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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는 창작자인가, 크리에이터인가

웹툰 작가의 활동 영역과 존재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오늘날 웹툰 작가들의 다양한 활동 형태를 살펴보며 웹툰 작가의 정체성을 짚어본다.

2026-09-22 안소라

웹툰 작가는 창작자인가, 크리에이터인가


웹툰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비교적 대답하기가 쉬웠다.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그리고, 콘티를 짜고,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면 되었다. 그림의 기본기를 다지고, 이야기의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을 세우며, 컷과 컷을 연결해 한 회차의 호흡을 만드는 훈련을 성실히 하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붙는다. 작품을 SNS에 어떻게 올릴 것인지, 어떤 그림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는지, 짧은 영상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즉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세상에 알릴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창작의 기술뿐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 방법까지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몫이 된 셈이다. 


현업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웹툰 플랫폼에서 작품을 마감하고 연재하는 것으로 작가의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 작품이 공개되는 요일과 시간이 되면 SNS에 연재 소식을 알리고,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본편과 별개로 홍보용 그림을 따로 그려 올리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달리는 독자의 댓글을 읽고 반응을 살피며 다음 연출의 방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어떤 작가는 작업 화면을 배속으로 녹화해 제작 과정을 공개하고, 어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이용해 유행하는 챌린지나 짧은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작품보다 작가의 SNS를 먼저 접한 사람이 뒤늦게 연재작을 찾아가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플랫폼을 찾던 독자들이 이제는 SNS 피드를 떠돌다 작가의 게시물을 통해 작품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로도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지금의 웹툰 작가는 창작자인가, 크리에이터인가.


사실 두 단어를 사전적인 개념으로 구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크리에이터(creator)를 우리말로 옮기면 결국 창작자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근원적인 뜻에서는 두 단어가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라는 말에는 조금 다른 의미가 붙어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을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으며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에만 있지 않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취향, 일상과 활동까지 독자에게 보여주며, 결국 자신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는 점에 있다. 즉 창작자가 완성된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라면,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와 함께 자기 자신까지 콘텐츠로 만드는 사람이다.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웹툰의 메인페이지.


전통적인 예술과 창작의 세계를 돌아보면 이 구분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독자는 그 완성된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난다. 작가가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작업실 책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해도 작품을 감상하고 읽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작가의 사적인 삶과 작품 사이에 거리가 있을 때 텍스트 자체의 완결성은 더 온전히 보존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창작자에게 작가 자신과 작품 사이에는 늘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는 그 거리가 훨씬 좁혀진다. 결과물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사람까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업 중인 모니터 화면, 스케치 단계에서 겪은 실패의 결과, 다음 작업에 대한 예고, 일상의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가 새로운 게시물이 된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보다가 제작자라는 사람 자체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특정 사람의 생각과 다음 콘텐츠를 기다리게 된다. 이 차이를 생각한다면 현재 웹툰 작가의 위치도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웹툰 작가들은 전문 웹툰 플랫폼에만 작품을 연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SNS를 통해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거나, 아예 자신의 SNS 계정에 직접 작품을 연재하기도 한다. 웹툰 작가의 활동 영역과 존재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웹툰 작가들의 다양한 활동 형태를 살펴보며 웹툰 작가가 창작자인지 크리에이터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전통적인 형태에 가까운 웹툰 작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작가들은 오로지 작품의 완성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작가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살아 움직일 만한 등장인물을 만들고, 서사의 기승전결에 맞추어 장면을 배치하고 콘티를 짠다. 캐릭터의 표정과 감정선을 고려하여 컷과 컷 사이의 간격을 고민하고 대사와 말풍선의 위치를 조정한다. 주지하다시피 만화는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거나 화면을 스크롤하는 행위에 따라 읽는 속도와 장면을 받아들이는 순서가 달라진다. 출판만화에서는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의 긴장감과 시선의 이동 방향이 연출에 큰 영향을 주고, 컷뷰 방식의 인스타툰에서는 독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거나 멈추는 속도가 장면의 호흡을 만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로 스크롤 방식의 웹툰 역시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는 과정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여백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매체에 따라 독자가 읽는 방식은 달라지지만 작가가 하는 일의 중심은 같다. 독자가 무엇을 보고, 어떤 순서로 받아들이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하나의 작품 안에서 설계하는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한 인물과 공간, 사건과 감정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다시 말해, 작가는 작품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이다. 그 창작의 결과물은 작가 개인의 사적인 이미지나 자신의 계정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좋은 작품은 작가 개인의 존재와 분리되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기도 한다. 연재가 끝난 후에도 독자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명장면의 대사를 다시 떠올리며 작품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어떤 작품은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른 매체로 확장되며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매일 대중 앞에 나타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작품은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SNS를 거의 하지 않는 작가를 생각하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작가가 독자의 댓글에 일일이 답하지 않거나, 작업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일상의 단편을 보여주지 않아도 우리는 그를 의심 없이 웹툰 작가라고 부른다. 개인 SNS 계정의 팔로워가 100명이어도 묵묵히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면 그는 웹툰 작가이고, 반대로 팔로워가 10만 명이나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해도 직접 웹툰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그를 웹툰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결국 웹툰 작가라는 말을 성립시키는 첫 번째 조건은 웹툰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웹툰 작가의 뿌리는 분명 창작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문 플랫폼이 아닌 자신의 SNS 계정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경우에는 조금 다른 특징이 나타난다. 두 번째 형태의 웹툰 작가들이다. SNS에는 작가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 특정한 직업적 경험을 소재로 한 이른바 일상툰이 많이 연재된다. 그렇다고 해서 SNS에 올라오는 작품이 일상 소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판타지나 로맨스처럼 허구의 세계관과 뚜렷한 서사를 다루는 작품도 SNS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전문 웹툰 플랫폼을 살펴보아도 작가 자신의 일상과 소소한 경험을 소재로 한 인기작들이 오랜 시간 존재해 왔다. 


인스타에서 연재하고 있는 지토 작가와 키크니 작가.

              

따라서 두 유형의 본질적인 차이를 작품의 소재나 장르에서 찾기는 어렵다. SNS에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 역시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그림과 연출로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창작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플랫폼의 작가와 비교했을 때 작품이 독자를 만나는 방식과 작가 자신이 드러나는 방식에서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 전문 플랫폼에서는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작품이 화면의 중심에 놓인다. 독자는 특정 작품을 스스로 선택해 회차를 따라가며, 작가와의 관계 역시 작품 속 서사를 통해 맺어진다. 


반면 SNS에서의 작품은 사진과 영상, 광고, 다른 수많은 사람의 게시물과 함께 하나의 피드 안에서 뒤섞여 독자를 만난다. 독자는 여러 콘텐츠를 무심코 넘겨보다가 우연히 그 웹툰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다. 또한 SNS에서는 작품을 연재하는 공간과 작가 개인의 활동 공간이 하나의 계정 안에 겹쳐 있다. 연재 만화뿐 아니라 작업 과정이나 일러스트, 근황을 알리는 사진, 짧은 영상 클립이 같은 피드에 함께 올라오고, 댓글이나 메시지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의 관심은 작품 속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가 평소에 무엇을 만들고, 어떤 생각을 하며, 다음에는 어떤 일상을 보여줄 것인지까지 자연스러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처음에는 우연히 만화를 보기 위해 계정을 찾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작품을 만든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SNS의 또 다른 특징인 즉각적인 피드백이 작용한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와 저장 수를 통해 어떤 소재와 장면에 독자가 뜨겁게 반응했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수치와 반응을 통해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자신이 계정에서 보여주는 여러 활동이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실시간으로 체감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SNS 연재 작가는 크리에이터의 성격을 강하게 갖게 된다. 창작자에게 중심이 되는 것이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크리에이터에게는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자신도 콘텐츠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드는 일과 자신의 계정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이 분리되지 않고, 독자는 웹툰이라는 결과물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개성과 일상까지 함께 따라간다. 


작품의 한 시즌이 끝나 연재가 잠시 멈추더라도 계정은 고스란히 남는다. 새로운 작품이 시작되기 전 휴재 기간에도 독자는 작가의 새로운 게시물과 활동을 계속 접하며 유대감을 이어간다. 따라서 SNS 연재 작가에게는 작품뿐 아니라 작가 자신과 그가 구축한 채널 역시 독자에게 소비되는 중요한 대상이 된다.

물론 SNS 연재 작가 역시 머릿속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그림을 그려내는 창작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만 전문 플랫폼의 작가가 주로 작품의 세계관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면, SNS 연재 작가는 작품과 함께 작가 자신까지 독자에게 드러나는 구조 안에서 활동한다. 이 점에서 두 번째 유형의 웹툰 작가는 첫 번째 유형보다 크리에이터에 한층 더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 웹툰 플랫폼에 작품을 정식으로 연재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SNS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작가는 어떨까. 아마 현재 활동하는 웹툰 작가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이때 작가는 두 개의 공간을 끊임없이 오가며 작업한다. 전문 플랫폼에서는 정해진 마감 일정과 분량에 맞춰 작품을 연재한다. 여기에서 작가가 가장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야기다. 다음 화의 사건을 어떻게 전개할지, 어느 장면에서 이번 회차를 끝낼지,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표정과 대사로 어떻게 전달할지를 끊임없이 판단한다.

하지만 마감을 마치고 SNS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가면 해야 할 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새로운 회차가 플랫폼에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이번 화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핵심 장면을 골라 업로드한다. 작품 속 캐릭터를 이용해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벼운 번외 일러스트를 그려 회차를 홍보하기도 한다. 


플랫폼에 업로드한 작품을 자신의 X에 홍보하고 있는 정녕작가와 변덕작가.


만약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면 제작 과정을 조금씩 영상이나 이미지로 보여주고, 캐릭터의 초기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공개하며 독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한다. 본편을 만드는 일과 본편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작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들은 작품을 제작할 때에는 창작자의 면모를 드러내지만, SNS로 건너오면 크리에이터의 방식으로 움직인다. 작품의 서사와 시각적 연출을 설계하는 일과, 그 완성된 작품을 외부에 알리고 독자와의 접점을 넓혀가는 일이 한 사람 안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오늘날의 웹툰 작가는 어느 한쪽의 이름으로만 단순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 전문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한다고 해서 순수한 창작자로만 남는 것도 아니고, SNS를 활발히 운영한다고 해서 자신의 뿌리가 크리에이터로 완전히 바뀌는 것도 아니다. 같은 작가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두 성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웹툰 작가가 창작자인지 크리에이터인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연재처의 형태나 게재 장소 자체가 아니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활동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가, 아니면 작품과 함께 자신의 채널과 독자와의 관계까지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세 가지 유형의 차이도 보다 선명해진다. 전문 플랫폼에서 작품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창작자의 성격이 강하다. SNS 자체를 주 연재 공간으로 삼고 자신의 계정과 독자와의 관계를 함께 만들어 가는 작가는 크리에이터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전문 플랫폼 연재와 SNS 활동을 병행하는 작가는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 웹툰 작가는 창작자인가, 크리에이터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형태의 활동 방식을 놓고 보면 어느 한쪽만을 정답으로 고르기는 쉽지 않다. 같은 웹툰 작가라 하더라도 작품을 발표하고 독자를 만나는 방식에 따라 창작자의 성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크리에이터의 성격이 더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웹툰 작가의 가장 깊은 본질은 여전히 창작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SNS 계정을 전혀 운영하지 않아도,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지 않아도, 독자의 댓글에 직접 답하며 소통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직조하고 한 편의 만화를 완성해 세상에 내놓는다면 그는 틀림없는 웹툰 작가다. 반대로 아무리 대중을 사로잡는 기술을 갖추고 채널을 능숙하게 운영한다고 한들, 웹툰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작의 과정을 제외한다면 웹툰 작가라는 정체성은 성립하기 어렵다. 


다만 오늘날의 웹툰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서 모든 일이 끝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SNS를 통해 작품을 알리고,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며,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때 작가는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세상과 연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터의 활동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웹툰 작가는 ‘크리에이터의 방식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창작자’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활동하는 방식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웹툰 작가라는 이름을 성립시키는 가장 첫 번째 출발점은 결국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앞으로 플랫폼과 SNS의 형태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 또다시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독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또한 모습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구상하고, 인물을 만들고, 그들이 살아 움직일 고유한 세계를 만화의 언어로 완성해 내는 창작의 본령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웹툰 작가는 창작자인가, 크리에이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분명하다. 웹툰 작가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빚어내는 창작자다. 다만 오늘날에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세상과 더 넓게 연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터의 방식까지 함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진이미지

안소라

만화평론가.
공주대학교 만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영상대학교, 배재대학교, 공주대학교 등 만화 웹툰 관련 학과에 출강했다.
현재 대덕대 웹툰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