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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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성 공모전 시상식

지난 4월 경기문화콘텐츠진흥원의 한 작은 공간에서는 작지만 무척 따뜻하고 의미 깊은 사건이 있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송채성 추모 공모전의 시상식이었다. 송채성 추모 공모전은 고 송채성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뜻있는 사람들의 애정과 애도의 마음을 담아 추진된 ...

2008-06-12 김유리


지난 4월 경기문화콘텐츠진흥원의 한 작은 공간에서는 작지만 무척 따뜻하고 의미 깊은 사건이 있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송채성 추모 공모전의 시상식이었다. 송채성 추모 공모전은 고 송채성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뜻있는 사람들의 애정과 애도의 마음을 담아 추진된 뜻 깊은 공모전이다.

송채성씨는 생전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위해 꾸준히 저축을 했고, 죽음 이후 발견된 그의 오래된 통장에는 삼천만원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그의 기막힌 죽음 앞에서 가족들은 이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쓰게 하고 싶었고, 이후 우리나라 만화 역사에 남을 놀랍고도 감사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것을 송채성씨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신인, 예비 만화가들을 위해 쓰고자 공모전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것이 매해 이어져 송채성 작가의 추모 모임인 ‘취중진담’의 식구들은 하나 둘 늘어갔고 4회에 이어졌다.
송채성 추모 공모전의 시상식은 시상식이라는 의미 외에도 송채성씨의 추모커뮤니티인 ‘취중진담’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의를 다지고 고인의 기억을 기린다는 의미도 있다. 이 날에는 관련인사들 외에 송채성씨를 기억하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함께 시상자들을 축하했다. 특히 2회 공모전 수상자로 ‘취중진담’과 연을 맺은 이주연씨도 시상식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수상자 및 참여자 단체 사진
수상자 및 참여자 단체 사진 (http://www.xnjk1b923bmpao6k.com/ 송채성의 취중진담 사이트. ID:로즈마리)

올 해의 수상자는 대상에 백종민씨, 우수상에는 각각 박혜진씨와 김영석씨가 수상했다. 심사를 맡은 강인선 대표는 “항상 잡지 편집자의 눈으로 작품을 보기에 이 작품이 매체에 어울릴지 아닐지를 보아왔지만, 이번에는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만을 보았다.”며 올해 수상작들에 대한 흡족함과 아쉬움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 한 뒤, 이 날도 자리를 빛내주신 송채성씨의 어머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심사를 맡았던 강인선 대표, 석동연 작가, 조세희 대표와 공모전을 마련하고 진행해온 아이디 낡은기타님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점은 이 상의 정신을 잊지말아달라는 점과 수상자 이전에 ‘취중진담’의 한 식구로써 앞으로도 인간미 넘치는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바란다는 점이었다.
수상자들 역시 수상소감을 밝히며 상이 갖는 무게에 대해 각자의 감상을 피력했다.
우연히도 모두가 만화와 관련된 수상을 처음 하는 것이며, 처음으로 받게 된 상이 송채성 추모 공모전이라 오히려 더 만화에 깊은 뜻을 가지게 된 것 같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 했다. 대상을 수상한 백종민 씨는 “많은 공모전에 응모했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공모전 쪽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응모했던 공모에 덜컥 대상으로 당선되어 많은 용기를 얻었다”며 기쁨과 감격을 표현했다. 백종민씨의 작품은 실제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있다. “마지막 2페이지를 고치고 그리면서 며칠을 고민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과대망상을 소재로 한 ‘강한 동물’이라는 단행본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단편작업도 진행중이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매진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수상을 수상한 박혜진씨의 작품은 사춘기에 가질 수 있는 많은 감정들과 호기심, 유년이 겪는 상처에 대해 그리고 있다. 박혜진씨는 차분해 보이는 외모와 조용한 말투와 달리 문학적이면서도 조용히 충격을 주는 작품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 “한번 쯤 뒤돌아보고 보듬어 줘야하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항상 시대보다 느리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만큼 느리고 보듬을 상처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시상식 내내 몸으로 뛰면서 준비에 큰 도움을 준 김영석 씨는 모두가 주최측 인사로 오인한 가운데 우수상 수상자로 밝혀져 작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마치 망치로 난데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물론 행운의 망치였지만.” 이라며 얼떨떨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표했는데, 김영석씨의 작품은 적극적인 그의 성격만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경험과 픽션을 섞어 만든 이 작품은 컬러 잉크를 사용해 대비되는 색채와 인물의 특색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센스가 돋보인다. 이후인디음악의 성과와 가능성에 대해 만화라는 창을 빌려 이야기 하고 싶다며 그 외에도 일본 자전거 여행기 같은 놀랄 정도로 새롭고 많은 계획들을 피력해 젊은이다운 활력을 느끼게 했다.

수상의 기쁨을 떠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는 문화의 장이 된 송채성 추모 공모전. 따스한 4월 송채성씨의 휴머니티가 흐르던 작품들만큼이나 정감어린 만남의 장이 된 시상식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