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기로 친다면 사실 한국만화만큼 고래심줄도 없다. 규제의 강도가 가히 분서갱유에 비유될만한 1970년대의 만화화형식도 경험했고, 산업 기반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1990년대 후반의 이른바 ‘청보법 사태’도 겪었으며, 불과 수년전에는 불시에 날아든 23개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에 대한 시간도 지나쳐 왔다. 그렇게 억압과 규제는 끊임없이 계속 되었음에도 오늘날 한국만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검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왜냐하면 검열이라는 단어로 인해 힘겨웠던 시간들을 일부러 떠올리는 것은 이제는 거의 아물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상처 자국을 다시 들춰보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술국치일이나 6.25전쟁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해 매년 되새기는 것은 아픈 상처를 헤집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들을 기억함으로써 그와 같은 슬픔과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즉,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것처럼, 억압과 규제의 시간들을 기억함으로써 혹시라도 반복될 수 있는 무지와 오해로부터 한국 만화를 지키기 위한 것, 그러한 염원과 바람이 이 글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그러한 이유로 여기에서는 그동안 우리 만화가 경험했던 주요한 검열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여전히 남겨져 있는 숙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의미의 재정리
먼저 심의 그리고 검열의 의미를 되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사전적인 개념으로 심의(審議)는 ‘심사하고 토의함’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편 검열(檢閱)은 ‘어떤 행위나 사업 따위를 살펴 조사하는 일’1)로 풀이된다. 뭔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고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실상 우리 현실에서도 두 단어가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헌데, 이들 단어를 영어로 옮겨보면 그 의미가 조금 더 명확해진다. ‘심의’는 deliberate, deliberation, consideration, review, consider, review 등과 같은 단어로 번역되는 반면, ‘검열’은 ‘censorship, censor, vet’으로 옮겨진다. 요컨대, 영어에서 심의는 그것을 받는 측과 진행하는 측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숙고(deliberate, deliberation), 사려(consideration), 검토(review) 등의 의미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내포한다. 반면 검열에 담겨진 번역에서는 오로지 검열(censorship, censor) 혹은 심사(vet)다. 즉 어느 일방이 다른 한쪽에 대해 옮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만일 부르는 것은 심의라 할지라도 항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어느 일방의 주장에 의해 불합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면 사실상 그것은 검열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이와 관련해 박석환은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단,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제2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며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즉,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숭고한 가치를 법률로 보호하되 공익적 목적에 반하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을 통해 규제한다는 것이다.”면서 “이 같은 법적 규제 조치를 현행법은 ‘심의’라 명기하고 있다.”2)고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현행법상으로는 예술적 표현물에 대한 ‘검열’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심의’ 앞에 ‘사전’ 혹은 ‘사후’라는 말이 더해졌을 때다. 다시 사전을 살펴보면, 사전심의는 ‘pre-censorship’으로 옮겨지면서 즉, 사전심의 자체가 바로 검열에 해당됨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사후심의는 ‘post deliberation’로 옮겨져서 기본적으로 검열이 아닌 검토의 영역에 해당된다고 옮겨진다. 요컨대, 특정한 표현물이 공중에 발표되기도 전에 심의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검열을 의미하는 것이며, 발표 후에 다시 검토를 하는 것은 큰 의미에서 심의에 해당된다고 풀이되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그리고 만화
이제 사전을 접고 현실로 돌아와 보자. 2017년 지금에 이르러 새삼 ‘검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 때, 필연적으로 최근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정치적 이슈가 우선 떠오를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이라는 큰 줄기로부터 파생된 여러 일들 가운데 바로 ‘블랙리스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구체적인 명단을 제시해보이기도 했다. 가령, <뷰스앤뉴스> 2016년 10월 12일자 기사 ‘블랙리스트 명단-문화예술계 각계인사 총망라’3)를 보면, 2015년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그리고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 등이 열거된다. (리스트 가운데는 만화독자들에게 친숙한 몇몇 만화가들의 이름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리스트의 존재 이유가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이는 검열의 ‘생얼’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명단에 오른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시인 고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정말 아주 천박한 야만”4)이라며 성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에 관계된 정부 기관 가운데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여 우리 문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힘을 북돋워주어야 할 관계부처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문화예술인들로 하여금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의 실체 속에는 그것이 곧 과거 군사정권 시대의 모습을 반영해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은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가 작성·시행된 배경에는 군사정권 시절에나 존재했을 법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천박한 문화·예술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5)거나, 혹은 “문화예술인들이 쏟아온 노력과 쌓아온 역사를 퇴행시키는 폭거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으며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 맞닥뜨렸던 예술문화계 탄압과 본질이 같은 사건으로 규정한다.”6) 등과 같은 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누군가는 블랙리스트가 ‘어느 정권에서나 존재했던 것’7)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으니, 이러한 모습들이 한국만화에 던지는 화두는 그리 가볍지 않아 보인다. 즉, 만화에 대한 검열도 동시대의 정책이나 정치적 분위기 혹은 사회적 시선에 따라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함의가 담겨지기 때문이다.
1997년, 2012년 그리고...
검열로 대표되는 만화에 대한 규제가 시류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는 점은 지나온 시간 속에서도 이미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가령, 한국 만화 검열에 관한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천국의 신화 사태’가 등장했던 것이 1997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의 일이다. 사건의 개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천국의 신화> 작품 속에 일부 장면이 문제가 되어 음란성과 폭력성으로 작가가 기소된 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해당 만화가는 수년간 법정싸움을 해야 했고, 수년의 시간이 흘러 2003년 1월에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기에 이른다. 작가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시간동안 한국만화가 검열에 대해 가지게 되었을 피해의식을 고려한다면 무죄 선고로 인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즉, 그림을 잘못 그리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혹은 이야기를 잘못 구성하면 구속될 수도 있다는 것은 창작자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무죄가 되었다는 의미 속에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자리 잡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한국만화는 ‘23개 웹툰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이라는 또 하나의 사건과 직면한다. 1997년을 기억하고 있던 많은 이들은 다시 검열의 그림자를 우려했고, 이에 대해 만화가들은 ‘노컷(No Cut)운동’이라는 형태로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그리고 두 달 후 ‘자율규제’라는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 레진코믹스라는 만화전문 플랫폼을 통해 또 하나의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서비스 중인 일부 작품들로 인해 사이트 전체가 유해매체물로 간주되어 접속이 차단당한 일이다. 문제의 발단이 국내 작품이 아닌 일본만화라는 점은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아닌 듯하다. 만화에 대한 규제가 누군가에 의해 어느 때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러한 모습으로부터 1970년대 만화화형식을 떠올리는 것에 대해 그저 과도한 피해의식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한국만화가 경험한 사례들은 너무나 빈번했으며, 또한 일방적이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청소년’과 ‘보호’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잊을 만하면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태의 중심에 만화가 위치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그것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우리 사회에서 뿌리내리게 된 고정관념에 크게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다음의 사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사례1.
<동아일보> 1968년 8월 19일자 기사 ‘어린이 만화의 사전심의’에서는 당시 문화공보부가 ‘아동만화정화대책을 국무회의에 제기했다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정부는 자율적인 심의기구의 설치를 지원하여 이로 하여금 모든 만화의 원고를 사전에 심사케 하고, 관계법령을 개정하여 불량만화와 불량출판사 및 대본업소를 단속규제”하는 것과 “만화출판물의 규격을 명시하고 관계자들의 협의체를 구성하며 우수만화에는 시상”도 포함된다.
△ 한겨레 신문(1997. 7. 25.)
사례2.
<한겨레신문> 1997년 7월 25일자 기사 ‘문화계 덮친 공안 찬바람’에서는 당시 일진회와 만화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일본 만화를 본떠 만들었다는 청소년 폭력서클 ‘일진회’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문제의 주범으로 일본 만화가 지목됐고, 정부와 일부 언론이 늘 그랬듯이 그 다음 희생양으로 국내만화를 택했다.”면서 “검찰이 만화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를 음란·폭력물로 규정해 이 씨를 소환 조사한 사건은 ‘문화공안정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사례3.
<오마이뉴스> 2012년 2월 28일자 기사 ‘학교폭력 문제? 그렇다면 웹툰을 공격한다!’에서는 학교폭력과 웹툰과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지난해 12월부터 학교폭력이 논란이 된 가운데 <조선일보>는 1월 7일 뜬금없이 웹툰 <열혈초등학교>가 “학교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나섰고, 방심위는 “웹툰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면서 “웹툰이 갑자기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떠오른 가운데 7일 방심위는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 통지 및 의견제출 안내’라는 공문을 4개 포털사이트 대표 앞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상으로 정리한 사례들은 만화에 대한 검열의 주기성과 함께 만화와 관련된 규제들이 일정한 ‘맥락’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요컨대 세 가지 사례는 각각 196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10년대에 등장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만화에 대해 규제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매우 유사하다. 즉, 1960년대에도, 1990년대에도 그리고 2010년대에도 만화를 불량하게 인식하고, 만화가 유해하다고 판정이 되는 근거에는 아동과 청소년이라는 독자층이 존재한다. 더욱이 첫 번째 사례가 1962년이었고, 세 번째 사례가 2012년이었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이 두 사례 사이에는 정확히 오십 년이라는 시간이 존재한다. 이처럼 반백년 시간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만화에 대한 규제가 ‘추구’하는 논리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만화는 지난 50년 동안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언제나 잠재적인 위험으로 인식되어 왔던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오십 년 후에는 어떨까. ‘K-Comics’라는 이름으로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하며 드라마나 영화 혹은 게임의 원천소스로 자리 잡고 있는,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이 웹툰작가가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경험하고 난 50년 후라면, ‘잠재적 위험’이라는 인식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편, 청소년 보호와 관련해 한국만화가 지닌 피해의식의 중심에는 ‘19금’이 존재한다. 즉,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딱지는 곧 청소년 유해매체와 동일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19금 속에 담겨진 함의에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 혹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청소년이 보아서는 안 되는 만화’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우선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19세 이상 구독가’가 아니라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현실은 예술적 표현에 대한 가치나 기준보다는 음란하고 선정적인 표현이라는 잣대를 먼저 내밀게 만들어 창작의 자유보다는 격리하고 규제해야 하는 것으로 선조치하게 만든다. 이와 같이 모든 성인물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인식하게 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박인하는 웹툰에 대해 ‘18세 등급’8)을 제안하기도 했다.
야만의 극복은 현재진행형
어쨌거나 50년 후의 일은 단언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모습을 통해 그럴듯한 유추는 가능할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몇 가지 사례를 다시 모아보았다.
사례1.
<동아일보> 1962년 10월 8일자 기사 ‘어린이와 不良漫畵’에서는 당시 불량만화가 넘쳐나서 치안국과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에서 단속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불량만화는 “오래 전부터 학부형과 교원들 간에 적지 않은 두통거리”였다면서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가 발족된 1961년 12월부터 출판의 사전검열을 실시하여 “지난달까지 약 이천오백 종, 그러니까 한 달에 약 이백오십 종의 어린이 만화를 검열하여 그 가운데 상당한 수는 출판을 불허하고 반환하였다 한다.”고 밝혔다.

△ 한겨레 신문(1997. 7. 21.)
사례2.
<한겨레신문> 1997년 7월 21일자 기사 ‘만화 때리기 논란’에서는 당시 서울지검에서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에 대해 “음란문서 제조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으로 21일 이씨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적고 있으며, 이에 관련해 우리만화연대모임, 만화학회 등 만화 관련 단체들이 “만화 창작의 자유를 짓밟는 처사”라고 반발하는 등 “만화창작 논쟁”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3.
<데일리e스포츠> 2012년 4월 10일자 기사 ‘방송통신심의위, 웹툰 규제 없던 일로… 만화계가 자율심의한다’에서는 “웹툰의 청소년유해물 지정을 두고 만화계와 대립각을 세웠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백기를 들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방심위와 한국만화가협회는 ‘웹툰 자율규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면서 “방심위는 웹툰 규제에 대해 제기된 민원을 검토한 뒤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만화가협회에 전달”할 것이며, 만화가협회는 “자율적으로 청소년접근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위의 사례들은 만화계의 움직임에 따라 검열에 대한 피드백이 달라져왔음을 반영해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만화에 대한 분서갱유가 일어났던 1960년대에는 만화가든 혹은 출판사든 만화계 ‘입장’이라는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검열의 부당성을 얘기할 기회도 없었고, 항변에 대한 생각조차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니, 1990년대 청보법 사태 당시 만화가들이 ‘들고 일어난 일’은 그나마 검열이 지니는 부당함을 공론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시사 하는 셈이다. 그리고 2012년에 이르러서는 심의기관과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그만큼 만화가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과 기능 그리고 권한을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나아지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물론 1960년대 ‘항변’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 것과 50년 후에 규제를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 사이에는 만화계의 움직임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사회적 분위기나 미디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 혹은 한국만화를 지지하는 독자들의 성숙함 등 만화를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병행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에 위치한 한국 만화의 스스로 입장과 논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규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틀은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결론을 대신하며
<한겨레신문> 1988년 12월 2일자 기사 ‘“심의기구가 주는 상 안 받겠다” 재야만화가 이희재 씨 한국만화상 거부’에서는 당시 <골목대장 악동이>로 아동부문 은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희재가 “만화문화의 건강한 발전에 큰 장애가 되어온 ‘심의’ 관장기구에서 주는 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냐?”면서 수상 거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 한겨레 신문(1988. 12. 2.)
오늘의 우리만화상이나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혹은 부천만화상 등과 같이 여러 만화관련 시상제도가 등장한 오늘날과는 달리 어쩌면 만화에 허락된 유일한 시상제도였을 수도 있었을 시기에 수상을 거부했다고 하니 당시 만화가들이 심의와 검열에 느끼는 거부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수 있을만하다. 말하자면, ‘병 주고 약 주는 일’일 텐데, 사실 이러한 일은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있어왔다. ‘만화산업에 대한 지지와 만화문화의 육성’을 위해 SICAF가 처음 개최된 것이 1995년의 일이었고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에 ‘천국의 신화 사태’가 일어나 <미스터블루>, <투엔티세븐>, <빅점프> 등 유수의 잡지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일이나, 2011년에 신화창조 프로젝트 우수상과 대한민국콘텐츠 어워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던 정연식의 <더 파이브>가 불과 1년 뒤에 청소년 유해매체로 선정되는 일 등은 지원과 규제에 대한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러니 ‘지원도, 규제도 말고 그저 내버려두라’는 탄식이 나올 법하다.
이처럼 지원과 규제의 엇갈림은 만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생각보다 그리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 현실 속에서는 검열은 과거의 일이 되고 있지만, 어쩌면 과거의 일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순간 자유로운 창작과 표현의 의지를 막는 일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이야기가 새삼 한국만화의 현실에 타산지석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주)
1)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그 외에도 ‘군기, 교육, 작전 준비, 장비 따위의 군사 상태를 살펴보는 일’, ‘언론, 출판, 보도, 연극, 영화, 우편물 따위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하여 그 발표를 통제하는 일. 사상을 통제하거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심리> 정신 분석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위험한 욕망을 도덕적 의지로 억눌러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일.’ 등의 풀이가 더해진다.
2) <만화 검열의 역사展: 빼앗긴 창작의 자유> 컨퍼런스 자료집에서 인용하였다.
3)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6823
4)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71&newsid=02351766612883112&DCD=A407&OutLnkChk=Y
5) <신동아> 2017년 4월호 기사 ‘차별과 배제 넘어 헌법 가치 파괴’ 중에서 인용하였다.
6) <오마이뉴스> 2016년 10월 18일자 기사 ‘블랙리스트 예술가들, 화났다’ 중에서 인용하였다.
7) http://star.mbn.co.kr/view.php?&year=2017&no=234382&refer=portal
8) <디지털 만화 심의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2015, 한국만화가협회)에서 박인하는 “18세 등급은 로그인되어 청유물(청소년유해물)이 아니라 성인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제안을 꺼내며 “지금은 19금이면, 무조건 유해매체로 분류되죠. 그렇게 되면 제한이 너무 많아요. 그러면 하나하나 휴대폰 인증도 안해야 되는 거예요. 로그인으로만 해결되는 부분이 생기죠. 왜 18세냐 하면 19세는 자동적으로 청유물 지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하며, 18세 등급을 제안한다.
1)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그 외에도 ‘군기, 교육, 작전 준비, 장비 따위의 군사 상태를 살펴보는 일’, ‘언론, 출판, 보도, 연극, 영화, 우편물 따위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하여 그 발표를 통제하는 일. 사상을 통제하거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심리> 정신 분석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위험한 욕망을 도덕적 의지로 억눌러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일.’ 등의 풀이가 더해진다.
2) <만화 검열의 역사展: 빼앗긴 창작의 자유> 컨퍼런스 자료집에서 인용하였다.
3)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6823
4)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71&newsid=02351766612883112&DCD=A407&OutLnkChk=Y
5) <신동아> 2017년 4월호 기사 ‘차별과 배제 넘어 헌법 가치 파괴’ 중에서 인용하였다.
6) <오마이뉴스> 2016년 10월 18일자 기사 ‘블랙리스트 예술가들, 화났다’ 중에서 인용하였다.
7) http://star.mbn.co.kr/view.php?&year=2017&no=234382&refer=portal
8) <디지털 만화 심의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2015, 한국만화가협회)에서 박인하는 “18세 등급은 로그인되어 청유물(청소년유해물)이 아니라 성인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제안을 꺼내며 “지금은 19금이면, 무조건 유해매체로 분류되죠. 그렇게 되면 제한이 너무 많아요. 그러면 하나하나 휴대폰 인증도 안해야 되는 거예요. 로그인으로만 해결되는 부분이 생기죠. 왜 18세냐 하면 19세는 자동적으로 청유물 지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하며, 18세 등급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