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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만화의 배부른 잔치를 꿈꾸며-부천만화축제의 성과와 방향

만화는 유럽에서 지배층의 풍자와 대중의 교육이라는 틀 안에 생산된 이래 20세기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풍자와 예술의 도구로, 미국과 일본 등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대중의 오락으로 급성장한 문화다. 만화의 역사는 대체로 길게는 200년에서 짧게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오랜 기간 동안

2002-11-01 이동훈

1. 만화 불황 속의 만화축제

만화는 유럽에서 지배층의 풍자와 대중의 교육이라는 틀 안에 생산된 이래 20세기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풍자와 예술의 도구로, 미국과 일본 등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대중의 오락으로 급성장한 문화다.
만화의 역사는 대체로 길게는 200년에서 짧게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인류가 쌓아 놓은 만화 유산은 실로 방대하다. 성공한 만화는 단일 시리즈물로만 몇 억 권에서 몇 천만 권까지 세계 곳곳에 뿌려져 있으며, 이 성공을 기반으로 만화 시장은 급성장해왔다.
이를 통해 만화에 대한 대중의 시각은 유럽과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대중 고급 예술의 시각으로,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상업 하위 예술로 시각 차를 드러내고, 불행히도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 몇 년 전만 해도 키치문화로 치부되어 왔다.


부천만화축제 출판만화관람객

그럼에도 한국 만화는 2001년 (전체 발행 종수의 34,279종 중) 9,117종으로 전체 26.5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행부수는 전체 출판 부수 중 35.9를 차지하고 있다. 수치로 추산해보면 한국 출판 시장의 4분지 일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아시아 만화시장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향후 1,2위를 다투는 시장으로 급성장할 중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에 비해 한국만화는 그 문화적 성과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고, 해외 수출 혹은 교류 성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구나 요즘 출판인들은 한국만화 시장이 몸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앓아 누웠다고 입을 모은다. 원인에 대한 분석 조차 피할 정도로, 이대로 아예 장기 입원 상태로 들어갔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시점에서 특히 한국 만화의 성과를 공유하고, 가능성을 점쳐보는 적절한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축제는 매우 유의미하다.


만화축제는 만화 분야의 시장과 만화문화 성숙도의 바로미터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장소에 고객을 몰아넣고 그 시장의 가능성과 만화 예술의 실험적 시도를 체크해보는 매우 효율적인 기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열리는 만화축제는 기존 성과와 가능성에 대해 이성적 판단 근거를 줌과 동시에 감성적인 포만감을 줄 수 있기에 만화계 모두에게 매력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2. 2002년 부천만화축제의 성과와 문제점

전세계적으로 영화, 음반, 게임 등 대체오락의 급속한 성장으로 상업적 만화의 침체가 오는 시기
지만 한국 만화는 교양, 학습만화, 복간 만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분화와 캐릭터, 테마파크 등 연관 문화산업으로 여전히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가운데 2002년 5회를 맞은 부천만화축제는 만화, 문 열고 나가기"라는 주제 하에 만화불황의 타개와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나가기>라는 의미는 1)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만화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와 연관 사업과의 제휴 모델을 통한 가능성의 모색 2) 해외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해외로 나가기 위한 한국만화 내부의 준비에 대한 의미로 축제 체 컨셉을 함축하고 있다. 함축하고 있다.


부천만화축제관람객


2002년 부천만화축제의 성과라면 무엇보다 한국만화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국내 만화출판 생산 주체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통한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일이다.



BPP(Bucheon Project Promotion)라 명명한 만화출판의 생산 주체인 출판사와 만화가와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던 40여명의 신인만화가와 만화가 선호도에 따라 선정된 24개 출판사와의 상담의 장이다. 각 출판사는 3명에서 4명 정도의 만화가 명단을 통보받고, 배정된 시간에 만화가들과 포트폴리오를 기초로 1차 상담을 가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부천만화축제 테잎 커팅


처음 시도되는 바라 신인 만화가와 출판사 모두 반신반의했으나, 진행 중 입소문으로 찾아온 기성 만화가들도 출판사의 빈 상담 시간을 이용해 미팅에 참여했으며, 예정되지 않은 만화관련 업체들도 별도의 공간에서 상담이 끝난 다른 만화가들과 미팅을 가
지는 기분 좋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두세명의 미팅 예정 만화가가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도 있었으며, 몇몇 출판사의 경우 만화가의 미팅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참가 만화가들에 대한 주최측의 꼼꼼한 체크와 출판사들의 요구 수렴에 좀더 힘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양적 팽창을 가져오는 가운데 질적인 준비가 소홀했던 것도 문제다. 기존 만화축제의 대형 출판사, 상업만화 위주의 전시를 지양하고, 단 몇 종의 만화를 발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소형 출판사 및 만화 외곽이라 취급받았던 학습, 교양 만화의 영역을 아우르는 발상의 전환에 비해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서의 준비의 미흡함과 진행의 미숙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연관 산업과의 제휴 모델을 통한 가능성의 모색을 위해 출판만화캐릭터의 상품화에 대한 실질적인 구체성을 얻고자 하였다. 만화캐릭터라는 컨텐트로 만화 산업 시장의 연관 효과를 최대로 높이고자 여러 여론 수렴이나 세미나 등은 많았으나 상품화에 대한 실 사례를 제시하지는 않아 현실감이 결여 되어있던 것이 사실이다.




캐릭터인형전


한국만화캐릭터인형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봉제인형이라는 상품화 한 부분을 집약하여 보여줌으로써 상품화의 일례를 전시로 구성하는 시험적 시도였다. 상품화를 캐릭터의 입체조형물에서 시작하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의 유명한 만화 캐릭터들은 한 두 캐릭터 외에는 입체 상품이 선보이지 못한 상황이라 이번 전시는 향후 많은 기업들의 한국만화캐릭터의 상품화를 촉진하는 시장 개척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 즐겨보던 주요 만화캐릭터들이 입체 조형물로 이미지화 되고, 인형 상품으로 전시되어 관객평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천만화축제의 관객 특성으로 인해 평면 만화가 인형으로 아이들의 품 속으로 다가가는 시도는 더욱 돋보였다.

해외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어내는 방법 중 선도 모델의 벤치마킹을 통해 적용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것은 비교적 빠른 방법 중에 속한다. 부천만화축제의 벤치마킹 모델은 우선 유
럽만화시장 중 만화시장 환경이 유사한 이탈리아와 무협 장르 하나로 도시 국가를 도배한 홍콩을 선택했다.

가장 오래된 만화 축제를 가지고 있으며, 유럽만화시장의 스타 만화가를 보유하고, 앙굴렘 만화축제의 발전 동인을 제공한 이탈리아 만화 시장. 그 시장의 문화적 측면을 이탈리아만화 특별전으로 구성하고, 침체 국면의 이탈리아 만화시장 극복을 위한, 만화계의 움직임에 대한 젊은 만화축제 국장의 특별 강연으로 매듭지었다.

또한 한국 만화 장르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무협을 통사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아시아무협만화의 범주에서 재정리하는 아시아무협만화전도 해외 시장에서의 장르적 접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일정 수준의 대답을 주고 있다. 하지만 특별 강연자로 나선 홍콩의 젊은 무협만화가의 한국무협만화를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밝혀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만화를 꾸준히 선 보이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을 새삼 깨우쳐주고 있다.

특별 강연 중 중국 만화 시장의 흐름을 진단해 보는 상해 카통왕 편집장의 강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이 만화잡지의 성공은 향후 중국을 향한 한국만화의 출발점을 자리매김하는 하는데 적절한 시사점을 던진다.

해외로 나가기 위한 한국만화 내부의 준비상황을 공개적으로 정리하는 한국만화수출의 길에 대한 세미나는 만화가, 정책입안자, 출판사의 각개 약진의 모습을 서로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다. 공통된 의견을 모으기에 짧은 시간이였고, 쟁점을 만들어 서로 준비된 의견을 공론화하지 못한 점이 있다.

외형의 성과로 보자면 국내 50개 출판사, 해외 (9개국)50개 출판사 참여와 일일 평균 11,113명의 집객, 만화가 및 만화 관련 인사 300명 등 안정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같은 외형적 성장이 점점 가속화하고, 축제가 내실화의 기틀을 갖춰가려면 그 해마다의 긴장감과 적절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전시장 전경


3. 2003년 부천만화축제의 방향

만화 불황의 바람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만화왕국이라 일컫는 일본, 유럽 등에도 불고 있다. 몇몇 히트작으로 인한 분기점이 있기는 해도 인터넷 콘텐트, 게임 등 새로운 대체 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의 파상공세에 힘이 부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화를 보던 기존 고객은 만화에 쓰던 돈을 새로운 놀거리에 지불하고, 그 놀거리에서 얻어지는 중독성으로 인해 만화로 향하는 발걸음은 점점 더뎌지고 있다. 더구나 올해 말의 경제 징후 등은 2003년을 좋은 기분으로 맞이하게 해줄 성 싶지 않다.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당연히 엔터테인먼트에 지출하는 돈도 적어질 것이다.
2002년 부천만화축제의 성과라면 무엇보다 한국만화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국내 만화출판 생산 주체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통한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일이다.



BPP(Bucheon Project Promotion)라 명명한 만화출판의 생산 주체인 출판사와 만화가와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던 40여명의 신인만화가와 만화가 선호도에 따라 선정된 24개 출판사와의 상담의 장이다. 각 출판사는 3명에서 4명 정도의 만화가 명단을 통보받고, 배정된 시간에 만화가들과 포트폴리오를 기초로 1차 상담을 가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부천만화축제 테잎 커팅


처음 시도되는 바라 신인 만화가와 출판사 모두 반신반의했으나, 진행 중 입소문으로 찾아온 기성 만화가들도 출판사의 빈 상담 시간을 이용해 미팅에 참여했으며, 예정되지 않은 만화관련 업체들도 별도의 공간에서 상담이 끝난 다른 만화가들과 미팅을 가
지는 기분 좋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두세명의 미팅 예정 만화가가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도 있었으며, 몇몇 출판사의 경우 만화가의 미팅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참가 만화가들에 대한 주최측의 꼼꼼한 체크와 출판사들의 요구 수렴에 좀더 힘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양적 팽창을 가져오는 가운데 질적인 준비가 소홀했던 것도 문제다. 기존 만화축제의 대형 출판사, 상업만화 위주의 전시를 지양하고, 단 몇 종의 만화를 발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소형 출판사 및 만화 외곽이라 취급받았던 학습, 교양 만화의 영역을 아우르는 발상의 전환에 비해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서의 준비의 미흡함과 진행의 미숙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연관 산업과의 제휴 모델을 통한 가능성의 모색을 위해 출판만화캐릭터의 상품화에 대한 실질적인 구체성을 얻고자 하였다. 만화캐릭터라는 컨텐트로 만화 산업 시장의 연관 효과를 최대로 높이고자 여러 여론 수렴이나 세미나 등은 많았으나 상품화에 대한 실 사례를 제시하지는 않아 현실감이 결여 되어있던 것이 사실이다.



캐릭터인형전


한국만화캐릭터인형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봉제인형이라는 상품화 한 부분을 집약하여 보여줌으로써 상품화의 일례를 전시로 구성하는 시험적 시도였다. 상품화를 캐릭터의 입체조형물에서 시작하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의 유명한 만화 캐릭터들은 한 두 캐릭터 외에는 입체 상품이 선보이지 못한 상황이라 이번 전시는 향후 많은 기업들의 한국만화캐릭터의 상품화를 촉진하는 시장 개척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 즐겨보던 주요 만화캐릭터들이 입체 조형물로 이미지화 되고, 인형 상품으로 전시되어 관객평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천만화축제의 관객 특성으로 인해 평면 만화가 인형으로 아이들의 품 속으로 다가가는 시도는 더욱 돋보였다.

해외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어내는 방법 중 선도 모델의 벤치마킹을 통해 적용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것은 비교적 빠른 방법 중에 속한다. 부천만화축제의 벤치마킹 모델은 우선 유
럽만화시장 중 만화시장 환경이 유사한 이탈리아와 무협 장르 하나로 도시 국가를 도배한 홍콩을 선택했다.

가장 오래된 만화 축제를 가지고 있으며, 유럽만화시장의 스타 만화가를 보유하고, 앙굴렘 만화축제의 발전 동인을 제공한 이탈리아 만화 시장. 그 시장의 문화적 측면을 이탈리아만화 특별전으로 구성하고, 침체 국면의 이탈리아 만화시장 극복을 위한, 만화계의 움직임에 대한 젊은 만화축제 국장의 특별 강연으로 매듭지었다.

또한 한국 만화 장르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무협을 통사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아시아무협만화의 범주에서 재정리하는 아시아무협만화전도 해외 시장에서의 장르적 접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일정 수준의 대답을 주고 있다. 하지만 특별 강연자로 나선 홍콩의 젊은 무협만화가의 한국무협만화를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밝혀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만화를 꾸준히 선 보이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을 새삼 깨우쳐주고 있다.

특별 강연 중 중국 만화 시장의 흐름을 진단해 보는 상해 카통왕 편집장의 강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이 만화잡지의 성공은 향후 중국을 향한 한국만화의 출발점을 자리매김하는 하는데 적절한 시사점을 던진다.

해외로 나가기 위한 한국만화 내부의 준비상황을 공개적으로 정리하는 한국만화수출의 길에 대한 세미나는 만화가, 정책입안자, 출판사의 각개 약진의 모습을 서로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다. 공통된 의견을 모으기에 짧은 시간이였고, 쟁점을 만들어 서로 준비된 의견을 공론화하지 못한 점이 있다.

외형의 성과로 보자면 국내 50개 출판사, 해외 (9개국)50개 출판사 참여와 일일 평균 11,113명의 집객, 만화가 및 만화 관련 인사 300명 등 안정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같은 외형적 성장이 점점 가속화하고, 축제가 내실화의 기틀을 갖춰가려면 그 해마다의 긴장감과 적절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전시장 전경


3. 2003년 부천만화축제의 방향

만화 불황의 바람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만화왕국이라 일컫는 일본, 유럽 등에도 불고 있다. 몇몇 히트작으로 인한 분기점이 있기는 해도 인터넷 콘텐트, 게임 등 새로운 대체 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의 파상공세에 힘이 부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화를 보던 기존 고객은 만화에 쓰던 돈을 새로운 놀거리에 지불하고, 그 놀거리에서 얻어지는 중독성으로 인해 만화로 향하는 발걸음은 점점 더뎌지고 있다. 더구나 올해 말의 경제 징후 등은 2003년을 좋은 기분으로 맞이하게 해줄 성 싶지 않다.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당연히 엔터테인먼트에 지출하는 돈도 적어질 것이다.

만화계는 일방적으로 누벼왔던 시장이 경쟁상태에 돌입한 지금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여진다. 무기력증에 는 기본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어떠한 척도도 가지고 있지 못한 데 기인한 방향 상실에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공존한다. 중국 만화 시장이 서서히 개화하고 있으며, 하드웨어의 포화상태에 있는 미디어는 멀티미디어 컨텐트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분명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이라면 어디에서도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만화는 일본만화의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유리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IT 강국으로의 이점을 가진 한국 기업 은 점차 개발된 솔루션의 이익을 극대화할 소프트웨어를 찾고 있다. 만화는 그 범위 안에 있다.


중요한 점은 좋은 만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며, 방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만화 생산, 유통의 세 주체인 독자, 만화가, 출판사는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 단언컨데 좋은 만화가 나올 것이다.
이러한 방향이 축제에서 구체적으로 모델링되고 그 성과와 평가가 다시 만화계에 되돌려 졌으면 한다. 이제 만화축제의 적극적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2003년 부천만화축제가 해냈으면 하는 몇 가지 점을 지적한다.

첫째로 만화계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개발하고 제공했으면 한다.
BPP(Bucheon Project Promotion)와 같은 만화계의 중심 축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확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BPP는 보다 세밀한 기획과 준비를 통해 강화하고, 독자와의 대화 공간 및 독자, 만화가, 출판사 삼자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도 기획됐으면 한다. 한국만화의 비전은 주체들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기본 명제에 충실할 때 비로소 있다고 본다.



BPP 전경

두번째로 출판사의 능동적인 전시 연출을 이끌어냈으면 한다. 출판사는 설립시 기본 취지인 문화적 목적 외에도 이익 추구라는 능동적인 동인이 있다. 출판사에 있어 축제의 중심 축은 고객 혹은 고객 입장에서 콘텐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바이어와 에이전트에 있음이 절대적이며, 따라서 출판사는 고객에게 보여줄 콘텐트를 충실하게 포장하고 내세워 이익실현을 최대치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기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출판사라면 사실 축제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

세번째로 국제 교류를 최소 3년 계획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국제 교류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고급인력의 적절한 노하우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또한 들인 정성에 비해 결과에 흡족해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언어 장벽이 있는 타 국가의 만화문화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은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없으면 힘 



들다. 특별전이나 초청전 같은 경우 최소 3년 전에 결정되어 해당 국가 문화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전달했으면 한다. 이탈리아 만화 축제 코미콘이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예산 확보에 따른 충분한 준비기간과 주체의 마련이 있었으면 한다. 결실을 맺는 축제를 위해서는 중간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 중간 작업은 유관단체들과 적절하게 협력하는 방식을 통해 관련 요구를 수렴하는 방향에서 적절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 방식이 축제 성공의 지름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축제가 향후 2년을 가늠하는 예언적 기능을 수행하려면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의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2년 말에 끝나 2003년에 열릴 축제는 2004년을 조망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4. 마치면서

만화축제는 만화책의 풍성함에 참가하는 만화인들의 기쁨을 얹어놓은 흥겨운 잔치다. 잔치의 흥은 가진 사람들의 나눔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먹거리의 수확이 적은 사람들의 내년을 기대하는 바람도 잔치의 흥을 돋아준다. 그러기에 축제는 힘든 시기에도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천만화축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야자끼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도입부에 귀신들의 공간이 되어버린 축제 마을이 등장한다. 오락공간과 즐비한 음식점, 거대한 온천장을 잇는 다리, 강물에 잠겨 버린 기차 정거장. 일본의 버블시대를 상징하는 이곳에서 주인공은 탐욕스러운 돼지로 바뀌어버린 부모와 함께 자신의 이름마저 잃어버린다. 감독은 잃어버린 축제의 공간에서 힘껏 싸워나가는 주인공을 통해 2002년 만화축제 최고의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문화적 향연에는 치열한 삶이 묻어 있다. 그런 의미의 부천만화축제, 출판만화의 배부른 잔치를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