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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상'으로 돌아보는 2024년 일본 만화 시장

만화계 수상작품들의 분석으로 알아보는 만화계 현황

2024-06-10 지식공장장

'만화 상'으로 돌아보는 2024년 일본 만화 시장

  상()이라는 것은 무언가에서 뛰어난 결과를 냈을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수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그 결과는 시장의 현황을 말해주는 것을 넘어, 앞으로 어떤 시장으로 성장시킬지 말해주는 지표가 되기에 시장을 분석하기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만화사에 수상작은 지금까지 어떤 작품들이 빛을 봤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만화 상

  일본은 제1위 만화 시장이자, 오랜 역사가 있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출판업계 조사연구기관인 공익 사단법인 전국 출판협회 출판과학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만화의 2023년 추정 판매액은 종이매체와 전자매체를 합하여 전년 대비 2.5% 증가한 6,937억 엔으로, 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급증한 수치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만화시장은 애프터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 중이란 것이다.

  이렇게 만화 시장을 성장시킨 공신 중 하나는 바로 이다. 상은 때로는 신인을 발굴하고 때로는 작품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즉 상의 발전사는 일본 만화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무 상이나 시장을 끌어나갈 수는 없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의 권위를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한때 일본의 게임잡지 패미통(ファミ)’전당수상은 제작자,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자랑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잡지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광고 수입 비중이 커졌고, 이에 주요 광고주가 출시한 게임들의 평이 그 품질과는 상관없이 후해지면서 권위가 크게 실추되었다. 업계관계자나 소비자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만화상의 변천도 플랫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편으로, 현재 일본에서 인정받는 상 중 2024년 기준, 상반기에 열린 상은 28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24’ ‘만화 대상 2024’ 그리고 전자 코믹 대상이다.

  물론 이 외에도 상은 존재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각 출판사가 주관하는 상 중 일부는 배제했다. 히토츠바시 그룹(슈에이샤, 햐쿠센샤)이 주관하는 상, 쇼가쿠칸 만화상, 고단샤 만화 상은 업계관계자가 얽혀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쟁사의 작품에 배타적이기에 만화의 흐름을 순수하게 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手塚治虫文化賞)’은 아사히 신문이 주관하는 것으, 일본 만화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를 기념하여 매년 뛰어난 만화를 선정, 시상하는 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제하고 만화가, 소설과 만화연구가, 문화평론가 등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특징으로, 일본만화 아버지의 이름을 건 최고 권위의 상이기도 하다.

△ 데즈카 오사무상 수상 2024년도 후보작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이 전문가가 선정하는 상이라면 나머지 두 개의 상은 전문가만이 아니라 소비자들도 선정하는 상이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このマンガがすごい)’2006년부터 일본 타카라지마샤(宝島社)에서 발행하는 '대단한 만화'를 소개하는 책으로서, 유명인과 만화연구회 등의 투표로 선정된다. 시상부문은 남성편과 여성편으로 나뉘는데 이는 만화의 성향이 아닌 연재 잡지의 대상 독자만으로 나뉜 것이다. 일본만화 시장은 남성만화잡지의 경쟁이 여성만화잡지의 경쟁보다 훨씬 치열하므로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화대상(マンガ大賞)2008년에 시작된 것으로. 만화대상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만화상으로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를 고르는 것이 컨셉이다. 권위있는 작가나 출판사 관계자가 아니라 실행위원회와 서점의 담당자들이 선정한 책이 수상 후보에 올라간다.

  위의 상들과 마찬가지로 출판사와 작가 그리고 책을 제작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들 등의 업계 관계자를 배제하며 이들은 모두 무보수로 참여하기에 금전적 이익이 엮일 여지가 적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와는 달리 단행본이 8권 이하인 책이 기준이며 그래서 메이저 출판사의 중·장기작 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교훈, 감동을 주는 책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상의 특이한 점이라면 한 번 수상한 작품이 다시 수상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7위인 정반대의 너와 나의 경우 2023년에는 공동 3위를 수상했던 작품이며 5위인 천막의 자두가르2023년에도 5, 8위인 매일, 휴일2022년에 3위를 했던 작품이 다시 순위권에 진입한 경우이다. 즉 일부러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자 코믹 대상(電子コミック大賞)’은 코믹 시모어(コミックシーモア)가 만든 상으로, 이 회사는 NTT의 전자책 및 콘텐츠를 유통하는 계열사이다. 관점에 따라선 앞에서 배제한 출판사로 볼 수도 있지만, 이 회사는 만화 콘텐츠 생산자라기보다는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 만화 플랫폼에 가깝다. 그래서 출판사와는 달리 결과물에 배타성이 없다고 평가된다. 목적은 말 그대로 전자책으로밖에 나오지 않은 만화, 앞으로 히트할 만화를 선정하는 상이며, 디지털의 특성상 앞으로 히트할 만화를 인기투표로 고르는 성향의 상이기도 하다.

  이 네 가지 상의 수상작들은 다음과 같다. (푸른 색은 다른 상에서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24 수상작들

△ 만화대상 2024 수상작들

만화상의 변천으로 보는 일본 만화 시장

  이 상의 결과로 우리는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상의 목적은 히트 작품에 대한 치하, 신인 발굴 그리고 굳어진 시장의 흐름을 뒤집는 것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만화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렇기에 상의 탄생배경과 시기, 미디어의 형태를 보면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읽을 수 있기도 하다.

  1950년부터 1990년까지의 만화는 출판물이 중심이었다. 종이라는 제한된 자원하에서 작품을 실어야 하므로, 그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 바람에 이때까지의 상은 상을 주는 주체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작가들이 그 영향력 안에 들어가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어 다양한 목소리가 태어나면서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기존 상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편파성은 없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목소리는 논리성과 설득력을 가진 개인평론가라는 존재로 성장했다. 이렇게 태어난 상의 성향은 기존과는 달랐다. 과거의 상이 작품을 팔기 위해 전문가의 권위를 활용했다면, 새로운 상은 작품에 대한 평론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식에 가깝다.

  ‘2000년대에 태어난 상이 이 만화가 대단하다’, ‘만화 대상등의 상은 인터넷 시대가 낳은 상이다. 이 두 상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목소리가 커진 서점 점원, 일반 소비자의 심사 결과를 반영하며, 이에 따라 자본을 가진 생산자가 아니라 설득력이 있는 소비자가 새로운 권위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출판 형태가 바뀌면서 새로운 상들이 태어나기 시작한다. 그 경계점은 2010년인데, 이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웹툰과 디지털화된 만화, 즉 디지털 코믹이 보급되었다. 일본 사회는 변화를 싫어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기존 사업자는 종이 만화를 디지털로 서비스하는 경우는 있어도, 세로 스크롤 중심의 디지털 환경에 맞는 만화를 서비스하진 않았다. 디지털 사업자는 이런 환경을 위한 만화가 필요했고, 이를 키우기 위해 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화상들의 성격이 만들어나가는 시장

  기존의 상들이 권위를 바탕으로 우수작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상들은 고객의 권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설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이 만화가 대단하다는 이런 흐름을 만든 선구자이자 독자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상으로 손꼽힌다. 출판사가 고른 상품이 아닌소비자의 시선으로 평가한 좋은 작품을 알린다는 취지가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았으며, 이 상은 초심을 잃지 않고 이를 철저히 지켜가면서 소비자의 신뢰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위를 얻게 되었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일반인 대상의일반투표 부문을 포함한 만화 대상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 두 상은 사실상 심사위원의 형태가 같아서 그런지 선정작 중 많은 작품이 겹치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 개인적으론 전자책 플랫폼 만화상을 주목한다. 2010년경, 소프트뱅크 주도로 일본에 스마트폰이 들어오면서 전자 만화 플랫폼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디지털 만화라는, 기존과는 성격이 다른 시장이 태어났다.

  디지털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제한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종이 잡지와는 달리 게재 형태, 수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작가 수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유명 작가가 아니어도,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해도 특정 시장만 잡을 수 있다면 연재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 잡지 만화가 입상해서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연재할 수 있다면, 디지털 코믹은 연재만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그 가능성은 대중에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전자 코믹 대상의 수상작은 정반대의 너와 나를 제외하면 다른 상과 선정작의 양상이 상당히 다르다. 이는 제공 형태 자체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기존의 만화 상들의 작품은 종이책/전자책을 구매해야 볼 수 있지만 전자 코믹, 즉 웹툰은 플랫폼에서 무료 혹은 기간제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므로 다른 만화 상과는 달리 용돈이 부족하거나 만화에 큰돈을 쓰지 않는 라이트 유저가 많으므로 이들을 노린 만화가 수상하기 쉽다는 성격이 있다. 자연히 연재작이 거의 겹치지 않기에 수상작과 그 성향도 상당히 다르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편집 시스템이 발굴하지 못한 히트작들도 늘어났다. 앞서 말한 정반대의 너와 나는 물론이며,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 제작된 2018년 수상작 코타로는 1인 가구(츠루마 마미), 애니메이션화가 되고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인 2020년 수상작인 그 비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후쿠다 신이치)도 디지털 시장이 만들어낸 대표히트작이다. 

 

△ 전자코믹대상 2024 수상작들

  디지털 만화 관련 상의 성향을 이해하기 위해선 독자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상에서 종이 만화 비중이 크다면 디지털 만화 대상10~20대 독자가 유난히 많다. 이들은 앞서 말했듯 만화에 큰돈을 쓰지 않는 성향이 강하지만, 그보다 더 큰 특성은 그들이 만화를 접하는 방식이다. 기성세대가 종이 만화로 만화에 입문했다가 디지털 만화를 봤다면 10~20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했고 종이 만화를 접하기 전에 무료/기간 무료로 제공되는 디지털 코믹을 먼저 접한 세대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종이 만화가 제공하는 만화와 전혀 다른 성향의 만화를 먼저 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재 기존 만화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고민이 많다. 시장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며, 만화 등의 문화는 어린 고객을 끌어들이는 유인 기제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기존 사업자는 고객을 입문시킬 잡지를 제공한 후, 그 잡지의 독자를 자사의 다른 잡지로 이동시키면서 성장했다. 슈에이샤가 소년 점프로 독자를 유인하고, 그들을 영점프로 옮기는 식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디지털로 만화를 접하고, 그 만화의 성격이 상당히 다르기에 기존의 유인 방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들이 뒤늦게나마 디지털 코믹을 위한 상을 만들고,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만화상

  만화상은 전문가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새로운 상이 태어났다고 해서 과거 상의 권위가 실추된 것은 아니다. 모든 상은 독자들에게 변함없이 주목받으며, 훌륭한 작가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다만 시장의 형태에 따라 그 성격들이 다를 뿐이다. 결국, 상의 목적은 작가를 발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니까.

  기존 상은 자사의 성격에 맞는 작가를 발굴하고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상은 자사의 성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상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 여태까지와는 다른 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 중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2017년 만화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히비키~소설가가 되는 방법이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이 작품은 상을 받은 이후에 주목받았으나, 정작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러자 만화 대상은 이 피드백을 반영하여 선정 방식을 개선, 소비자의 공감대가 만드는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상이라는 것이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형태의 상이 태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년 점프 편집부는 2024, 스포츠 만화만을 대상으로 한 오타니 만화상을 만들었다. 일본의 유명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권위를 빌어, 스포츠 만화를 육성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디지털의 특성을 활용한 상도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LINE망가2015년부터 ‘LINE망가 인디즈 대상을 신설했는데, 이 상은 프로, 아마추어, 장르, 과거작, 신작을 일절 구별하지 않고 오로지 독자들이 순위를 정한다. 즉 기존 상과는 달리 소비자가 완전히 선정하는 상이다. 이런 상을 만드는 이유는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인데, 이 상이 자리 잡자, 나중엔 아예 월 단위 인기작을 선정하는 ‘LINE망가 인디즈 월례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렇듯 일본의 만화 상은 종래의 신인상이 흡수할 수 없었던 재능을 가진 작가, 소재를 다룬 만화를 발굴하기 위해 발전해 왔으며, 상을 선정할 권한을 전문가에서 소비자에게 옮겨왔고,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진화해 왔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일어날 흐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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