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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머무는 곳] 나는 만화 보러 도서관에 간다

[만화가 머무는 곳] 전국 첫 공립 만화전용도서관이 부산에 처음 문을 열었고, 반년 만에 12만 명이 다녀갔다. 이제 일상이 된 만화도서관의 풍경을 공유해본다.

2026-11-02 김태영

나는 만화 보러 도서관에 간다


- 만화방의 기억에서 공공의 서가로, 한국 만화도서관의 일상을 읽다

- 전국 첫 공립 만화전용도서관, 반년 만에 12만 명이 찾다

- 아이와 부모, 마니아와 중장년이 한 서가를 나누다

- 읽고, 그리고, 모이는 곳, 만화도서관이 만든 새로운 일상


만화방에서 도서관으로, 왜 지금 만화도서관인가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 앞에 줄이 선다. 2025년 7월, 부산일보는 이 낯선 장면을 '도서관 오픈런'이라 불렀다. 줄 끝에 있는 곳은 그해 6월 20일 문을 연 부산 연제구의 연제 만화도서관이다. 이곳은 공공도서관 전체를 만화에 바친 국내 첫 공립 사례로 소개된다. 만화 서가를 둔 도서관은 여럿 있었지만, 지자체가 만화 전용으로 짓고 운영하는 공립도서관은 처음이다. 지상 4층, 연면적 2,067㎡에 사업비 99억1,000만 원이 들었고, 개관 당시 만화책 약 3만 권을 갖췄다. 


길은 짧지 않았다. 연제구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만화도서관 계획을 처음 밝혔다. 이후 2021년 생활형 SOC 공모 선정을 거쳐, 6년 만에 배산역 인근 단독 건물로 문을 열었다. 그사이 만화를 둘러싼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만화산업 매출은 3조1,064억 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고, 수출은 60% 뛰었다. 한때 만화방 구석에 있던 만화가 이제는 공공이 수집하고 빌려주는 문화자산이 되었다. 


부산에 위치한 연제 만화도서관 전경.


연제만화도서관의 하루, 누가 무엇을 읽는가


1층 '만화라운지'에 들어서면 높이 7m의 초대형 미디어월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만화적 감성을 담은 영상이 흐르는 이 화면에서는 주말마다 작가와 지망생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라이브 드로잉쇼'도 열린다. 같은 층 어린이실 '키득키득'은 부산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이다. 아이들은 '쓱쓱 그려+방'에서 디지털 드로잉 장비로 그림을 그리고, 실감형 체험관 '만화EX존'과 VR존에서 만화 속으로 들어간다.


부산 연제 만화도서관 내부 전경. [필자 제공]


2층 '만화의 숲'은 이 도서관의 중심이다. 스토리만화와 고전만화, 지식만화, 만화 원작의 다른 장르 작품까지 아우르는 OSMU 만화가 90석 열람 공간을 채운다. 부산 배경 작품과 부산 작가의 책을 모은 '부산만화' 코너도 따로 있다. 이 층의 '실감서재'는 '추억의 만화방'을 컨셉트로 꾸몄다. 옛 만화방을 실감 영상으로 되살린 인터랙티브 월이 있고, '열혈강호'를 소재로 한 반응형 디지털 북도 있다. 만화방의 기억이 도서관 안에서 체험 콘텐츠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부산 연제 만화도서관 내부 전경. [필자 제공]


3층 웹툰창작실은 누구나 만화·웹툰 창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액정 태블릿과 드로잉용 펜, 클립 스튜디오 같은 창작 프로그램을 갖춘 20석을 예약하면 하루 기본 3시간을 쓸 수 있다. 같은 층 프로그램실에서는 문화강좌와 독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연제구는 이 도서관이 아이에게 상상력을, 어른에게 향수를, 청년에게 창작의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이를 위한 1층 체험 공간, 어른의 향수를 담은 2층 실감서재, 청년을 위한 3층 창작실까지, 층마다 그 바람이 하나씩 담겨 있다. 


부산 연제 만화도서관 내부 전경. [필자 제공]


상주와 안동, 지역마다 다른 만화도서관의 얼굴


연제가 '전용형'이라면 경북 상주시립도서관은 '특화형'이다. 2024년 1월 임시 개관하고 4월 정식 개관한 상주시의 첫 시립도서관으로, 총사업비 194억 원을 들여 연면적 3,780㎡로 지었다. 만화는 1층 만화특화공간과 3층 웹툰창작실에 자리 잡았다. 상주의 강점은 공원과 축제다. 도서관은 시민문화공원과 맞닿아 있고, 통창이 공원을 향해 열려 있다. 2024년부터는 도서관과 공원 일대에서 '상주 만화·웹툰 페스티벌'을 연다. 2025년 축제의 '천하제일 웹툰왕전' 예선에는 전국 중·고등학생 작품 78편이 접수됐다. 청소년 창작자를 도서관으로 부르는 장치다. 


안동은 또 다른 모델이다. 2013년 12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안에 '라키비움'이 문을 열었다.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을 합친 이름처럼 문화콘텐츠 자료 열람과 전시, 영상·게임 체험을 한 공간에 묶었다. 같은 기관의 웹툰창작체험관은 2018년 한 해 지역 청소년 690명이 이용했다. 만화를 읽을거리이자 지역 콘텐츠 산업의 자원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세 곳을 나란히 놓으면 세 가지 유형이 보인다. 만화로 건물을 채운 전용형, 공공도서관 안에 만화를 특화한 특화형, 콘텐츠 기관 안에서 만화를 다루는 라키비움형이다. 모양은 달라도 만화를 지역의 공공 문화로 끌어들인다는 점은 같다. 


각기 다른 특징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주와 안동의 만화도서관.


읽고, 그리고, 모이는 곳, 만화도서관이 만든 새로운 일상


숫자는 반응을 분명히 보여준다. 연제만화도서관은 개관 4개월 동안 8만4,000명이 찾았고, 연제구 집계로는 6개월간 12만1,944명이 방문해 39만9,536권을 빌려 갔다. 상주시립도서관은 임시 개관 7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4,199명을 기록해 시 인구를 넘어섰고,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만화도서관은 읽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연제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 <안녕?!자두야!!>의 이빈 작가가 강연했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주민들이 강의를 들었다. 라이브 드로잉쇼에 참여한 한 웹툰학과 학생은 아이들이 자기 작업을 지켜보니 스타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상주는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를 열었고, 여름밤에는 도서관을 밤 11시까지 열어 공연과 추억의 만화영화 상영을 곁들였다. 

도서관은 축제의 무대도 됐다. 연제 만화페스티벌은 2025년 첫 회에 3,500명, 개관 1주년인 2026년 두 번째 축제에 3,200여 명이 찾았다. 만화를 매개로 이웃이 모이고, 독자가 작가를 만나고, 아이가 작가를 꿈꾸는 장소가 생긴 것이다.


만화가 머무는 곳, 그 다음을 위하여


만화도서관은 유행일까, 문화일까. 지금까지의 일상을 보면 적어도 한철의 반짝 관심은 아니다. 세대가 한 서가를 나누고, 창작과 축제가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다. 다음 걸음을 위해 몇 가지를 더 기대해 본다. 주말에 몰리는 이용객을 위한 열람 공간 확충, 창작 프로그램의 성과 공유, 그리고 지역 만화 자료를 모으는 아카이브 기능이다. 실제로 연제구와 상주시는 모두 지역 만화 자료 수집과 아카이브를 목표로 밝힌 바 있다. 도서관이 서로 장서와 프로그램을 나눈다면 그 힘은 더 커질 것이다. 


윤기헌 부산대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만화도서관이 100곳에 이르며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쟁력이 동네 만화도서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나는 만화 보러 도서관에 간다”는 말이 평범한 일상이 될 때, 만화도서관은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의 만화도서관은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만화는 이미 읽고 즐기는 오락을 넘어, 함께 보고 그리고 모으는 문화가 되어 가고 있다. 한 권의 만화책이 서가에서 독자를 만나고, 그 독자가 언젠가 다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되는 순환. 만화도서관이 만들어 가는 것은 바로 그 순환의 출발점이다. "나는 만화 보러 도서관에 간다”는 말이 평범한 일상이 될 때, 한국 만화는 가장 든든한 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출처] 


웹툰가이드, 「부산에 국내 최초 공공 만화전용도서관 개관」, 2019.5.7.

https://www.webtoonguide.com/ko/board/news-column/8890?page=307


부산일보, 「'만화 전용 도서관' 연제구에 6월 문 연다」, 2025.4.15.

https://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41508393789497


뉴시스, 「연제구, 전국 첫 공립 '만화도서관' 20일 개관…7월부터 대출」, 2025.6.17.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617_0003215704


경향신문, 「"상상력·향수·창작기회를"…부산 연제구에 전국 첫 공립 만화전용도서관」, 2025.6.17.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171044001


부산일보, 「'오픈런' 이어지는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매력 뭐길래?」, 2025.7.24.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72410475633258


다음뉴스(김영동 기자, 매체명 미확인), 「가장 재밌는 도서관, 부산에 있네」, 2025.9.3.

https://v.daum.net/v/20250903213115169


조선일보, 「케데헌·진격거 인기에… 만화도서관 북적북적」, 2025.10.17.

https://v.daum.net/v/20251017005539802


중앙일보, 「반년새 12만명이 40만권 대출… 지자체 1호 만화도서관 호응」, 2025.12.28.

https://v.daum.net/v/20251228150206825


시빅뉴스, 「추억의 고전 만화부터 최신 웹툰까지... '연제만화도서관' 가 보셨나요?」, 2026.1.19.

https://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290


데일리한국,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개관 1주년 축제 흥행」, 2026.6.26.

https://m.news.nate.com/view/20260626n27050


메트로신문, 「상주시, '상주 두드림 시립도서관' 준공」, 2023.9.19.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30919500122


아주경제, 「스마트 그린도시 상주시, '복합 상주시립도서관 준공식' 개최」, 2023.12.18.

https://www.ajunews.com/view/20231218172530737


경북매일, 「경북도내 유일 만화 전문도서관으로 '특화'」, 2024.4.30.

https://kbmaeil.com/article/202404300392444


경북매일, 「상주시립도서관, 개관 7개월 만에 방문객 10만 돌파」, 2024.9.12.

https://www.kbmaeil.com/article/202409120405295


아주경제, 「'2025 상주 만화·웹툰 페스티벌' 개최」, 2025.5.15.

https://www.ajunews.com/view/20250515111118164


한국일보,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라키비움' 문 연다」, 2013.12.12.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201312120611900199


웹툰가이드,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지역 청소년 창작인재 양성 시동」, 2019.3.11.

https://www.webtoonguide.com/ko/board/news-column/8211

만화·웹툰 창작 체험관 있는 경북 유일의 상주시립도서관

https://month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45


라키비움

https://m.blog.naver.com/andongcity00/222644921274



필진이미지

김태영

부산대학교 박사과정에서 만화·웹툰을 연구하고 있으며, 인스타툰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