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무도회를 비롯해 자신을 아름답고 화려하며 특이하게 꾸미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코스튬플레이는 동인 문화로 시작해 만화, 애니메이션 팬덤으로 인해 마니아들의 욕망을 구체화함으로써 세계적 트렌드가 되었다. 일본에서 1978년 경 ‘코스프레(コスプレ)’라는 약칭이 사용되고 문화적으로 정착된 이래 한국과 아시아 전역,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도 순차적으로 확산되었다. 콘텐츠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한 코스프레 열기는 이제 중국으로 확장 발전되고 있다. 대륙에서의 코스프레 열풍, 그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올해 4월 초 중국 길림성의 수도 장춘에서 열리는 코스프레 경연대회를 참관할 기회가 생겼다. 장춘역 앞 완다백화점 로비에서 펼쳐진 코스프레 경연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열기 또한 매우 뜨거웠다. 특정 공간에 한정된 행사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에서 하는 것도 특별해 보였으며, 일반대중의 관심도 한국 이상이었다.
대회 공식명칭은 <제12회 중국 국제동만제(???漫?) 2016년도 ‘중국 COSPALY 초급성전(中?COSPALY初?盛典)’>. 제12회 항저우 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코스프레 경연대회 본선 참가자를 선발하기 위한 중국 코스프레 슈퍼대축제. 이른바 지역 예선대회, 즉 ‘길림성예선전(吉林省?????)’였다.
참가자들은 개인과 단체 등으로 나누어 무대에 올라 장기자랑 식의 춤과 무용, 입담을 과시했다. 특히, 요즘 한참 인기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偶像祭)의 캐릭터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심사위원들은 채점과 간단한 평으로 매 참가팀을 심사했으며, 응원단을 자처한 팬들은 응원도구를 흔들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열광적인 세레머니를 펼쳤다. 참가자들도 중고생 외에도 대학생 개인과 그룹도 상당히 많았다. 장춘지역에서만 해도 대학 동아리나 길거리에서도 코스프레 동아리는 흔히 볼 수 있었을 정도로 코스프레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이 대회 심사위원 경력의 관계자와 경연에 참가한 학생, 그리고 처음 대회를 참관한 시민과 인터뷰를 했다.
△ 장춘에서 열린 코스프레 경연대회(사진: 필자), 2016년 4월.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던 WANG (22, 남, 대학생)
- 중국 코스프레 대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Wang: 2003년부터로 알고 있다.
- 현재, 경연 대회는 몇 개나 되며 각 지부 예선은 몇 개 도시에서 열리나?
Wang: 대회는 중앙대회 1개로 9곳의 지역 예선을 거친다. 장춘(?春),동북지방(하얼빈哈??,셴양沈?), 상하이(上海), 충칭(重?), 난징(南京), 우한(武?), 청두(成都), 산동(山?), 창사(?沙) 등이다.
- 장춘 지역예선 대회는 보통 몇 명 정도가 참여하나?
Wang: 개인과 팀 합해 대략 50~80여 개 정도가 출전한다.
- 와서 보니 고등학생, 대학생이 대다수이고 동호인 중에는 일반인들도 보인다.
Wang: 대부분 고등학생이며 대학생도 많다. 역시 중고생이 가장 많다.
- 옷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나?
Wang: 대부분 인터넷 전문 숍에서 구매하고 직접 만들어 입기도 한다.
- 코스프레 경연 대부분이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다.
Wang: 이전에는 대부분 일본 만화 위주였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중국만화 주인공들도 등장한다.
- 정부나 기타 관청에서 규제는 없나?
Wang: 음란, 폭력 관련 문제가 없으면 정부 간섭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 시상내역을 알고 싶다.
Wang: 여기에서 진급(晉級)이란 본선 참가자격을 말한다.

대회 참가 학생 LI (22.여, 대학생)
- 언제부터 코스프레를 시작했나?
LI: 만화를 너무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알았지만, 참여는 대학생 때부터이다.
- 지역대회 참가비는 얼마 정도를 지불해야 하나?
LI: 30위안(한화로 6천 원 정도)이다.
- 코스프레가 본인에게 미친 긍정적 효과는 무엇인가?
LI: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맘껏 흉내 낼 수 있고 연기력 연습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을 분장하고 치장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좋다.
대회 참관 시민 FANG (27.여, 프리랜서)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FANG: 영문학을 전공하고 외국유학 경험이 있다.
- 이런 코스프레 경연대회를 본 적이 있나?
FANG: 처음이다.
- 한국에도 유사한 행사가 있지만, 이곳에 오니 매우 에너지가 넘쳤다. 어떻게 보고 느꼈나?
FANG: 너무 신기하고 놀라운 차원의 세계라고 느꼈다.
- 젊은이들이 구김이 없고 표현욕구가 대단하다. 혹시 중국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나?
FANG: 아니다. 본 적 없다. 기회가 되면 보려고 한다.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중국에서는 ‘지아서펀옌’(角色扮演)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영어식 발음으로 ‘코스플레이(Cosplay)’로 통한다. 중국에 코스프레가 안착한 것은 90년대 말이다. 중화권에서 타이완이 1995년 가오슝 SAGAWORLD 1층에서 개최되었고 홍콩이 1993년 한 동아리가 <은하영웅 전설> 속의 동맹군 제복을 입고 등장한 것이 유래라고 하면 본토와의 시간차는 얼마 나지 않는다.
중국의 최초의 코스프레는 1998년 일본의 코믹마켓(중국어로 漫展)에서 아주 작은 개인 COSPLAY 쇼를 시초로 보고 있다. 이후 급속도로 전파된 코스프레는 2000년 8월경 <제1회 COSPLAY 경기>가 개최되면서 공식화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01년 중국의 게임회사 화이(華義)가 자신들의 주력게임 <석기시대>(?期?代)로 경연대회를 개최해 확산에 기여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코믹마켓과 유사한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렸다. 게다가 게임과 외국 특히,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코스프레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또한, ChinaJoy라는 <중국 국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제품과 기술사용 박람회>라는 온라인 게임 발표 행사장에서 게임상품을 판매하고 코스프레 경연대회를 열어 더욱 대중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2016년 올해 항저우동만제 행사인 <중국 COSPALY 초급성전(中?COSPALY初?盛典)>에서는 800여 개가 넘는 개인, 단체 팀이 참가했고 연인원 8만 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행사에는 게임 캐릭터, 미국 슈퍼히어로, 일본과 중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다수 출연했다.
올해 대회 수상은 푸젠성(福建省)의 TNT동만사(?漫社)팀이 금상을, 산시성(陝西省)의 일방자재(一方自在) 팀이 은상을 차지했다. 15인 이상의 별도의 부문도 따로 시상되었다.
△ 항저우 제12회 코스프레슈퍼대축제(사진: 홈페이지)
지역 예선-본 대회-세계대회로 이어지는 시스템인데 우승자들은 일본의 세계대회에 출전권을 획득하게 된다. 세계대회는 바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세계 코스프레 서밋(世界コスプレサミット, World Cosplay Summit, WCS)>이다. 나고야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대회로 각국 코스플레이어들이 경연과 교류를 하는 대회이다.
전문연구는 아직 없지만, 대개의 전문 평자들은 코스프레의 양태가 나라별로 다소 다르다고 한다. 일본은 개인적, 마니아 의존형이고 한국은 일반 선호 층도 존재하며, 창의적이고 퍼포먼스가 강하며 팀 작업이 많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중국도 이를 토착화하는 면이 엿보인다. 코스프레를 하나의 유희로 즐기는 애호가들이 존재한다. 장춘에서 만난 어느 식당 주방장 젊은 친구는 바쁜 일상 중에서도 유일한 취미가 코스프레 동호회 활동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본이나 한국보다 라이트 유저 층이 두껍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니아층과 더불어 다수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 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 보다 체계적이고 대중적이다.
△ WCS 포스터 (출처: World Cosplay Summit, WCS)
한편으로 코스프레는 중국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유희와 탈출구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도 청소년, 청년들은 극한 경쟁에 스트레스가 많고 한편으론 만화, 애니메이션, 영상에 관심이 대단히 많다. 바로 이런 환경이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면서 코스프레 기본 토양은 이미 성숙해 졌다. 그리고 자기표현 욕구의 발현, 문화적 갈증이 더해져 오늘 중국의 코스프레는 외연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은 중국에서 산업과 문화적 측면 모두 성장에 접어 들었다. 그 성장세와 더불어 코스프레에 대한 열기와 관련산업은 더욱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