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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플랫폼 공모전 소개하기 : 만화계를 살찌우는 다채로운 공모전들

현재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여러 공모전의 특징을 살펴보자.

2024-05-20 김성훈

중소플랫폼 공모전 소개하기 : 만화계를 살찌우는 다채로운 공모전들

  대형 플랫폼에는 상시적으로 작품을 접수 받는 방식이 존재한다. 가령, 네이버웹툰의 경우 도전만화 코너를 수 년째 운영해오고 있으며, 덕분에 많은 신인 작가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데뷔 경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작품이 올라오면서 그야말로 무한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그곳을 통과해 마침내 정식 연재라는 결과물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시간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두 달 정도의 접수 기간을 미리 공지해주고 접수가 마무리되면 얼마간 평가의 시간을 거쳐 결과를 발표하는 공모전은 정해진 시간 내 명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신인의 경우 그 결과를 통해 작가로의 진입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이지만 여전히 괜찮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여러 플랫폼에서 직접 공모전을 개최해 수상작들의 플랫폼 연재로 자연스럽게 이어짐으로써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공모전 수상연재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신인작가 발굴이라는 플랫폼의 목적과 연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작가의 목표가 합치된다는 점에서 공모전은 금상첨화의 이벤트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공모전이라는 기회는 굳이 대형 플랫폼에 기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장르의 활성화가 명확한 플랫폼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의 경우 작가의 취향과 잘 맞닿아 있다면, 공모전을 발판삼아 자신의 팬덤을 빠르게 형성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현재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여러 공모전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규모공모전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자 2,054만 명의 연간 총 급여를 기준으로 1인당 연봉을 산정 시 4,214만 원이라고 한다. , 근로자 연봉이 평균적으로 5천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 비춰 공모전 총상금이 5천만 원이라고 한다면 사실 꽤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편의상 총상금 규모를 기준으로 5천만 원 이상일 경우 대규모 공모전으로 거론해보려 한다. 상금이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금액이 크면 클수록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들에게는 당연히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

우선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공모전은 블라이스와 서울산업진흥  원(SBA)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4 블라이스 SBA 정식연재공모전을 꼽을 수 있다. 웹툰뿐만 아니라 판타지웹소설 및 로맨스 웹소설까지 세 개 부분에 걸쳐 진행되면서 31일부터 접수를 받고 있다. 웹툰의 경우 531일까지 모집을 진행해 6월 한 달에 걸쳐 심사가 이뤄진 후 7월 초에 수상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신인 및 기성작가를 구분하지 않으며 회차당 65컷 이상씩 총 3회차 분량으로 접수할 수 있다. 작품 접수는 블라이스 플랫폼(https://www.blice.co.kr/)에 직접 등록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 공모전에서 눈에 띄는 부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 및 PD’s pick까지 총 7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플랫폼 연재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또한, 로맨스웹소설 분야 대상작은 웹툰 제작이 확정되어 있음을 공지하고 있어서 웹툰화를 노리는 웹소설 작가들에게 매우 솔깃한 공모전이 될 법하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올툰웹툰공모전또한 시선을 잡는다. 무엇보다 이 공모전은 웹툰전문플랫폼이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 게임을 통해 사과 등 농작물을 수확하면 실제 배송해주는 올팜으로 인기를 모은 올웨이즈에서 올해 2월부터 웹툰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1회 올툰웹툰공모전을 열어 410일부터 524일까지 작품을 모집하고 있다. 특히 응모 분야를 순정, 로맨스 및 로맨스판타지 등 여성향 장르로 제한을 두어 향후 여성 독자를 위한 최적화된 서비스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상 한 작품에 대해 5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것을 비롯해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그리고 참여상까지 총 18편의 수상작이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여덟 편의 작품들에게 플랫폼에 정식 연재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신인 작가들에게 매력적인 공모전이 될 수 있겠다.

  올해로 열네 번째로 진행되면서 나름 역사가 쌓인 공모전도 있다. 일요신문에서 주최하는 일요신문만화공모전이 그것이다. 이 공모전의 경우 아직 웹툰의 유료화가 널리 이뤄지지 않았던 2011년에 시작됐다. 웹툰전문 플랫폼 또한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터라 대상 3천만 원을 비롯해 수상작 5편에 대해 총상금 41백만 원이 주어졌던 이 공모전은 신인은 물론 기성작가들에게도 소중한 기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20133회에는 총상금이 55백만 원(대상 3천만 원), 20144회에는 총 상금 8천만 원(대상 5천만 원)으로 상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만화계 대표적인 공모전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의 경우 총상금이 1억 원에 달한다. 대상과 우수상에게는 각각 4천만 원과 2천만 원이 주어지며, 가작 3편에는 각 1천만 원이, 그리고 결선진출 10인은 각각 10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 그에 따라 수상작 선발 과정 역시 예년과 달리 예심을 통과한 열 작품을 대상으로 결선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기성과 신인 모두 응모가 가능한 것은 물론 공개된 작품이라 할지라도 판권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 응모 가능하다. 금년도 접수 기간은 415일부터 721일까지 주어지며, 응모 분야 역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시대극, 무협, BL, GL, 학원,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으니 기왕에 기획하던 작품이 있던 작가라면 지금이라도 도전해볼 수 있을 듯하다.

  한편, ‘일요신문만화공모전은 상당한 시간 동안 운영되어온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1회 대상작 <롱 리브더킹>(류경선 & 임규빈 작)은 일요신문 연재를 거쳐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바 있다. 여섯 번째 공모전이었던 2016년도에는 수상작의 연재처를 일요신문뿐만 아니라 탑툰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202010회 공모전에서는 공모전 이름에 미생 탈출 웹툰왕’, 그리고 202111회 이후에는 도전! 웹툰왕이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출판만화와 웹툰을 아우르는 기존 공모 형태에서 벗어나 웹툰 작품만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보다 명확해졌다. 2022년에 열린 12회 공모전의 대상작인 <새동네>(임성훈 작)는 수상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가 되고 있다.

컨셉트가 차별화 된 공모전들

  여러 플랫폼에서 주최하고 있는 최근 공모전들을 살펴보면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바로 플랫폼의 성격에 맞춰 공모전 또한 차별화된 컨셉트로 진행된다는 점을 얘기할 수 있다. 가령, BL, 로맨스 등 여성향 장르를 대상으로 1월부터 3월 초까지 작품을 접수 받았던 미스터블루공모전이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이 공모전은 장*단편으로 나눠 작품을 접수 받았고, 단편 부문에서 네 편의 수상작을 내놓았다. 수상작들은 해당 플랫폼에서 연재될 예정이다. 여성향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들이라면 공모 조건 등을 잘 알아두었다가 다음을 기약해보자.

  성인 장르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은 레진코믹스에서 진행하는 춘계공모전(春季公募展)’을 꼽을 수 있다. ‘19’, 즉 성인 독자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이 공모전은 장르*소재 불문!’을 내세우면서 모든 성인 등급 작품을 모집한다. 수상작의 경우 장편과 단편으로 나눠 각 5백만 원, 2백만 원의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상금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수상작의 경우 레진코믹스와 연재 계약을 맺게 됨으로써 신인 작가에게는 데뷔의 기회도 제공된다는 점이다. 다만, 장르적 특징으로 인해서인지 참가자격은 19세 이상 성인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한편, 작품 접수 기간은 37일부터 56일까지 이뤄졌으니 이 글이 나오는 시점에는 이미 원고접수가 마감된 상태일 듯하다. 따라서 이 공모전 또한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싶다. 한편, 레진코믹스의 경우 19금단편웹툰공모전(2022), 언리미티드공모전, 레진19컷공모전(이상 2023) 등 매년 특색있는 공모전을 개최한 것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다음에 어떤 공모 방식이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하는 ‘SF숏포머블공모전SF를 주요 장르로 다루면서 초단편 분량의 소설과 웹툰을 공모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2023년의 경우, 일 년 동안 네 번의 공모가 진행됐는데, 그 중 2회가 웹툰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었다. 그에 반해 올해는 311일부터 421일까지 작품 접수가 이뤄졌던 1회 공모에서 소설과 함께 웹툰 분야도 진행됐다. 공모전의 주제는 도파민 중독을 비롯한 다양한 중독이었는데, 이러한 주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과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공모가 이뤄졌다. 특히 웹툰의 경우 접수작 기준을 10컷 이상으로 두었는데, 통상 60~70컷을 한 회로 삼는 웹툰전문 플랫폼의 형식을 고려해 본다면 이와 같은 최소한의 기준점이야말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학생들의 참여는 곧 웹툰의 저변확대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금년도에는 이후 진행될 공모에도 웹툰 분야가 계속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41일부터 630일까지 진행되는 3AI 투닝 웹소설·웹툰 공모전툰스퀘어라는 창작도구를 활용한 작품으로 접수 받고 있다. 툰스퀘어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특히 AI기술이 접목되어 교육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공모전 요강을 살펴보면 수업 시간에 학생이 만든 결과물로도 공모전에 제출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초중고생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창작 도구의 대중화를 위해 웹툰이 적용된 공모전이라고 볼 수 있으며, 프로 지향의 전문 공모전이라기보다는 웹툰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큰 어려움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최근에 진행된 혹은 진행되고 있는 공모전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성격에 맞춘 최적화된 장르 작품 공모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모 성격은 자연스럽게 수상작들의 연재 기회로 이어짐으로써 플랫폼 입장에서는 새로운 작가 공급 기회로 활용된다. 아울러 통상적인 연재 분량으로 얘기되는 65컷 전후의 분량에 구애받지 않는 공모전의 경우 전문적인 작가 육성보다는 일반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덕분에 평소 창작에 관심이 있더라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는 작가로 진입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공모전은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금 규모에 상관없이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가령, 독자가 수많은 작품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공모전의 존재는 작가에게도 소재나 주제를 선택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각의 공모전들은 그 자체로 우리 만화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뿌리이기도 하다. 설령 그것이 일회성으로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새로운 작품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또한번 더해지는 것이며, 그로 인해 만화계 전체가 풍성해질 것이기에 새로운 공모전의 등장은 언제나 옳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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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만화 칼럼니스트
《만화 속 백수이야기》, 《한국 만화비평의 선구자들》 저자
http://blog.naver.com/c_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