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5일부터 The Art of Video Games 전시가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시간주 플린트(Flint, Michigan)의 플린트 인스티튜트 아트 뮤지엄(the Flint Institute of Arts, FIA)에서 개최되었으며, 내년 1월 18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2012년 첫 전시 때처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이 주최하고, 버라이존 경영전략팀 디렉터이자 게임 시스템 수집가인 크리스 멜리시노스(Chris Melissinos)가 전시책임을 맡았다.
이 행사는 단순히 말해 비디오게임 40여 년의 역사와 예술성을 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 부분에는 크게 비주얼 그래픽과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포함되는데, 시대별?장르별?기기별 게임을 분류해 게임성과 스토리성도 고려하여 전시작품이 선정되었다. FIA에서는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의 대중성을 고려해 1970년대 출시된 아타리(Atari) 부터 플레이스테이션3까지 관련한 게임과 기기를 전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전시용 게임타이틀을 선정할 때 일반인의 게임선호도와 인지도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1년엔 인기 게임타이틀 선정을 위하여 전 세계 온라인 투표를 한 적이 있었고, 국내 게임 유저도 참여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곤 했다.
"FIA는 독특한 전시면서 과거 다른 어떤 전시와 차별화된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비디오게임의 예술성을 보여주게 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전시를 개최함에 박물관에 새로운 관람객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관람객도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약속 드립니다." 이번 전시의 보조 큐레이터인 애슐리 파이퍼(Ashley Phifer)가 말했다.
이 시점에서 많은 사람이 몇 가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왜 비디오게임일까? PC게임은?
물론 일부 PC게임(1990년대 후반 이후 타이틀만 있음)도 전시품목에 속해 있다. 하지만 PC게임은 대중화된 역사가 짧고, 비디오게임이 가정용 게임 보급 역사의 큰 틀이자 주역이기에 전시의 주제가 비디오게임인 것이다.
최초의 게임기를 꼽는다면 1967년 브라운 박스(Brown Box)다. 1960년대는 미국에서도 컴퓨터조차 보급되지 않던 시대이며, 다른 국가는 말할 것도 없이 생소한 기계였다. 당시 홈비디오 게임기로 만들어진 브라운은 초창기 게임기답게 탁구, 테니스, 핸드볼, 배구 등 간단하지만, 대중적인 룰을 이용한 게임이 선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의 모체인 이 기기는 당시 대중에게 대량으로 보급되지 못했다.
△ <브라운 박스(Brown Box), 1967>
그 뒤로 마그나복스 오디세이(Magnavox Odyssey, 1972)가 출시, 최초의 상업용 콘솔은 본격적인 가정에 보급되었다. 하지만 역시 대중성을 가진 게임기 1세대를 꼽는다면 1970년대 후반 출시된 아타리 2600(Atari 2600)이 빠질 수 없다. 왜냐하면, 아타리는 전 세계적으로 비디오게임업계의 독주를 시작했던 것이자 일반가정 보급률이 높았던 기계였기 때문이다. 당시 전 세계 점유율 80이상 독점하고 있었다 하니 아타리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보인다. 아타리는 8비트 게임의 한 획을 그은 콘솔이기도 하지만, 당시 출시되었던 명작 팩 맨(Pac-Man, 1981)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해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임 중 하나이다. 하여 FIA의 1세대 전시물로 아타리 타이틀이 선정되었고, 방문객은 실제로 이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다.
△ <팩 맨(Pac-Man, 1981), 아타리 2600(Atari 2600)>
전시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게임기의 변천사만이 아닌 시대별 게임의 발전상을 비주얼적으로 한눈에 볼 수 있기도 하다. 이들이 게임의 예술성을 주제로 전시하는 만큼, 게임의 시각적인 요소 변화와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VFX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The Art of Video Games 전시에서는 어떤 게임타이틀이 소개되었을까? 게임에 향수가 있거나 콘솔게임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전시물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의 타이틀 발전 변천사는 2012년 전시 당시 전 세계 인기투표로 뽑힌 게임 중 일부이며, 현재 전시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8비트 게임인 팩 맨(Pac-Man, 1981)이나 전투(Combat, 1977),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 1980)를 보아도 원색의 캐릭터가 도트점이 도드라진 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간단한 도트그래픽으로 구성된 이미지이지만, 팩 맨은 최근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 <전투(1977), 스페이스 인베이더(1980) 게임 화면>
다음으론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게임 동킹콩(Donkey Kong, 1982), 스타트랙(Star Trek: Strategic Operations Simulator, 1983), 핏 폴2(Pitfall II: Lost Caverns, 1984)등이 있다. 1980년대로 접어든 게임은 이전보다 색감도 풍부해지고 캐릭터의 디테일과 움직임이 다양해졌다. 국내에는 아쉽게도 불법복제 기기와 일명 합본 게임팩으로 알려진 타이틀이다.
△ <동킹콩(Donkey Kong, 1982), 스타트랙(Star Trek: Strategic Operations Simulator, 1983)>
이후, 1980년대 후반에는 우리가 지금도 익히 아는 닌텐도나 세가의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도트 형식의 그래픽임에도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구현이 시작되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때 출시된 젤다의 전설이 지금도 리메이크돼 꾸준히 출시되고 있으며, 수퍼마리오 시리즈도 이 시기에 인기몰이하기 시작했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당시 3D 그래픽이 없던 시절에 단순 도트만으로 입체를 구현한 게임도 있었다는 점이다.
△ <순서대로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 1987), 슈퍼마리오3(Super Mario Brothers 3, 1990), 미친 구슬(Marble Madness, 1992)>
△ <툼 레이더(Tomb Raider, 1996), 심시티(SimCity 2000, 1995)>
1990년대 중반부터는 폴리건을 사용한 3D 게임이 출시되었다. 지금 보면 그저 나무토막을 수직 수평으로 깎아 투박하게 만든 그래픽이지만, 당시 툼 레이더는 큰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 중 하나였다. 비슷한 시기에는 경영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로 심시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경영시뮬레이션 장르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어 비슷한 타이틀이 쏟아지기도 했다.
△ <디아블로2 ( Diablo II, 2000),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1998)>
다음은 가정용 컴퓨터가 높은 사양으로 발전하면서 게임시장은 큰 변화를 맞는다. 바로 PC게임이 비디오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시점으로,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전까진 콘솔게임으로 출시된 뒤 인기가 있는 게임을 컴퓨터의 에뮬레이터로 돌려 플레이하는 방식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 둘은 처음부터 PC를 겨냥해서 탄생했고, 곧바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루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을 만든 게임으로 당시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이 크게 성장한 기점이 되었다.
△ <The Legend of Zelda: Ocarina of Time, 1998 Sonic Adventure , 1999>
이때부터는 콘솔의 특징을 살린 게임이 쏟아져 나온 시기다. 콘솔게임시장을 주도했던 플레이스테이션 1, 2 는 당시 최고의 게임이 총 집합하는 시장이기도 했다.
△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The Legend of Zelda: The Wind Waker, 2003), 바이오쇼크(Bioshock , 2007)>
△ <메탈 기어솔리드 2(l Gear Solid 2: Sons of Liberty), 헤비레인(Heavy Rain, 2010)>
2000년 전 후반과 이후는 본격적인 고사양 그래픽 시대를 맞는다. 선정된 전시물도 점점 리얼리티가 더해졌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VFX 즉, 특수효과의 발전이 돋보였던 점이다. 판타지적인 효과를 가능케 한 것이 VFX의 덕이지만, 무엇보다 현실감 있는 연출에선 VFX의 기능이 제일 큰 공로를 했다. 또한 콘솔 제품이 다양해진 것도 큰 특징이다. 예전과 다르게 시시각각 새로운 기능으로 선보여진 기기는 성능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다. 이런 배경으로 게임은 더욱 화려하고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게 되었다.
관계자들은 "The Art of Video Games" 전시가 대다수 사람에게 익숙하다는 점을 전시흥행의 매력으로 꼽았다. FIA의 전시 디렉터인 존 헨리(John Henry)는 이번 전시를 방문객이 평소 편안하게 오던 장소에 지금까지 없었던 꿈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플린트(박물관)는 정말 좋은 예술 콜렉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상하건대 이번 전시는 다른 예술작품 전에도 많은 관람객을 박물관으로 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뛰어난 예술작품 중 하나이며, 위대한 예술가가 선보인 작품은 우리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영감을 깨워줄 것입니다." 존 헨리의 설명이다.
또한, 전시 메인 큐레이터 멜리시노스(Melissinos)는 FIA의 "The Art of Video Games"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한 담당자로 전시 진행에 대한 긍정적인 소견을 더했다.
"전시물에 대한 구성과 해석이 일반적인 전시장과 전혀 달라 무척 신기했습니다. 박물관에서 그들이(The Art of Video Games)보여주는 색다른 전시 구성과 테마는 과거에 제가 보지 못한 것이어서 놀라웠습니다. 이 전시는 그저 게임이 큰 세계로 나가는 한걸음에 불과하다고 봅니다."라고 멜리시노스가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진행하며 단순히 관람객에게 작품감상을 강요하는 것만이 아닌 한 명의 게임플레이어로서 참여하고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약 관람객이 게임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도 게임을 이해하고 작품으로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코너, MARIO BROS. 게임>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은 FIA 전시 개막 무대에서 빛을냈다. 멜리시노스는 오프닝 이벤트에서 한 80세 할머니와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는 전시에 감명을 받고 바로 스마트폰에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플레이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한 부자는 일본 유명 비디오게임의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로 코스튬플레이 하고 방문한 뒤 체험관에서 게임을 하는 등 전시를 하나의 축제로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멜리시노스는 "이 전시는 문화 초월, 세대 초월, 언어 초월의 삼박자가 두루 갖춰진 것입니다."라고 평가했다.
"The Art of Video Games"는 지난 행보와 마찬가지로 전미 지역을 돌며 전시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2015년 2월 버지니아주, 2015년 6월 테네시주, 2015년 10월 플로리다주에서의 일정이 확정되었다. 전시가 지속되면서 게임은 계속 발표되고 이 전시의 게임 콜렉션은 점점 늘어갈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은 이런 행사가 시작 단계이고 미국 지역 한정이지만, 앞으로 전시의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