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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에서 문화로 – 한국 코스프레 문화의 확장

코스이즈(Cosis) 대표 공경민이 말하는 한국 코스프레 문화의 성장과 미래 전망

2025-07-31 공경민

놀이에서 문화로

한국 코스프레 문화의 확장

_공경민

코스프레는 단순히 캐릭터를 흉내 내는 놀이일까?

20여 년 전만 해도 코스프레는 서브컬처의 한 구석에서만 조심스럽게 언급되던 취미였다. 하지만 지금의 코스프레는 명백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게임쇼, 만화축제, 해외 팬미팅 현장 등 다양한 무대에서 코스프레는 단순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산업과 대중문화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코스프레의 매력은 변신에만 있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의 세계를 내 몸으로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그 세계를 공유한다는 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이제 한 사람의 취미에서 수만 명이 함께 참여하는 거대한 시각문화로 확장되었다.

1. 한국 코스프레 문화의 현재와 특징

한국의 코스프레 역사를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코믹월드와 부천국제만화축제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서만 볼 수 있던 코스프레는 이제 SNS, 유튜브, 틱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훨씬 더 넓은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과거에는 코스튬을 만드는 기술이나 장비가 부족해 의상 하나를 만드는 데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문 제작자, 커미션 업체, 소규모 브랜드들이 생겨나며 코스프레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특히 3D 프린팅, 고급 원단, LED 기술 등을 활용한 의상 제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해졌다.

또한 참여자층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10~20대 여성 중심의 문화였으나 최근에는 남성 코스어의 참여가 늘었고, 30대 이상의 전문 직종 종사자들이 취미로 코스프레를 즐기며 다양한 세대가 어울리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코스프레는 이제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문화로 성장했다.

2. 콘텐츠로서의 코스프레: 전문화되는 흐름

코스프레는 단순한 팬 활동이 아닌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점점 인정받고 있다. 의상 제작부터 퍼포먼스, 사진·영상 연출, 굿즈 제작까지, 코스프레를 둘러싼 산업은 이미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이루었다. 내가 운영하는 코스프레 팀 코스이즈(Cosis)’ 역시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우리는 단순히 행사에 참여하는 팀이 아니라, ‘코스프레를 통한 문화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팀이 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최근 브라운더스트2’와 협업해 진행한 유료 입장 이벤트 브더Bar’는 약 400명이 방문해 게임 유저와 코스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이는 단순한 촬영 부스를 넘어 코스프레와 공간, 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이벤트였고, 이를 통해 코스프레도 하나의 IP(지식재산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올해 8월 한국 원더 페스티벌에서 진행한 니케 메이드 카페는 사전 예매와 현장 입장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니케 게임 속 캐릭터들을 실사화한 메이드 복장, 음료·요리 제공, 그리고 테이블 서비스까지, 마치 게임 세계에 들어온 듯한 몰입 경험을 제공했다. 1,000명의 방문객이 카페를 찾았고, 단순한 코스프레가 아닌 브랜드화된 체험 콘텐츠로서 코스프레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브라운더스트2 측은 코스이즈의 기획력을 높이 평가하며 장기적인 협업을 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브컬처 IP와 코스프레 팀이 상호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매달 해외에 초청받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한국 코스어들이 일본이나 중국의 이벤트를 부러워했다면, 이제는 한국 팀이 해외 무대에 당당히 초청받아 활약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한국 코스프레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3. ‘코스프레 인문학놀이를 넘어 사유하는 수업

최근 만화도서관과 함께 진행한 코스프레 인문학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 수업은 단순히 코스튬 제작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왜 나는 이 캐릭터를 선택했는가?”, “코스프레는 내 정체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코스프레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수업은 총 10주 과정으로 진행되었고, 매회 20명 내외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커리큘럼은 캐릭터 분석, 스토리텔링, 의상 기획, 제작 실습, 퍼포먼스 리허설 등으로 구성되었다.

 

수강생들은 처음에는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가졌지만, 수업이 끝난 후에는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표현한 것 같다”, “이제 코스프레가 왜 하나의 문화로 불리는지 알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특히 아직 진행 중이지만, 마지막 날 진행할 작은 퍼포먼스 쇼케이스는 매우 기대된다. 직접 제작한 코스튬을 입고 캐릭터로 변신해 짧은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순간, 참가자들은 단순히 코스튬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될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와 관중들은 코스프레가 가진 몰입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4. 대표로서의 생각 코스어를 위한 문화적 토대

나는 코스프레를 시작한 지 25년이 넘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코스프레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아직은 한국에서 코스프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코스이즈 팀에게는 그 시대가 이미 와 있다.

평일에 코스프레 외의 다른 취미를 즐기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주말에는 코스프레를 하면서도 살 수 있는 시대. 그게 내가 바라는 시대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코스프레를 직업으로 선택하거나 부업으로 삼고 있다. 이 흐름은 분명히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코스어의 선배로서 나는 항상 코스어들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는 행사장에서 코스어를 위한 탈의실이나 물품보관소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그래서 부천만화축제, 플레이엑스포, AGF 등 대형 행사에서 코스어를 위한 탈의실과 물품보관소를 설치할 것을 꾸준히 조언하고 요구해 왔다. 이제는 대부분의 행사에서 이러한 기본 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코스어들은 자신을 단순히 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당신은 이미 하나의 콘텐츠다.” 당신이 입은 코스튬, 당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꿈과 열정을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 코스어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이자 사명이다.

코스프레는 더 이상 일부 팬덤의 작은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시각문화’, ‘참여문화’, 그리고 콘텐츠. 우리는 이제 코스프레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코스프레가 하나의 예술, 산업, 교육으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 믿는다. 코스어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들의 활동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필진이미지

공경민

코스어이자 현재 코스이즈 대표. 플레이엑스포, AGF, 부천만화축제등의 유명한 행사들이 아직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 자문을 해오며 코스어 친화적인 행사로 바뀌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매달 해외 대형 행사에 초청받아 한국의 코스어들을 알리는 데 힘을 쓰고 있다.