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김나경

만화가 김나경은 1975년생으로, 1996년 아마추어 동인지 ‘결’에서의 활동이 윙크 편집부의 눈에 띄어 「빨간머리 앤」을 격주간 순정지 『윙크』에 연재하면서 데뷔하게 되었다. 뒤이어 「토리의 비밀일기」, 「토리 Go! Go!」,「호박 같은 계집애」,「하마가」,「사각사각」을 발표하면서 개그 만화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2007-04-10 백은지




개그 만화는 즐겁다.
잠들기 전, 한번 펼쳐보는 것만으로 그날 밤을 편안히 잠들 수 있다. 단행본 뿐 아니라, 잡지 속에서도 가장 부담 없이 손이 가는 것도 개그 만화이다. 진지하거나 스케일이 큰 극화 만화들 사이에서, 8페이지에서 12페이지 분량의 개그 만화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쉬어가는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빨간머리 앤」과 「사각사각」의 작가, 김나경의 만화가 그렇다. 예쁘고 멋진 남녀 주인공이 활기 치는 순정만화 전문잡지 속에서 김나경의 만화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한다.
만화가 김나경은 1975년생으로, 1996년 아마추어 동인지 ‘결’에서의 활동이 윙크 편집부의 눈에 띄어 「빨간머리 앤」을 격주간 순정지 『윙크』에 연재하면서 데뷔하게 되었다. 뒤이어 「토리의 비밀일기」, 「토리 Go! Go!」,「호박 같은 계집애」,「하마가」,「사각사각」을 발표하면서 개그 만화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최근엔 「토리 Go! Go!」가 애니메이션 되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동인지 활동을 하다가 편집부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는 특이한 데뷔 이력을 지닌 김나경은 비고란에 ‘순정만화는 못 그림’을 쓰는 재미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김나경의 만화는 즐겁다.
일본 개그 만화에서 간혹 등장하는 ‘그들만의 개그’가 아니라, ‘맞아, 맞아!’하고 맞장구를 치며 볼 수 있는 만화여서 더욱 그렇다. 김나경 만화 속 주인공들은 여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하거나 특별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다. 그저 내 옆의 친구, 혹은 그 친구의 친구가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그녀의 데뷔작 「빨간머리 앤」은 동명소설 「빨간머리 앤」에서 이름을 가져왔지만, 소설의 ‘앤’과 만화의 ‘앤’은 전혀 다른 캐릭터다.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을 궁리만 한다거나, 선생님한테 사랑받는 모범생 ‘국영수’를 시샘한다던지, 시험이 코앞에 닥쳐야 겨우 책을 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생 여자아이에 불과하다. 꿈 많은 사춘기 소녀이긴 한데, 어른들이 소망하는 사춘기 소녀 ‘앤’이 아닌, 현실의 진짜 여고생이 바로 ‘앤’인 것이다.


김나경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
△ 김나경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 
 이미지 출처 :http://www.bobazip.com

이렇듯, 김나경 작가는 꾸준히 자신의 일상 경험을 만화 소재로 써왔다. 「토리의 비밀일기」는 작가 자신이 어린 시절 잠시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그렸고, 「사각사각」은 아예 만화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이러한 소재 선택은 결과적으로 독자로부터 보다 쉽게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독자는 그녀의 만화를 보면서, 자신의 유년 시절, 학창 시절에 부담 없이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소재를 주변 경험으로부터 가져온다고 해서 모두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 웹툰 역시 자신의 주변 경험과 일상을 소재로 하는 신변 잡기식, 일기식 형태를 취하여 성공하는 듯 했지만, 몇몇 작품 외에는 이내 자취를 감추지 않았던가.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한다는 건, 그만큼 매너리즘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창작에서 개인의 경험을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련이 필요하다. 김나경은 이를 위해 자기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앤’, ‘제리’, ‘꽃다발 기자’, ‘꽃나경’, ‘토리’. 그녀의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주변에 있으면서도, 특이하고 재밌는 인물들뿐이다. 이는 작가가 작가후기에서 밝혔듯, 자신의 인격 일부를 확대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 김나경의 귀여운 2등신 캐릭터 디자인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머리와 신체의 비율이 1:1 인 김나경 만화 캐릭터는 얼굴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표정 변화에 집중할 수 있다. 사소한 일에도 과장되어 반응하는 캐릭터의 얼굴 표정을 보다보면, 어느새 독자도 그 표정을 따라하며 만화에 동화되어 간다. 김나경의 만화가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팬시상품으로도 제작이 가능했던 건, 심플하면서도 다양한 표정 변화가 가능한 귀여운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김나경 만화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내가 사는 이야기, 내 친구가 사는 이야기, 친구의 친구 중 특이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김나경 만화는 그런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에 얼굴 가득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그런 만화 같은 과장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녀의 만화는 오랜 친구와의 수다처럼, 타인에겐 별 거 아니지만 자신에겐 특별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힘든 일상에 친구와의 수다가 휴식이 되는 것처럼, 김나경의 만화도 순정 만화계의 휴식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김나경 작가 홈페이지
김나경 작가 홈페이지 : http://www.bobazip.com

필진이미지

백은지

서원대학교 웹툰콘텐츠학과 교수
만화 비평가
만화 스토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