콘텐츠 산업의 핵심 사업 모델은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텐트폴 형태의 수익 모델을 만드는 흥행 사

업 모델이다. 그리고 유통은 거래액이 커지면 마진 역시 늘어나는 규모 지향의 경제 구조를 내재하고 있고, 상식적으로 많은 고객을 모객할 수 있다면 거래액 역시 커질 거라는 기대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콘텐츠와 유통 사업은 상호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해 왔다. 


<지금 만화> 26호 커버스토리 본문 이미지.







필진이미지

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콘텐츠와 IT 산업의 동향과 정책을 연구하며, 콘텐츠 전반에 대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국 AI 및 디지털 정책 동향 조사·분석」(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 보안 동향 조사 및 분석」(한국인터넷진흥원)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참여했으며,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 신인상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