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화가>
<지금, 만화가>는 한국 만화사의 한 페이지를 그려온 원로 만화가들의 현재를 찾아갑니다. 그들의 요즘 안부부터 지나온 시간, 여전히 그리고 싶은 만화 이야기까지. 만화가로 살아온 삶을 천천히 되짚고, 잊지 말아야 할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희재, 박재동 작가 인터뷰
글_ 최은영(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학예사)
2025년 5월 23일 금요일. 이희재(1952~), 박재동(1952~) 선생님을 부암동에서 만났다. 이희재 선생님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2012~2017년)을, 박재동 선생님은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2011~2017년)을 역임하셨던 터라 안녕하신지 근황도 궁금하고 정례적으로 인사드리는 자리도 마련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전시를 함께 관람하며 작가로서의 경험과 생각을 듣고 싶었다.
선생님들은 백종훈 원장과의 차담회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역할 정립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고견을 나누신 후, 석파정 서울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흥선대원군이 탐낼 수밖에 없었던 석파정, 별채, 소수운렴암각자, 천세송, 너럭바위 등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석파정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1)를 관람하며 김기창, 김창열, 김환기, 박수근, 서세옥, 신사임당, 유영국, 이대원, 이우환, 이응노, 이중섭, 임직순, 장욱진, 정상화, 천경자 등 한국 미술 거장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셨다. 작품과 함께 전시된 거장들의 글과 편지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보편적 감정이 작품으로 승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선생님들은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로서 누구보다 이해의 폭이 넓으셨고, 작가의 내면세계가 투영된 작품 앞에서는 탐구하는 자세를 취하셨다. 필시 이희재, 박재동 선생님의 작품에서도 두 분이 살아오신, 살아갈,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작가 중 김기창 화백은 1940년대 만화가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어 그의 작품 앞에 조금 더 머무르셨다.
지금, 선생님들은 잘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했다. 지난해 아트몽땅에서 열린 박재동, 이희재 2인전 《義의 兵병 戰전/展 : 일어서는 사람들》2) 이후, 이희재 선생님은 지난 몇 개월 동안 다른 민주시민들처럼 잠을 설치는 바람에 건강이 안 좋아져 조금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하신다. 박재동 선생님은 다큐멘터리 ‘만화와 함께하는 촛불혁명’, ‘박재동’ 두 편과 아카이브 북을 제작 중이며, 올해 한국만화사 구술채록 연구 구술자로 선정되어 더욱 바빠지실 예정이다. 혹여 힘든 일정이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두 분 모두 “호강하는 봄날이었다”, “행복한 날이었다”라며 좋아하셨다. 작가에게는 역시 새로운 경험과 공감이 에너지원인 것 같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한국 만화의 두 거장과 함께한 하루가 뜻깊고 감사했기에 선생님들의 안부를 이렇게 기록해 본다.

백종훈 원장과 진흥원의 발전 방향 논의

석파정(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 제26호) 별채 마루에 앉아

박수근 <여인과 소녀들>(1964) 앞에서

김기창 <태양을 먹은 새>(1968) 앞에서

김환기 <십만 개의 점>(1973) 앞에서

이희재 작가와 스케치하는 박재동 작가

박재동 선생님이 그린 스케치 1

박재동 선생님이 그린 스케치 2

박재동 선생님이 그린 스케치 3
1) 2024.6.8.~2025.7.13.
2) 2024.8.27.~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