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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인생의 첫 만화 : 김조광수, <일지매 (고우영 작)>
"아이고 배야!" 갑자기 너무 아파서 배를 부여잡고 떼굴떼굴 굴렀다. 뭘 잘 못 먹은 건지 정말 많이 아팠다. 깜짝 놀라신 어머니가 손을 따주셨지만, 복통은 멈추질 않았고 식은땀까지 흘리게 되었다. 어머니는 형을 불러 약국으로 심부름을 시키셨다.
2016-07-19
김조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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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그림 고우영, 『일지매』, 도서출판 우석, 1985.
"아이고 배야!"
갑자기 너무 아파서 배를 부여잡고 떼굴떼굴 굴렀다. 뭘 잘 못 먹은 건지 정말 많이 아팠다. 깜짝 놀라신 어머니가 손을 따주셨지만, 복통은 멈추질 않았고 식은땀까지 흘리게 되었다. 어머니는 형을 불러 약국으로 심부름을 시키셨다. 지금처럼 의약분업이 되기 전이라 웬만한 약은 약국에서 다 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형이 곧 약을 사 올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하시며 내 배를 쓸어주셨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약국으로 심부름을 간 형은 통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때문인지 형이 약을 사 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는지 복통이 조금 가시는 듯했고 난 스르르 잠에 빠졌다. 한두 시간쯤 잤을까, 눈을 떠보니 방구석에서 형이 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었다. 응?
자초지종은 이랬다. 약국으로 달려가던 형은 약국 근처에 있던 "만화방"을 지나다가 “딱 한 권만 보고 가야지.” 생각하며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다짐과는 달리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이 세 권이 되면서 아픈 동생의 약 심부름은 잊고 만화에 빠져들었다. 어머니는 내가 잠들자 형이 걱정되셔서 길을 나섰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화방에 들어갔는데, 구석에서 만화에 코를 박고 있는 형을 발견하셨다고 했다. 집에 끌려온 형은 꾸지람에 벌까지 서게 되었다. 벌 서는 형을 보면서 만화가 뭐 길래 저러나 생각하게 되었다. 난 아픈 동생을 제쳐두고 만화를 보았다는 형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형이 보던 만화가 어떤 건지 너무 궁금해서 만화방에 가게 되었다. 주인아저씨께 어제 형이 보았던 만화가 어떤 건지 물었지만, 아저씨는 잘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저쪽 편에 신간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하셨다. 처음 가 본 만화방은 신기한 곳이었다. 만화책이 엄청 많았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그 만화를 보러 온 사람이 엄청 많다는 것에 더 놀랐다. 나는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나와는 다른 사람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 사람들 틈에 앉아 만화 몇 권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그제야 형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만화방과 만화책을 알게 되었다. 40년도 훨씬 지난 초등학교 5학년 때, 1975년의 일이다. 그날 이후로 형이나 사촌 형이 만화를 빌려오면 나도 끼어서 읽어 보곤 했다. 하지만 내 돈 주고 빌려본 적은 없을 정도였고 만화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옆에 있으면 보지만 없으면 찾아보지는 않는 것, 내게 만화는 딱 그만큼이었다.
△ 본인이 독매였음을 밝히는 일지매, 『일지매 12권』, 도서출판 우석, 1985. 12쪽.
그러다 내 인생의 만화를 만난 건 그로부터 7년 뒤인 고3 때였다. 내 짝꿍이었던 녀석이 만화광이었다. 녀석은 자율학습 시간에도 대놓고 만화를 볼 정도였다. 요즘 말로 오덕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에는 꼭 가겠다고 다짐을 하며 열공을 하던 터라 짝꿍의 만화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입시 공부에 지쳐갈 때인 8월에 “만화가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는 녀석의 꼬임에 넘어가 운명의 만화책을 만나게 되었다. 작고하신 고우영선생의 <일지매>였다. 마치 한국화 같은 고우영 선생의 그림체는 내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의 일지매가 민중을 위한 의적이 되는 스토리는 정의에 갈망하던 사춘기 청소년을 푹 빠져들게 했다. <일지매>의 매력을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만 으뜸은 캐릭터다. 고우영 선생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서 펄펄 뛰어다니게 만들어 냈다. 물론 그중에서 최고는 일지매다. 꽃미남 일지매는 서자(庶子)라는 출생의 아픔을 갖고 있는 비운의 인물인데, 그가 여장을 해서 독매라는 기생으로 분한다는 설정은 1980년대에는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남자인 일지매와 여자인 독매를 두고 벌어지는 로맨스가 더해지면서 일지매는 독보적인 캐릭터의 반열에 올랐다(고 나는 믿는다). 게다가 고우영선생은 멜로와 액션 장르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버무려내는 신공을 발휘했다. <일지매>를 고3 때에만 열 번은 본 것 같다. 덕분에 대학에 낙방할 뻔했지만 고3 후반기를 나와 함께해준 <일지매>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고우영 선생의 <일지매>를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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