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도자기’ 호연, 삽화가로 데뷔 : 최근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 출간한 호연

호연(본명 강효경?28)이 삽화가로서 첫 책을 냈다. 「도자기」 출간 이후 근 1년 반만이다. 새 책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박상용 글, 호연 그림, 낮은산)는 불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지식교양서로, 사찰은 물론 조각, 회화 등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과 문화 전반을 살피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호연표’ 삽화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2010-02-12 홍지연

호연(본명 강효경?28)이 삽화가로서 첫 책을 냈다. 「도자기」 출간 이후 근 1년 반만이다.
새 책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박상용 글, 호연 그림, 낮은산)는 불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지식교양서로, 사찰은 물론 조각, 회화 등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과 문화 전반을 살피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호연표’ 삽화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업은 「도자기」를 눈여겨봤던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호연의 이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증 때문에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평소 관심이 있는 쪽이라) 오히려 재밌었고, 알고 있는 것이라 쉬웠어요. 「도자기」 이후에 불교 관련 책을 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것과도 맞아떨어졌고요.”
물론 작업이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여느 때보다 더 긴장되고 두려웠다. 언젠가 삽화가로 꼭 한 번 데뷔해보고 싶었지만, 내키는 대로 그리는 만화작업과는 분명 달랐다. 저자의 요구에 100 부합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작품에 있어 자기 밸런스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삽화는 만화와 달리 한 장 한 장 승부를 해야 하니까 매번 작업 들어갈 때마다 종이 앞에서 무섭더라고요. 그리는 양은 작품보다 많지 않지만 전력투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좀 지나면 아주 훌륭한 삽화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번 출간은 최근 호연의 소식을 궁금해 하던 팬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고 호연은 전업작가로서 「꿈의 주인」, 「사금일기」 등 꾸준한 작업을 해왔지만 지난 봄, 건강이 나빠지면서 모든 작품 활동이 중단될 위기에까지 처했었다. 그러나 팬들의 많은 도움과 격려 덕에 그녀는 곧 건강을 회복했다.
“(아프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주변 사람들이 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덜 까칠해졌다고. 예전에는 팬들과의 거리를 둬야 하고, 작가는 뭔가 나만의 세계에 빠져 외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것도 세상을 위해 있지 않으면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건강해진 그녀는 예전보다 더 활력적으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웹상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작가 자신의 일상을 그려내는 3컷 만화 ‘사금일기’ 블로그(http://blog.naver.com/sakumkun)는 물론 1999년도부터 동인지 활동 등을 통해 틈틈이 습작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홈페이지(http://gochal.byus.net/HAN/in.htm), 글쓰기를 모아 놓은 블로그 ‘들몰’ (http://deulmol.egloos.com/) 등에서도 호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많다. 상반기에는 「사금일기」가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연재가 중단된 「꿈의 주인」도 이제 올해 말쯤이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꿈의 주인」은 그간 그녀가 성장한 만큼 이야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듯싶다.


작가의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얼굴을 가렸다. 요즘 기수련 중이라며 발차기 시범을 보여준 작가, 손수 자신의 사진에 도자기 속 생선 캐릭터를 그려줬다.


“「꿈의 주인」의 경우, 어렵다고 하시는 독자분들도 많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더 잘 그려야겠죠.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들어요.”
작품 외에 요즘 그녀가 깊이 빠져 있는 것은 바로 기부와 봉사활동이다. ‘1달러의 깨달음’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틈틈이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나중에는 자신의 작품으로도 봉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다음에는 ‘둘리’와 같은 명랑만화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할 새 작품은 캐릭터 위주의 명랑만화가 될 것 같아요.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모인 ‘둘리’ 같은 만화를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팬 여러분들, 너무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성장하는 호연, 지켜봐 주세요.”
‘호연표’ 명랑만화는 어떤 느낌일까. 그게 무엇이든 ‘호연스런’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말 걸어주고픈 사랑스런 캐릭터들, 세상과 사물을 뒤틀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력, 가슴을 울리는 감수성은 호연 만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연재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도자기」를 ‘정주행’하는 것은 아마도 그것을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